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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반전을 사랑한 남자
작가 : 샤뚜르
작품등록일 : 2017.7.5

강지원, 29살의 젊은 사장은 얼음 왕자라는 별명으로 직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직원들도 피해가는 그에게, 회사의 햇병아리가 어느 날 찾아와 태클을 건다. 그는 그녀가 만만했었다. 이세희, 24살의 인턴 사원. 상상 속 50대 사장과는 다른 조각미남이 나의 상사라니! 사랑 때문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남자와 귀엽지만 반전 있는 그녀의 좌충우돌 연애 이야기.

 
제 39 화. 더 좋은 기억들만 가득하게 해줄게요
작성일 : 17-07-18 11:59     조회 : 22     추천 : 0     분량 : 8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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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전을 사랑한 남자

 

 

 

 

 

 제 39 화. 더 좋은 기억들만 가득하게 해줄게요

 

 

 

 "넥타이, 매줄래요?"

 

 그녀와 떨어지기 싫어 투정부리듯 제게서 떨어지지 않는 그의 행동에, 피식 웃음이 난 세희였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그와 나누었던 수줍은 장면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아 그와 눈을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그는 그런 그녀와 달리 감정 표현에 거리낌이 없었다.

 

 지원 역시 처음 해보는 연애라, 모든 것들이 어색하고 부끄러워 속으로 엄청 부끄럼을 타고 있다. 하지만 그는 현재 느끼는 감정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했다.

 

 그녀에게 선뜻 다가가지 못하고 속 앓이 한 것만으로도 한심해 죽겠는데. 자신을 좋아하는 그녀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해 아프게 한 것이 마음에 걸린 탓이었다.

 

 미안한 만큼 더 잘해주고 싶은 것이 그가 사랑하는 방식이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감정 표현을 하는 것은 그에게 있어서 전혀 어색하지도. 아깝지도 않다.

 

 강지원. 많이 변했다. 처음 그녀와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감정 표현은 얼굴에서 배제한 채. 차가운 분위기를 밥 먹듯이 내뿜던 그가. 이제는 감정 표현이라는 것을 해보려 한다. 한 여자 때문에.

 

 그리고 그는 딱딱한 얼굴로 있는 것보다는, 세희의 옆에서 부드럽게 웃는 것이 가장 그다웠다.

 

 사랑은, 한 사람 때문에 나의 모든 것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가장 나 다울 수 있는 사람과 있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니까.

 

 

 

 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그러겠다고 했다. 그가 꼭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하는 아이처럼 보여, 신선하게 느껴진 탓이었다.

 

 "주세요."

 

 세희가 그의 앞에 다가가 넥타이를 매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손놀림이 꽤 익숙한듯 했다.

 

 "...왜 이렇게 능숙해요?"

 

 지원이 의아하게 묻자, 그녀가 동그란 눈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이 정도쯤이야 식은 죽 먹기였다.

 

 "이거요? 그야 아빠가 양복 입으실 일 있을 때마다 제가 매어드렸으니까요.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잘 못 매드렸는데... ...사장님?"

 

 세희는 열심히 넥타이를 매며 얘기하다, 그가 아무 말이 없는 것이 이상하여 위를 쳐다보았다.

 

 지원은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있었다.

 

 "이거... 앞으로 나한테만 해주면 안될까요?"

 

 그녀의 아버지에게 질투를 하는 자신이 참 유치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그녀가 정성껏 매어주는 넥타이를, 아니. 더 나아가 그녀를 혼자 독점하고 싶은 남자의 진한 소유욕이 그의 마음이 일었다.

 

 "풉."

 

 세희는 그런 그가 왠지 친근하게 보여 저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진지하게 얘기하는 그의 굳은 얼굴을 보고 바로 웃음을 얼굴에서 지워버렸지만 말이다.

 

 그와 아무리 친구 사이로 지내왔음에도, 자신과 그 사이에는 절대 좁혀지지 않을 것 같은 거리감이 항상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솔직하고 그 감정을 얼굴에 그대로 내비치는 그가. 이제야 좀 사람답게 느껴졌다.

 

 "죄송해요."

 

 자신은 한껏, 그녀의 입에서 그러겠다는 대답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었는데. 돌아온 대답은 거절이었다.

 

 

 

 그가 남은 옷을 마저 입기 위해 그녀에게서 등을 홱 돌려버렸다.

