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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수학자
작가 : 김선을
작품등록일 : 2020.9.9

수학의 세계 7대 난제 중 하나를 밝혀낸 한국의 교수.
전 세계적인 쾌거로 한국의 위상을 높인 사건이 된다.
그리고 그 교수의 수제자가 알수없는 수수께끼를 남긴 채 의문의 시체로 발견된다.
과연 수학의 난제를 푼 수학자는 누구인가?

 
병원
작성일 : 20-10-20 21:42     조회 : 313     추천 : 0     분량 : 4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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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합병원에 들어서자 바삐 움직이는 의사와 간호사가 보였다. 대기 의자에 앉아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환자도 있었고, 링거병이 걸린 옷걸이처럼 생긴 지지대를 밀며 걸어가는 입원 환자도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를 박민용 교수가 걸어가고 있었다.

 그는 묵묵히 걸어가다가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는 1층에서 접수를 받고 있던 간호사에게 가 물었다.

 “1247번 고객님이신가요?”

 “아니요 잠시 말 좀. 여기 입원병동이 어딥니까?”

 간호사는 무척 바빠 보였다. 정신없이 컴퓨터를 두드리던 약간 뚱뚱한 간호사는 여전히 앉은 상태에서 박민용 교수를 흘깃 바라보곤 대답했다.

 “이 건물 4층부터요.”

 감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무미건조한 대답이었다. 바쁜 업무와 일상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이리라.

 박민용 교수는 혼자 고개를 끄덕거리곤,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순간 제대로 물어보기 위해 박민용 교수는 다시 몸을 돌렸다.

 “암병동도 거기 있나요?”

 다른 고객 접수를 받고 있던 간호사는 고객과 말을 하던 것을 멈추고는 박민용 교수를 보며 말했다.

 “암병동이요? 입원실이요?”

 그녀는 여전히 귀찮은 얼굴이었다. 어리바리한 중년의 사내가 찾아와서 자꾸 이것저것 물어보는 게 짜증난 모양이었다.

 “말기암환자들을 위한 호스피스 병동말이오. 어디 있소?”

 잠시 머뭇거리던 박민용 교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짜증이 가득 담긴 간호사와 그녀 앞에서 말을 하던 60대 할머니로 보이는 여성이 말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어디오?”

 박민용 교수가 다시 한 발 나서며 물었다. 간호사의 얼굴이 펴졌다. 미안함과 당혹스러움이 보였다.

 “아 예 그러니까 접수실 뒤 쪽 복도를 쭉 따라서 나가면 정원이 나올 거예요. 그리고 그 정원을 가로질러 가면 정사각형의 백색 건물이 나오는데, 그게 호스피스 병동입니다.”

 간호사의 목소리는 한결 부드러워져 있었다. 박민용 교수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뒤를 돌아서 걸어가자, 그녀들은 박민용 교수의 눈치를 보며 소곤소곤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알고 있었다.

 그녀들이 어떠한 이야기를 하는지를 말이다.

 하지만 박민용 교수는 성큼성큼 자신의 길을 가고 있었다.

 

 ‘가애란’

 병실 문에서 이름을 발견한 박민용 교수는 문을 열었다.

 철컥

 가습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그 연기사이로 누워있는 사람이 보였다.

 가애란이었다.

 박민용 교수의 부인이었다.

 “누가 여기 오래?”

 앙칼진 목소리로 박민용 교수를 맞이한 사람은 젊은 여성이었다. 피부가 약간 까무잡잡한 그녀는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으로 보였다. 그녀의 표정은 매우 표독스러웠다. 마치 벌레를 보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엄마는 괜찮니?”

 “누가 당신보고 여기 오랬냐고?”

 박민용 교수의 부인은 산소 호흡기를 한 채 자고 있었고, 옆에서 책을 보고 있던 딸이 계속 대답하였다.

 “수고했다. 이제 나가서 일 봐.”

 “아니 당신이 나가야지. 내가 여길 왜 나가.”

 박미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민용 교수 앞으로 걸어갔다. 마치 권투선수처럼 박민용 교수의 바로 앞에 서서 그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박미진은 이제 더 이상 눈물도 나지 않았다. 아빠에 대한 분노만이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해를 해보려고 하였다.

 하지만 장장 10년이 넘는 세월이었다. 그 세월동안 박민용이라고 불리는 저명한 교수님은 수학 문제에만 빠져 살고 있었다. 집안일에 신경을 쓰지도 않았고, 자식들에게도 관심조차 없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엄마한테만은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박민용 교수가 엄마를 대할 때 태도는 마치 가족이 아닌 사물을 대하는 것 같았다. 어떻게 결혼을 했는지도 의문스러울 정도였다. 속을 태우며, 그런 아빠를 늘 곁에서 지켜주던 엄마가 결국 암으로 쓰러져 투병생활을 할 때도 병원 한 번 같이 오지 않았다. 마치 자신의 생명줄인양 수학 문제를 풀기위한 일념으로 살고 있을 뿐이었다.

 “얘 그만해.”

 힘이 없고 건조한 목소리가 박미진의 뒤에서 들렸다.

