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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문 여는 자 1 -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20.8.31

문 여는 자는, 영계에서 넘어오지 않아야 할 영들이 넘어오고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두 남녀 주인공이 선택되고 모험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현대판타지물입니다.
두 남녀 주인공, 민호와 은지는 로마로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만난 사이인데, 한국에 돌아와 둘이 같이 해결해야 일을 떠맡게 됩니다.
건너편 세상에서 온 108개의 영혼을 다시 되돌려 보내거나 소멸시키도록 임무를 부여받고 그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여러 어려움을 무릅씁니다. 그 여정 재미나게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 여는 자 1 -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39
작성일 : 20-10-19 07:23     조회 : 276     추천 : 0     분량 : 3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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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

 

  아하하하. 커다란 웃음소리가 집안 곳곳에 울린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던 수지는 그 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더니 던지듯 뱉는다.

  “다녀왔어요.”

  반응이 없다. 대답 없이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만 들리자 한숨을 내쉬며 거실로 들어선다. 반영자는 딸이 곁으로 오는 것도 모른 채 거실 탁자 위에 놓인 평면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다녀왔다구요!”

  그때서야 수지를 발견하더니 아이구, 우리 딸 왔어, 라며 반가운 행색을 한다. 수지는 이미 자신의 방으로 들어서고 있다.

  “밥은?”

  “먹었어요.”

  아쉽다는 듯 텔레비전에 눈길을 주던 영자는 딸을 따라 일어서며 오늘 하루는 어땠어, 재밌는 일 없었어, 라며 무심한 표정으로 옷을 갈아입는 수지에게 계속해서 말을 건다.

  “똑같아요.”

  시큰둥한 대답 후 갈아입을 속옷과 수건을 챙겨 욕실로 향하고 영자는 그런 그녀의 머리 뒤에 대고 묻는다.

  “과일이라도 안 먹을래?”

  “안 먹어요.”

  텅. 욕실 문이 닫힌다. 영자는 그 문 뒤에서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거실로 돌아온다.

  “안 먹으면 말아라.”

  텔레비전 앞으로 가 앉더니 뚱한 얼굴로 프로그램에 시선을 둔다.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아 다시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더니 한쪽 팔을 방바닥에 대고 그 위로 상체를 기대 눕는다. 거실이 가득 차게 웃어대던 영자는 머리를 수건으로 털어내며 수지가 나오자 얼른 텔레비전을 끄고 자세를 고쳐 앉는다.

  “이리 와서 엄마랑 얘기 좀 해.”

  “맨날 보는데 뭔 할 얘기가 있다고.”

  “아, 이것아. 너희 아빠 하늘나라 가고 너희 오빠도 살림 차려 나가고, 이 집에 너랑 나 단 둘인데 너라도 내 말동무 해주면 좋잖아. 성격도 꼭 지 아빠 닮아서 집에 오면 인사 빼곤 말 한 마디 안 하려고 그래."

  수지는 머리 위에 있던 수건을 홱 잡아채며 한 마디 할 듯이 입을 내밀었다가 속으로 삭이더니 숨을 깊게 내쉬며 영자 앞으로 가서 앉는다.

  “그래. 얘기 하자, 해.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데?”

  “아니, 할 얘기가 있어야 꼭 하니? 오늘 어떻게 지냈다, 회사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이런 저런 사람을 만났다, 이냥저냥 하루 보낸 얘기나 하자는 거지.”

  “오늘 잘 지냈어. 회사는 좋은 기사 찾아내라고 들볶고. 별로 안 중요한 사람들만 만나서 기억나는 사람은 없네.”

  “으이그, 말 붙인 내가 잘못이지.”

  토라지듯 영자가 고개를 돌리자 조금 더 고분해진 수지가 말을 잇는다.

  “항상 하는 일인데 별다른 게 있어야지. 여름 때보다 사건은 많이 없네.”

  영자가 바람을 날리며 고개를 쌩, 돌리더니 반짝이는 눈빛으로 수지를 본다.

  “왜? 기사 쓸 게 없어서 곤란해?”

  “기사 찾아다니는 게 내 일인데 거기에 목매는 거야 하루 이틀도 아니고.”

  “엄마가 기삿거리 줄까? 성당에 희한한 일 있었어.”

  이번엔 수지가 눈을 빛낸다.

  “성당에서 무슨 일?”

  “미사 시간에 불이 났대.”

  “응?”

  수지는 두 무릎을 붙이며 앉더니 수건을 그 위로 올려놓고 허리를 편다. 영자는 수지의 경청하는 태도에 흥이 났다.

  “미사 중간에 다들 엄숙하게 기도하는데 글쎄 어떤 사람한테 불이 붙었다지 뭐냐.”

  “누군지는 모르고?”

  “다들 말이 많아서. 이 사람이다 저 사람이다 추측은 하는데 확인할 수가 있어야지. 헛것 본 거 아니냐는 사람도 있고 성령의 불이 내려왔다고도 하고 별 얘기가 다 있어.”

  “엄마가 직접 보진 못했고?”

  “나야, ……, 하필 아침에 늦어서 저녁 미사 갔지.”

  “아유, 꼭 그럴 때.”