 

 "먼저 나가요. 둘이 같이 나오는 걸 보면 사람들이 의심할 수도 있으니까."

 

 삐졌네, 삐졌어.

 

 딱 봐도 그가 삐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게 뭐라고 저 남자가 삐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세희는 지원에게 다가가 그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한 번도 남자에게 애정표현을 해본 적 없는 그녀로서는 제법 어색하고 쑥스러울 수 있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 감정이 지원이 귀엽게 보이는 현재의 감정보다 클까.

 

 "넥타이는 못 매드려도 이건 자주 해드릴 수 있는데... 싫으세요?"

 

 그의 마음을 알게 되고, 자신은 그를 더 사랑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지금 저렇게 토라져 있는 남자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여서 괜스레 기분이 좋다.

 

 지원은 잠시 그 상태 그대로 있었다.

 

 세희가 보지 못했지만, 지원의 얼굴은 그녀가 그의 뒤에 다가왔을 때부터 풀려있었다. 유리창으로 그녀가 어떻게 하는지 다 보고 있었던 그였다.

 

 그는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겨우 부여잡고 뒤로 돌았다.

 

 "정말요?"

 

 그가 활짝 웃는다.

 

 

 

 삐졌다고? 설마.

 

 그가 세희의 스킨십을 원해 저렇게 했는지도 모르지. 어디까지나 이건 그만이 아는 이야기.

 

 그가 예고도 없이 세희의 얼굴로 불쑥. 고개를 내려 석류처럼 붉고 탐스런 입술에 내려앉았다.

 

 쪽.

 

 "이건 출근 잘 하라는 인사."

 

 '방금 뭐였지...?'

 

 그녀는 뭐라 한 마디도 못 꺼내본 상태로. 부끄러운 기색을 얼굴 가득 띄운 그에 의해 사장 전용 객실 밖으로 쫓겨났다.

 

 

 

 

 

 ***

 

 

 

 

 

 세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기획실로 내려왔다.

 

 저 멀리서 재희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 오빠!"

 

 그녀의 부름에, 그가 돌아보았다.

 

 "너도 이제 출근해? 일찍 좀 나와."

 

 그가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놀리자, 역시. 그녀는 욱해서 지지 않으려 한다.

 

 "지금 엄청 일찍거든? 그러는 오빠도 지금 왔으면서 남 말 하기는."

 

 재희는 이런 상황이 익숙한듯, 재빨리 화제를 돌려버렸다.

 

 "어, 근데. 너 오늘 좀 달라보인다?"

 

 "어? 아.. 응..."

 

 세희는 거짓말을 능숙하게 하지 못하는 편이다. 한다고 하더라도 금방 탄로가 나기 쉬운데. 지금이 딱 그렇다. 지원과 함께 있었다고 사실대로 얘기는 못하겠고. 거짓말을 하자니 순발력도 떨어지고.

 

 

 

 쭈뼛거리며 시선을 다른 데로 돌려버린 그녀였다.

 

 정작 재희가 말한 의도는 세희가 입고 온 옷을 뜻하는거였지만 말이다. 덕분에 재희는 눈치챌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지원과 잘 되기 시작했구나.

 

 그녀의 얼굴에 쓰여 있었다. 들키면 안되는 짓을 하고 온 아이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의 마음은 알기 쉬웠다.

 

 그가 그녀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서 말했다.

 

 "잘 어울린다. 들어가자."

 

 

 

 

 

 ***

 

 

 

 

 

 지원은 회의실에서 좀처럼 회의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매주 월요일마다 짧게 하는 팀장들과의 회의였음에도 불구하고. 1분이 1시간처럼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원래 그렇다.

 

 평소처럼 무심하게 시간에 관심을 주지 않으면, 빠르게 흘러가버리는 것이 시간이고. 관심을 주면 또 언제 그랬냐는듯 거북이가 걷는 것처럼 느리게 흘러가는 것 또한 시간이다.

 

 지원은 책상에 올려둔 핸드폰을 슬쩍 쳐다보았다. 한 번도 회의 때 책상에 핸드폰을 올려둔 적 없기로 소문난 그였는데, 지금은 틈만 나면 핸드폰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만큼 지금 그는 회의보다, 다른 무언가에 신경이 쏠려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팀장들은 각 팀별로 짧게 보고를 올리면서 그런 지원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한 번도 회의 분위기를 흐린적 없는 지원이여서, 지금 저렇게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는 이유가 있겠지 싶었지만. 그가 회의에 집중하지 않고 있으면 회의 진행에 차질이 생기고 만다.

