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반전을 사랑한 남자
작가 : 샤뚜르
작품등록일 : 2017.7.5

강지원, 29살의 젊은 사장은 얼음 왕자라는 별명으로 직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직원들도 피해가는 그에게, 회사의 햇병아리가 어느 날 찾아와 태클을 건다. 그는 그녀가 만만했었다. 이세희, 24살의 인턴 사원. 상상 속 50대 사장과는 다른 조각미남이 나의 상사라니! 사랑 때문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남자와 귀엽지만 반전 있는 그녀의 좌충우돌 연애 이야기.

 
제 47 화. 이런 기분 때문에 연애 하나봐
작성일 : 17-07-18 16:22     조회 : 29     추천 : 0     분량 : 832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반전을 사랑한 남자

 

 

 

 

 

 제 47 화. 이런 기분 때문에 연애 하나봐

 

 

 

 지원과 함께 핑크빛 간판의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간 세희는 눈을 빛내며 아이스크림이 놓여있는 진열대에 얼굴을 바싹 가져다댔다. 저러다 코까지 달라붙을 것 같다.

 

 아까 세희가 해 준 밥만 해도, 그 양이 성인 남자가 겨우 먹을 정도로 푸짐했었는데. 그녀는 그렇게 많이 먹고도 아직 음식이 들어갈 배가 있나보다.

 

 지원은 그런 그녀가 사랑스럽기만 했다.

 

 

 

 그는 세희가 원하는 것이라면 그 무엇이든, 다 줄 수 있는 남자였다.

 

 지원은 세희의 옆으로 다가가 지갑을 내밀었다.

 

 “먹고 싶은 거 다 골라.”

 

 “사장님은요? 안 드세요?”

 

 “나는 너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불러.”

 

 “나중에 말 바꾸기 없기에요? 그럼, 엄마는 외계인이랑 쿠키 앤 크림. 이거 두 개만 해서 패밀리 사이즈에 담아주세요.”

 

 아이스크림에 정신이 빼앗긴 세희는 지원이 내어준 지갑을 넙죽 넘겨받았다. 이윽고 쉴 새 없이 메뉴를 고르는 그녀의 전투적인 태세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지원이었다.

 

 “나 먼저 자리에 가서 있을게. 계산하고 와.”

 

 지원은 창가에 위치한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런 그를 구석에 앉아 있던 한 여자가 힐끔거리며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세희와 비슷한 또래의 여대생이었는데, 얼굴을 붉히는 것을 보니 지원에게 관심이 있는 듯했다.

 

 

 

 세희가 계산을 마치고 그를 찾아 두리번거리며 매장을 헤매고 있는 사이. 아까부터 지원에게 눈을 뗄 줄 모르던 그 여학생이 지원의 자리로 살며시 다가왔다.

 

 “저기...”

 

 그 소심하고 연약한 부름에 지원이 그녀를 쳐다보자, 여학생의 얼굴이 아까보다 더 붉어졌다.

 

 지원은 무심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무슨 일이죠?”

 

 얼굴만 잘생긴 것이 아니라 목소리도 성우 뺨치는 톤으로 달콤하게 흘러나왔다. 적어도 그 여학생의 귀에는 그렇게 들렸다.

 

 여학생은 지원과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 채, 소심한 손길로 제 번호가 적힌 쪽지를 그에게 내밀었다.

 

 “여친 없으신 것 같은데, 여기 제 번호...”

 

 요즘 여대생들은 왜 이렇게 용감무쌍한 걸까. 일단 지르고 보는 그 화끈한 당돌함에 지원의 얼굴이 황당함으로 물들어 갔다. 하지만 얼굴 표정 하나는 철저하게 차가운 그였다.

 

 지원이 여학생에게 한 마디 하려는 찰나, 그 여학생의 뒤로 아주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지원은 세희에게만 보여주는 매력적인 미소를 흘리며 어딘가로 손을 뻗었다. 그 여학생은 제게 보여주는 행동인가 싶어 가슴이 떨리다 못해 황홀했다.

 

 지원이 이 말을 하기 전까지만.

 

 “이런... 어쩌지? 나 유부남인데. 서른 살 남자한테 관심두지 말고 나보다 더 젊고 어린애들이랑 만나도록 해.”

 

 “아.. 어... 실례였다면 죄송합니다! 제 나이랑 비슷한 줄 알았어요. 죄송해요!”