  수지의 핀잔에 영자도 아쉽다는 표정으로 혀를 찬다. 생각에 잠긴 수지에게 영자가 슬그머니 한데 말야, 라며 토를 단다.

  “나랑 잘 아는 세탁소 아줌마 있잖아.”

  “엄마랑 세탁소 아줌마랑 언제부터 잘 알았어? 예전에 드라이클리닝 때문에 대판 싸우고 원수처럼 지내지 않았나?”

 아하하하, 그게 아니고, 로 답하더니 무안한지 살짝 수지의 어깨를 밀친다.

  “얘는. 대판 싸운 게 아니고 그냥 말싸움 한 거지. 동네에서 한두 번 다툰 걸로 얼굴 안 보고 살면 금방 이사 가야지 어떻게 터 잡고 사냐.”

  수지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 얼굴이지만 따로 말대답하진 않는다.

  “그 아줌마가 자기는 정확히 봤다며 우기는데 왜, 요 아래 철 깎고 만지고 하는 철공소집 알지?”

  “거기야 항상 시끄러워서 잘 알지. 지나다니다 보면 작업하는 소음에 꼭 한 번씩 보게 되잖아.”

  “그 집이라던데.”

  “진짜?”

  “그 집 여자 손에 불이 붙는 걸 봤다네.”

  수지는 일어나서 방으로 들어가더니 수첩과 펜을 들고 와서 엎드리며 필기할 준비를 한다.

  “얘, 너 꼭 그러니까 날 취재하는 거 같다.”

  “왜? 기분 좋아? 취재 받아서?”

  와하하하, 웃음이 따라오자 수지는 인상을 찌푸리더니 수첩 위로 뭔가를 적어간다.

  “우리 딸 일하는 거 보니까 은근히 폼 나네.”

  또 쏟아내는 웃음소리.

  “그 집에 찾아가볼 거야?”

  “혹시나 해서. 뭐든지 조금이라도 가능성 있다 싶으면 적어둬야 그 중에서 몇 개라도 건지거든. 철공소집 아줌마랑은 안 친해?”

  어어, 라고 내뱉는 말이 눙친다. 빠르게 얘기하다가 속도가 느려지자 수지가 의아하게 엄마를 쳐다본다.

  “그 집, 안 좋은 일이 겹쳤거든. 요즘에는 친정엄마가 같이 살잖아. 그 엄마도 치매가 있어서 돌보느라 고생할 걸. 그 전에는 시엄마랑 살았는데 물에 빠져 죽었어.”

  “물에 빠져서?”

  “꽤 됐지. 네가 요만할 때 일이야. 그때는 그 집이 철공소에다가 물레방앗간도 했었어. 동네에서 좀 벗어나서.”

  “그런데?”

  “비가 심하게 와서 물이 넘쳤지. 물레방앗간이야 물 흐르는 곳 근처에 있어야 하니까 물이 넘치면 피해를 보기 쉽거든. 어떻게든 지켜내겠다고 아들이랑 같이 덤비다가 물에 휩쓸렸나 봐. 아들만 살고 엄마는 물에서 못 나왔어. 물레방앗간도 여기저기 파손되고 그 후로는 못하게 됐지. 게다가 친정에도 안 좋은 일이 있었고.”

  수지는 빠르게 수첩 위에 영자의 이야기를 옮겨 적는다. 글 옆에 선을 긋고 네모를 그려 가계도를 만들다.

  “친정에는 무슨?”

  “그 친정엄마 치매 오기 시작한 게 아들 잃고 나서였거든. 아들이 무슨 화학제품 만드는 공장 다녔었는데 공장에서 불이 나서 거기서 못 빠져나왔대. 나중에 할머니가 소식 듣고 공장으로 달려갔다 불 앞에서 혼절했다고 하더라. 그러다 보니 그 집 아줌마가 무슨 정신이 있겠어. 사람이 항상 지쳐있고 우울하다니까. 거기다 치매 앓는 엄마도 돌봐야하고 많이 힘든가 봐. 성당에서 보면 사람을 피한다니까. 조용하게 있다가 가. 말을 걸어도 그냥 인사만 하고.”

  수지는 몇 줄 더 쓰더니 수첩을 덮고 엄마의 등을 두드려준다.

  “아이, 우리 엄마. 좋은 건수 주셨네. 장해라.”

  “그러냐?”

  “앞으로도 종종 부탁해요. 동네 돌아다니거나 성당 나가면 귀 활짝 열어놓고 지내고.”

  와하하하, 내가 그러니까, 하고 말을 꺼내는데 수지는 어느새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다. 뻘쭘해진 영자는 흐음, 숨소리를 내며 내가 제대로 된 소식통이지라는 말을 뱉으며 배를 긁어대다 텔레비전을 켜고 그 앞에 자리를 잡는다.

  수지가 노트북을 켜고 화면이 들어오길 기다리는데 간간이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저어대더니 누가 말려, 라며 쓴 웃음을 짓는다. 화면이 들어오자 필요한 프로그램을 실행시키며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여 자판 위를 짚어간다. 두 모녀가 살고 있는 그 집의 밤은 그렇게 깊어간다. 두 사람 모두 정신없이 화면에 빠져서. 시계의 바늘이 열심히 움직여도 화면에서 얼굴을 떼지 않는다. 그런 문명의 이기가 없었다면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싶을 정도로.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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