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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문 여는 자 1 -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20.8.31

문 여는 자는, 영계에서 넘어오지 않아야 할 영들이 넘어오고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두 남녀 주인공이 선택되고 모험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현대판타지물입니다.
두 남녀 주인공, 민호와 은지는 로마로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만난 사이인데, 한국에 돌아와 둘이 같이 해결해야 일을 떠맡게 됩니다.
건너편 세상에서 온 108개의 영혼을 다시 되돌려 보내거나 소멸시키도록 임무를 부여받고 그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여러 어려움을 무릅씁니다. 그 여정 재미나게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 여는 자 1 -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31
작성일 : 20-10-12 11:41     조회 : 289     추천 : 0     분량 : 3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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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

 

  교복을 입은 여자아이들이 소란스럽게 골목길을 들어서는 모습은 학교 근처라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 나이대의 에너지가 북받쳐서 쉴 새 없이 대화를 이어가고 틈을 주지 않고 웃음을 터뜨린다. 그러나 그들 주변에 학교는 보이지 않는다. 시간대도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즈음이다.

  집들이 조밀하게 모여 있는 주택가를 지나 오래된 건물들이 띄엄띄엄 자리한 위치에 이르자 그들의 대화는 조금씩 잦아든다. 웃음기 가득했던 얼굴에 긴장과 흥분이 올라온다. 주변에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색을 잃은 채 무성하게 우거져있는 수풀이 주위를 채우고 있다. 예전에는 물이 흘렀겠지만 지금은 메말라 있는 개천 바로 옆에 층을 이룬 야트막한 둔턱만 자리한다. 그 위로는 삭아가는 창고로 보이는 건물이 오래된 세월의 흔적을 감추지 않고 드러낸다. 과거 물레방아가 돌았던 자리에는 무너져버린 지지대만 보이고 듬성하게 안이 들여다 보이는 구멍들이 여기저기 뚫려 있다.

  “여기야. 할머니 귀신 나온다는 곳. 금방 무너지게 생겼다.”

  둥글게 가운데로 모인 머리 모양을 하고 여드름이 드문드문 오른 볼을 가진 아이가 말을 꺼내자 그 옆에 선 덩그마니 키 크고 마른 아이가 뒤를 잇는다.

  “귀신이 문제가 아니라 여기 들어가면 깔려 죽을 것 같은데. 다들 정말 안으로 들어갈 생각이야?”

  자신 있게 대답하는 사람이 없지만 조금씩 흘러나오는 얘기의 결론은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갈 수는 없다는 거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몸집의 아이가 먼저 조심스레 살짝 열려진 문을 밀고 들어서자 그 뒤 일렬로 줄이 만들어져서 따라간다. 처음 들어설 땐 주저하더니 아무도 살지 않아 낡아가는 내부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나자 다들 활기를 찾는다.

  “저거 봐. 놋그릇이다. 수저도 있네. 무슨 역사책에나 나올 것처럼 낡았어.”

  “사람이 살긴 했었나 봐. 방이 나눠져 있는데.”

  “이건 뭐지?”

  “여기 옛날에 물레방아가 돌았다고 하더라고. 방아 찧던 자리 아냐?”

  말소리가 커지면서 빨라진다. 조심스럽던 발걸음에 무게를 싣자 발자국 소리가 주위에 울려 퍼진다. 주위를 둘러보는 아이들의 걸음이 부산스러워지고 보이는 모든 게 신기한지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닌다. 허수로이 나눠진 구역은 나름 용도별로 구분되어 있다.

  “윽, 화장실이다.”

  “크크, 기집애. 어떻게 화장실도 찾아내고. 기념으로 한 번 이용해줘 봐.”

  “싫어. 화장실이 제일 귀신 나오기 좋잖아.”

  “왜? 귀신은 구린내를 좋아해?”

  어리숙한 모양새로 커다란 안경을 코 아래로 내려서 낀 아이가 꺼낸 얘기에 다들 크게 웃음을 터뜨린다. 동시에 울리는 웃음소리는 건물 안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가고 상당히 편안해진 모습의 아이들은 여기로 찾아온 이유는 잊어버린 듯 주변을 돌며 장난을 친다. 건물 아래에 위치한 말라버린 바닥에는 갈라진 틈이 서로 얽혀서 사방으로 뻗치고 있고 그 사이로 돌들이 불규칙하게 널부러졌다. 쏴아아. 바람이 불어 건물 바깥에 자리한 수풀을 흔들자 그에 맞춰 물 흐르는 소리가 난다.

  분명 그 소리는 실제 물이 흐르는 소리가 아니었지만 그에 맞춰 깨어났는지도 모른다. 여러 갈래로 나눠진 틈 사이에서 조금씩 맺히는 건 물방울이다. 땅에서 솟아나는 것 같아 보여도 말라버린 바닥에서 올라오는 물이 아니다. 물방울에서 시작되어 물줄기로 차오르더니 점점 굵어져 바닥을 적실 만큼 흥건해진 후 위로 솟아오른다. 바닥에 물이 차서 넘쳐 오르는 게 아니라 물이 모여서 줄기를 이루어 올라온다.

