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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수학자
작가 : 김선을
작품등록일 : 2020.9.9

수학의 세계 7대 난제 중 하나를 밝혀낸 한국의 교수.
전 세계적인 쾌거로 한국의 위상을 높인 사건이 된다.
그리고 그 교수의 수제자가 알수없는 수수께끼를 남긴 채 의문의 시체로 발견된다.
과연 수학의 난제를 푼 수학자는 누구인가?

 
대회
작성일 : 20-10-20 21:48     조회 : 301     추천 : 0     분량 : 9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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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손재영.”

 “예.”

 어느덧 손재영은 6학년이 되었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와 그는 여전히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 재영모는 아직도 생선을 손질하고 있었고, 부전 시장 한 쪽 구석 단칸방에서 잠을 잤다. 생선 비린내가 온 몸을 휘감았다. 자연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어느새 그는 반에서 따돌림을 당하기 시작했다. 창백한 얼굴에 곱상하게 생긴 외모부터 그가 가난하고 힘이 없다는 사실을 나타내주고 있었다. 그렇다고 대놓고 애들이 괴롭히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재영의 어머니는 어린 손재영이 공부를 잘해서 판검사가 되길 바라고 있었다.

 그래서 무리를 하여 집에서 조금 먼 학교를 보내고 있었다. 그 학교는 서면에 위치하고 있었고, 모두 중산층 이상의 자재들이 다니고 있었다.

 단 한 명 민재식은 손재영과 비슷한 동네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친구가 되어 주었다. 그렇다고 친한 친구는 아니었다. 단지 집 방향이 비슷해서 같이 다닐 뿐이었다. 손재영과 친구가 된다는 자체가 반에서 따돌림을 당할 적당한 핑계거리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민재식은 머리가 좋아 공부를 잘했기 때문에 특별히 민재식의 부모님이 무리를 하여 조금 먼 학교로 보내고 있었다.

 어느 날, 키가 작아 반에서도 앞줄에 앉아 있었으며 친구들과 거의 말도 하지 않던 손재영을 선생님이 불렀다.

 반 아이들 모두 수군거렸다.

 “그리고 민재식, 또 한명 김재준.”

 “예.”

 “예.”

 “예.”

 모두 3명이었다.

 “오늘 수업 마치면 청소하지 말고, 바로 교무실로 따라오그라이,”

 “예.”

 여전히 아이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자자 조용히 하고, 반장 어딨노. 마치자.”

 “예 전체 차렷. 선생님께 경례.”

 반장의 구령에 맞춰 모두 인사를 하는 것으로 수업은 끝났다. 그리고 수업이 끝남과 동시에 이름이 불린 3명의 아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교무실로 향했다. 반 아이들은 어렴풋이 그 아이들의 공통점을 찾아냈다. 그건 바로 공부를 잘한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손재영은 뜻밖이었다. 재영은 반에서 10등 안에도 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3명의 아이들은 교무실에서 선생님 앞에 서 있었다. 마치 죄를 지은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자자 이 쌤이 니들을 부른 건 딴 게 아니고, 그 수학 올림피아드라고 전국에서 수학 경시대회 하는 게 있어가꼬 부른기다. 그라니께 저기서 기다리고 있다가 아들 더 오면 박홍식 쌤 따라서 가봐라. 알긋제.”

 “예.”

 아이들은 합창이라도 하듯이 입을 맞춰 대답했다. 조금 기다리자 각 반에서 온 아이들로 교무실이 시끄러워졌다. 박홍식 선생은 그런 아이들을 인솔하여 과학실로 들어갔다.

 

 “자. 빨리 자리에 앉고, 아니 그래 앉지 말고, 한 칸 씩 띄아 앉으라. 느그들 시험볼끼니까네. 알긋제. 자자. 연필은 여기 있다.”

 박홍식 선생은 애들에게 시험지를 나눠주고, 연필과 지우개를 하나씩 주었다.

