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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불량만화로 가자
작가 : 페이야
작품등록일 : 2020.8.9

30대 중반의 평범 이하 직장인
어떤 직장에서도 환영받지 못하지만 먹고 살기위해 억지로 회사를 다니는 그에게
어느날 만화점이 다가왔다.

 
스타트 포인트 6
작성일 : 20-09-08 11:11     조회 : 37     추천 : 0     분량 : 7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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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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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띠띠띠띠 띠리링

 

 이제는 익숙해서 번호를 눌러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손가락이 알아서 도어락을 연다.

 

 대충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을 구석으로 던지니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익숙해서 그랬는지 예전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가방을 메는 것 자체가 왜 이렇게 불편한지

 

 솨아아아아아

 

 "어우 좋다"

 

 샤워기 해드에서 나오는 찬물이 몸을 적시자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어렸을 때 목욕탕에 가면 아저씨들이 딱 이랬는데, 나도 이제 아저씨가 다 됐나 보다

 

 사람이 참 간사한 게 낡은 샤워기에서 졸졸 나오는 물이 이렇게나 좋은지 몰랐는데 지금은 이게 또 이렇게 고맙네

 

 하긴 맨날 달팽이 타고 도망다니면서 제대로 씻지도 못하는 생활을 하면 뭔들 안 고맙겠냐마는

 

 이게 다 물 아깝다고 씻는 것도 최소한으로 시키던 어떤 노망난 늙은이 때문이다

 

 '마음만 먹으면 마법으로 얼마든지 만들 수 있으면서 망할 아동 학대 할멈 같으니라구'

 

 미취학 아동 4명 목욕물 만들어 주는 게 뭐 그리 힘들다고 이런 저런 핑계만 늘어놓던 귀 큰 할머니를 생각하니 다시금 피가 솟는 기분이다

 

 "휴, 진짜 성격이 바뀐건가? 왜 이러지"

 

 내가 피 끓는 청춘도 아닌데 회사에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이전에는 그냥 아무렇지 않게 넘겼을 일인데 그게 잘 조절이 안 된다.

 

 "하필 이럴 때 만화점은 문을 닫아 가지고 "

 

 이것까지 해서 물어볼게 있어서 퇴근해서 오는 길에 확인했는데 금일 휴업이라는 A4용지가 붙어있었다.

 

 개 똥도 약에 쓸라면 없다는 건 여기서도 통용되는 모양이다.

 

 개 똥이나 만화점이나

 

 샤워를 끝내고 새 옷으로 갈아입은 후 냉장고를 열어 차가운 맥주 한 캔을 꺼내 들었다.

 

 치익

 

 꿀꺽 꿀꺽

 

 "크으으으~!! 이게 이런 맛이었구나, 그래서 사람들이 이걸 못 끊는거였어"

 

 샤워 후에 먹는 맥주 한 캔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묵은 때가 벗겨지는 듯한 이 청량감을 느낀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이전에는 암담한 현실을 도피하기도 할 겸 술도 약하니 빨리 자기 위해 급하게 한 캔 때려 박고 잠드는 게 전부였으니까

 

 맥주를 술이 아닌 수면제 대용으로 썼다고 할까?

 

 이전까지는 분명히 그랬는데 새삼스럽게 오늘은 왜 이리 맥주가 달까?

 

 오독오독

 

 안주 삼아 집 앞 마트에서 사온 당근조차도 달다

 

 "김과장 일 때문인가?"

 

 아까 있었던 일을 생각하니 맥주가 더 달달하게 느껴지는게 맞나 보다

 

 "놀랐겠지 그 사람도. 평소에 사람 취급도 안 하던 병풍에게 체면을 다 구긴거니까"

 

 

 =================================================

 

 [이민준 대리 : 어떤 면에서 진심을 느껴야 하는 건지 전혀 모르겠네요]

 

 [이민준 대리 : 제가 보기에는 그냥 이 상황을 넘기려고 하는 것처럼 밖에는 느껴지지 않는군요]

 

 [이민준 대리 : 이 이상의 대화는 불 필요한 것 같네요.]

 

 메시지는 여기까지 보내 놓고 이제 액션 좀 해볼까?