 

 그런 그를 보다못한 팀장들은 한 마디하라는 눈짓을 주고 받으며 서로에게 부담을 떠넘기기 바빴다. 그를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는 그야 말로 한 순간에 뻥 터지듯, 업무가 배로 늘어날 것이기에.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만 하는 그들을 보다 못한 기획팀 팀장이 총대를 매었다.

 

 여기에 그녀만큼 지원에게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사장님. 어디 급하게 연락올 데라도 있습니까?"

 

 "아, 제가 너무 다른 데만 정신을 쏟았군요. 미안합니다."

 

 그가 정중하게 사과했다. 연애를 하면 핸드폰만 뚫어져라 쳐다본다고. 잠시 얼굴을 못 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지금 뭘하고 있을지 몹시 궁금한 그였다.

 

 지원은 원래 누군가의 연락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의 애타는 마음과는 달리, 그녀의 번호로 날아온 문자 한 통 없는 핸드폰이 야속했다. 그는 핸드폰을 재킷 안 쪽에 넣은 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여 빠른 속도로 회의를 진행시켰다.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합시다."

 

 그는 팀장들이 인사를 건넬 틈도 없이 걸음을 재촉하여 회의실을 나가버렸다.

 

 "이상하네... 사장님 오늘 평소랑 좀 다른거 같지 않아요?"

 

 평소에 지원을 눈 여겨봤던 여자 팀장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옆에 앉아있던 남자 팀장을 쳐다보았다. 자신의 대답에 동조해주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뭐.. 그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는거지. 확실히 좀 뭐 마려운 강아지 마냥 계속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계시던 모습은 처음 보는 게 맞는데. 일 때문에 급한 일이 생기셨나보지. 아니면 연애하시나? 하하하."

 

 남자는 역시 남자 편일 수 밖에 없다고. 남자 팀장은 호탕하게 웃으며 회의실을 나서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원은 사장실로 가서 무엇을 할까?

 

 

 

 

 

 ***

 

 

 

 

 

 지원은 사장실로 들어가기 전, 장 비서에게 세희를 제외한 그 누구도 들이지 마라고 일러두었다.

 

 사장과 여직원의 연애에서 이런 경우에는 보통, 은밀하고 뜨거운 무언가가 생각나겠지만. 그는 피만 뜨거운, 정신이 참 반듯한 남자니까.

 

 앞으로 그의 반듯한 행동들을 지켜보도록 하자.

 

 그는 소파에 털썩 앉은 뒤, 재킷 안쪽에 넣어뒀던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세희를 사장실로 부르려면 문자를 보내야했다.

 

 하지만. 그는 핸드폰을 소파 앞에 자리한 탁자에 올려둔 뒤, 자리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문자보다 더 확실하고, 시간도 오래가는 최고의 방법이 있었으니.

 

 "강지원입니다. 이세희 씨 사장실로 보내주십시오. 아, 이세희 씨는 제가 맡길 일이 있어 퇴근 시간까지 사장실에서 업무를 봐야할 것 같습니다."

 

 그는 세희와 퇴근 시간까지 같이 있을 작정이었다. 어차피 그녀는 그의 담당 인턴이었으니 그녀의 업무는 곧 그가 주는 일이라 할 수 있고. 그가 준 일을, 어디서 처리하든 깔끔하게 임무 완수만 하면 되는 일이니 문제 될 것은 없지 않은가.

 

 아, 그게 그의 옆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그는 이제 조금씩 권력남용의 맛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세희를 얼마나 자주 부르려고?

 

 

 

 확실히 팀장을 통해 그녀를 부르는 것이 빠르고 효과도 좋았다.

 

 똑. 똑. 똑.

 

 그녀가 사장실 문 틈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사장님, 부르셨어요?"

 

 "들어와요. 어정쩡하게 서 있지 말고."

 

 그가 소파에 앉아 그녀에게로 손을 뻗자, 그녀가 사장실로 들어온 뒤 문을 닫았다.

 

 닫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지원의 곁으로 올 생각을 하지 않는 세희였다.

 

 노트북을 품에 안은 채 그를 바라보기만 하는 그녀의 행동에 그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동동 떠올랐다.