 이이들은 시험지를 받아들자마자 곧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사각사각

 과학실 안은 아이들이 문제를 푸는 소리로 가득 찼다. 별 생각 없이 시험을 치던 아이들은 곧 당황하기 시작했다. 중학교 학생들이 푸는 문제와 수학 올림피아드 일부 문제를 발췌하여 만든 수학문제는 너무 어렵고,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며칠 후,

 “그래 반장 오늘은 여서 마치자.”

 여느 날과 다름없는 종례시간이었다.

 “예. 전체 차렷. 열중 셔.”

 반장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허연 머리를 쓰다듬으며, 수첩을 들여다보던 노종만 선생은 갑자기 말을 하였다.

 “아 참 내 정신 보래이. 반장 앉으라.”

 “예.”

 “참 쌤이 이래 정신이 읎다. 손재영이랑 민재식이는 수업 마치고 박홍식 쌤한테 가봐라. 알긋제.”

 “예.”

 “예.”

 손재영과 민재식이 대답을 하였다. 그러자 노종만 선생이 코끝에 걸린 안경을 위로 올리며 소리를 빽 질렀다.

 “느그들 이 뭔지 아나? 여 이 두 명이 전교 15명 대표 안에 들었다 안카나. 퍼뜩 박수 안치나? 우리 학교에서 3명만 나가는데. 야들이 일단은 15명안에 들었다. 자 박수.”

 고압적이고 고리타분한 노종만 선생의 성격을 아는 아이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곧이어 히스테릭한 선생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박수 고만. 반장 마치자.”

 “예.”

 

 그렇게 수업이 끝나고, 손재영과 민재식은 박홍식 선생에게 갔다. 그리고 박홍식 선생 자리에는 벌써 13명의 아이들이 서있었다.

 “그래 이제 다왔제? 니들 그 뭐꼬? 올림피아드 수학 대회라꼬 들어봤나?”

 “아니예.”

 15명이 동시에 대답하였다.

 “그 전 세계 아들이 다 모이가꼬 수학 대회를 하는 긴데, 이거 잘하문 상도 받고, 국위선양도 하는 뭐 그런기다. 알긋제?”

 “예.”

 솔직히 손재영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자 그라문 오늘 집에 가서 엄마한테 얘기하고, 내일부터는 학교 수업 마치고 청소하지 말고 과학실로 모이그라. 알긋제.”

 “예.”

 학교 수업을 마치고 또 남으라는 말에 아이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아무도 선생님의 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목소리 봐라. 크게 대답 안할끼가?”

 “예.”

 서슬 퍼런 선생님의 한 마디에 맞기 싫은 아이들은 악을 쓰며 크게 대답을 하였다.

 

 집에 돌아온 손재영은 밤이 되어서야 일을 마치고 돌아온 엄마에게 선생님의 말을 전하였다.

 “그래? 그라문 그거 적당히 하다가 때려치라.”

 “와요?”

 손재영은 엄마에게 대꾸했다.

 “그기 아무것도 쓸모없는 기다. 이 엄마가 맨날 뭐라캤노? 엉? 재영아.”

 “판검사 되라고예.”

 번뜩이는 눈빛으로 손재영의 어깨를 잡고 물어보는 엄마를 보는 손재영의 눈빛엔 두려움이 묻어났다. 그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판검사. 판검사 되야 우리가 사는기라. 알긋제. 재영아 꼭 판검사 되야한디.”

 재영모 눈빛이 다시 변했다. 마치 꿈을 꾸는 듯했다.

 “이 엄마는 우리 재영이가 판검사 되는 기 꿈이다. 알긋제. 재영아. 꼭 판검사 되야한디.”

 “예.”

 재영 엄마는 다시 재영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랄라문 산수니 뭐니 이런데 한눈 팔 새가 읎다. 알긋제.”

 “예.”

