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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디멘션 게임 : 이차원 헌터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7.9.13

 
운명을 만들다 (7)
작성일 : 17-10-24 10:21     조회 : 35     추천 : 0     분량 : 9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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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로운 오후. 전왕의 거처에 예기치 않은 손님이 왔다.

 

 "홀홀~ 다행히 집에 있구만."

 

 60세는 되어 보이는 폭삭 늙은 할머니다. 왜소한 체력에 지팡이가 없으면 걸을 수도 없어 보이는 볼품없는 모습이지만 전왕의 반응은 놀라웠다.

 

 "아니? 갑자기 이곳에 어쩐 일이십니까?"

 

 남에게 예의를 잘 갖추지 않기로 유명한 전왕이 황급히 뛰어나왔다. 그것도 모자라 자리를 황급히 치우고 다른 사람에게 차를 가져오게 시켰다.

 

 "홀홀~ 오랜만이로군."

 

 "근 20년만입니다. 천기녀님."

 

 수천 년간 내려오는 비밀이다. 한 시대에 딱 한 명, 천기를 볼 수 있도록 허락된 사람이 존재했다. 남자라면 천기자라 불렸고 여성이면 천기녀라 불렸다.

 

 그들은 대재앙을 비롯한 많은 재앙을 예언해 사람들에게 경고하거나 직접 인과를 비틀어서 끔찍한 사건 사고를 막고 크게는 세계를 구하기도 했다.

 

 모든 행위에는 상응하는 대가가 필요하다. 남녀의 궁합 정도야 재물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지만 세계를 움직이는 일을 아무 희생 없이 행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 중 대부분은 시력과 청력 같은 신체 능력을 잃거나 수명을 잃어야 했다.

 

 "벌써 그렇게 되었나? 홀홀~ 그러고 보니 자네도 많이 늙었군."

 

 "시간이 지났으니까 늙어가는 것도 당연하지요."

 

 천하의 전왕도 이 할머니 앞에서는 그저 어린아이로 보일 뿐이다. 실제로 처음 천기녀와 만났을 때의 전왕은 혈기왕성한 철부지였다.

 

 "그런데 무슨 일로······."

 

 "홀홀~ 자네의 입장에선 내가 마냥 반갑지는 않겠지."

 

 "그야 향상 오실 때마다 폭탄 발언을 하시니까······."

 

 천기를 들여다보는 천기녀가 아무 이유 없이 돌아다닐 리가 없다. 그녀가 움직인다는 말은 곧, 엄청난 사건이 일어난다는 의미기도 했다.

 

 역시나 천기녀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내가 온 것은 그 아이 때문이네."

 

 순간 둘 사이에 정적이 흘렸다.

 

 "······유강이 말씀입니까?"

 

 "그래, 천부경의 계승자이자 예언의 아이."

 

 전왕은 차를 한잔 마시고 어지러운 머리를 정리한 후에 말을 이었다.

 

 "전에 무호, 그 친구가 세계를 위기에서 구하실 것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리고 그 말대로 한·중 전쟁에서 승리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웠고요."

 

 "나도 그러한 줄만 알았어. 하지만 진정한 위기는 아직 찾아오기도 않았어. 무호의 아들, 유강이 진정한 구세주야."

 

 "휴~"

 

 답답한 가슴을 어쩌지 못하고 전왕은 크게 한숨을 쉬었다.

 

 "무호, 그 친구는 그 사건 이후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녕 유강이, 그 아이마저 수라의 길을 겪어야만 하는 겁니까?"

 

 "아쉽게도 그 아이 아니면 안 되네."

 

 너무나도 단호한 말이었지만 불행히도 전왕은 반박할 수 없었다. 상대는 천기를 보는 천기녀다. 그녀가 하는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어야 한다.

 

 그래서 체념한 어투로 말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까?"

 

 "자네는 계속 하던 대로 하면 되네. 어차피 자네도 운명의 수레바퀴의 한 축이니 움직이기 싫어도 움직여야 할 때가 올 걸세.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내가 만나본 그 아이라면 잘할 수 있을 거야."

 

 "벌써 만나 보신 겁니까?"

 

 "그야 물론이지... 쿨럭!"

 

 말을 하던 천기녀가 갑자기 핏물을 토해냈다.

 

 "천기녀님! 괜찮으신 겁니까?"

