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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해경 특공대
작가 : 심삼일
작품등록일 : 2017.6.1

고교 시절 좀 놀았던 코모도섬의 왕도마뱀.
세월호 시신인양 임무에 환멸을 느껴 퇴역했다.
밀수꾼?... 간첩?... 조폭?
뭍으로 올라온 해경특공대의 맹활약이 전개된다.

 
실미도
작성일 : 17-08-11 15:44     조회 : 385     추천 : 3     분량 : 5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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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미도

 

 

 “훈련 마지막에 엄청난 걸 시켰다고? 뭘 시켰는데?”

 삼봉이 피에로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외딴 섬에 텐트치고 조폭 입단훈련으로 영화 실미도처럼 빡센 훈련을 받았다는데, 마지막 단계에 무슨 일을 시켰길래 저런 표정을 짓나 싶어 몹시 궁금해졌다.

 

 피에로가 상체를 삼봉에게 바짝 당겨 앉으며 목소리를 낮췄다.

 “살아있는 사람을 나무에 묶어놓고 칼로 찌르라는 거야!”

 

 “뭐? 산 사람을 칼로 찔러? 그 사람이 누군데?”

 삼봉이 깜짝 놀라 토끼 눈을 하고 물었다.

 

 “검은 비닐봉지를 얼굴에 뒤집어 씌워놔서 얼굴은 안보였어. 교관 말로는 북문파 비밀을 역전파로 빼돌린 배신자라고만 했어.”

 

 “그러면 그 조직 배신자를 너네들 교육생 손으로 죽이라고 했단 말이야?”

 

 “죽이라는 말은 아닌데, 잭나이프로 배를 제외한 부분을 피가 나게 찌르고 담력을 보이라는 거였어.”

 

 “그래서, 그렇게 했단 말이야?”

 

 “교육생 12명을 줄 세우고 차례로 나가서 찌르게 했는데, 나는 네 번째로 기라성이 뒤에 있었어.”

 

 “그 앞에 선 놈들은 시키는 대로 했어?”

 

 “앞에 두 놈은 너도 아는 놈들이야. 똥통고 짱하고 부짱인데, 하도 악질이라서 우리도 피했던 놈들 기억나지?”

 

 “아, 그 불곰하고 하이에나? 그 자식들은 찔렀겠네?”

 

 “둘이 함께 나가더니 보란 듯이 잭나이프를 회전시켜가며 팔다리를 두세 번씩 찌르더라. 입에 자갈을 물려놨는데도 그 사람 비명소리에 차마 못 쳐다보겠더라고.”

 피에로가 눈살을 찌푸렸다.

 

 “야~ 그 새끼들, 진짜 악질이네! 입단하고 나서도 동기 중에 짱 노릇 하겠다는 생각이었구나. 그러고도 남을 놈들이지. 그런데, 너랑 기라성이는 어쨌는데?”

 

 “기라성이도 주먹은 써도 칼은 안 쓰잖아? 제 딴에 기 씨가 고조선 무슨 왕의 후손이라고. 그래서 나는 속으로 제발 하지 마라, 그러면 나도 덩달아 안 할 수 있지 않겠냐? 하고 빌었지.”

 

 “그런데 기라성이가 했다는 말이가?”

 

 “응, 한참 주저하고 망설이더니, 교관이 입단 포기할래? 하니까 마지못해 허벅지를 푹, 찌르고 말더라!”

 

 “기라성이는 북문파 입단이 소원이었고 입단 안 하면 달리 할 일도 없었지? 아마.”

 

 “맞아. 기라성이는 고아로 보육원에 살았는데, 18살 넘으면 나와야 된 됐어.”

 

 “그럼, 너는? 설마, 안 했겠지?”

 

 “삼봉아! 내가 돌머리로 공부 못해서 왕따 안 당하려고 일진 패에 가담은 했지만, 그렇게 막된 놈은 아니다. 어떻게 사람을 칼로 찌르냐? 그것도 나하고 아무 상관도 없이 나무에 옴짝달싹 못하게 묶여 있는 사람을!”