 

 부시럭 부시럭

 

 들썩 들썩

 

 꿈틀 꿈틀

 

 쿵쾅 쿵쾅

 

 아, 이건 아닌가

 

 어쨋든 남들이 보기에 부산스런 움직임을 계속하고 있자 다급하게 메시지 알림음이 연속 해서 들려 온다.

 

 오예~ 걸렸구나~ 월척이다!

 

 띠리링

 

 [김상원 과장 : 아니요, 민준씨 제가 잘못했습니다]

 

 [김상원 과장 : 제 말이 불편했다면 사과할게요, 그렇게 말할 의도는 없었습니다.]

 

 [김상원 과장 : 민준씨?]

 

 [김상원 과장 : 민준씨,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

 

 채팅창에 불 나겠네, 불 나겠어

 

 뭐 이해는 간다.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돌아이는 당장 상사에게 처들어갈 듯이 들썩이고 있지, 자기가 보내는 메시지 음은 자기 자리에서도 들리는데 정작 당사자는 읽지도 않지.

 

 나 같아도 미치고 팔짝 뛸 심정일거야

 

 뭐 물론 난 이미 메시지 창 띄워 놓고 올라오는 메시지를 다 읽고 있었지만 작게 켜둔 메모장을 활성화 시킨 상태라 채팅창에는 계속해서 읽지 않음으로 표시될테니 얼마나 똥 줄이 타겠어

 

 자, 김상원 과장님 지금 편하게 자리에서 뭐하고 계십니까?

 

 어서 자리 털고 이리로 튀어오셔야죠

 

 컴퓨터 시계를 보니 내가 마지막 메시지를 보내고 2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메시지만 보내고 있다.

 

 메시지 내용도 다 말 뿐인 사과들이고

 

 '아직 메시지를 보낼 여유가 있으신가본데, OK 좋습니다 이번에는 동선 좀 크게 가 보지'

 

 정리가 끝난 파일들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르륵

 

 일부러 의자가 밀리는 소리가 들릴 수 있게 신경 써서 일어났다.

 

 사정을 모르는 사무실 사람들이 들으면 크게 문제가 없지만 신경 써서 들으면 분명히 들릴만한 크기로 내려고 꽤 신경썼지.

 

 흘긋 김상원 과장이 있는 자리를 보니 역시나 자기 자리에서 미어켓처럼 나를 보고 있는 김상원 과장의 모습이 보였다.

 

 '어디 언제까지 그 자리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나 볼까나'

 

 눈 한번 마주쳐주고 부장님이 계신 자리로 걸어간다.

 

 지금의 내 모습은 평소의 병든 닭 코스프레 하던 모습이 아니다.

 

 거북목 증후군에 걸린 목에 힘줘서 고개 빳빳하게 들고 안쪽으로 말린 어깨도 부러져라 힘을 줘서 쫙 폈다.

 

 한발 한발 힘 있게 디디며 누가 봐도 큰 결심을 한 사람임을 나타낸다.

 

 물론 자세만 그렇고 걷는 속도는 평소보다 느리다.

 

 "저기, 이민준 대리"

 

 어이쿠 벌써 입질이?

 

 고개를 돌려보니 아니나 다를까 김상원 과장이 언제 왔는지 내 뒤에 서 있었다.

 

 얼굴이 꽤 상기된 걸 보니 자기딴에는 서둘러 온 것 같은데...

 

 그런데 이 사람 자리, 꽤 떨어져 있지 않았던가?

 

 사무실 거의 끝 쪽에 있었던 거 같은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왔지?

 

 여고괴담이야 뭐야 이 사람?

 

 아저씨 저기 한번 4단 뛰기로 갔다 와봐요

 

 "무슨 일이시죠? 더 할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냉기를 담아 뱉었다.

 

 지금 내 모습을 누가 봤으면 눈으로는 짜증과 불쾌감을 풍기고 있고 온 몸으로는 정말 어쩔 수 없이 말한다는 띠껍고도 껄끄러운 분위기를 아주 잘 느낄 수 있을 거다.

 

 이거 이래뵈도 제롬한태 자주 써먹어서 나름 몸에 습득 시킨 자세거든

 

 "아, 아니... 저 그게...."

 

 나랑 눈이 마주친 김과장이 흠칫 놀라며 말을 더듬기 시작한다.

