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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수학자
작가 : 김선을
작품등록일 : 2020.9.9

수학의 세계 7대 난제 중 하나를 밝혀낸 한국의 교수.
전 세계적인 쾌거로 한국의 위상을 높인 사건이 된다.
그리고 그 교수의 수제자가 알수없는 수수께끼를 남긴 채 의문의 시체로 발견된다.
과연 수학의 난제를 푼 수학자는 누구인가?

 
노숙자
작성일 : 20-09-26 16:18     조회 : 288     추천 : 0     분량 : 4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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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빠앙

 뒤차였다.

 하지만 앞차가 나가지 않는 마당에 경적을 울려봤자 소용없는 짓이었다.

 “에이 젠장 큰 길로 가는 건데.”

 박민용 교수는 출근길에 꼼짝없이 갇히고 말았다. 조금 일찍 가려고 샛길로 들어온 것이 화근이었다. 좁은 길에서 사고가 나자 모든 차들이 멈춰버리고 만 것이었다.

 빵빵 빵빠앙

 박민용 교수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앞을 보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아침부터 머리가 지끈지끈거렸다. 어제 정리를 하다만 공식도 떠올랐다. 점점 더 골치가 아팠다.

 똑똑똑

 눈을 감고 운전석 시트에 뒷머리를 대고 누워있던 박민용 교수의 귀에 노크 소리가 들렸다. 그는 무심코 눈을 떠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거지였다.

 하지만 얼굴은 거지상이 아니었다. 때가 낀 꾀죄죄한 얼굴은 소년 같았고, 눈의 흰자는 파랗게 보일 정도로 하얗게 빛났다. 박민용 교수는 자신도 모르게 차창을 내렸다.

 “안녕하십니꺼. 교수님 밥 사묵게 돈 좀 보태주이소.”

 그의 당당한 말투에 허생전의 허생이 떠올랐다. 장안의 제일가는 부자인 변씨를 만나면서도 당당하게 굴었다던 바로 그 허생말이다. 박민용 교수는 갑자기 허생을 떠올린 자신이 우스웠다.

 자기도 모르게 지갑에서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어 그에게 건넸다.

 “고맙십니데이.”

 그는 다른 노숙자나 거지들과 달리 비굴한 웃음을 지어보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돈을 받는 그의 표정은 슬퍼보였다. 평소 같으면 못 본체 하고 지나쳤을 그였지만 이렇게 돈을 건네주는 것도 신기하였다.

 ‘응? 잠깐.’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떠올랐다.

 “저기, 저기, 잠깐만요.”

 박민용 교수가 다급하게 부르자 돈을 받고 인도로 나가던 그 거지가 뒤를 돌아보았다. 박민용 교수는 앞차가 서서히 움직이는 것을 보자 마음이 급해졌다. 그는 황급히 그 거지를 향해 어서 오라는 손짓을 하였다.

 “이리 와보시오. 잠시 만요.”

 그 거지는 천천히 걸어오다 차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우뚝 그 자리에 서 버렸다.

 “와요?”

 그 거지는 인도에 서서 물어보았다.

 “내가 교수인 줄 어떻게 알았소.”

 그 거지가 웃으며 말했다.

 “예전에 잡지에 기고한 글을 봤다 아입니꺼. 리만-제타 함수를 설명한 거요. 몇 년 전에 본 건데 거서 얼굴과 이름을 봤십니더.”

 빠빠앙

 또 뒤차였다.

 박민용 교수는 뒤를 한 번 흘깃 쳐다보고는 기어를 D로 바꿨다. 차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다시 인도를 바라보았을 때, 어느새 그 거지는 사라지고 없었다. 아침 출근 인파에 묻혀 사라져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는 고개를 내밀고 두리번거리며 그 거지를 찾았다.

 빵 빵 빠앙

 더욱 크게 경적 소리가 들렸다.

 박민용 교수는 차창 문을 올리고는 차를 출발시켰다. 어느새 사고가 난 차량들은 한 쪽 구석으로 빠져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거지가 리만-제타 함수를 안다고?

 하지만 박민용 교수는 그 거지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차를 수리 맡긴 날이었다.

 멀쩡하던 차에서 고양이가 가르릉 거리는 것 같은 소리가 심하게 나기 시작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며칠 만에 찾아간 카센터에서는 무슨 벨트가 낡아서 교체해야 된다고 하였지만 무슨 말인지는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일단 제대로 고쳐달라고 하였지만 외제차라 며칠은 걸린다고 하여 당분간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야만 했다.