 

 “그래서 어떻게 했어? 못한다고 하면, 그래? 하고 순순히 내보내진 않았을 것 같은데.”

 

 “당연하지. 내가 못하겠다니까, 그래? 하면서 열외시켜서 엎드려 뻗쳐 시키더라.”

 

 “그게 다야?”

 

 “그럴 리가 있냐? 나머지 놈들 칼 찌르기 다 끝나니까, 야구 빳다로 나를 한 놈이 세대씩 치게 했어.”

 

 “한 놈이 세대씩이면 서른 세대? 살살 봐주며 치지는 못했을 거 아니야?”

 

 “당근이지! 어찌나 세게 치는지, 깡으로 버텼는데도 다섯 놈 끝나고부터 무릎 꿇고 엎드린 채 맞았어.”

 

 “아구야! 열대도 힘들었을 텐데 서른 세대면, 까무러쳤겠다.”

 

 “열 놈째 맞을 때는 불알이 아리다가 쪼개져 나가는 줄 알았다. 흐흐.”

 

 “불쌍한 놈! 그럼, 기라성이는?”

 

 “응. 마지막에 때렸는데, 그때는 엉덩이고 허벅지고 감각을 잃어서 별로 아픈 것 같지도 않더라.”

 피에로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쓰리고 아픈 과거의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다 퇴색하기 마련이다.

 

 “그러고 북문파 입단을 안 한 거구나. 야~ 우리 피에로, 다시 봐야겠는데?”

 

 “지금 생각해도 내 인생에 제일 잘 한 짓이었어. 자, 빼갈 한잔 더 마시자.”

 피에로가 자랑스런 미소를 띠우며 고량주 이과두주 병을 집었다.

 

 한잔씩 서로 따라주고 마신 다음 류산슬 안주도 집어 먹었다.

 

 “그때 그 묶여있던 사람은 피를 많이 흘렸을 텐데 괜찮았을까?”

 삼봉이 그 사람이 죽지는 않았을지 걱정되어 물었다.

 

 “나중에 들은 얘긴데, 칼 찌르기 통과한 놈들에게 회칼 제대로 찌르는 방법 시범교육이 있었을 거래. 그 시범 대상으로 쓰여서 아마 죽었을 거라더라.”

 

 “뭐? 회칼 찌르는 시범 보이며 죽였다고? 누가 그런 터무니없는 소리를 해?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삼봉이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헛소리 말라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떤 세상이기는! 생사람 잡아다 묶어놓고 잭나이프로 찔러도 되는 세상이지.”

 피에로가 내가 직접 눈으로 봤다잖아? 하며 삼봉을 쳐다봤다.

 

 “야, 그거야 조직을 배신한 대원이니까 벌 주느라고 그럴 수는 있었겠지만, 설마 그 사람을 회칼 제대로 찌르는 시범 보이는 대상으로 삼고 살해했다는 게 말이 되냐? 너, 그런 말 함부로 했다가 무고죄로 잡혀가는 수가 있어!”

 

 “사실이야! 내가 역전파 행동대장한테서 들었는걸.”

 억울한 피에로가 사실 증명을 위해 그 사람이 북문파 비밀을 빼돌려 전했다는 역전파를 끌어들였다.

 

 “뻥까지 마라! 네가 역전파 행동대장을 어찌 알아?”

 삼봉이 입꼬리를 올리고 비웃었다.

 

 “하~이, 씨. 진짜 내 말 안 믿네. 내가 인마, 역전파 대원이야!”

 답답한 피에로가 얼떨결에 말을 내뱉고 제 풀에 끔쩍 놀라 목을 움츠렸다.

 

 “뭐? 네가 역전파라고? 이게 인제 소설을 쓰고 있네. 하하.”

