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는 한국인 수학자가 미국 CMI(Clay Math Institute)에서 선정한 세계 7대 수학 난제 중 하나를 증명하는데 성공했다는 내용이 나오고 있었다.
“샬롬. 끅 내가요. 이스라엘 유학도 갔다 온 몸이에요.”
민서희는 어느새 술에 취해 뉴스를 보며 술주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인터뷰 요청 실패하면 어떻게 해요? 흐아앙 나 서울 가면 죽는단 말이에요.”
그리곤 이제 울기까지 하였다. 안경식은 당황하였다.
“아 저 서희씨 여기서 갑자기 이러면 안 됩니다. 어서 나가서 숙소에서 자이소. 일단 비즈니스호텔로 가시죠.”
술집의 다른 손님들이 그들을 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안경식은 이마와 등에서 땀이 났다.
“아하하 죄송합니다. 동료가 술에 많이 취해서요. 죄송합니다.”
“야, 이 나쁜 자식아 네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나 어떻게 책임질거야? 어떻게 할 거야? 그리고 또 호텔로 데리고 갈려고? 그래 네 맘대로 다 해라.”
잔에 가득 차 있던 술을 비운 민서희는 다시 술주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술렁이는 정도가 아니라 욕하는 소리까지 들렸다.
“아, 아입니다. 아입니더. 오햅니다. 오해. 동료가 취해가꼬.”
안경식은 얼굴까지 빨갛게 달아올랐다. 민서희는 호텔을 예약하고 나온 뒤부터 인터뷰 잡아달라고 생떼를 쓰는 것이 아닌가. 안경식도 사무처장 아저씨에게 전화를 하면서 기대를 했던 인터뷰 요청이 거절당하자, 저녁을 먹고 간단하게 술을 마시러 온 술집에서 민서희가 폭음을 하더니 술주정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아 서희씨 와 그랍니까? 이제 고마 가입시더.”
민서희는 안경식이 팔을 부축하며 일으켜 세우자, 자리에서 일어나며 다시 소리쳤다.
“그래 가자. 가 네가 하고 싶은 데로 다 하자. 그래 호텔로 가자.”
“쉬 쉬 서희씨 조용히 좀 하이소.”
민서희가 소리를 지르자 당황한 안경식은 그녀의 입을 손으로 막고, 억지로 끌고 나가려 하였다. 그리자 술집 안의 손님들은 더욱 큰 소리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아하하 아입니더. 아니에요.”
몇몇 남자 손님이 자리에서 일어나 안경식과 민서희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기 미쳤나? 지금 때가 어느 땐데 성추행이고. 이 새끼가.”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자가 안경식의 멱살을 잡았다. 그리고 술집의 손님들도 점점 그들 주변으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아입니더. 오햅니다. 오해요. 그기 아니고예.”
“아니긴 뭐가 아니고.”
갑자기 안경식의 눈에서 불이 번쩍 났다. 마치 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안경식의 팔에서 풀려난 민서희는 옆 소파에 누워 코까지 골며 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