 

 "내 옆에 앉기 싫어요?"

 

 그녀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무슨 할 말 있어요?"

 

 그녀가 그의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고개로 대답하는 그녀가 귀엽게 보여, 어서 그녀를 가까이서 보고 싶은 그였다.

 

 

 

 "그럼 이리 와요. 아니면 내가 갈까요?"

 

 그는 말이 필요없는 남자였다. 그의 옆자리를 톡톡 치며 말을 꺼내던 그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에게로 다가가, 그녀를 안아들었다.

 

 "꺅!"

 

 세희는 목을 가다듬고 그에게 할 말을 하기 위해 입을 열려고 했으나. 그가 갑자기 자신을 안아들어 소파로 데려가자, 당황해서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제 품에 꼭 안겨있던 노트북은 어느새 탁자 위에.

 

 그녀가 앉아있는 곳은 소파가 아닌 지원의 단단한 다리요.

 

 천천히 눈을 들어 마주한 것은, 그녀의 모습을 가득 담은 그의 매력적인 눈이었다.

 

 그의 눈은 자꾸 시선을 끄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그녀가 정신을 놓고 그의 눈을 쳐다만 보고 있자, 지원은 장난끼가 동했는지 그녀의 말랑한 볼을 살짝 잡아당겼다.

 

 "아가씨, 내가 그렇게 좋아요? 자꾸 그렇게 쳐다보면 뽀뽀하고 싶어지잖아요."

 

 "윽. 사장님이 예고도 없이 절 안고 여기 앉으셨잖아요. 눈 마주치면 눈 보는 게 당연한거지. 아, 근데 저 왜 부르셨어요? 팀장님이 오늘 볼 업무 자료들 챙겨서 올라가보라고 하시던데."

 

 

 

 그녀의 아무 것도 모르겠다는 물음에, 그가 진지한 얼굴로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지금 그의 얼굴은 그녀에게서 무언가를 바라는 눈치였다.

 

 "세희 씨, 할 말 없어요?"

 

 "뭐가요?"

 

 그가 탁자 위에 올려두었던 핸드폰을 들어 그녀의 눈 앞에서 흔들어 보였다.

 

 "이거..."

 

 무슨 말을 하고 싶길래 말 끝을 흐리며 그녀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건지. 지금 지원을 보니 그녀가 알아맞추기 전까지는 절대 얘기해주지 않을 것 같았다.

 

 핸드폰하면 떠오르는 게...

 

 "아, 왜 연락 없었냐구요?"

 

 그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에 연애하는 사람들 보면 핸드폰을 손에서 놓을 틈이 없던데..."

 

 그의 말 뒤에 생략된 말을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그는 그녀에게 왜 연락하지 않았냐고 빙 돌려서 얘기하고 있는 중이다.

 

 "아..? 그야, 저랑 사장님은 같은 회사에 있으니까요. 얼굴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볼 수 있잖아요. 혹시... 제 문자 기다리셨어요?"

 

 순진한 얼굴로 묻는 그녀의 앞에서 차마 기다렸다는 말은 못하겠는지. 지원은 그녀의 눈을 피하며 입을 열었다.

 

 "아뇨. 그냥.. 친구로 지낼 때도 문자는 조금 주고 받고 했었는데, 앞으로는 누구든 먼저 연락을 자주하면 어떨까 해서요."

 

 세희가 아-하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근데 사장님, 저 부르신 이유가 설마 이 말 때문에 그러신 건 아니죠?"

 

 그의 얼굴이 조금 붉어진 것처럼 보였다면 그녀의 착각이겠지.

 

 "아... 당연히 아니죠."

 

 그가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려버렸다. 그 어떤 행동보다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더 쑥스러운 그였다.

 

 "그럼, 무슨 일이세요?"

 

 그가 헛기침을 하며 그녀에게 얘기했다.

 

 "흠흠. 같이 일해요.. 여기서... 세희 씨도 아시다시피 팀장님한테는 이미 전화해두었으니 문제 없어요."

 

 "......"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연출하고 있는 그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이 짧은 순간 동안 수많은 생각들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지나 갔다.

 

 혹시라도 그녀가 거절하면 어쩌지.

 

 그녀가 거절할 확률은 그의 제안을 들은 순간부터 완벽한 0이었지만 말이다.