 삼봉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었다.

 

 “네가 아까 나보고 여기는 역전파 나와바린데 이 금백만주루 중국집은 어찌 알고 잡았냐고 물었잖아? 여기가 우리 역전파 회식하는 곳이야.”

 

 “중국집이야 돈만 내면 이런 으슥한 별실도 예약할 수 있는 거지 뭘 그래?”

 

 “진짜야 인마. 내도 지금 역전파에서 한 가닥 하고 잘나가는 사람이야. 고딩 때 기라성이 시다바리 하던 피에로가 아니라고! 기라성이도 시방은 내를 만나면 함부로 못 대할 걸? 북문파에도 내 이름이 소문 났거든. 역전파에서 내 별명이 마이더스의 손이다. 크크.”

 피에로가 내친 김에 제 현주소와 자랑을 늘어놨다.

 

 “뭐? 혹시 마이더스 손이 아니고 마이너스 손 아니냐? 킥킥. 너 지금 주식투자 하냐? 재미 좀 봤나 보네.”

 

 “하~이, 씨. 친구 말을 그렇게 못 믿냐? 그래, 좋다. 증명해 보일 게!”

 

 열 받은 피에로가 셔츠 아래를 잡고 목까지 끌어올리더니 돌아앉으며 등짝을 보여줬다.

 

 등짝에는 말을 탄 카우보이가 로데오 경기를 하는 그림 문신 밑에 영어로 ‘Suwon Station Square ’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응? 수원역전광장.. 로데오거리? 이게 역전파 표시야?”

 삼봉이 놀라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금까지 한 얘기가 거짓말이 아니고 사실이라는 말이다.

 

 군대는 갔다 왔을 테고, 대학 진학을 안 했다면 2~3년간은 역전파 조직원으로 지냈을 것이다.

 

 “진짜 역전파가 맞고나. 미안하다, 네 말을 못 믿어서. 그런데 마이더스 손이라니, 역전파 내에서 검은 돈으로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라도 하는 거야? 알박기 같은 거.”

 

 자기가 근무하는 흥신소에 수원 S전자에서 의뢰 들어온 알박기 건으로 피에로를 만나 북문파 정보를 캐려던 삼봉이다.

 피에로가 역전파에서 알박기 같은 부동산 투자를 하고 있다면 더 정확한 정보를 얻을 것 같아 반가웠다.

 

 “주식은 아니고, 피시방 운영하면서 사다리 게임 좀 하고 있지. 흐흐.”

 

 “사다리 게임? 너 혹시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하는 거야?”

 

 “응, 맞아. 불법은 빼라! 불법 안 저지르고 큰 돈 벌 수 있는 세상이냐? 대기업은 뭐 불법 하나도 안 저지른대? 제대로 운영하면 이것도 어엿한 사업이지. 안 그러냐?”

 

 “그래, 뭐 그렇기는 하지. 그런데, 너는 피시는 영 젬병이잖아?”

 

 “얌마, 대기업 총수는 제가 뭘 다 알아서 운영한대? 자고로 똑똑한 신하들 잘 거느리면 임금 노릇 하는 거지. 나도 고딩 때 삼봉이 너 같은 정도전 한 명 두고 있어. 흐흐.”

 

 “그렇구나. 컴퓨터 도사를 한 명 구한 모양이네?”

 

 “그래, 맞아. 학교 다닐 때 머리는 좋은데 성적은 별로이고 컴퓨터는 귀신 같은 애들 있잖아? 내가 후배 한 놈 찍어서 내 수족으로 삼고 있지. 흐흐.”

 

 “그 정도 실력이면 자기가 직접 해도 돈 많이 벌 텐데, 너 밑에 붙어 있어?”

 

 “내가 역전파라니까! 제 깐 놈이 감히 나를 배신하고 홀로서기는 못하지. 대신에 봉급은 아주 짭짤하게 주고 있어. 대기업 중에 최고라는 S전자 과장 연봉의 두 배는 될 거야. 흐흐.”