 

 결국. 혼자 설레고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던 그 여학생은 얼굴을 붉히며 빠른 걸음으로 매장을 빠져나갔다.

 

 세희가 뚱한 얼굴로 지원의 맞은편에 앉으려고 하자, 지원이 먼저 그녀가 들고 있던 무거운 아이스크림 통을 받아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그녀는 엄한 아이스크림을 숟가락으로 쿡쿡 쑤시며 지원에게 한 마디 툭 던졌다. 아무런 의도 없이 나온 말이었지만, 그게 지원의 귀에는 그녀가 질투하는 것처럼 보였다.

 

 “좋으시겠네요.”

 

 

 

 지원의 입가에 행복함이 가득 차오른 미소가 피어올랐다.

 

 “응. 좋아.”

 

 세희는 그의 부드러운 말투에, 욱해서 몇 마디 더하려다가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웃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드럽게 휘어진 눈매와 활짝 피어난 미소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쉽게 눈을 돌릴 수 없었다. 자신은 그가 여학생이 내민 쪽지를 받아들까봐 욱했었는데, 뭐가 저렇게 좋은 건지 모를 일이었다.

 

 지원은 세희와 밖에 나와 있는 동안, 한 번도 그녀가 아닌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린 적이 없었다. 어디에 있든, 얼마나 떨어져 있든. 그의 눈에는 항상 세희만 보인다.

 

 그의 가슴에 뭉클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뭐라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가슴이 간질간질 거리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그는 점점 깊어져 가는 아이스크림 구덩이에 비례하여 입을 삐죽내미는 세희에게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

 

 “네가 나 때문에 질투하는 것 같아서 좋아. 사람들이 이런 기분 때문에 연애 하나봐. 난 네가 계속 그렇게 날 신경써줬으면 좋겠어.”

 

 질투 한 거 아니라고 박박 우기려니, 그의 은근한 눈길 덕에 얼굴은 이미 붉어질 대로 달아올라 있었다.

 

 남이 저런 말을 하면 오글거려서 못 들어주겠다며 자리를 피하겠지만, 그의 매력적인 중저음을 통해 듣게 된 저 말에 왜 이렇게 부끄러운 걸까.

 

 

 

 빼도 박도 못하게 된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숟가락으로 아이스크림을 최대한 많이 퍼서 그의 입에 물려주었다.

 

 지원은 능글거리는 얼굴로 씨익 웃으며 그녀가 먹여준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었다.

 

 “네가 먹여줘서 더 맛있다. 너도 어서 먹어.”

 

 세희가 아이스크림을 한 입 푹 떠서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시원하게 입안에서 사르륵 녹는 그 달콤한 맛에 그녀의 얼굴은 마치 세상을 다 가진듯했다.

 

 세희가 그를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

 

 “근데... 아까 왜 유부남이라고 거짓말 했어요?”

 

 

 

 지원은 팔짱을 끼며 편안한 자세로 등을 기대었다. 그는 얼굴을 비스듬히 기울이며 낮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세희를 쳐다보았다. 어둡고 깊은 그 속에는 거부할 수 없는 확신이 가득 차 있었다.

 

 “당연한 거니까. 내가 네 남자 친구인 이상, 넌 아무 데도 못 가. 내가 식장에 손잡고 들어갈 사람은 너 밖에 없어.”

 

 “......”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이 그의 주위에 가득했다. 그만큼 지원은 세희와 자신의 앞날에 대해 자신감이 가득하다는 소리였다.

 

 연애는 처음이라면서, 여태껏 저렇게까지 거침없이. 저돌적으로 그의 마음을 표현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일종의 고백이자, 족쇄 같은 그의 단호한 음성에 세희는 시간이 멈춘 듯했다.

 

 모든 감각이 그에게 집중된 가운데, 정적을 깨고 그녀의 침 삼키는 소리만이 그녀의 귓가에 가득 울려 퍼졌다.

 

 “그러니까 너도 이제 그 사장님이란 소리는 그만해.”

 

 세희는 붉고 뜨겁게 달아오른 얼굴을 달래려, 이번에도 아이스크림을 크게 한 입 떠먹었다.

 

 “모.. 몰라요! 결혼도 안 한 처녀를 한 순간에 유부녀로 만들어 버리고. 사장님이 원하시는 그건 당분간 보류에요.”

 

 

 

 양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며 열심히 아이스크림을 비워나가던 그녀의 옆에, 언제 왔는지 지원이 다가와 앉아 있었다.