 

 "홀홀~ 걱정하지 말게 늙은이가 이제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

 

 말을 하고 있는 천기녀의 얼굴은 빠르게 핏기가 사라지고 있었다. 아무리 노쇠한 몸이지만 정상적인 반응이 아니다. 전왕은 집히는 바가 있었다.

 

 "천기를 어기신 겁니까?"

 

 "수라의 길이자 고난의 길이야. 그 아이가 결국 해낸다고 해도 남는 것은 결국 사람들의 두려운 눈빛과 질시 어린 시선밖에 없겠지. 그래서 내가 작은 인연을 만들어 주었어."

 

 "하지만······."

 

 "만약, 수많은 인연 중에서 하나만이라도 잡아낼 수 있다면 외롭지 않을 거야."

 

 "······."

 

 전왕의 얼굴엔 비통함마저 감돌았다.

 

 "이제 나는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질 거야. 새로운 물결은 새로운 세대로 채워지겠지. 물론 자네도 아직 현역이니 고생을 해야 할 거야."

 

 "제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그래. 자네라면 걱정 없겠지. 그리고 이것이 내 마지막 선물이야."

 

 천기녀가 내민 것은 어떤 전단지였다."

 

 "크러쉬? 이건 무호 그 친구가 생애 처음 나갔던 무술대회 아닙니까?"

 

 "그래. 이제까지는 꼼꼼 숨겨놓았지만, 이제는 그런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거야 이젠 유강이 그 아이를 세계로 보낼 때가 되었어."

 

 "하지만······."

 

 "부디, 거절은 하지 말게 이것으로 내 모든 힘은 다 잃었으니."

 

 "천기녀님··· 또 천기를."

 

 전왕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천기녀는 희미하게 웃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읏차"

 

 "벌써 가십니까?"

 

 "이젠 고향으로 돌아갈 때가 된 거 같아."

 

 그녀 같은 사람이 고향으로 간다는 말의 의미는 하나다. 모든 힘을 잃었으니 죽을 곳을 찾아가겠다는 말이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전왕이 침울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천기녀님......."

 

 "나도 꽤 많은 길을 걸어온 것 같군. 이제 이 늙은이도 쉴 때가 되었지."

 

 "이제 다시는 못 만나는 겁니까?"

 

 "그렇게 되기를 빌어야지. 잘 있게나."

 

 말을 마친 천기녀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고 전왕은 고개 숙여 그녀를 배웅했다.

 

 "부디 평온한 안식을 얻으세요. 위대한 하늘의 길잡이시여."

 

 

 ***

 

 천유강이 오후 수업을 듣고 집으로 향하고 있을 때였다. 핸드폰이 울려서 받으니 아침에 번호를 교환한 전미린이었다.

 

 “네? 그 남자가 죽었다고요?

 

 「그렇습니다. 경찰은 그 남자가 잠자고 있을 때 콘센트가 방전되어 불이 났다고 하지만. 아는 사람을 통해 들으니 시체가 팔다리를 벌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만약 살아있는 상태로 불이나 연기에 질식해 죽으면 고통 때문에 몸을 움츠리는 것이 정상이다. 시체가 팔다리를 쭉 펴고 있다는 것은 불나기 전에 이미 죽었다는 뜻이다.

 

 “우연이 아니겠죠?”

 

 「그의 뒤를 캐보려 했는데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연결된 끈을 찾는 건 무리겠죠.」

 

 사실, 육명구를 그냥 놓아 준 것은 배후의 단체를 알아내기 위함이었다. 대놓고 육명구를 압박하기 시작하면 그들이 숨어버릴 수도 있으니 일단은 놓아주고 감시할 생각이었다.

 

 그가 집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후에 물 샐 틈 없이 감시하고 있었는데 화재가 일어난 거다. 화마가 순식간에 번져서 어떻게 된 영문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냥 육명구나 족쳐서 화풀이나 할 걸 그랬군요."

 

 “그는 각인 아이템에 대해 전혀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그의 뒤를 캐도 나오는 건 별로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어떤 이들인지는 몰라도 치밀한 자들인 것 같군요.”

 

 베타 테스트 플레이어라는 건 알려지면 세계가 뒤집힐 정도로 엄청난 비밀이다. 당연히 비밀을 지키는 것이 안전 면에서나 더 큰 이득을 취할 수 있는 면에서나 유리하다.

 

 그래도 사람까지 죽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보통 위험한 놈들이 아닙니다. 혹시 모르니까 유강 씨도 조심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전미린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말을 했지만 정말 그 미지의 단체가 자신을 찾아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집에 가는 길에 있는 공원에 들어설 때였다.