 

 피에로가 목을 좌우로 꺾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래? 야~ 그 정도로 준다면 붙어 있겠네. 그러면, 네가 연간 얼마나 벌어들이는데?”

 연봉이 2억원은 되겠다 싶어 연간 수입을 물어봤다.

 

 “음.. 매 판마다 수수료 10프로씩 떼니까 한 달에 수 억 원, 연간 수십억은 벌어들이지. 사다리 게임 외에 스포츠토토도 있고, 달팽이 게임도 있어. 흐흐.”

 

 피에로가 나 대단하지? 하면서 거드름을 피웠다.

 

 “연간 수십억이라고? 그렇게 크게 하면 사이버 경찰한테 추적 안 당해?”

 

 “추적 당하지. 그래서 서버와 충, 환전 사무실을 중국 칭다오나 일본, 하노이 등에 수십 군데에 차려놓고 판을 벌여. 그러다 한 두 달 지나면 딴 데로 옮겨 버리지. 크크.”

 

 피에로가 미소를 짓고 어깨를 좌우로 흔들며 건방을 떨었다.

 

 “그렇구나. 야~ 우리 피에로, 이렇게 출세할 줄 정말 몰랐네! 그 정도면 역전파 내에서도 네 위치가 대단하겠다. 그렇지? 그런데, 도박사이트는 아무래도 위험하니까, 혹시 정상적인 부동산투자 쪽으로 진출해볼 생각은 없냐?”

 

 삼봉이 피에로를 추켜세워 비행기를 태우고는 다시 부동산을 화제로 끌어넣었다.

 

 “그러잖아도 그런 생각은 조금 하고 있어. 그런데 수원 부동산은 오래 된 북문파 자식들이 꽉 잡고 있어서 아무래도 수원 근처에서 부동산사업을 벌이다가는 북문파와 마찰을 빚어야 할지도 몰라서 좀 고민하고 있다.”

 

 피에로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빼갈 한 모금을 꼴깍 마셨다.

 

 “그렇겠네. 듣기로는 북문파가 S전자 소재연구단지 뒤쪽에 알박기를 해서 S전자가 골치 아프다고 하던데?”

 

 삼봉이 본론으로 들어가기 위해 자연스럽게 S전자를 들먹였다.

 

 “그래? 그건 옛날에 소재단지 들어설 때 얘기 아니야?”

 

 “응. 맞는데 지금 S전자가 주차장을 넓히려고 한대. 그런데 예전에 소유주가 터무니없는 금액을 불러서 매입 포기했던 1천평 정도가 단지 주차장 안으로 삐죽 들어와 있나 봐. 그 건물에 지금은 북문파 조직원 두 명이 옛 주인과 공동소유로 등기되어 있다나 봐.”

 

 삼봉이 오늘 피에로에게 근황을 물어보려던 북문파 두 명을 슬슬 끄집어 냈다.

 

 “네가 어떻게 그리 소상하게 잘 알고 있어?”

 

 “아, 내가 얘기 안 했던가? 내 외삼촌이 S전자 미래전략실 팀장이잖아. 히히.”

  삼봉이 이때다 싶어 자기 외삼촌이 대단한 사람임을 밝혔다.

 

 “그래? 아, 맞다. 네가 사고칠 때마다 외삼촌이 손 써서 빼줬지. 그 분이 S전자 미전실 팀장이라고? 야~ 우리 삼봉 씨, 대단한 빽 줄이 있었네!”

 

 피에로가 앞으로 삼봉의 덕을 좀 볼 수 있겠다 싶은 지, 반가운 내색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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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무지 17-08-12 11:40
 
무섭고 재밌네요. 사다리 게임!! ㅋㅋ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심삼일 17-08-31 08:18
 
네, 단무지님 감사합니다. 사다리 게임 좀 해보셨나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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