 

 살짝 내리깐 지원의 눈빛과 미세하게 씰룩거리는 그의 입가를 본 세희는 어리둥절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이는 눈이었다.

 

 미친 듯이 아이스크림을 퍼 먹던 그녀의 입가에는 미처 신경 쓰지 못한 아이스크림이 살짝 묻어 있었다.

 

 “세희야, 너랑 결혼했다고 한 적은 없는데?”

 

 그는 그녀의 입가에서 눈을 뗄 줄 모른 채로, 딱 잘라 말했다.

 

 오늘 지원에게 속절없이 당하는 세희는 그의 정색한 발언에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만 뻥끗거렸다.

 

 도저히 못 참겠다. 네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녀의 입가에 묻어 있는 아이스크림은 그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세희의 얼굴에 다가가, 하얀 얼굴에 번져있는 그 달콤한 흔적을 훔쳤다.

 

 부드럽게 닿았다가 사라지는 그 감촉은 아이스크림보다 더 달콤했다.

 

 “달다.”

 

 세희가 손을 들어 천천히 입가로 가져갔다. 열심히 먹었던 아이스크림 향은 어디로 가고, 그가 주고 간 달콤함이 입 안 가득 퍼졌다.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그런 그녀와 달리, 지원은 무덤덤한 얼굴로 손목시계를 힐끗 내려다보며 상체를 숙인 뒤 그녀의 귓가에 짓궂게 속삭였다.

 

 “아가씨, 지금 12시야. 오늘 무슨 날이지?”

 

 “오늘? 일요일이니까 주말이잖아요.”

 

 지원이 ‘정말 그게 다 일까?’ 하는 눈치를 주며 혀를 찼다.

 

 “그래? 난 네가 가자고 그래서 숍 예약 다 해뒀는데...”

 

 잠시 지원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정지 상태로 있던 세희는, 몇 초가 흐르고 나서야 두 손을 마주치며 그를 홱 돌아보았다.

 

 

 

 “아! 전에 윤 도진 씨가 알려준 그 파티요? 꼭 가야하는 거잖아요.”

 

 “난 굳이 그렇게 열정적으로 나서서 갈 필요 없어. 안 가면 더 좋고.”

 

 지원의 얼굴은 정말 무심했다. 제 일이 아닌 듯, 안 가면 그만이라는 그 얼굴에 세희의 애가 탔다. 그녀는 눈꼬리를 포옥 접은 뒤, 애처로운 눈빛으로 그의 마음을 흔들어보려 했지만 실패였다.

 

 “이제 그만 일어서자. 데려다줄게.”

 

 세희는 아이스크림이 아직 남아 있는 통을 품에 꼬옥 안으며 그를 따라 밖으로 나섰다. 행복했던 그녀의 얼굴에는, 정말 그 ‘오빠’라는 호칭을 오늘부터 당장 써야하나 하는 갈등이 가득 서려있었다.

 

 지원은 세희의 가느다란 손가락에 깍지를 끼우며, 그녀의 여린 손을 맞잡은 채 밤길을 거닐었다. 그러면서 세희의 눈치를 살피기 바빴다.

 

 정확히는 세희의 눈치가 아닌 다른 것에 시선을 주고 있는 그였다.

 

 

 

 지원이 차에서 내려 세희의 집 문 앞까지 데려다주기 전.

 

 그는 핸들에서 손을 떼고, 세희의 손을 고쳐 잡았다. 헤어지기 아쉬운 눈치였다.

 

 "사장님, 내일 한 번만 갔다오면 그 다음부터는 가자고 안 할테니까 딱 한 번만 갔다 와요. 사장님에 관한 이상한 소문이 나면 안 되잖아요."

 

 지원은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그녀를 돌아보며 손에 턱까지 괴고, 짐짓 심각하게 고민하는 척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무슨 이유에서인지 쉽게 승낙했다.

 

 “그래. 갔다 오자. 세희야, 손에 든 그 아이스크림 통 잠시만 줘.”

 

 세희는 아까까지만 해도 아이스크림에는 관심도 주지 않던 사람이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며 순순히 그에게 통을 넘겨주었다.

 

 “눈 감아.”

 

 지원의 입가에 짓궂은 악동 같은 미소가 씨익 피어올랐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으랴.

 

 지원은 아까부터 세희의 손에 들린 아이스크림 통에서 눈을 뗄 줄 몰랐다.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서가 아닌, 다른 이유 때문에.