 

 음, 거참 여기서도 이런 만화 같은 연출이 일어나네

 

 여기 내가 원래 있던 현실 맞지?

 

 아무래도 내 생각보다 이 자세 효과가 좋은 듯?

 

 이렇게 쓸 줄은 몰랐어도 혹시나 싶어 연습하고 오길 아주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저쪽이랑 다르게 이쪽의 나는 연약하고 소심하니까 이런 허세용 자기 방어술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게 좋을거라고 생각했었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아

 

 잘했어 과거의 나

 

 "잠깐만요 이대리"

 

 스스로를 칭찬하며 고개를 돌려 다시 몸을 움직이는데 다시금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다시 고개를 돌리니 주변 사람들이 시선이 몰린게 느껴졌다.

 

 김과장이 다급했는지 꽤 소리를 크게 나를 불러서 일어난 일이지만 마침 잘 됐다, 시선이 안 모이면 내가 일부러라도 관심을 좀 끌 생각이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어

 

 "뭡니까 자꾸?"

 

 짜증스런 내 반응에 주변의 분위기가 헉 하는게 느껴진다.

 

 당연하겠지 입사 이래 목소리 한번 크게 낸 적 없던 나였으니까

 

 일도 못해서 위에서 누르면 누르는데로 갈구면 갈구는 데로 얻어맞던 샌드백이 이런 태도를 취하니 안 놀라는게 더 이상할 거다

 

 그래, 몇일전까지의 나라면 오늘도 그때와 다르지 않았을 거다

 

 일이 끝나지 않아 내가 예진씨에게 문서를 주지 못했다고 해도 어쩌면 김상원 과장은 아까처럼 나를 사내 메신져로 갈궜을 거다

 

 그랬다면 나는 또 바보같이 가만히 얻어 맞고만 있었을테고

 

 그런데 오늘은 왠지 싫다.

 

 그렇게 사람만 좋아서 내 잘못도 아닌 일로 일방적으로 그렇게 얻어맞는 거

 

 설령 내일 다시 원래의 그 바보의 나로 돌아가는 일이 있어도 오늘은 허락하고 싶지 않다.

 

 어느 누구나 쉽게 막 대할 수 있는 무능력한 이민준이라는 포지션을 오늘 만큼은 거부하련다.

 

 "김상원 과장님,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아니, 나는 얘기 좀 하려고..."

 

 "할 얘기 없다고 분명히 말씀드린 것 같은데, 제가 왜 과장님과 그래야 하죠?"

 

 "아, 아니. 그래도..."

 

 "그래도든 그러나든 전 더 이상 할 얘기가 없습니다. 지금은 제가 부장님께 보고할게 생겼으니 정 저와 얘기를 하고 싶으시다면 제가 부장님께 보고를 마친 뒤 하시죠. 그 뒤에 하실 말이 남아 있다면 말이죠"

 

 할수 있는 최대한의 한기를 담아 쏘아준 뒤 다시 몸을 돌리는데 김과장이 다급히 내 손을 잡는다.

 

 아이씨, 잡고 싶으면 말로 잡지 손을 왜 잡아!

 

 최근 5년 간 여자랑도 손 한번 못 잡아봤구만 5년 만에 잡힌 손이 시커먼 아저씨 손이야?

 

 이 무슨 개 같은 경우야?!

 

 "놓으시죠?"

 

 이번에는 조금 전같이 연기하는게 아니라 진심이다.

 

 지금 정말 진심으로 기분이 더럽거든

 

 그러니까 김씨 아저씨, 당장 이 손 놔

 

 내가 만일 여기서도 저쪽처럼 마법을 쓸 수 있었으면 아저씨 지금 손목 아작났어

 

 "아, 미안합니다."

 

 내 눈에 담긴 진심을 알았는지 김씨 아저씨가 이번에는 두말 없이 손을 놓았다.

 

 '후우~ 좋아, 기분이 더러운건 더러운거구 슬슬 무대는 준비가 된 것 같은데'

 

 잡혔던 손을 한번 털면서 슬쩍 주변을 둘러보니 방금 내 순도 120% 짜증 때문인지 아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이쪽을 주목하고 있었다.