 재영은 힘없이 대답하곤 방안으로 들어갔다. 재영의 엄마는 그제야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재영은 그 다음날부터 산수가 아닌 수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각 학년마다 아이들을 모아놓고 저녁까지 공부를 하고 수학 문제를 푸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며칠 뒤부터 엄마들의 치맛바람과 선생들의 탐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래 니 이제 이거 풀 줄 알긋제.”

 “예.”

 드르륵

 “아이고 안녕하십니꺼. 선생님. 호호호호.”

 “뉘십니꺼?‘

 화장을 진하게 하고 파마머리를 한 아줌마 한 명이 들어왔다.

 “호호호호 아이고 저짝에 앉아 있는 최인규 에미입니더.”

 경망스럽게 웃는 모습과 붉게 칠한 입술 때문에 술집 여자처럼 보였다.

 “아 예 근데 여는 어짠 일입니꺼?”

 “아이고 아들 고생하는데 뭐라도 멕일라꼬 먹을꺼 쪼매 싸왔따 와입니꺼.”

 그 아줌마의 뒤로 중국집 아저씨와 조수들이 모습을 나타냈다. 당시로서는 귀한 자장면이었다. 그들이 들고 온 음식의 자장냄새를 맡은 아이들이 책상에서 일어나 펄쩍펄쩍 뛰기 시작했다.

 “야.”

 “오예.”

 박홍식 선생과 아줌마는 잠시 교실 밖으로 나갔다. 최인규 엄마라는 사람은 박홍식 선생에게 누런 종이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아따 이기 뭡니까?”

 박홍식 선생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번졌다. 그러나 아이들 눈치가 있는지라 짐짓 점잖은 표정을 하며 거부를 하였다.

 “아이고 별기 아입니더. 그냥 늦게 마치면 택시타고 가시라꼬예.”

 최인규 모는 슬쩍 박홍식 선생의 주머니에 억지로 봉투를 챙겨넣었다. 박홍식 선생은 모르는 척 봉투를 받아들고는 뒤로 돌아서서 봉투 안을 슬쩍 보았다. 박홍식 선생의 얼굴에 꽃이 피어났다. 그는 억지로 피어오르는 웃음을 참으며 교실로 들어왔다.

 “흠 험. 야 야 이놈아들아 느그는 최인규 어무이한테 고맙다는 말도 안하고 묵나?”

 “예 고맙십니더.”

 “잘 묵겠십니더.”

 아이들은 자장면을 먹으며 일제히 대답했다. 저마다 입가에 시꺼먼 자장이 묻어있었다.

 “아이고 그래 마이 묵으라. 선생님 고마 지는 가보겠심니더.”

 “엄마 잘 가그래이.”

 “오 그래 인규도 마이 묵고 집에서 보재이.”

 최인규가 뿌듯한 얼굴로 일어나 자기 엄마와 인사를 하였다. 손재영은 그런 인규가 부러웠다. 집에서도 먹지 못하는 자장면을 학교에서 이렇게 친구들까지 다 사 먹일 수 있는 인규가 정말 부러웠다.

 

 “이거 니가 푼 거 맞나?”

 “예.”

 여럿이 모여서 공부한 지 일주일쯤 지났을 때였다. 박홍식 선생이 손재영을 따로 불렀다.

 “진짜로 니가 풀었다고?”

 “예.”

 “니 선생님이 공식 알려준거는 우짜고 이딴 식으로 풀었노? 엉?”

 박홍식이 선생이 소리를 지르자 움찔한 손재영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는 공식보다 그냥 이래 푸는게 더 쉬운 거 같아서..”

 박홍식 선생의 눈이 위로 치켜올라갔다.

 “이 미친 새끼가 선생이 하는 말도 어디 팔아삐고, 내가 분맹히 말했다이. 엉? 공식 달달 외아가 그거 적용해서 푸는기 바로 올림피아드라고.”

 “어 근디 지는 그냥 답이 떠올라서 적은긴데예. 그라고 공식보다 이래 그래프에 곡선그리가꼬 푸는기 지는 더 쉬워가꼬.”

