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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수학자
작가 : 김선을
작품등록일 : 2020.9.9

수학의 세계 7대 난제 중 하나를 밝혀낸 한국의 교수.
전 세계적인 쾌거로 한국의 위상을 높인 사건이 된다.
그리고 그 교수의 수제자가 알수없는 수수께끼를 남긴 채 의문의 시체로 발견된다.
과연 수학의 난제를 푼 수학자는 누구인가?

 
장례식
작성일 : 20-10-20 21:52     조회 : 300     추천 : 0     분량 : 2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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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그렇게 손재영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장례식장엔 사람이 거의 오지 않았다. 재영은 빈소 옆 벽에 기대 무릎을 양팔로 끌어안은 채 앉아있었다. 눈물도 나지 않았다. 이렇게 끝났다고 생각하니 엄마의 삶이 너무 허무하게 느껴졌다.

 “재영아 나 왔다.”

 그동안 여러 가지로 보살펴 준 밀양 아저씨였다.

 마산 아저씨는 향에 불을 피워 꽂고는 재영모의 영정사진을 보고 두 번 절을 하였다. 영정 사진으로 쓸 사진이 없어, 예전 처녀시절에 찍은 흑백 사진을 사용하였다. 환하게 웃고 있는 재영모의 사진은 아무도 없는 장례식장과 더불어 더욱 을씨년스러워 보였다.

 절을 한 마산 아저씨는 재영 옆으로 가서 그를 일으켜 세웠다.

 “손님이 와서 절을 하문 니가 이래 맞절 하문 된다 알긋제.”

 “...”

 재영은 창백한 얼굴로 고개만 끄덕였다.

 그렇게 마산아저씨와 재영은 맞절을 하고 벽에 나란히 기대앉았다.

 “누가 좀 왔다갔나?”

 “...”

 재영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마산 아저씨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후아. 병원비는 어째 좀 준비했나?”

 “...”

 재영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

 “아나 이거 좀 보태쓰라.”

 마산 아저씨는 낡아서 팔꿈치가 헤진 양복 안주머니에서 누런 봉투를 하나 꺼내 재영에게 들이밀었다.

 하지만 재영은 아무 생각이 없었다. 다만 고생만 하다가 기나긴 투병생활을 한 엄마가 불쌍할 뿐이었다. 이제는 될 대로 되란 생각뿐이었다.

 “재영아 그래도 어무이는 좋은 데 가서 잘 있을끼다. 그라니까 이제는 니 살 궁리나 좀 하자. 엉?”

 “...”

 “자 자 그라문 이거 하나 묵으봐라.”

 마산 아저씨는 재영이가 걱정되었는지 주머니에서 양갱 하나를 꺼내 건네줬다. 재영은 보지도 않고 신경질적으로 양갱을 손으로 쳤다.

 손재영은 붉어진 눈으로 밀양 아저씨를 바라보며 악을 쓰듯 소리쳤다.

 “평생 좋은 거 묵어보지도 못하고, 좋은 데 가보지도 못하고, 좋은 옷 입어본적도 없는데, 거가 좋은덴지 나쁜덴지 우째 알고 갑니꺼? 예?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합니더. 그래 개고생만 하다 죽을 때는 뭐 이름도 첨 들어보는 희귀병에 걸리가꼬 끙끙 맨날 아파서 신음소리만 내다 죽었다 아입니꺼. 그래 아프고 고생하다 죽을거였으문 차라리 더 빨리 죽지 그랬십니더.”

 짝

 자리에서 일어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도록 소리를 지르며 대들던 재영의 뺨을 마산 아저씨가 때렸다.

 “너 이눔의 새끼가 아무리 그래도 어무이가 돌아가싰는데...”

 “그래서 와요? 아제가 우리 아부지라도 되는 줄 압니꺼? 예? 와 때리는데요? 와요? 내 말이 맞다 아입니꺼? 틀리문 틀리다고 해보이소. 예? 해보이소.”

 차라리 재영은 밀양 아저씨가 그래도 너희 엄마에게 좋은 시절이 있었다고 말해주길 바랬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다시 대든 재영앞에서 밀양 아저씨는 고개만 떨구고 있었다. 담배를 든 손이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저.. 재영 학생.”