 

 그는 ‘오빠’라는 말은 천천히 들어도 상관없었다.

 

 지원은 초콜릿 향이 가득한 아이스크림을 한 입 머금은 뒤, 그의 말대로 눈을 감고 있는 순진한그녀의 입가에 내려앉았다. 세희의 눈이 번쩍 뜨였지만, 뒷목을 감싸 안은 그의 큼직한 손이 단단히 버티고 있는 터라 벗어날 수 없었다.

 

 그녀는 지원과 자신 사이에 불편하게 끼여있는 팔을 그의 목에 두르며 두 눈을 스르륵 감았다.

 

 차갑지만 달콤한 초콜릿 향이 그들의 입 안 가득 퍼져나갔다. 차가움이 온기로 변하고, 향이 사라지고도 남았을 때쯤. 그들의 붉게 달아오른 얼굴은 서서히 멀어져 갔다.

 

 “올라가자. 내일 가려면 씻고 푹 자. 예쁘게 꾸민 모습 기대할게, 신데렐라 아가씨.”

 

 

 

 

 

 ***

 

 

 

 

 

 세희는 지원의 차를 타고 그가 예약해둔 숍으로 갔다.

 

 전면이 투명한 통유리로 되어 있는 외관은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하고 단정하여, 여기가 과연 숍이 만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런 데는 잘 몰라서 도진이한테 물어봤는데, 여기가 최고로 잘하는 곳이래. 들어가자.”

 

 지원이 문을 열자, 호랑이는 거뜬히 때려잡을 수 있는 열 명의 장정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세희와 지원은 잘못 찾아 왔는 것 같아 돌아가려 했다.

 

 발길을 돌리려는 그들을 붙잡은 것은 열 명의 장정들 중 가장 무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던 구릿빛 얼굴의 남자였다.

 

 숍을 총괄하는 매니저, 미스터 리(Lee).

 

 그의 매력은 단언컨대, 머리카락 한 올 없이 매끈하게 광이 나는 빛나리! 게다가, 그는 아티스트답지 않은 근육 빵빵한 몸매를 지니고 있었다. 반팔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여실히 드러났다.

 

 “어디 가십니까.”

 

 “아... 저희가 소개를 받고 왔는데 잘못 찾아온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눈빛만으로도 호랑이를 때려잡을 수 있는 미스터 리(Lee)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그는 차갑게 일직선을 유지하던 눈꼬리를 샐쭉 접으며 활짝 웃는 얼굴에, 근육에 어울리지 않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들을 맞이했다.

 

 여자 목소리를 흉내내는 것 같은 남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헤어, 스타일, 메이크업 때문에 여기로 발걸음 하셨다면 잘 찾아 오셨어요. 아, 안 그래도 어제 연락 받아서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는데. 음... 거기 숙녀 분? 자기한테 딱 맞는 드레스가 생각이 나서 그러는데, 따라와요. 신사 분은 여기서 우리 애들이 시키는 대로 따라주시고. 잠시 이 아가씨랑은 이별이에요.”

 

 미스터 리(Lee)가 윙크를 찡긋하며 지원을 한 번 쳐다보고는 세희를 어딘가로 데려갔다. 그런 그의 눈빛에, 지원의 등 뒤로 소름이 쫘악 돋았다.

 

 

 

 “자기, 들어가서 이거 입고 나와 봐. 다른 건 입어볼 필요도 없어~. 이게 자기한테 딱이야.”

 

 미스터 리(Lee)가 고급스러워 보이는 검은색 드레스를 건네주며 세희의 등을 피팅룸으로 떠밀었다.

 

 무서워 보이는 근육질 아저씨가 목소리까지 나긋나긋하게 그녀를 안으로 들이미니 기가 죽어 뭐라 한 마디도 말해보지 못한 채 세희는 쭈뼛쭈뼛, 그가 내민 민소매 드레스를 들고 거울 앞에 섰다.

 

 

 

 세희가 밖으로 나왔다.

 

 미스터 리(Lee)가 눈을 반짝이며 그녀에게 다가와 침이 마를 정도로 칭찬을 하기 바빴다.

 

 “역시! 자기한테는 이게 딱이라니까?! 이제 헤어랑 메이크업만 완성하면 자기는 더 예뻐질 거야. 기대해도 좋아. 자기도 모르는 모습이 나올 거니까.”