 “엄마 깼어? 미안해 내가 너무 소리가 컸지?”

 박미진은 가애란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그녀는 가애란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엄마. 잠 좀 자둬. 내가 소리 질러서 미안해.”

 가애란은 그런 박미진의 손을 쓰다듬으며 말했다.“고생했어. 우리 딸. 쉬익 헉헉 엄마가 아빠랑. 헉 시간을 가져도 되겠니? 허억 헉.”

 박미진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아빠라는 말만 들어도 금세 볼이 빨개지며 흥분하였다.

 “알겠어. 엄마 부탁이니까 들어줄게. 하지만 힘들면 누워 자. 그럼 밖에 잠시 나가있을 테니까 얘기 끝나면 연락해. 휴대폰 여기 있어.”

 가애란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박미진은 그런 가애란에게 휴대폰을 손에 쥐어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밖으로 나가며 박민용의 얼굴을 무섭게 쏘아보았다.

 그러나 박민용 교수는 그런 그녀를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그의 눈은 가애란에게 가 있었다. 박민용 교수는 가애란에게 걸어가 그녀의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병원 입원실 특유의 에탄올 냄새와 락스같은 소독약 냄새가 났다. 침대 옆 테이블 위에 놓인 가습기에서는 끊임없이 수증기가 공기 중으로 분산되고 있었다.

 의자에 앉는 순간 박민용 교수는 잠시 아찔하였다. 현기증이었다.

 “일은 다하고 온 거에요? 허억 헉. 그리고 TV에서 봤어요. 헉. 축하해요. 많이 바쁠 텐데 허억 헉. 쉬익 여기는 뭐 하러 왔어요? 쉬익 헉 허억.”

 가애란은 갈라진 목소리로 한 자 한 자 음식물을 씹어 삼키듯 힘겨운 말투로 얘기하였다. 중간중간 숨쉬기가 힘든지 가쁜 숨을 내쉬었다.

 “내가 너무 늦었지? 정리할 게 좀 있었어.”

 “아니요 괜찮아요. 쉬익 헉 이제 일을 끝내서 다행이네요. 잘 했어요. 허억 헉헉.”

 박민용 교수는 잠시 아내 가애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예전에 보고 만졌던 통통하고, 붉었던 볼은 움푹 패어 있었고, 젊은 시절 자신의 설레게 했던 길고 탐스러운 머리칼은 어느새 푸석푸석하게 변해 있었다.

 손을 잡았다.

 손은 뼈만 남고 거칠었다. 나뭇가지를 잡는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아내를 자세히 볼 시간이 없었다.

 “나 때문에 쉬익 헉. 귀한 시간 빼앗는 거 아닌가. 아닌가 허억. 모르겠네요. 피곤할텐데 어서 집에 가 쉬익. 허억 헉. 쉬어요. 허억 후아.”

 아픈 와중에도 아니,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와중에도 자신을 챙겨주는 아내가 이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갑자기 너무 허탈하였다. 자신이 그렇게 쫓고 있던 꿈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그건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자신에게 쏟아지는 찬사를 듣기 위해서 한 게 아니었다. 순수하게 이 문제의 증명과정이 궁금했을 뿐이었다. 아니 수학적으로 맞는지 정확하게 알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긴 시간을 연구하며 밝혀낸 것은 자신의 능력으로는 풀 수 없다는 것이었다. 손재영이라는 천재를 통하여 정리를 밝혀냈을 때도 그렇게 크게 기쁘지가 않았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박민용은 지금까지 자신을 속이고, 기만했을 뿐이었다. 아내는 아마 모를 것이다. 자신이 어떤 느낌일지. 하지만 손재영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아내에게 만큼은 자신이 이룬 것으로 남기고 싶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을 믿고 기다려준 아내가 아니, 아내가 자신을 기다려준 시간이 아무 의미를 띄지 않게 될까봐 그게 더 두려웠다.

 “미안하오. 미안해. 이 말 밖에 해줄 말이 없구려.”

 하지만 여전히 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박민용을 가애란은 불쌍한 듯이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도 우리 미진 아빠가 후악 하악 해내는 걸 살아서 보다니 다행이네요. 쉬익 허억 우리 미진 아빠가 이런 사람인 줄 허억 허억 쉬익. 몰랐어요. 그동안 수고했어요. 헉헉. 이제 다 내려놓고 쉬익. 헉. 쉬세요. 이렇게 지금이라도 나를 허억 후악. 바라봐줘서 고마워요. 당신이 너무 하아. 하악. 자랑스러워요.”

 가애란은 오히려 박민용 교수의 손등을 쓰다듬으며 그를 위로했다.

 그 순간, 박민용 교수는 지금까지 자신을 지탱해오던 벽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수고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속에서 참아왔던 그 모든 감정이 터져나왔다.

 “흐흑 흑흑 흐흐 허엉엉.”

 어린아이처럼 가애란의 품에 안겨 박민용 교수는 눈물을 터뜨렸다.

 ‘적어도 그녀가 살아있을 동안만이라도 비밀이 지켜져야 해.’

 한동안 그는 그렇게 가애란의 품에 안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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