 

 샤샤샤~

 

 어디서 불어온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렸다.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지만 무언가 위화감을 느끼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

 

 그 순간

 

 파바밧!

 

 천유강의 둘러싸고 있는 나무에서 마치 마술처럼 암기들이 튀어나왔다.

 

 “큭!”

 

 암기가 튀어나오자마자 순식간에 뛰어 옆에 있던 나무를 발로 차버렸다.

 

 "악!!!"

 

 분명히 보통 평범한 나무둥치였으나 천유강이 발로 차자 사람으로 변하여 땅으로 쓰러졌다. 일본의 닌자들이 배운다는 인술이다.

 

 '수준 높은 인술이다. 이거 긴장해야겠는데.'

 

 일본의 닌자들이 까다로운 이유는 무력이 높아서가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술법들도 함께 구사하며 높은 수준의 살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검객들과 닌자들은 단전을 통한 집기와 발기의 기본적인 내공을 구사하지 않고 몸속의 내공, 저들 말로는 차크라 문이라는 것을 개방하는 것을 통하여 기를 다룬다.

 

 기를 다루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사용하는 술법들도 일반적인 수법과는 달랐는데, 특히 인술 쪽에서는 일반인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기괴한 방법을 사용한다.

 

 유파나 계파에 따라 전혀 다른 비술을 구사하는 일본 검객과 술사, 닌자들은 언제나 까다로운 적이다.

 

 지금 천유강 앞에 나타난 적들이 바로 그런 닌자들이었다.

 

 ‘닌자들의 공격을 방어하다가 휘둘리면 내가 먼저 당한다.’

 

 마음을 굳힌 천유강은 바로 다음 목표를 향해 뛰어올랐다.

 

 파바밧!

 

 다시 한번 암기가 튀어나왔으나 침착하게 모두 튕겨낸 후 다음 상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손에서 새하얀 기운이 샘솟듯이 일어났다.

 

 “강기!! 저 나이에 어찌 저런 무력을!!”

 

 이번에 놀란 건 암살자들 쪽이었다. 무력 수준이 절정이냐 아니냐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점이 바로 기를 무기에 담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 그리고 절정과 초절정의 차이는 내력을 무기나 신체에 실은 것을 넘어 강기를 유형화시킬 수 있는가에 달렸다.

 

 이미 절정을 넘어 초절정에 문턱에 와 있는 천유강은 내공의 자유로운 사용은 기본이고 조금 무리를 하면 강기를 발현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스피드를 자랑하는 천유강에게는 닌자들의 정교한 암기술도 통하지 않았다. 그것을 알아차리자마자 적들은 품에 가지고 있는 암기들을 마구잡이로 던지기 시작했다.

 

 "큭!"

 

 처음으로 습격자의 무기가 천유강의 피부를 갈랐다. 큰 상처는 아니었지만 상처 부위가 따끔따끔한 것이 독이 발라져 있는 듯했다.

 

 ‘독기가 순식간에 퍼진다.’

 

 순간적으로 천유강은 기를 한 바퀴 순환시키자 체내에 있던 독들이 순식간에 모두 중화되어 밖으로 배출되었다.

 

 "아니!"

 

 독이 말을 듣지 않자 이번에는 습격자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분명히 코끼리도 스치기만 해도 바로 쓰러지는 맹독 중에서 맹독이었다. 무기가 스쳤을 때 당연히 승리를 예감하였지만 천유강은 전혀 아무렇지 않은 듯 잘만 뛰어다녔다.

 

 천유강이 익히고 있는 무공은 세상에서 가장 신비한 무학이라는 천부경이다.

 

 사실 천부경은 무공의 이름이 아니라 고대에서부터 내려온다는 신비한 거울을 말한다. 주인을 찾아서 그에게 맞는 내공심법을 전수해주는 신기다.

 

 천부경이 전해준 내공을 익힌 자가 일정 경지에 이르면 대자연의 힘을 얻게 되는데 풍신은 바람의 힘을, 염제는 화염의 힘을 얻었다.

 

 혹자는 모든 내공심법의 원류라고도 하며 신격화하고 있지만, 그 힘을 두려워하는 중국 같은 곳에서는 마경이라고 부르며 배척하고 있다.