 

 이쯤 되면 더 이상 기다릴 이유가 없지

 

 "좋습니다, 그 할 얘기라는거 들어나 보죠."

 

 내 말에 내낸 내 눈치만 보고 있던 김 과장의 표정이 활짝 핀다.

 

 쯧쯧 이 아저씨 분위기 파악 못하네

 

 지금 내가 당신 좋으라고 이러는것 같아?

 

 "여기서 말씀하시죠"

 

 "여기서 말입니까?"

 

 "네, 지금, 여기서요."

 

 내 단호박 같은 말에 실시간으로 김과장의 표정이 변한다

 

 물론 안 좋은 쪽으로

 

 내가 대화를 하자고 할 때는 그나마 봐줄 만한 애호박 같았는데 상처나고 볼품없는 가지로 변하더니 지금은 그냥 말라서 썩어버린 상추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우와 사람이 저런 얼굴이 될 수도 있구나

 

 썩은 상추가 될 때까지도 결정을 못 내리는 걸 보니 그냥 내가 결정을 내려줘야겠다.

 

 "그게 싫으시다면 부장님 뵙고 난 이후에 하시죠"

 

 '.....아닙니다. 지금 하죠"

 

 대답과 동시에 썩은 상추가 핏기 없는 30대 아저씨로 돌아왔다.

 

 우와 회복이 빠르기도 하셔라

 

 잘 됐네, 안 그래도 그 이상 더 변하면 뭔가 인간이 아닌 미지의 생물로 변할 거 같아서 찝찝했었는데

 

 "이 대리, 내가 실수했어요. 미안합니다"

 

 김 과장의 말에 주변의 분위기가 미묘해졌다.

 

 대체 무슨 상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분위기를 보아하니 적어도 이 상황이 김 과장이 내게 실수를 해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생각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 모양이었다.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건 또 이거대로 열 받네

 

 "그게 끝입니까?"

 

 "네? 아, 그 다신 이런 일 없도록 할게요"

 

 진지한 표정만 봐도 메신저와 달리 이번에는 김 과장이 꽤 진지하게 사과를 하는 건 알 수 있다.

 

 메신저로 사과를 했을 때 저 정도만 됐어도 내가 이렇게까지 일을 키우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마 한 마디 정도만 해주고 넘어갔겠지"

 

 그때 내 관심 포인트는 이 사람이 나를 대하는 불쾌한 태도였으니까

 

 '아쉽네'

 

 정말 아쉬웠다.

 

 아까 이렇게 사과를 했으면 내가 지금 이걸 보지 못했을텐데

 

 분명히 김과장이 내게 실수를 했고 정식으로 사과까지 한 걸 봤으면서도 나를 추궁하는 이 눈빛들

 

 마치 그래도 니가 뭔가 일을 잘못해서 그런거겠지~ 이렇게 말하는 듯한 분위기

 

 [김과장이 뭔가 말 실수를 한 모양인데 그러게 처음부터 일을 깔끔하게 했음 이런 일 없잖아]라는 듯한 말이 들리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러니까

 

 미안하지만

 

 "그렇게 어물쩍 넘기지 마시죠"

 

 잠시 풀어졌던 몸을 다시 원래대로 한다.

 

 목에 힘을 줘 빳빳하게 들고 어깨도 부러질 듯 힘을 줘서 당당하게 쫙 폈다.

 

 "김과장님이 제게 어떤 오해를 하셨는지, 그리고 저에게 어떤 실수를 하셨는지"

 

 말은 김과장에게 하지만 눈은 주변에 있는 이들 하나하나를 바라봤다.

 

 "정확하고 분명히 말씀해주시죠. 그러지 않고는 모릅니다"

 

 이곳을 주목하고 있는 모든 이들을 한번씩 일별한 후 마지막으로 김 과장과 눈을 마주쳤다,

 

 "누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말입니다"

 

 =====================================================

 

 꿀꺽 꿀꺽

 

 캬아아

 

 맥주 한 모금에 감탄사 한마디가 자동으로 딸려 나오는구나

 

 "쩝, 그래도 너무 했나"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울컥하긴 했다고 해도 일이 다 끝난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좀 너무 나간 거 같긴 하다.

