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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수학자
작가 : 김선을
작품등록일 : 2020.9.9

수학의 세계 7대 난제 중 하나를 밝혀낸 한국의 교수.
전 세계적인 쾌거로 한국의 위상을 높인 사건이 된다.
그리고 그 교수의 수제자가 알수없는 수수께끼를 남긴 채 의문의 시체로 발견된다.
과연 수학의 난제를 푼 수학자는 누구인가?

 
중학생
작성일 : 20-10-20 21:50     조회 : 304     추천 : 0     분량 : 5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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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재영은 유일한 자신의 친구와 나란히 길을 걷고 있었다. 민재식은 어느새 손재영과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초등학교에 이어 중학교까지 같은 곳에 진학하게 되자 제법 철이 든 재식이 손재영에게 손을 내민 것이었다. 손재영 모녀는 여전히 부전시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손재영의 엄마는 손재영이 판검사를 되기를 바라고 있었지만, 자신은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공부해도 자신의 머리로는 판검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손재영은 친구와 헤어져 집으로 걸어갔다. 부전 시장 골목 안에 위치한 빛조차 제대로 들지 않는 단칸방이었다.

 화분 밑에 숨겨놓은 열쇠로 자물쇠를 따고 방문을 열었다. 부엌에 널린 생선에서 나온 비린내가 그를 덮쳤다.

 재영은 잠시 코를 막았다.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창문을 열었다.

 드르륵

 그는 생선이 정말 싫었다. 엄마는 일하느라 밤이 되어야 들어올 것이다. 손재영은 가방에서 오늘 나온 성적표를 꺼냈다.

 “휴우.”한숨이 절로 나왔다. 분명히 이 시험지를 보면 엄마는 또 난리를 칠 것이다. 이제 내년이면 그도 중학교 3학년이었다. 손재영은 벌렁 바닥에 누웠다. 작은 창을 통해 빛이 들어왔다. 그는 멍하니 그 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는 먼지가 보였다. 먼지는 아무 목적도 방향도 없이 공기 속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 먼지를 바라보는 재영의 머릿속엔 왜 먼지들이 움직이다 보면 뭉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그러고 보니 모든 물건은 결국 시간이 흐르면 흩어지거나 파괴되고 있었다. 그럼 어째서 파괴되는 물건들이 생겨나는 걸까?

 주변을 둘러보았다. 큰 덩어리로 된 것들은 식물이나 인간이 만든 것들이었다.

 그렇다면 에너지가 들어가야만 흩어진 물질들을 뭉치게 할 수 있다는 것인가?

 사람들은 먼지를 보면 치우고, 작은 물질들을 모아 필요한 물건을 만들고 있었다. TV, 라디오, 옷, 음식, 치약, 방석, 이불, 신발, 집, 자동차, 유리...

 인간이 사용하는 모든 물건은 자연 스스로 부서진 물건을 바로 이용하는 것은 거의 없었다. 음식을 갈아먹는 정도?

 손재영의 머릿속에선 이러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떠올랐다.

 식물도 태양에너지를 광합성을 통해 자신의 몸을 만들고, 씨앗이나 열매를 만들고 있었다. 에너지가 들어간 것은 물질들을 뭉치게 하고, 자연 상태 속에서 시간은 이를 잘게 나누고 있었다. 과연 사람이 사용하는 물건 중 잘게 나누어진 것들은 쓸모가 없는 것일까?

 자연 상태의 먼지는 아무런 의미도 목적도 그들만의 특성도 없는 것일까?

 아니다.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떠돌아다니는 먼지도 특성이 있었다. 먼지가 바닥에 떨어진 상태를 지켜보던 재영은 갑자기 어떠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누워 있다가 일어나서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의자를 들고 장롱 앞에 섰다. 그는 의자를 놓고 의자위에 올라가 장롱 위에 쌓인 먼지를 살펴보았다.

 손재영은 웃음이 났다.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 먼지는 모두 균일한 두께로 쌓여 있었다. 페인트를 칠할 때는 굳이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뭔가 균일한 두께를 필요로 하는 작업에는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균일한 신호나 에너지가 필요할 때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면 사람이 하는 것보다 훨씬 더 균일하게 만들면서 돈도 들지 않을 것 같았다. 시간만 있으면 되니까.

 먼지는 끊임없이 흩어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잘게 나누어지고 있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가 그러했다. 그리고 그것은 원래 물질의 크기나 결합에 따라 시간적인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어느 정도의 무게와 부피를 가져야만 먼지처럼 공기 중을 떠돌아다니는 것일까?