 

 대자연의 힘을 담은 천부경은 이 세상 모든 무공 중에서 가장 정순하다. 그러니 내공을 체내에서 한 바퀴만 순환할 수 있으면 모든 독을 몰아낼 수 있다. 만약, 천유강의 아버지인 풍신 천무호도 내공을 소주천할 시간만 있었으면 지금처럼 혼수상태에 빠지지 않을 거다.

 

 마지막 수단인 독이 먹히지 않자 암살자들의 진형은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간헐적으로 암기가 날아오기는 했지만, 이미 너무 많은 암기들을 소비했기 때문에 품에 있는 암기들도 거의 다 떨어졌다.

 

 주변의 적들이 쓰러지는 것은 금방이었다. 차라리 정공법으로 덤볐더라면 오히려 천유강이 애를 먹을 수도 있었겠지만, 독을 너무 믿은 습격자들의 패배였다.

 

 쿵!

 

 마지막 적까지 쓰러지자 그제야 천유강이 한숨을 쉬며 가장 앞에 있는 습격자의 목덜미를 잡아 올렸다.

 

 "너희는 누구냐!"

 

 "큭! 죽어라!"

 

 "뭐?"

 

 습격자가 비웃음을 날리는 것과 동시에 위에서 검은 그림자가 스며들듯 내려왔다. 천유강의 기감에도 잡히지 않은 높은 수준의 적이다. 마치, 갑자기 허공에서 튀어나온 것 같았다.

 

 "아직도?!"

 

 퍽!!

 

 할 수 없이 검을 손바닥으로 막은 후 인상을 찌푸렸다.

 

 급히 기로 보호하여서 뼈까지 상하지는 않았으나 잘린 살에서는 쉴 새 없이 피가 흘렀다.

 

 눈앞의 습격자는 전의 습격자들과는 질이 다른 무공을 지니고 있었다. 최소 초절정에 근접한 무인이다. 전의 습격에 상당한 힘을 소비한 천유강에게는 벅찰 수도 있는 상대였다.

 

 압박하고 있는 습격자의 복부를 향해 발을 뻗었지만 이미 피하고 저 멀리 떨어진 상태였다. 스피드라면 자신이 있는 천유강도 놀랄 만큼의 속도였다.

 

 천유강의 상처를 보고 남자는 이내 전투 자세를 풀고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아까 독은 어떻게 중화시켰는지는 모르지만 이번 독은 제아무리 독인이라도 견뎌낼 수 없을 겁니다. 멀리 중국 당가에서 들여온 절대십독 중 하나죠."

 

 복면을 쓴 한 남자가 천유강의 상처를 보며 큭큭 거리며 웃었다. 이미 천유강의 목숨은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의 말처럼 칼날에 독이 있었는지 지독한 독기가 느껴졌다. 얼마나 독성이 강한지 독기가 벌써 골수와 심장까지 뻗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또 독이냐? 하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다.”

 

 천유강은 다시 한번 기를 순환 시키자 단전에 모여 있던 기가 순식간에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보통 무인들이라면 가부좌 자세를 틀어야지 가능한 대주천을 선 자세 그대로 하는 거다. 정순하고 안정적인 천부경이 아니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 독은 아까의 독과 달리 독기 순식간에 기맥에 엉겨 붙었다. 기를 순환하니 체내의 혈맥이 찢어지는 것 같은 고통을 수반했다. 그렇다고 대주천을 멈출 수는 없었다. 독기에 굴복하고 멈추는 순간 심장도 함께 멈출 것이 분명했다.

 

 쿠쿠쿠쿠쿵!!

 

 천유강의 몸을 돌고 있는 기의 소용돌이가 몸 밖에까지 영향을 주어 거센 폭풍으로 변했다. 습격자는 거세게 몰아치는 폭풍에 눈만 간신히 뜨고 버텼지만 그의 입가에는 승리를 확신하는 미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큭! 발악해보았자 소용없습니다. 더 고통스러울 뿐이에요."

 

 고통으로 눈에 핏줄이 다 터진 천유강은 마지막 수단을 동원했다.

 

 ‘특성 온!’

 

 일부로 꺼 놨던 게이머 특성을 켜니 엄청난 힘이 들어왔다. 그 힘과 미라클의 이능까지 더하니 독도 견디지 못했다. 조금씩 의지대로 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느새 폭풍이 미풍이 되었고 그 중앙에는 천유강이 힘들게 자리에 서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힘들어하는 눈치였지만 혈색이 확연히 좋아지는 것이 보였다.