 

 그녀의 얼굴을 한 번, 몸매를 한 번 훑어본 그는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다는 말을 혼자서 중얼거렸다. 그의 눈빛은 좋은 소재를 눈 앞에 둔 아티스트답게 열정으로 이글이글 타오르기 시작했다.

 

 

 

 머리를 손보기 위해 이동을 하려던 그가 갑자기 멈추어 서서 그녀를 위에서부터 아래로 쓰윽 훑어보았다.

 

 “자기 키, 얼마?”

 

 “165요.”

 

 “흠... 여기, 그거 한 번 가져와봐.”

 

 그의 부름에 남자 직원 한 명이 다가와 박스 하나를 건네주고 갔다.

 

 “자기, 10cm 굽 정도는 소화할 수 있지? 이 드레스에는 이게 딱일 것 같거든.”

 

 그가 무릎을 굽혀 직접 그녀의 발에 구두를 신겨주었다.

 

 “이거 너무 높은 거 같아요...”

 

 미스터 리(Lee)는 높은 굽 때문에 쩔쩔 매는 세희를 보며 어림도 없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하루 정도는 포기해. 자기는 예뻐지고 싶지 않아? 헤어랑 메이크업 손보러 가자.”

 

 

 

 지원은 준비를 마치고 대기실에서 세희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남자인 그는 세희의 비해 준비가 빠른 편이었다. 기다리기가 슬슬 지겨워질 때쯤, 그의 뒤에서 또각또각 거리는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

 

 “왔어? 이제 가ㅈ...”

 

 그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세희의 뒤에서 미스터 리(Lee)가 걸어와 그녀를 전신 거울로 이끌었다.

 

 “봐봐, 자기 이런 모습 처음 보지? 어쩜 꾸몄을 때랑 안 꾸몄을 때가 다를 수가 있어. 자기 손보는 맛이 있네. 예뻐.”

 

 세희는 거울 속에 비춰진 제 모습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풍성하게 말아 컬을 넣어 한 쪽으로 넘긴 검은 머리, 붉고 도톰하게 색이 오른 입술, 섹시하게 빼낸 눈 꼬리. 다른 사람이라 해도 좋을만큼 아티스트들의 손길 한 번에 분위기가 섹시하게 바뀌어 있었다.

 

 지원과 함께 갈 그 파티가 슬슬 기대되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빛이 설렘으로 가득 차, 미세하게 떨려왔다.

 

 문득 지원은 이런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볼까 싶어, 그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그의 얼굴은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아, 그리고 여기. 그 드레스에는 액세서리로 치장하기 보다는 금색 클러치로 포인트를 주는 게 어울려.”

 

 세희는 미스터 리(Lee)가 손에 쥐어주는 클러치도 눈치 못 챌 만큼 지원의 반응을 살피느라 바빴다.

 

 “사장님...?”

 

 “에이~ 신사 분 진짜 센스 없다. 모처럼 아가씨가 꾸미고 나왔는데, 한 마디 정도는 해줘야지.”

 

 뭐가 그리 급한 것인지, 지원이 성큼성큼 걸어와 그녀의 등에 손을 올리고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나가려했다. 하지만.

 

 손에 닿는 따뜻하고 매끄러운 그 감촉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세희가 입고 있는 검은색 민소매 드레스는, 정면에서 봤을 때는 한없이 단정하고 고급스러운 기품이 느껴지는 디자인이었지만 뒤는 과감하게 트여 있었다. 허리와 어깨를 제외한 부분이 훤히 드러난 그 모습에 지원의 얼굴은 아까보다 더 굳어갔다.

 

 그는 한 손을 들어 마른 세수를 하며 들릴듯 말듯하게 중얼거렸다.

 

 “젠장, 이렇게 예쁘면 어쩌라는 거야."

 

 

 

 

 

 “자기, 이거 걸치고 가.”

 

 미스터 리(Lee)가 세희에게 보기만 해도 포근해 보이는 새하얀 코트를 건네주었다.

 

 이걸 왜 자신에게 주는지 몰라, 한동안 멍하니 서 있는 그녀에게 리(Lee)가 웃으며 말했다. 보통 성격으로는 절대 지어보일 수 없는, 자신감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등이 훤히 다 드러나서 춥잖아. 무엇보다 이거, 우리 팀이 열심히 공들인 작품에 대한 선물로 주는 거거든.”

