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받은 대공에게 납치당했다.
#23화_ 황후도 할 수 있겠어?
W_아름다운뿌리
그 남자는 자신이 가는 길 마다 모든 여자들이 쓰러지는 기적을 보여주는 신기한 사내였다.
“아- 오늘도 잘생기셨어.”
“오늘도 섹시하셔.”
“색욕님이 어쩐 일이시지?”
“희망이 새로 들어왔잖아.”
“아- 희망님.”
그는 아무 말 없이 길을 걷고 있었지만 여자들은 아무 이유 없이 황홀해 하며 쓰러졌고, 그가 웃어주기라도 하면 여자들은 그대로 기절했다.
덕분에 그가 다니는 길은 온통 여자들이 쓰러져있었고, 그의 행방을 알려면 쓰러진 여자들을 따라가면 됐었다.
“루미노소!!”
누군가 그를 부르자 뒤를 돌아보는 그.
“아- 암비지오네.”
그의 미모는 가히 신이 도래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웠지만 왠지 모르게 색기가 넘쳤다.
정확히 말하면.
야릇하게 생겼다?
야하게 생겼다?
그의 얼굴은 사람들의 성욕을 자극하는 얼굴이었다.
그 얼굴 덕분에 세상 모든 사람들은 그에게 호의를 가졌고, 그를 거부할 수 없었다.
“성에는 웬일이야?”
“희망께서 오셨다 하셔서.”
“그냥 전언으로만 듣지.”
자칫하면 기분 나쁠 수 있는 말이었지만 그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그를 배려하고 모든 사람들을 배려하는 말이었다.
그걸 잘 아는 루미노소였기에 암비지오네가 하는 말이 거슬리지는 않았다.
“그래도 직접 보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폐하를 보러 가는 건가?”
“맞습니다.”
신하 된 자.
성으로 복귀를 했다면 응당 황제를 먼저 알현해야 할 터.
하지만 그는 루미노소였기에 그가 먼저 어디를 들렸다 하더라도 용서 됐다.
“혹시, 먼저 만나본 것인가?”
“네.”
얼굴에 미소를 띄는 루미노소.
그는 그녀를 생각하기만 해도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대가 그런 미소라니. 특이하군.”
“그렇게 재밌으신 분은 처음 만나는 듯 합니다.”
“호오- 루미노소가 ‘재밌다’ 라.”
보통 루미노소의 얼굴을 보자마자 대부분의 여자들은 기절했기에, 루미노소가 그녀를 재밌게 느꼈다는 것 자체가 의문이었다.
“물론 그녀는 저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아- 그래서 그렇군.”
루미노소와 마주치지 않았다면 분명 그의 매력에서 자유로울 터.
그럼 루미노소가 그녀를 그렇게 느끼게 된 것도 이해되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그렇다고 재밌었다고?
거기서 뭘 본거지?
“쉿-”
쉿?
“아직 제가 정확하게 판단 할 수는 없어서 말은 아끼겠습니다.”
“뭐, 그렇게 하게.”
말을 아끼겠다는 루미노소가 의문이었지만.
그녀가 어지간하게도 마음에 들었나보다.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렇게 좋아하는 건지.
*
*
<알현실>
“오- 루미노소~”
“오랜만입니다.”
“어서 와, 잘 왔어.”
루미노소가 환하게 웃자 루미노소를 보고 있던 시녀들과 신하들의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끄덕도 없는 프리모.
“좋은 일 있었어?”
“그건 프리모지 않소?”
그가 반문으로 답하자 프리모는 이해가 되지 않는 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고 루미노소는 그런 프리모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우선, 희망을 찾으신 걸 축하 드립니다.”
“고마워.”
그가 웃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반응이 없는 프리모.
루미노소는 프리모의 반응을 보고 속으로 또 한번 웃었다.
루미노소의 미모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것.
이로서 루미노소는 확정을 지었다.
희망과 프리모는 보통의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뭐야?”
그런 루미노소의 반응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프리모.
이 제국에서는 그의 예리함을 피할 수 잇는 상대는 아무도 없었다.
“뭐가 말입니까?”
“뭐가 그렇게 재밌지?”
“그건, 황제께서 더 잘 알겠죠.”
자꾸 의미 없는 소리만 하는 루미노소가 이상했다.
그런 루미노소에게 의문을 가져갈 때 쯤 프리모는 루미노소에게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다들 물러가거라.”
“네,폐하.”
프리모는 루미노소를 뺀 모든 사람을 물렀고 루미노소는 그제서야 프리모를 편하게 대했다.
아무리 황제라 하더라도 연애 같은 사적인 사생활은 입 가벼운 시종들에게 들리고 싶지 않겠지.
모든 걸 감안한 루미노소의 배려였다.
제대로 상담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대로 상담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그리고 제대로 조언 받을 수 있는 상황을.
“할 말이 뭐야?”
“용케도 알아차리셨군요.”
“모를 리가 있나.”