 

 "설마! 절대십독을 몰아낸 건가! 그건 불가능할 텐데?!"

 

 "이 정도 독으로는 날 이길 수 없다."

 

 천유강이 무사한 것을 본 남자는 놀라운 것을 넘어 황당해했다. 그의 상식에서는 일단 몸에 절대십독을 몰아내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보고도 믿을 수가 없군요. 당가의 절대 독을 이겨내다니······.”

 

 다른 모든 무인들도 하독은 비겁한 짓이라고 생각하지만 특히 천유강은 독을 증오했다. 부모님이 회복하지 못하고 누워있는 것은 모두 독 때문이다. 마취 독도 아니고 이런 지독한 독을 사용하는 사람은 용서할 수 없다.

 

 천유강이 무사한 것을 확인한 습격자는 재빨리 전장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비장의 수가 통하지 않으니 깨끗이 단념하고 후퇴하는 것이다.

 

 팟!

 

 속도로는 완전한 초절정의 무인에게도 절대 뒤지지 않는 천유강이다. 독을 배출하느라 기운을 많이 쓴 상태지만 달려가는 속도는 더 빨랐다.

 

 “이런!”

 

 천유강이 무서운 속도로 따라오는 것을 보자 복면인이 긴장하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무리 다급하게 움직여도 천유강을 뿌리치는 것은 힘들어 보였다.

 

 “쳇! 할 수 없군.”

 

 이대로는 절대 천유강을 따돌릴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복면인이 비장의 수를 펼쳤다. 손을 휘두르자 허공에 검은 포탈이 나타난 거다.

 

 “뭐!”

 

 갑자기 일어난 이적에 천유강은 놀랐지만 그렇다고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전에 공격하려 했다.

 

 팟!

 

 간발의 차이로 천유강의 손이 복면인의 몸에 스쳤다. 강한 내기가 포함된 손이라서 옷이 찢기는 것은 물론이고 살점도 뜯겨나갔지만 치명상은 아니었다. 이 정도면 상처를 꿰매기는 해도 다른 후유증은 남지 않을 거다.

 

 붙잡지는 못해 아쉬웠지만 더 쫓을 방법이 없자 천유강도 발길을 돌렸다.

 

 “휴~ 위험했네.”

 

 천유강이 초절정의 초반부에 이르지 않았더라면 틀림없이 죽었을 것이다. 아니 천부경의 효능이 없었어도 위험했을지 몰랐다.

 

 “설마 그놈들인가?”

 

 전미린이 경고한 일이 현실로 실현된 것일 수 있다. 낮에 남자를 죽이고 천유강마저 해치우러 왔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천부경의 후예를 노리는 적들이 전 세계에 많지만 그것을 위해서였다면 이보다 더 많은 인원을 투입했을 거다. 분명히 천유강의 실력과 배운 무공을 전혀 모르는 자의 소행이다.

 

 처음 싸웠던 곳으로 돌아가니 쓰러졌던 자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싸웠던 흔적까지 꼼꼼하게 지워진 것을 보면 확실히 치밀한 놈들이다.

 

 정부에 아는 사람이 있으니 전화하면 그들의 정체를 밝힐 수도 있다. 나라에서 움직이면 다시 이런 습격은 부담스러울 거다.

 

 “일단 돌아가자.”

 

 지친 몸을 끌고 집 쪽으로 걸어가니 앞에 배연아의 모습이 보였다. 어머니 심부름으로 반찬을 가져다주기 위해 온 거다.

 

 "오빠!!"

 

 배연아가 천유강이 비틀거리는 것을 보고 놀라 소리쳤다.

 

 "오빠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안색이 좋지 않은데?"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긴 땀도 뻘뻘 흘리는데······.”

 

 자신이 위험에 처했었다는 것은 알리기 싫었다. 도움은 정부 기관에 알리는 것으로 충분하다.

 

 “괜찮아 잠시 운동을 격하게 했을 뿐이야.”

 

 천유강의 말에 배연아는 조금 의심스럽긴 했지만 눈앞에 자신의 사촌오빠를 곤란하게 만드는 일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했다. 그래서 수긍하고 말을 돌렸다.

 

 "아~ 맞다! 우리 그때 점집 갔을 때, 본 할머니 있지?"

 

 "그 사주 카페 말하는 거냐?"

 

 "응. 그 할머니. 우리 문파에 왔던데?"

 

 "뭐? 그 할머니가 무슨 일로."