  물은 사방으로 튀어 땅을 적시고 둔덕을 넘어 위로 올라가 건물의 바닥까지 젖게 만든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먼저 사람의 상체가 쑤욱, 하고 올라온다. 물이 맺혀 모여진 모습이 아직 뚜렷하진 않지만 얼핏 쪽진 머리와 저고리라는 걸 파악할 수 있다. 시간이 흘러 그 모습이 더욱 뚜렷해지자 낡고 헤진 한복을 걸친 노파가 전신을 드러낸다. 흔히 볼 수 있는 시골 할머니의 모습이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그 주변으로 많은 물이 튀면서 퍼져나가고 그 물의 양이 끊임없이 늘어난다.

  노파는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아이들을 향해서 천천히 다가간다. 시간의 풍파 속에서 낡을 대로 낡은 나무벽은 별다른 저항 없이 물을 한껏 빨아들여 젖어가고 바닥 곳곳이 물을 머금는다.

  “그니까 이 집에 이제 아무도 안 사나 봐?”

  “그렇겠지. 이런 데 누가 살겠어?”

  “할머니 귀신 나온다면서? 귀신이 있긴 한 거야?”

  “우리가 너무 일찍 온 거 아냐? 아직 해도 다 안 졌어.”

  “하기야 귀신이 해 뜬 낮에 나올 리가 없잖아?”

  “야, 밖에 비 와? 물이 떨어져.”

  여드름 난 아이가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에 기겁하자 안경을 낀 아이가 유리는 없고 그 틀만 남아있는 창을 통해 밖을 바라본다.

  “비는 무슨. 구름도 거의 안 보여.”

  “어, 그럼 이 물 떨어지는 건 뭐야?”

  아이들이 젖어있는 벽으로 향하더니 의아하게 그 주변을 살핀다. 닫혀있는 문에서부터 계속 번져오는 젖은 얼룩이 삽시간에 그 위세를 넓히고 있다. 고개를 들고 다들 그 번짐을 보다 그 중 한 아이가 문을 열어젖힌다. 그 건너편 바닥에는 물이 흥건하게 내를 이루고 있고 벽과 천장에도 물이 튀어 질척거린다.

  문을 연 아이가 그 건너편을 살피다 등을 구부리고 있는 노파와 눈이 마주친다. 노파는 손을 들어 올려 손짓을 해댄다. 그 노파를 발견한 아이가 놀라서 반응한다. 아아악. 찢어지는 고함은 파도타기를 하듯 옆 아이에게 전달되고 아아악이 으어헉이 되었다가 아아아로 이어지며 마지막으로 아악이라며 두껍게 터진다.

  일단 고함부터 지른 다른 아이들은 노파를 발견하고 더욱 기겁을 하여 소리를 높이고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아이들의 고함과 놀람에 반대편에 선 노파도 같이 당황해서 놀란 얼굴로 양팔을 들어 아이들을 향해 휘젓기 시작한다. 뭐라 말을 꺼내는 것 같지만 도저히 그 소리가 극도로 흥분해있는 아이들에게 닿을 것 같지 않다.

  그 사이 비어있는 공간에 물이 맺히며 서서히 그 사이를 채워간다. 바닥과 천장에 맺혀있던 물줄기가 아이들 주변을 감싸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방 가운데를 향해 물살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들이찬다. 노파를 처음 발견했던 아이가 그만 그 물살 안으로 빠져들어 균형을 잃고 허우적거린다. 그 뒤에 있던 아이는 물을 들이켰다 숨을 쉬려고 토해낸다. 그렇지만 물줄기가 다시 덮쳐 이전보다 더 많은 물을 들이켜고 만다. 그들 뒤에 있던 아이들은 바닥으로 흘러가는 물줄기에 미끄러져버린다. 일어서기 위해 버둥거리다 또 다른 물기둥에 부딪혀 저만치 밀려나기를 반복한다.

  자신의 두 발로 지탱하고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다들 그저 물을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버둥거리며 물을 뱉었다 삼키기만 하고 있을 뿐이다. 이미 한 아이는 거의 의식을 잃어버린 것 같다. 맨 뒤에 있던 아이가 헤엄치듯 사지를 퍼덕거리며 버둥거리다 문에 팔이 닿자 어떻게든 이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밀어제끼는데 낡아버린 문은 물마저 먹어 흐물거리는 상태로 짧은 순간 버티다 활짝 열려버린다.

  밖으로 한꺼번에 밀려나오는 물은 주위로 퍼져 말라있던 땅을 순식간에 적시고 그 기슭 너머로 넘쳐흐른다. 아이들은 바닥으로 내동댕이 처진 후에도 반사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해 몸을 퍼덕거린다. 바닥을 기듯 헤엄치는 아이, 물을 급하게 토해내는 아이, 흐릿한 의식에 앓는 소리를 내며 드러눕는 아이가 있고, 그 와중에 용케 일어서서 어기적거리며 뛰어가는 아이가 있다. 힘들게 발을 움직여보던 아이는 남아있는 힘을 쥐어짜내 목구멍에서부터 울리는 소리를 낸다. 그러나 이번에는 힘이 빠져 노파를 발견했을 때처럼 질러대는 소리는 나오지 않고 쉰 것 같은 길게 끄는 소리만 겨우 내뱉는다. 얕고 물먹어 젖어버린 음색만이 사방을 처량하게 채운다. 축축하게, 아주 축축하게.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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