 

 다른 부서라고 해도 어쨌든 직급이 나보다 높은 사람을 공개 망신 시킨거니까

 

 어디든 마찬가지지만 계급이 깡패인데 이걸로 나도 징계나 받지 않으면 다행이겠네

 

 에효... 소심하고 찌질한 이민준이 어디 가겠냐

 

 할 때는 좋다고 질러 놓고 이제 와서 이렇게 신경 쓰고 있으니

 

 "그래도... 만일 그런 상황을 다시 맞닥드린다면 또 똑같이 하겠지"

 

 그래, 시간을 돌릴 수 있으면 그냥 참는 다가 아니다

 

 그래도 , 그럼에도, 내 결정은 변하지 않는다.

 

 나중에 쫄아서 전전긍긍하고 걱정에 밤잠을 설쳐 뜬눈으로 밤을 새더라도

 

 "이제, 예전처럼은 못살 것 같지?"

 

 나 혼자 이게 뭐 하는 건가 싶어 픽 웃다가 맥주나 마저 마시려는데 어느새 캔이 비어있다.

 

 "이런, 벌써 다 마셨어?"

 

 예전에는 반 캔만 마셔도 알딸딸 했었는데 확실히 오늘의 나는 뭔가 다른 모양이다.

 

 잠시 어떻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한 캔 더 가져와 자리에 앉았다.

 

 치이익!

 

 듣기에도 시원한 소리에 반대로 정신이 뭔가 몽롱해지면서 오늘 있었던 일들이 전부 꿈같이 느껴진다.

 

 내가 지각을 안 했어?

 

 내가 업무를 밀리지 않았고?

 

 내가 다른 팀 사원에게 음료수를 선물로 받았었지?

 

 내가 여자랑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를 했었네?

 

 내가, 오늘 개념 없는 상사에게 사과를.... 받았다

 

 딸칵

 

 캔 따게에 의해 완전히 열린 캔을 보니 묘하다

 

 나는 오늘 뭐한 거지?

 

 오늘의 나는 뭐였던 걸까?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나는 오늘 잘 한 건가?

 

 못했다면 오늘의 내가 못한 건가 평소의 내가 못한 건가

 

 "취했나?"

 

 평소에 하지도 않던 고민들이 급작스럽게 밀러 들어오는 걸 보니 취했나 보다.

 

 "그래도 좋네, 사람 답게 사는 것 같아서"

 

 이전에는 뭔가... 사람이 산다기 보다 사람 흉내 내는 뭔가가 살아가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그럼 오늘이 사람으로 사는 첫 날인건가?"

 

 내가 이렇게 오글 거리는 혼잣말을 하는 놈이었던가?

 

 이거 분명 내일 일어나서 기억하면 바로 이불킥 할 대산데

 

 "에효 모르겠다. 이불킥이던 지붕킥이건, 그건 내일의 내가 할거니까 알아서 하라고 하고"

 

 꿀꺽 꿀꺽

 

 따기만 하고 입도 대지 않았던 맥주를 원 샷으로 넘긴다.

 

 "크으~~~~!!"

 

 정했다.

 

 아무한테도 말 안 할거지만

 

 오늘 이후로 생각으로도 안 할거지만

 

 오늘을 내 두 번째 생일로 정했다.

 

 첫번째 생일이 모지리에 찌질이에 결함 많은 인간 흉내내는 이민준의 탄생일이라면 오늘은 이제 인간 답게 살아보려고 하는 인간 이민준의 재 탄생일, 스타트 포인트인거다.

 

 ..................................

 

 ........................

 

 ................

 

 ..........

 

 ....

 

 "우와~!!! 씨발 절대 다시는 생각으로라도 이딴 생각은 하지도 말아야지, 우와 술이 확 깨네 제길"

 

 내가 미쳤지 어쩌자고 이런 오글 거리는 생각을

 

 머리 딱 때 과거의 이민준 새끼야 너 대문에 내 손발이 다 접혀서 도라애몽이 됐잖아

 

 뒤통수 한대 처 맞고 기억상실이나 돼버려라

 

 "으아~ 탄생일? 스타트 포인트? 개뿔 아놔 뽕이다!"

 

 살려줘

 

 이제 발까지 말릴 것 같아

 

 누가 와서 내 손발 좀 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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