 

 "몰라 우리 아빠 집무실로 가는 거 같았는데······."

 

 "설마, 잘못 본 거겠지."

 

 국회의원도 함부로 만날 수 없는 사람이 전왕이다. 사주 카페에서 점 보는 할머니가 전왕과 만났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그런가? 앗! 오빠 손 왜 이래?"

 

 배연아는 다친 천유강의 손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독기는 해소했지만 검게 탄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냥 좀 싸움이 있었다."

 

 "싸움? 오빠를 이렇게 만들 정도로 싸움이 있었다는 거야? 누가?"

 

 "글쎄······."

 

 "어디 손 봐"

 

 배연아는 천유강의 손을 붙잡았다.

 

 천유강의 손은 차마 피부까지는 독기를 제거하지 못하였는지 깊은 검상이 왼손과 오른쪽 손에 똑같은 위치에 나 있었다.

 

 "이거 독이잖아. 무슨 독인데 이렇게 심한 거야? 이거 평생 지워지지 않겠는데?"

 

 "괜찮다. 단지 손에 칼자국만 생긴 거야. 근육에는 지장 없다."

 

 "하지만 흉터가 남잖아. 어라? 그러고 보니······."

 

 배연아는 천유강의 손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왜?"

 

 "이 자리는 그때 그 점쟁이 할머니가 알려준 자리인데? 오빠에게는 이곳에 손금이 전혀 없다고 한 거 있잖아. 그런데 이렇게 깊은 손금이 생겼네?"

 

 "뭐?"

 

 공교롭게도 점쟁이가 알려준 그 자리에 왼손 오른손 똑같이 검상이 나 있었다. 누가 보면 정말로 손금을 그린 것처럼 보였다.

 

 "깊을수록 예쁘고 좋은 사람이라는데 오빠 완전 미스코리아만 만나는 거 아니야?"

 

 배연아의 말에 천유강이 피식 웃었다.

 

 "손금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바뀌는 거면 다들 손에다가 칼자국 만들면 끝나겠다. 그리고 난 그런 거 안 믿는다."

 

 "그것도 그런가? 뭐 어때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 되지."

 

 배연아의 말에 다시 손을 쳐다보던 천유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반찬이나 줘. 배고프다."

 

 "응"

 

 둘은 알지 못했지만 그들이 집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전왕과 이야기도 나누었던 천기녀다.

 

 “여러 인연 중에 하나만 얻어도 큰 도움 될 거야.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천기녀가 크게 한숨을 쉬었다.

 

 “······운이 좋아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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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성주가 되다 (5) 2017 / 11 / 18 38 0 6937   
54 성주가 되다 (4) 2017 / 11 / 15 91 0 6217   
53 성주가 되다 (3) 2017 / 11 / 15 45 0 6904   
52 성주가 되다 (2) 2017 / 11 / 13 40 0 8577   
51 성주가 되다 (1) 2017 / 11 / 13 49 0 8791   
50 어벤져 (6) 2017 / 11 / 13 45 0 6418   
49 어벤져 (5) 2017 / 11 / 11 34 0 7183   
48 어벤져 (4) 2017 / 11 / 6 41 0 6598   
47 어벤져 (3) 2017 / 11 / 5 39 0 5990   
46 어벤져 (2) 2017 / 11 / 4 35 0 5585   
45 어벤져 (1) 2017 / 11 / 4 36 0 5175   
44 혼돈의 시작 (9) 2017 / 11 / 3 38 0 10814   
43 혼돈의 시작 (8) 2017 / 10 / 30 42 0 7414   
42 혼돈의 시작 (7) 2017 / 10 / 27 47 0 7773   
41 혼돈의 시작 (6) 2017 / 10 / 27 50 0 5487   
40 혼돈의 시작 (5) 2017 / 10 / 27 43 0 8686   
39 혼돈의 시작 (4) 2017 / 10 / 27 40 0 7686   
38 혼돈의 시작 (3) 2017 / 10 / 26 42 0 8658   
37 혼돈의 시작 (2) 2017 / 10 / 24 49 0 8720   
36 혼돈의 시작 (1) 2017 / 10 / 24 53 0 9504   
35 운명을 만들다 (7) 2017 / 10 / 24 36 0 9410   
34 운명을 만들다 (6) 2017 / 10 / 24 45 0 6821   
33 운명을 만들다 (5) 2017 / 10 / 23 45 0 4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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