 병실을 지키며 자신을 동생처럼 여기던 노처녀 간호사 아가씨였다. 약간 어깨가 굽고, 매부리코에 피부도 거무튀튀하여 남자들에게 인기가 없는 아가씨였지만 그래도 마음씨는 고왔다.

 “...”

 재영은 아무 말도 없이 고개만 까딱하였다.

 마산 아저씨는 한숨을 쉬며 자리를 피해주었다.

 절을 한 간호사 아가씨는 재영의 손을 잡으며 위로해 주었다.

 “그래 재영 학생 고생이 많네. 쩝 그라고 이거 내가 할 말인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간다카니까 의사 선생님이 이거 주더라고 병원진료빈데 나중에 시간되문 한 번 보래이. 그라고 밥은 묵었나? 얼굴이 와이래 창백하노?”

 간호사 아가씨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였다. 그녀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종이조각을 남기고 사라졌다.

 재영은 멍한 얼굴로 그녀가 두고 간 종이를 들어올렸다.

 감당할 수 없는 액수였다.

 재영은 너무 큰 액수에 할 말을 잃었다.

 

 “저기 학생.”

 누군가 흔들어 깨워서 재영은 잠에서 깼다. 장례식장 구석에서 웅크리고 잠이 든 모양이었다.

 “예.”

 “전화가.”

 장례식장 직원은 손재영에게 말을 하곤 사라졌다. 재영은 장례식장 입구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

 “어무이는 좋은데 잘 갔을끼다. 그라고 거 재영 학생. 이거 내 말하는 거 너무 이상하게 듣지 말고. 엉? 거 재영학생 사정도 딱하고 그래가 내가 생각을 좀 해봤는데, 우리 이라문 어쩔까? 엉? 기증이라고 해서 돌아가신 분의 유해를 인류 의학 발전과 후학 양성을 위해.”

 “그냥 바로 말해주이소.”

 재영모의 담당 주치의였다. 무슨 대학 교수로 나가고 있다고 했었는데, 재영은 그냥 그 사람이 싫었다.

 재영의 말에 다시 의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험험. 그러니께 뭐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문 이기 참. 인체 기증을 하면 내가 재량을 좀 발휘해가 학생이 갚아야 할 병원비를 좀 줄아줄게.”

 “...”

 “아. 아니 내가 병원비 다 없애줄게. 어떻노? 학생.”

 “...”

 아무 대답도 없자 의사가 다시 말하였다.

 “어. 어. 재영 학생. 거 있나? 듣고 있나?”

 “싫다면요.”

 재영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라문 재영 학생은 돈 있나? 돈 없으문 우리 병원에서 재영 학생을 경찰에 고발할끼다. 그라문 재영 학생은 깜방에 가는기다.”

 전화기를 든 재영의 손이 떨렸다. 그의 눈에서는 굵은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재영은 주위를 둘러봤다.

 자신을 도와줄 누군가를 찾듯이 갈절한 시선으로 주위를 필사적으로 살폈다. 하지만 재영에겐 자신을 도와줄 부모나 형제 그 누구도 없었다.

 “어이 재영 학생 빨리 결정해야 된데이. 엉. 내일 아침에 바로 내가 또 전화할 테니까 그 때 말해도. 알긋제.”

 덜컥

 의사의 말이 끝났다.

 전화기를 내려놓은 전영은 그대로 무너져내렸다. 그는 그 자리에 다시 쭈그리고 앉았다. 온 몸이 벌벌 떨렸다. 추워서가 절대 아니었다.

 그는 너무 무서웠다. 엄마를 끝까지 지키고 싶었다. 무덤을 쓰든 화장을 해서 뼛가루를 뿌리든 자신이 찾아갈 엄마가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하지만.

 이제 그마저도 할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너무 무서웠다. 세상이 무서웠다.

 재영의 눈에서는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고, 그의 몸은 사시나무 떨 듯이 떨렸다.

 뚜뚜뚜뚜

 재대로 놓이지 못한 전화기에서 신호음이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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