 

 

 

 그렇다. 리(Lee)는 팀원들과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을 하나의 작품으로 생각한다. 그들의 숍에 찾아온 주인공이 그 누가 됐든, 최고의 작품을 창조해내는 리(Lee)는 팀원들을 대표하여 그 사람에게 필요한 한 가지를 선물한다. 모든 열정을 쏟아 부어 탄생한 작품에 대한 경외의 표시였다.

 

 그만큼 미스터 리(Lee)가 지휘하는 디자이너 팀들은 그들의 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는 소리였다.

 

 “아가씨, 언제든지 또 와. 난 자기 마음에 들어. 다음에는 신사 분이랑 더 얘기하고 싶은데... 같이 와.”

 

 근육 빵빵한 남자의 윙크에 지원의 어깨가 움찔했다.

 

 

 

 “근데, 아까 저 디자이너 분이 사장님 어떤 분이시냐고 계속 물어보시던데... 둘이 아는 사이에요?”

 

 세희의 물음에 지원의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피어올랐다.

 

 “그게... 저 미스터 리(Lee)라는 남자. 게이래."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반전을 사랑한 남자 완결 안내 2017 / 7 / 28 597 0 -
51 제 50 화. 당분간은 우리 집에 있어 2017 / 7 / 18 45 0 7248   
50 제 49 화. 제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2017 / 7 / 18 24 0 8175   
49 제 48 화. 걱정 마. 날 믿고 따라 와. 2017 / 7 / 18 28 0 6316   
48 제 47 화. 이런 기분 때문에 연애 하나봐 2017 / 7 / 18 30 0 8328   
47 제 46 화. 행복에 대한 욕심 2017 / 7 / 18 27 0 7338   
46 제 45 화. 어차피 씻을 거, 같이 씻을까? 2017 / 7 / 18 27 0 6687   
45 제 44 화. 널 정말 많이 사랑해 2017 / 7 / 18 23 0 7847   
44 제 43 화. 굳게 닫혀있던 문이 활짝 열리다 2017 / 7 / 18 25 0 6897   
43 제 42 화. '오빠'라고 한 번 불러봐요 2017 / 7 / 18 23 0 7755   
42 제 41 화. 사랑은 믿음 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 2017 / 7 / 18 27 0 7188   
41 제 40 화. 왜 이렇게 예쁜 거예요? 2017 / 7 / 18 23 0 6654   
40 제 39 화. 더 좋은 기억들만 가득하게 해줄게… 2017 / 7 / 18 23 0 8072   
39 제 38 화. 오늘부터 사귑시다 2017 / 7 / 18 24 0 8337   
38 제 37 화. 부끄러워서 두 번은 못 하니까 잘 들… 2017 / 7 / 17 25 0 7411   
37 제 36 화. 취중에 질러버린 고백과 늑대의 울… 2017 / 7 / 17 25 0 9132   
36 제 35 화. 그녀가 술을 마시면.......? 2017 / 7 / 17 22 0 6451   
35 제 34 화. 새하얀 차림으로 그녀를 반겨주면 … 2017 / 7 / 17 26 0 6131   
34 제 33 화. 입가에 묻은 팥앙금을 훔쳐간 남자… 2017 / 7 / 17 26 0 7756   
33 제 32 화. 달빛과 함께한 두 사람 2017 / 7 / 17 24 0 7189   
32 제 31 화. '오빠'란 단어가 귀에 거슬린… 2017 / 7 / 17 24 0 5734   
31 제 30 화. 사랑은 마음 가는대로 2017 / 7 / 17 25 0 5977   
30 제 29 화. 누군가의 결심 2017 / 7 / 17 30 0 7116   
29 제 28 화. 사랑은 간절한 마음이 필요하다 2017 / 7 / 17 21 0 6776   
28 제 27 화. 초보 늑대도 엄연히 남자다! 2017 / 7 / 15 24 0 7070   
27 제 26 화. 엉큼한 늑대와 초보 늑대 2017 / 7 / 15 26 0 7108   
26 제 25 화. 이 감정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2017 / 7 / 15 23 0 6909   
25 제 24 화. 둔한 예비 커플과 뜨거운 커플 2017 / 7 / 15 27 0 9707   
24 제 23 화. 봄바람을 실은 도둑 입맞춤 2017 / 7 / 14 27 0 8617   
23 제 22 화. 이 감정은 뭐지? 2017 / 7 / 14 27 0 9937   
22 제 21 화. 노란오리와 첫사랑 2017 / 7 / 14 26 0 10428   
 1  2  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콩깍지라는 마법
샤뚜르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