 손재영은 생각을 하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하염없이 먼지를 들여다보던 손재영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의 양이 적어지며, 붉은 오렌지 빛을 띄우는 것을 보고서야 저녁이 다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는 벽에 걸린 시계를 보고나서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 전구에 달린 레버를 돌려 불을 켰다. 잠시 굳어진 몸을 푼 그는 책상 앞에 앉아 책을 펴고선 공부를 하는 척 했다. 책상이라고 해봤자 바닥에 놓인 조그만 평상에 불과했다.

 

 20여분이 흐른 뒤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드르륵

 손재영은 오늘 먼지에 대해 발견한 것을 내일 학교에서 친구에게 말하기로 결심했다. 물론 아이들은 손재영을 이상한 아이라고 상대조차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건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것들을 물어보면 가서 책이나 보고 성적 올릴 생각이나 하라고 하였다.

 “다녀왔심니꺼.”

 “어 그래, 근데 오늘 보니께 성적표 나온다카던데. 어째 좀 올랐나?”

 손재영은 그 무렵부터 엄마를 보기가 두려웠다. 엄마는 점점 말라가고 있었고, 눈과 얼굴이 누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예전엔 풍성했던 머리칼도 푸석푸석하게 변했고, 군데군데 흰머리도 눈에 띄었다. 그리고 몸이 안 좋아지고, 집안 살림이 안 좋아질수록 엄마는 점점 더 재영의 출세만을 바라고 있었다.

 손재영은 쭈뼛쭈뼛 가방에 쑤셔넣었던 성적표를 꺼내 엄마에게 주었다. 성적표를 꺼내 보던 엄마의 눈에서 불이 났다. 눈이 번들번들 빛나고 있었다. 재영은 벌써부터 기가 죽어 어깨가 움츠러들고 있었다.

 “니 공부를 뭐 우째 하는기고? 엉? 엄마가 이래 빼빠지게 일해가꼬 돈 벌면 뭐 할끼고. 엉? 입이 있으면 말을 해보그라. 엉? 아이구 아이구 내 팔자야. 엉.”

 재영 엄마는 바짝 마른 손을 들어 재영의 어깨와 등을 때렸다. 하지만 힘이 없어 전혀 아프지는 않았다. 재영은 그런 엄마를 보자 짜증이 났다. 어렸을 때는 엄마랑 같이 울기도 하고, 공부를 하려고 노력을 하였다. 그러나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학교 공부는 달랐다. 자신은 뭔가 다른 걸 하고 싶었다. 그걸 몰라주는 엄마가 미웠다.

 “아이씨 고마 해라. 그래도 이 정도면 잘 한 거 아이가. 반에서 20등 안에 들면 인문계는 갈 수 있따 안카나.”

 자신을 때리는 엄마의 손을 잡고 재영이 소리를 질렀다.

 “으흐흐흑.”

 엄마는 주저앉아 흐느껴 울었다.

 “와 그라는데. 내 이정도면 인문계 갈 수 있다고.”

 재영이 다시 한 번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재영모가 다시 일어나서 그런 재영을 보며 말했다.

 “누가 인문계만 가면 끝이라나? 판검사 될라문 이정도론 안 된다. 전교 10등안에 들어야 된다 안카나. 내가 이럴라꼬 이래 고생해가매 돈 벌어온 줄 아나? 당장 앉아서 공부해라. 엉? 재영아. 이거 책 봐라. 책 이럴 시간 읎다. 어서 공부해라. 공부.”

 책상 위에서 아무 책이나 집어든 엄마는 재영의 눈앞에 책을 들이밀었다. 재영은 그런 책을 뿌리쳤다. 엄마의 눈빛은 광기로 번들거렸다. 재영은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엄마가 답답하게 느껴졌다.

 이 좁은 방만 벗어날 수 있다면...

 “아이 다 필요읎다. 나 나갈끼다 찾지 마라.”

 손재영은 그런 엄마를 뿌리치고, 밖으로 나갔다. 골목을 지나자 부전 시장이 나왔다. 비릿한 생선 비린내가 그의 코를 반겼다. 비린내가 싫었다. 자신의 미래도 그렇게 썩어 문드러질 것만 같았다. 나는 절대 엄마처럼 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무작정 시장을 벗어나기 위해 뛰었다.

 

 “하하하 니 진짜 웃기데이. 그기 말이 되나?”

 “왜 안되노? 된다. 나중에 봐라.”

 민재식은 손재영의 말이 마냥 웃기기만 했다. 여러 가지 황당하고 말도 안 되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이번은 정말 웃겼다. 먼지 떨어지는 것이 인류에게 도움이 된다니.