 짝

 손재영의 말이 끝나기도 박홍식 선생의 손이 손재영의 뺨을 때렸다.

 “이기 미칫나? 어서 감히 선생한테 대드노? 내가 외우라는 공식만 외우고, 그거만 넣어서 풀면 된다고 캤나? 안캤나? 공식만 달달 외우가 하라고. 알긋나?”

 “예.”

 “이기 어디서 후루꾸로 답 하나 맞힌거 가꼬 디게 유세부리네. 엉? 어이 손재영이 그럴거면 여서 나가. 니가 선생질해. 엉?”

 “죄송합니다.”

 짝 짝 퍽

 고개를 숙인 손재영의 뺨을 두 차례 더 때린 박홍식은 다시 그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으윽.”

 손재영이 신음 소리를 내며 자신의 얼굴을 매만졌다.

 “들어가봐라.”

 박홍식이 거만하게 다리를 벌리고 앉아서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야들아. 여기 손재영이처럼 공부 안 하고 꼼수 부릴라 하지 말고, 열심히 공식만 달달 외아가 적용하면 된디. 알긋나?”

 “예.”

 “그래. 그라문 어이 재영이가 이거 보고 칠판에 공식 적그라. 이거 내일까지 다 외아와야 한디. 알긋제?”

 “예.”

 

 민재식이 다가왔다.

 “집에 가자.”

 “엉.”

 집으로 가는 방향이 같았던 두 아이는 수학 올림피아드를 준비하면서 매일 집에 같이 가고 있었다.

 이차방정식을 배우고 있었다. 손재영은 이차 방정식이 정말 재미있었다.

 “재식아 이차방정식 진짜 재밌지 않나? ax2+bx+c=0에서 우리가 맨날 이상한 공식으로 답만 구하는데, 내가 보니까 있다아이가 이걸로 y=ax2+bx+c 에서 b를 0이라고 하고 그래프를 그리문 이기 엑스 제곱이 들어갔다는 걸로 곡선으로 된다아이가. 그리고 c값이 변하는 것에 따라서 이 곡선의 폭도 커지고, 그라고 엑스 제곱에 양수말로 음수로 제곱을 하면 이게 내가 그리보니까 이상한 꾸불꾸불 곡선이 나온다 아이가.”

 “...”

 “그라니께 저기 구부러진 철사 있다아이가 이거 손으로 이래 구부릴 때 휘는 것도 공식으로.”

 “아따 재영아 그란거 신경쓰지 말고 샌님이 시킨 공식이나 외아라.”

 듣다못한 민재식이 딱하다는 듯이 재영을 나무라며 말했다.

 “...”

 “재영이 니가 수학문제 쪼매 잘 푸는 건 아는데 있다아이가. 자꾸 그래 이상한 거만 하다보면 니 3명안에 못 든대이. 알긋나.”

 “외우는 건 내가 잘 모르겠고, 그냥 이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꾸 뭐가 떠오르고 호기심이 생기는데 우짜겠노. 또 내는 이래 그래프 그리고 그냥 머릿속으로 상상하는게 훨씬 재밌다.”

 “으휴 내는 모리겠다. 니 알아서 해라. 맨날 샘한테 두드리 맞지나 말고.”

 “알긋다.”

 그렇게 둘은 다시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재영의 눈에 보이는 세상은 어제와 같지 않았다. 모든 곡선은 2차 방정식으로 의미를 가지고 있었고, 타원과 원까지도 공식으로 대변되고 있었다. 그는 분명 다른 아이들이나 민재식이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차원의 수학적 사고를 하고 있었다.

 

 그 날은 따로 남아서 과학실 청소까지 한 손재영이 갈 준비를 하고 인사를 하러 선생님에게 갔다.

 “샌님요. 안녕히 계시소.”