 “쩝.”

 그는 지하철을 타기 위해 걸어가며 입맛을 다셨다. 평소 번잡한 것을 싫어하던 터라 그는 부산대학교 정문이 아닌 후문으로 지하철역을 향해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자장면을 싫어하던 그였지만 후문 밖에 있는 중국집 자장면 냄새를 맡자 갑자기 속이 출출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혼자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그는 집에 가서 밥을 먹기로 하였다.

 퇴근하기 전 상황이 떠올랐다.

 

 “어 박민용 교수님 아니신가요?”

 “예 안녕하세요.”

 자연대학장인 정영진 박사였다.

 “그래 요즘은 그 정린가 뭔가 잘 되고 있습니까? 세계 난제라 해서 열심히 지원을 해드리고는 있는데 이렇게 성과가 느려서야 어디 제 체면이 서야 말이죠. 흐흐흐.”

 또 그놈의 성과 타령이었다. 기초과학은 며칠 몇 달 만에 성과가 나지 않는다는 걸 몇 번이나 설명을 해줘도 돌아서면 까먹는 그런 녀석이었다.

 “이제 이론적인 기반을 잡아가고 있는 단계죠.”

 박민용 교수는 일부러 바쁜 척 빨리 건물 밖으로 나가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리 만만한 정영진 박사가 아니었다.

 그는 대화에서 빠져나가려는 박민용 교수의 팔을 우악스럽게 잡았다. 박민용 교수는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허허 그런 말이나 듣자고 여기까지 온 줄 압니까? 외국에서 유학도 하셨고, 우리나라에서도 손꼽히는 교수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니까 섭하네요. 이거 제 체면 좀 한 번 살려주세요. 실력이 있으시잖습니까? 그렇게 결과가 안 나오면 그거 말고 그 때 제가 말씀드린 복잡계 자기 조립에 대한 연구에 대해서 진행하시라니까요.”

 박민용 교수는 그의 팔을 뿌리치며 대꾸했다.

 “시답잖은 논문 몇 편 쓸 거였음 여기 도전하지도 않았소이다.”

 박민용 교수는 아차 싶었다. 그가 이렇게 말대꾸하기만을 기다린 사람이라는 것을 순간 깜박하였다.

 “아 말 한 번 잘하셨네요. 말도 안 되는 연구한답시고 돈 까먹지 말고, 눈에 보이는 성과를 보여 달라고요. 예? 교수님. 그 시답잖은 논문 얼마든지 내실 수 있잖습니까? 지난번처럼 표절이니 뭐니 하는 의혹이나 받으면 제가 얼마나 곤란한지 아세요?”

 표절이란 말을 듣자 흥분한 박민용 교수가 몸을 돌려 한 마디 쏘아붙였다.

 “그 때는 우연히 연구가 겹친 것일 뿐 나는 밴더필드란 교수를 모르오. 그리고 전화기를 발명한 벨처럼 우연히 연구가 겹치는 경우가 있다고 내가 몇 번이나 말했소이까? 그럼 나는 바빠서 먼저 가겠소.”

 정영진 교수는 다시 몸을 돌려 걸어 나가는 박민용 교수 뒤로 말을 던졌다.

 “다 교수님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역정만 내지 마시고 잘 생각해 보십쇼.”

 그러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민용 교수는 사라지고 없었다. 정영진 박사는 쓴웃음을 지으며, 혼잣말을 하였다.

 “병신처럼 깐깐하게 굴기는 지가 무슨 천잰줄 알고. 흐흐흐”

 텅 빈 복도를 울리며 그 소리는 박민용 교수의 귀에도 들어왔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박민용 교수의 얼굴이 절로 찌그러졌다.

 하지만 눈에서는 불이 튀었다.

 

 “아이고 안녕하십니꺼?”

 생각에 잠긴 채 고개를 숙이고 걷고 있던 박민용 교수에게 누가 말을 걸었다. 박민용 교수는 고개를 들었다.

 “...”

 노숙자였다.

 박민용 교수는 그 노숙자를 슬쩍 쳐다보고는 다시 고개를 숙인 채 걸음을 바삐 옮기기 시작했다.

 “저 기억 안 나십니꺼?”

 박민용 교수를 따라오며 그 노숙자는 재차 말을 걸었다. 그리고 그 두 번째 말을 듣고 나서야 박민용 교수는 걸음을 멈췄다. 혹시나 해서 박민용 교수는 그 노숙자를 다시 바라보았다.