 “하하하하.”

 재영의 친구는 다시 한 번 웃었다.

 “니들 안자나?”

 친구 엄마였다. 깜짝 놀란 아이들이 시계를 보자 어느새 밤 12시였다.

 “야야 재영아 니 집에 안 가나? 느그 엄마가 전화왔었다. 퍼뜩 집에 드가그라.”

 “예. 알겠심니더.”

 손재영은 다락방에서 일어났다. 다락방 천장이 낮기 때문에 허리를 숙이고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잘 가리.”

 “엉 내일 보재이.”

 민재식은 다락방에서 얼굴만 내밀어 손재영에게 인사하였다. 가난한 집 아이였던 재영이는 몸에서 늘 비린내가 났다. 그리고 옷도 낡고 바랜 옷 밖에 없었다. 자기 방에 냄새가 배는 게 싫었던 재식이는 재영이 놀러오면 늘 다락방으로 올라갔었다. 재영이 나가자마자 재영의 친구는 다락방 창문을 열어놓고, 자기 방으로 내려왔다.

 “안녕히 계시소.”

 “오냐 그래 퍼뜩 드가그라. 엄마 걱정하시겠따.”

 “예.”

 손재영이 인사를 꾸벅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가 나가자마자 친구 엄마는 코를 막으며 창문을 열었다.

 “아이고, 야야 니도 쟈랑 그만 만나고 댕기라. 공부도 그래 잘하는 것도 아이고, 엉 그라고 그런 거는 또 둘째치고 아따 마 냄새나서 죽겄다.”

 “와? 그래도 윽수로 재밌다.”

 재식모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마루까지 내려와 하늘을 바라보던 민재식은 엄마가 열어놓은 창문을 닫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손재영은 벽에 기대어 재식이네 집 대문 밖에서 방문이 닫히는 소리까지 들었다. 손재영은 가만히 자신의 소매를 들어 올려 냄새를 맡아보았다. 가장 감각이 빨리 적응하는 것이 후각이라고 하였었나?

 그는 미처 알지 못했던 자신의 몸에서 나는 비린내를 맡을 수 있었다. 생선 장사를 하는 엄마는 매일 생선을 집까지 들고 왔다. 좁은 집 안에 생선을 들여놓으면 늘 그 냄새가 온 집안을 물들이곤 했다. 밖에 두면 도둑이 훔쳐간다고 늘 집 안에 가지고 들어오는 엄마가 미웠다. 그리고 실제로 몇 번 도둑맞기도 하였다.

 손재영은 집에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그는 생각을 하다가 부전시장 안에 위치한 방앗간이 떠올랐다. 손재영은 방앗간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거기엔 자신만이 아는 방앗간 개구멍이 있었다.

 손재영은 주변을 살폈다. 밤 12시가 다 되었기 때문에 시장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재빨리 그 문틈 사이 개구멍을 비집고 들어갔다.

 덜컹

 손재영이 들어오자 철문 틈이 닫히며 큰 소리가 났다. 손재영이 놀라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휴우.”

 손재영은 한숨을 쉬며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컴컴했지만 곧 어둠에 익숙해졌다. 재영은 안쪽으로 더 들어갔다. 손님들이 앉아서 참기름 짜는 모습을 감시하는 작은 소파가 보였다. 그 소파는 나무의자가 아니라서 누워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새벽이면 아줌마가 들어올 테지만 문이 열리는 소리에 잠에서 깰 것이다. 그러면 기름 짜는 기계 뒤로 숨었다가 아줌마가 방으로 들어가서 전기를 켜고 준비를 하는 동안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되었다.

 머릿속으로 내일 아침에 몰래 빠져나갈 시뮬레이션을 마친 손재영은 의자에 누웠다.

 깜깜했다.

 피곤하고 힘든 하루였다. 손재영은 자고 싶었다.

 하지만 머릿속은 맑아졌다.

 이상하게 아빠가 생각났다.

 전혀 얼굴이 떠오르지도 않고 본적도 없었지만 아빠 생각이 간절하게 났다. 어렸을 적엔 배를 타고 돈 벌러 나갔다고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어느 정도 상황을 알게 된 손재영은 엄마를 다그쳤다. 그리고 엄마의 입에서 듣게 된 아빠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하였다던 아빠는 잠시 쉬러 내려온 고향에서 엄마를 만났고, 둘은 집안 어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하였다고 들었다.

 동거를 하던 중 재영의 임신으로 돈을 벌어야만 했던 아빠는 대학도 그만 두고, 막노동 일을 하다가 죽었다고 들었다. 재영은 괜스레 눈에 눈물이 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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