 “그래. 뭐 어디서 빠지가 놀 생각하지 말고, 집에 빨리 들어가가 엄마나 도와주고 해라. 알긋제? 참 어머니 뭐하신다 그랬노?”

 “시장 생선 가게에서 일하고 있심니더.”

 “그래. 알긋다. 가봐라.”

 박홍식 선생은 마치 못 볼 걸 봤다는 듯이 쓴 표정을 지으며, 귀찮은 듯 손짓으로 가라고 하였다.

 드르륵

 손재영이 문을 열고 나갔다.

 그리 친하지는 않지만 동네 친구인 민재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혼자 가는 것보다는 손재영이랑 가는 게 나았는지 재영이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가자.”

 “엉.”

 

 손재영이 나가고 나서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문이 다시 열였다.

 드르륵

 “아이고 교장 선생님. 여는 우짠 일입니꺼?”

 “거 아들 준비는 잘 되고 있습니까? 박홍식 선생님.”

 얼굴이 붉고 배가 튀어 나온 채로 누런 양복을 입은 두꺼비 같은 중년 사내가 교실로 들어서자 박홍식 선생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였다. 교장 선생은 박홍식 선생이 앉았던 자리로 가 앉으며, 거만한 표정으로 그가 보고 있던 시험지를 몇 장 들어올렸다. 호기심으로 몇 장 보던 그는 시험지를 다시 책상 위에 올려놓고, 박홍식 선생을 바라보며 말을 하였다. 박홍식 선생은 마치 죄를 지은 사람처럼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거 인규 학상은 요새 뭐 잘 되고 있습니까?”

 매우 거만한 말투였다. 박홍식 선생은 비겁할 정도로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아이고 거 아가 똑똑해가 아주 잘 해나가고 있습니다. 걱정 안하시도 됩니더.”

 교장 선생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홍식 선생의 어깨를 두 번 툭툭 치며 말했다.

 “거 내까지 신경 안 쓰게 잘해주이소. 그 이사장님 손자니께네 알아서 잘 하란 말입니더. 이번에 보니까 우리 학교는 수학 올림피아드 대회에 한 명 밖에 못 나가니께네 알아서 하이소.”

 진땀을 흘리고 있던 박홍식 선생은 비로소 나갈 길을 찾았다는 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이고 교장 선생님 걱정 안하시도 됩니다. 아가 워낙 똑똑해가 별 무리 없이 나갈 수 있을낍니더. 지가요. 좀 있다가 요고만 하고 인규 학상 집에 가가 과외도 해 줄낍니더. 아 물론 이거 하면서부터 계속 했심니더.”

 교장 선생도 징그럽게 웃으며 말했다.

 “아 뭐 박홍식 선생이 그 어련히 알아서 잘하니께네 지는 믿고 갑니데이. 그라문 욕보이소.”

 “아 예. 예. 교장선생님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푹 쉬시소.”

 드르륵

 교장 선생이 나가자 박홍식 선생이 90도로 꾸벅 인사를 하였다. 교장 선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본 박홍식 선생은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와 난감한 표정으로 지으며 시험지 한 장을 들어올렸다. 시험지에는 손재영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고, 모든 문제에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박호식 선생이 낸 문제 중에는 이제 막 이차방정식을 깨우친 아이들이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문제도 있었다. 어제 과외를 하면서 최인규 학생에게 답만 달달 외우라고 시킨 미적분 문제를 손재영이라는 아이는 너무도 간단하게 풀어버렸다.

 시험지 구석에 손재영이 푼 방식은 자신이 알고 있던 미적분 공식과 달랐지만 미적분을 완벽히 이해를 하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학적부를 보고 직접 물어본 결과, 아빠도 없는 가난한 집 아이라 과외를 했을 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박홍식 선생은 심각한 표정으로 시험지를 한참 바라보았다.

 자신의 주머니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 입을 불었다.

 탁탁 치직

 성냥갑에서 성냥을 꺼내 불을 붙였다. 그리곤 이내 자신의 담배에 불을 붙였다.