 꾀죄죄한 때가 잔뜩 낀 얼굴과 다 갈라지고 부르튼 보라색 입술, 껑충한 키에 말라서 광대뼈와 턱뼈가 드러나 보이는 그는 반곱슬머리가 마구 헝클어진 채 이마와 눈을 다 가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입고 있는 누더기 같은 옷에서는 걸레가 물을 먹고 썩는 것 같은 냄새가 났다.

 그를 관찰한 다음 다시 몸을 돌려 자신이 가려던 길을 계속 걸어가려던 박민용 교수는 갑자기 무언인가 떠올랐다.

 “어? 혹시 그 때 리타 제만 함수...”

 며칠 전 출근길에서 자신에게 구걸하였던 그 노숙자가 생각난 박민용 교수는 놀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손가락을 들어 그의 얼굴을 가리켰다.

 “허허허 우째 기억하시네예.”

 그는 군데군데 썩은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

 꿀꿀한 기분 탓도 있었지만, 묘하게 호기심이 가는 인물이었다. 거지꼴을 하고선 리타-제만 함수라니.

 “그럼 여기서 이러지 마시고, 뭐 어디 식당이라도...”

 박민용 교수는 무엇엔가 홀린 것 같은 사람 같았다. 선선히 그 노숙자에게 저녁을 먹자는 제안을 하였다.

 “흐흐 그라입시다.”

 그 노숙자는 흔쾌히 대답하였다.

 자신과 비슷한 나이또래로 보이는 그를 보며 박민용 교수는 좀 전에 봤던 중국집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상한 일이었죠. 평소에는 그러지 않는데, 마치 귀신에 홀린 것 같은 날이었죠. 그리고 손재영과의 나의 만남은 마치 하디 교수와 라마누잔의 만남이라고도 할 수 있었지. 정말 운명의 장난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죠.”

 박민용 교수는 과거를 회상하고 있었다. 그는 마치 넋이 나간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아이고 나가나가. 여가 어디라꼬 기 들어오노?”

 중국집에 들어서자마자 막 자장면을 손님 앞 식탁에 올려놓던 아줌마가 손사래를 치며 소리를 질렀다.

 “룸으로 주세요. 손님입니다.”

 그 거지와 함께 들어서는 박민용 교수가 말을 하자 그들을 흘끔 쳐다본 아줌마는 수긍을 하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면서도 여전히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랗지 이기 뭐...”

 주인으로 보이는 아줌마는 말을 흐렸다.

 “여기 39,000원짜리 탕수육 짬뽕 세트 주세요.”

 벽에 붙은 메뉴판을 보던 박민용 교수가 말을 마치자마자 환하게 웃으면서 그 주인아줌마는 실실 웃으며 방을 안내하였다. 박민용 교수와 그 거지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왜 자꾸 나한테 말을 거는 거죠?”

 볶음밥을 한 숟갈 먹고는 박민용 교수가 그 거지에게 물었다. 자장면을 정신없이 먹고 있던 그 거지는 입에서 자장면을 우물거리며 말했다.

 (사실 박민용 교수도 자장면을 먹고 싶었으나 교수 체면에 같이 먹지는 못하고 있었다.)

 “아따 그.. 그러니께,”

 “자자 여기 물도 마시면서 얘기하시죠.”

 박민용 교수가 물을 따른 컵을 그에게 밀었다. 이상하게 지난 번 만난 뒤로 그 거지가 자꾸 생각이 났던 건 사실이었다.

 “아따 선생. 아니 교수님. 헤헤 허.”

 그 거지 아니 노숙자. 명칭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는 말을 하려다가 말았다. 뭔가가 필요하였다.

 띵동

 벨을 누르자 주인아줌마가 들어왔다.

 “아따 냄새야. 와요?”

 방이라 그 거지의 냄새가 빠져나가지 못해 방안에 가득 찼다. 중국집 주인아줌마는 재빨리 벽에 붙은 환풍기를 켰다. 그 거지는 멍한 얼굴로 벽만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 죽엽청주 한 병만 주세요.”

 박민용 교수가 시켰다. 가끔씩 동료 교수들이랑 먹곤 했었는데, 그나마 자기 입에는 죽엽청주가 맞았다.

 그 거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술을 못 하시는가?”

 “아. 아입니더. 헤헤헤.”

 술을 상당히 좋아하는 듯 보였다. 흥분이 되는지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고 얼굴은 마치 술을 마신 양 조금씩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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