모를 리가 없었다.
판도라의 수호자들은 제국의 최측근들이라고 하지만 최측근보다 더 가까운, 말하기 힘든 그들 만의 유대감과 끊어질 수 없는 끈이 있었다.
그 끈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지만 강했고 창조주가 직접 맺어준, 이어준 끈이었다.
애초에 창조주의 선택을 받지 않으면 판도라의 수호자가 될 수도 없었지만.
수호자들은 직접 창조주의 선택을 받은 자들이기에 다른 사람들 보다 유독 유대감이 강했고, 말을 하지 않아도 다른 수호자가 무얼 원하는 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
“희망을 원하시는 건가요?”
흠칫-
허를 찌르는 루미노소에 프리모는 순간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흠칫 하며 놀라고 말았다.
“숨길 수가 없겠군.”
란포가 어린 나이임도 여러 여자를 만나왔다는 건 그의 성격이 한 몫 했다고 할 수 있었다.
원래 란포는 똑똑한 아이.
그 똑똑한 아이가 여자를 좋아하니 여자가 좋아할 만한 행동을 의식적으로, 고의로 했었고 그런 행동들에 여자들은 란포에게 빨 들 고 만 것.
즉. 란포의 여자들은 란포가 원해서 직접 꼬신 여자들이었다.
반대로 루미노소의 여자들은 그 자신이 원하지 않아도 색욕의 매력 때문에 알아서 루미노소에게 들러붙었고 루미노소는 그런 여자들이 싫어서 일찍이 수행을 하러 떠났다.
하지만 수행에서도 여자들은 있었기에 그에게는 여자가 끊임없이 들러붙었고 루미노소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여자를 밀어내는 법을 배웠다.
란포는 여자가 좋아서 여자를 꼬시는 방법을 익혔다면 루미노소는 끊임없이 들러붙는 여자들 때문에 여자들을 밀어내는 방법을 익혔다.
두 사람은 여자들의 대해 잘 알았지만 란포와 루미노소의 차이는 엄연히 존재했다.
그래서 란포에게서 희망의 대한 해답을 얻지 못했다면 루미노소에게도 조언을 구할 수 있는 것.
희망 때문에 루미노소를 부르긴 했지만 루미노소에게 고민 상담을 하기 위해 부른 면도 없잖아 있었다.
“희망은 만났나?”
“만났습니다.”
“어땠나?”
“나쁘지 않았습니다.”
“후우- 다행이다.”
마치 연인을 부모님께 처음 소개하는 사내처럼 다연의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안절부절하며 가만히 있지 못하는 프리모가 루미노소는 귀여웠다.
“그래서, 본론으로 들어가면 황제께서는 무엇이 문제이신 건지?”
서론은 이제 그만하고 본론에 들어갈 때.
루미노소는 방금 좋은 걸 보고 와서 그 여운이 가시기 전에 일을 끝내고 싶었다.
“내가…희망과 가까워 지려면…”
“지금입니다.”
“뭐?”
프리모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루미노소는 웃으면서 지금이라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 뜻을 이해할 리 없는 프리모는 되물었다.
“황제께서 희망과 가까워지시려면 지금이 좋은 시기입니다.”
“지금?”
“네, 지금 희망을 만나러 가시지요.”
“하지만….”
아까도 다연의 방에 다녀왔다.
자주 가는 건 절대 좋지 않은 상황.
무엇보다 다연에게 네가 좋은 것 같다며 고백 아닌 고백을 하고 와서 다연을 볼 면 목이 없었다.
“아까, 다연에게 고백을 하고 와서…”
고백을 하고 왔다?
해결방안을 주러 온 루미노소에게 그새 참치 못하고 똥을 선사하는 프리모를 보며 루미노소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미쳤습니까?”
“그런 것 같다.”
미쳤냐 물어보는 루미노소에게 진지하게 미친 것 같다고 말하는 프리모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
루미노소는 다시 한번 아까를 다시 생각해보며 어느 곳에서 빠져나갈 부분이 있는 지 찾아봤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방금 사건이 임팩트가 너무 커서 프리모의 장난 어린 고백 같은 건 잊고 있을 것 같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빠져나갈 구멍 그 자체야.’
“괜찮습니다. 지금 다녀오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왜?”
“제가 방금 희망을 보고 오지 않았습니까? 지금이 딱 좋은 시기입니다, 지금 당장 가세요.”
너무나도 확실하게 그리고 단호하게 말하는 루미노소의 말에 프리모는 엉겹결에 다연의 방으로 쫓겨난다.
“희망을 위로해주세요. 그리고 지금 황제께서 내세울 건 오직 권력밖에 없습니다.”
“뭐라고?”
“어서 가세요.”
황제의 알현실임에도 불구하고 황제를 쫓아낸 색욕의 수호자 루미노소.
졸지에 제국 최초로 수호자에게 쫓겨난 신세가 된 프리모였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내세울 건 권력밖에 없다니….”
