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건물의 외양은 평범한 학교에서 볼 수 있는 강당 같다. 길게 뻗은 옆모습과 비교해서 입구는 그리 폭이 넓지 않다. 장식을 배제한 군더더기 없는 외양에 전체적으로 하얀색 페인트가 칠해졌다. 드나들 수 있는 문 바로 위에 가로와 세로로 엇갈려진 단순한 십자가가 박혀있다. 다섯 걸음 정도 문을 지난 지점부터 신자석이 조밀하게 자리한다. 열 명 남짓의 중년 여성들이 복도를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청소를 하는 중이다. 널브러진 주보와 안내문을 줍고 바닥 구석을 따라 돌아다니는 먼지와 종잇조각을 쓸어 담는다. 물에 적신 걸레로 지지대와 의자 등받이를 닦아내기도 한다.
손과 발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와중에도 그들의 대화는 끝이 없다. 한쪽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파도를 타듯 다른 쪽으로 넘어가 그 살을 더하며 이어진다. 허탈하게 내뱉는 탄식소리와 ‘끌끌’ 또는 ‘쯧쯧’ 거리는 혀 차는 소리가 나온다. 갑작스럽게 터지는 웃음이 간간이 들리기도 한다. 그렇게 분주한 그들을 향해 누군가 다가온다. 단정하게 손질된 머리에 목을 따라 두른 하얀 칼라의 색감이 두드러져 보이는 검은색 상의를 꽉 끼듯 입은 남자다.
가까워지는 발소리에 젖은 걸레를 들고 신자석 뒤를 훔치던 여자가 동작을 멈추더니 큰 목소리를 내며 인사를 건넨다.
“아유, 신부님 오셨네요.”
목소리가 크기도 하거니와 건물의 천장이 높고 속이 비어 소리가 내벽을 때리고 안으로 퍼지며 쩌렁쩌렁 울린다. 그게 신호라도 되는 양 함께 청소하던 여자들이 멈추어 서서 신부님이라 불린 남자에게 차례로 인사를 한다. 빗질을 하던 손을 멈춘 채 허리를 편 한 여자가 조금 더 가까이 신부 곁으로 다가선다.
“안녕하세요, 신부님. 우리 하창필 신부님은 언제 봐도 인물이 좋다니까. 오늘은 더 훤하시네.”
바로 이어 첫인사를 건넸던 커다란 목소리의 여자가 말을 뗀다.
“젊었을 적엔 여신도들이 신부님 얼굴 보자고 얼마나 몰렸겠어. 안 그래요?”
뒤이어 여자가 자신이 한 얘기가 너무 우스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고 그 소리가 길게 이어진다. 높은 옥타브의 웃음소리가 한껏 울려대는데 그녀의 말 내용보다 커다란 웃음소리에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웃어 보인다. 하신부는 입술을 살짝 올렸다 내려놓을 뿐 각이 지고 붉은 기가 도는 얼굴에 별다른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반여사는 그렇게 항상 행복해보여 보기 좋습니다. 우리 성당의 보물이지요.”
낮게 깔리는 톤으로 말을 건네며 주위 여신도와 인사를 나누던 신부는 살집이 없이 마르고 귀가 보이게 짧게 깎은 머리를 한 여자와 마주한다. 폭이 너르고 발목까지 내려오는 치마를 입어 그것이 그녀를 더 왜소하게 보이도록 한다.
“윤여사, 안녕하십니까? 본당 청소한다고 수고가 많아요.”
윤여사라 불린 여자는 수줍게 웃으며 목례를 한다. 동시에 신부는 고개를 돌리려다 큰 목소리의 주인공 반여사와 눈이 마주치자 못 본 척 하며 슬며시 윤여사를 향해 되돌아선다.
“아들이 로마에 간다고 하더니 돌아왔어요? 좋은 공부하고 오겠네. 언제 오지요?”
윤여사는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손을 앞으로 마주 잡는다.
“들어올 날짜가 오늘 내일 하네요. 좋은 공부는요, 신부님. 말도 마세요. 밥이나 잘 챙겨먹고 다니면 다행이게요.”
“아들 오면 얼굴 한번 봅시다. 젊은 사람 일 좀 시키게. 요새 성당에서 일 돕겠다는 젊은이가 없어요.”
오호호호. 이번에는 다소 입모양이 둥글게 말려서 전보다 작게 울리지만 그래도 그 큰 웃음소리가 건물 안을 헤집고 다니며 퍼져나가 귀를 꽉 채우긴 마찬가지다. 반여사가 근처로 다가온다.
“우리 딸내미도 성당에서 봉사시켜야 하는데 맨날 바쁘다고 해서. 신부님, 제가 어떻게든 끌고 올게요.”
아하하하. 입모양이 퍼져서 나오는 웃음이 크게 울린다. 멋쩍은 표정의 하신부가 발을 움직인다.
“젊은 사람들 많을수록 좋지요.”
하신부가 되돌아 나가자 반여사가 그의 뒷머리에 대고 예의 그 웃음과 함께 인사를 전한다. 어느새 다들 하던 일에 열중한다. 그 가운데 윤여사의 혼잣말이 작게 새어나온다.
“걔가 오려고 하려나. 냉담한 지가 언젠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