 “후아.”담배를 한 모급 들이켰다가 입으로 뿜었다. 곧 머리가 아찔해졌다. 손과 발끝에 다시 피가 도는 느낌이 들었다. 스트레스로 인해 지끈지끈거리던 머리가 다시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표정은 여전히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박홍식 선생은 다시 손재영의 시험지를 들어올렸다. 100점.

 최인규 학생의 시험지 점수는 95점이었다.

 그의 손에 들린 담배 끝이 손재영의 시험지와 맞붙었다. 새하얀 연기가 가느다랗게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마치 공간상에 흰줄을 그어놓은 것 같았다. 시험지가 조금씩 불에 잠식당하자 박홍식 선생은 시험지를 양철 쓰레기통에 넣었다. 쓰레기통 안에서 오렌지 불빛과 빨간색 불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쓰읍 후우.”

 박홍식 선생이 다시 한 번 담배를 들이켜기 시작했다.

 

 다음날 손재영이 수학 교육을 받으러 갔을 때 박홍식 선생은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선생님 와요? 와 그라는데요?”

 “니는 아들꺼 베끼고 그것도 모지라가 몰래 시험지 미리 훔치가 답 알아왔다 아이가.”

 어느새 교실 문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손재영과 박홍식 선생 곁으로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샌님요. 지 안그랬으요. 안 그랬십니더.”

 “됐다 그래할그면 고마 치아뿌라. 엉? 퍼뜩 안나가나?”

 “샌님요.”

 손재영의 눈에선 어느새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그는 너무 억울했다.

 “샌님요 지가 언제 그랬십니꺼?”

 재영은 수학공부가 재미있었다. 어제도 밤늦게까지 문제를 다 풀어봤었다. 새로운 문제가 나오고, 다양한 접근 방법을 통해 문제를 푸는 과정이 너무 재밌었던 것이다.

 박홍식 선생은 손재영이 너무 당돌하게 대들자 당황하였다.

 “어 새끼 보래이. 그래도 지가 잘났다고 지랄이네.”

 짜악

 어느새 박홍식 선생의 손이 재영의 뺨을 때리고 있었다.

 짝 짝 빡 짝

 박홍식 선생은 양손을 사용하여 뺨과 머리를 마구 때리고 있었다.

 “나가라문 나가. 이 그지 새끼야. 어디서 도둑놈의 새끼가 공부 배운다고 지랄이고. 꺼져 븅신아. 엉? 어제 청소하고 시험지 훔치간 거 모르는 줄 아나? 엉?”

 짝 빡

 “아입니더. 아입니더. 어제 재식이가 지랑 같이 갔십니더. 함 물어보이소.”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박홍식 선생의 무자비한 폭력을 방어하던 재영은 악을 쓰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어느새 아이들이 모두 복도에서 맞고 있는 손재영을 보기 위해 모여들고 있었다. 박홍식 선생은 무조건적인 몰아붙이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새끼들 뭐 구경났나? 엉? 자리로 안 돌아가나?”

 우르르

 박홍식 선생이 뒤를 돌아보며 소리치자, 아이들이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그래? 뭐? 재식이? 어이 민재식이 나와 봐라. 니는 여 재영이가 시험지 안 훔칫다고 확신하나? 엉? 뭐 말을 해봐라. 엉?”

 민재식이 쭈뼛쭈뼛 교실 앞으로 나갔다. 여전히 손재영은 복도에 서 있었다. 박홍식 선생은 어느새 손에 집어든 몽둥이로 재식의 가슴을 쿡쿡 찔렀다.

 민재식은 겁을 잔뜩 집어먹고 있었다. 그는 감히 박홍식 선생의 눈을 쳐다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재영이가 수학 공부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집으로 가는 동안 재영은 늘 수학 얘기만 했었기 때문이었다.

 “엉? 뭐 말을 해봐라. 이기 돌았나? 니가 재영이 안 훔친 거 확신하냐고? 엉? 니도 같이 함 쫓기나볼래?”