프리모는 알현실에서 강제로 쫓겨나자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다연의 방으로 향했다.
*
*
<다연의 방 >
“아뢰겠습니다.”
“됐다. 내가 알아서 들어가지. 이만 물러가라.”
“네.”
다연에게 프리모가 온 걸 아뢰겠다는 시종에게 프리모는 필요 없다며 시종을 치웠다.
프리모는 다연의 방에 들어가려 문 손잡이에 손을 올렸지만 정작 문고리를 돌릴 자신이 없어 그저 문고리만 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다연의 방에서는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프리모는 자신이 잘못 들었나 하고 의심하다 다시 한번 들리는 흐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문고리를 돌리고 들어가버렸다.
*
*
“왜…?”
프리모가 들어가자마자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다연.
그런 다연의 얼굴에는 미쳐 닦지 못한 눈물이 흐르고 있었고 프리모는 그냥 다연을 안아버리고 말았다.
“미안하다… 미안….”
어린아이다.
아직 성인식도 하지 않은 나이의 어린아이.
이 어린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나오다니.
살기 좋은 제국을 만들자는 프리모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내버리는 눈물이었다.
“대체 무엇 때문에…? 누가 너를 울린 것이냐?”
프리모는 정말 알고 싶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이 아이가 왜 우는 것인지
이런 아이조차도 웃으며 살 수 있는 제국은 아닌 것인지.
누가 감히 제국의 아니,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희망을 울린 것인지 알고 싶었다.
“프리모…”
“말 해봐, 다 들어줄게.”
빈말이 아니었다.
지금 다연이 무엇을 원하던 다 들어줄 의향이 있었다.
물론 다연에게 위험한 부탁만 아니면 무엇이든지, 기꺼이.
“권력이 필요합니다.”
그녀의 바람을 이뤄주기 위해 물은 것이었지만 전혀 예상치도 못한 답변에 프리모는 놀라고 말았다.
어린 아이의 입에서 권력이라니…?
“지금 뭐라고…”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권력이 필요합니다.”
다연의 바램을 장난으로 치부하기에는 다연의 눈빛은 너무나도 진지했음으로 프리모는 그저 말도 잇지 못한 채 멍하니 다연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전 이 제국의 공작 영애라고 할 수 있는 이조판서 이병산의 여식입니다. 계속 그런 삶을 살아왔던 제가 공물이라는 이유 하나로, 누군가의 납치 하나로 평민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대우에 지쳤습니다. 전, 제가 무시 당하지 않을 만한 권력이 필요합니다.”
“…….”
아무래도 루미노소가 무언가를 본 듯 하다.
내 고백이 상관 없을 거라더니…
분명 내가 간 뒤에 무언가가 왔다 같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다연을 공격했다.
다연이 이렇게 가시가 돋힌 것도 그 이유겠지.
“권력을 손에 넣어서 무엇을 할 것인가?”
“제 손에 권력이 들어온다면….”
다연은 말을 잇다 말고 망설이는 듯이 말을 아끼다 이내 입을 열었다.
“윗사람을 함부로 무시 못하는 나라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 말은 네 권력으로 너보다 낮은 직위의 자들을 깔아뭉갠다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역시, 어린아이는 어린아이다.
자신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나 알고나 그런 말을 하는 것인가
뒷일은 생각하지 않은 듯한 답변에 프리모는 순간 다연이 한심해졌다.
공작영애같은 지위였다면 아버지 밑에서 배우는 것도 많았을 텐 데, 그것조차 모르고 있다니.
지금 다연이 하려는 일은 프리모의 신념을 반하는 것.
그것은 반역과 다름 없었다.
그런 자에게 권력을 줄 황제가 어디에 있겠는가.
지금 다연의 말로는 프리모가 다연에게 권력을 줄 명분은 만들지 못했다.
“황제께서 만드신 대공의 특별법.”
“대공의 특별법이라니?”
“루에 특별법. 1. 루에는 판도라 제국을 세울 때 자신의 목숨을 바쳐가며 식탐의 수호자인 란포를 데려왔기에 제국에서 황제 다음으로 가장 높은 직위 ‘대공’이라는 수여한다. 또한 그는 이 제국의 대공으로서 마땅히 존중 받아야 할 것이며 루에를 욕하거나 노골적이게 피하거나, 대공이 불편할 정도의 눈치를 주는 자는 이 루에 특별법으로 황제가 직접 엄히 다스린다.”
“…….”
법을 알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지만 알고 있는 것을 넘어 그 법을 아예 외워버렸다.
“무엇을 원하는 거야?”
“아무것도.”
법을 외울 정도면 아무것도 라는 건 아니잖아.
루에의 관한 일이라서 이러나?
“전 지금 권력만 가질 수 있다면 제가 납득할 수 있는 선에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그런 말은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 좋을 터인데, 말의 무게라는 걸 좀 알아줬음 좋겠군.
“그러면, 황후도 할 수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