 

 세희 역시 장난하면 누구에게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표정 연기하면 이세희를 빼둘 수 없을만큼 그녀는 여우주연상 감이었으니

 

 "사장님, 이거... 권력남용인데요? 우와, 그러고보니 제가 입사할 때 선배들로부터 들은 바로는 한 번도 사장님 이 직접 담당하신 인턴은 없었다던데. 어떻게 된겁니까?"

 

 마지막 말은 지원의 딱딱하고 차가운 말투까지 완벽하게 따라하는 센스까지 발휘한 그녀였다.

 

 지원은 그녀가 정말 가버릴까봐, 애가 타는 마음에 그녀의 허리에 두 팔을 두르며 말했다.

 

 아니, 자폭이었다. 도진을 제외한 어느 그 누구도 자신이 연애를 해본 적 없다는 사실은 몰랐으면 했는데.

 

 "세희 씨가 좋아서요. 저 사실.. 연애 해본 적 없어요. 그래서 세희 씨한테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모르고, 여자가 뭘 좋아하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지금 세희 씨랑 이렇게 있고 싶은 것은 내 진심이에요. 같은 건물에 있어도 보고 싶고, 뭘 하고 있는지 시시때때로 궁금하고. ...오늘 나랑 같이 있어요."

 

 아, 장난으로 그를 조금 놀려주려 했던 그녀였는데. 오히려 자신의 장난에 당해버렸다. 부끄러움에 제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던 그는 말을 하면서 서서히. 덤덤하게 세희를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그의 부드러운 중저음과 담백한 눈빛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저런 식의 고백을 들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이제는 그녀의 얼굴에 홍조가 피어올랐다. 그녀는 손을 들어 입술로 가져갔다. 그는 당연히 연애를 많이 해봤을거라 생각했는데. 처음이라니.

 

 그렇다는 말은 그 역시 첫키스였다. 그 사실에 왠지 모를 기분 좋음이 그녀의 온몸을 휘감았다. 절로 배시시 웃게 되는 그녀였다.

 

 

 

 하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퉁명스러운 말이 흘러나왔다.

 

 "사장님 반칙이에요."

 

 "?"

 

 "이런 식으로 고백하면 어떡해요! 월요일부터 기분 좋게.. 사실... 저도 하나 고백할 거 있어요."

 

 세희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입을 열었다. 자신에게 고백해준 지원의 마음이 예뻐서, 그녀 역시 그의 마음에 보답해주고 싶었다.

 

 "저도.. 연애 처음이에요."

 

 세희의 말에, 지원은 그녀의 얼굴이 자신을 가까이서 보도록 당겨왔다.

 

 세희에게 그의 마음이 선물이라면, 그녀가 방금 한 말 역시 그에게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한편으로는 걸리는게 있었다.

 

 "세희 씨. 고마워요. 그래서 지금 이 말 할게요."

 

 "?"

 

 "전에 사장실에서 내가 세희 씨에게 그랬던 건 미안해요. 그때 역시 세희 씨에 대한 내 마음은 진심이었지만, 처음을 그렇게 뺏아버려서 미안해요. 더 좋은 기억들만 가득하게 해줄게요. 그 날은 잊어버려요."

 

 그가 천천히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머금었다. 깊지도, 진하지도 않은 입맞춤이었지만. 그가 세희를 생각하는 마음 때문에 그런 것인지, 애틋함이 가득했다.

 

 그녀는 그와 함께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녀가 눈을 뜨자, 따뜻한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는 그가 보였다.

 

 세희 역시 그런 그의 눈빛에 수줍게 웃으며 입을 열려는데.

 

 

 

 그런 그들의 분위기에 찬 물을 끼얹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웁스..! 이거 미안해서 어쩌지? 내가 방해했네. 어떻게, 내가 나가줘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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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제 26 화. 엉큼한 늑대와 초보 늑대 2017 / 7 / 15 26 0 7108   
26 제 25 화. 이 감정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2017 / 7 / 15 23 0 6909   
25 제 24 화. 둔한 예비 커플과 뜨거운 커플 2017 / 7 / 15 27 0 9707   
24 제 23 화. 봄바람을 실은 도둑 입맞춤 2017 / 7 / 14 27 0 8617   
23 제 22 화. 이 감정은 뭐지? 2017 / 7 / 14 26 0 9937   
22 제 21 화. 노란오리와 첫사랑 2017 / 7 / 14 26 0 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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