 다시 박홍식 선생이 몽둥이로 재식의 가슴을 찔렀다.

 재식이 교실 문 쪽을 바라보았다. 뺨이 벌겋게 달아오른 손재영이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간절하게 민재식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은 애절하였다.

 “그.. 그게 그러니까 지는 교실 문 열고 나오는 거만 봐서 안에서 뭐 했는지 모릅니더.”

 “확신하나? 안하나?”

 “확신.. 안 합니더.”

 박홍식 선생은 말도 안 되는 재판을 마무리 지었다.

 “거 봐라. 이기 어디서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노? 엉? 재식이는 모린다 안카나? 엉? 그라니까 젤 늦게 나간 니가 훔친 거 아이가? 엉? 그라고 내가 일부러 아들 틀리라고 넣은 문제도 니 혼자 몰래 답만 적은 거 누가 모를 줄 아나?”

 “아입니더. 문제 지가 다 풀었십니더. 여서 칠판에서 함 풀어볼게예.”

 “이기 그래도. 됐다. 함만 더 입 떼면 니 내한테 뒤질 각오해라. 엉?”

 “...”

 재영의 눈이 초점을 잃었다. 억울한 표정도 아니고, 분한 표정도 아니었다. 그냥 죽은 짐승의 눈 같았다. 재식은 살짝 재영을 바라보았다. 재영의 눈이 맑았다.

 자신만 그렇게 본 것일까?

 원망이나 분노는 없었다.

 “고마 끄지라 니같은 아는 가르칠 필요가 하나도 없다.”

 드르륵

 재영의 코앞에서 교실 문이 닫혔다.

 재영은 그렇게 한참을 서 있었다.

 

 “으아악.”

 싸구려 모텔에서 잠을 자던 재영이 일어났다.

 온 몸이 땀으로 젖어있었다. 그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벌컥벌컥 마셨다. 거울 앞으로 가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재영은 헝클어진 자신의 머리를 매만졌다.

 그는 자신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았다.

 “휴우”

 그는 가만히 자신이 벗어놓은 양복 재킷의 주머니에서 딸 사진을 꺼내보았다.

 그의 눈빛이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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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병원 2020 / 10 / 20 300 0 2200   
50 2020 / 10 / 20 302 0 1536   
49 중학생 2020 / 10 / 20 304 0 5406   
48 대회 2020 / 10 / 20 302 0 9828   
47 이사 2020 / 10 / 20 293 0 1682   
46 아이 2020 / 10 / 20 296 0 5952   
45 1965년 부산 2020 / 10 / 20 294 0 2698   
44 우연 2020 / 10 / 20 300 0 3482   
43 국화꽃 2020 / 10 / 20 305 0 1923   
42 밀양 2020 / 10 / 20 309 0 2825   
41 추적 2020 / 10 / 20 299 0 4360   
40 미궁 2020 / 10 / 20 305 0 2561   
39 방문 2020 / 10 / 20 293 0 1817   
38 시작 2020 / 10 / 20 302 0 2414   
37 병원 2020 / 10 / 20 314 0 4060   
36 마무리 2020 / 9 / 26 311 0 4267   
35 피해자 2020 / 9 / 26 314 0 2036   
34 종이꾸러미 2020 / 9 / 26 307 0 1726   
33 합류 2020 / 9 / 26 307 0 4219   
32 비밀 2020 / 9 / 26 321 0 1825   
31 재회 2020 / 9 / 26 322 0 2732   
30 리만가설 2020 / 9 / 26 311 0 1688   
29 죽엽청주 2020 / 9 / 26 306 0 3596   
28 노숙자 2020 / 9 / 26 288 0 4980   
27 접촉 2020 / 9 / 26 307 0 3189   
26 구조 2020 / 9 / 26 311 0 2868   
25 납치 2020 / 9 / 26 303 0 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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