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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문 여는 자 1 -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20.8.31

문 여는 자는, 영계에서 넘어오지 않아야 할 영들이 넘어오고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두 남녀 주인공이 선택되고 모험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현대판타지물입니다.
두 남녀 주인공, 민호와 은지는 로마로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만난 사이인데, 한국에 돌아와 둘이 같이 해결해야 일을 떠맡게 됩니다.
건너편 세상에서 온 108개의 영혼을 다시 되돌려 보내거나 소멸시키도록 임무를 부여받고 그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여러 어려움을 무릅씁니다. 그 여정 재미나게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 여는 자 1 -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41
작성일 : 20-10-26 09:17     조회 : 275     추천 : 0     분량 : 4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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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

 

  사장님, 식사 왔는데요. 민호는 계산대에서 돈을 꺼내 음식값을 지불하고 배달된 음식을 부지런히 탁자 위로 올린다. 전화기를 내려놓던 허사장은 코에 걸쳐둔 돋보기를 아래로 내리고 민호를 바라본다.

  “점심 먹고 출장 다녀올래? 바람 쐴 겸 나갔다 오던가.”

  말을 하는 허사장의 손에는 큰 은색 자물쇠가 들려 있다. 자물쇠 길이가 한 뼘을 넘어간다.

  “나 오후에 이거 뜯어볼란다. 신형 자물쇠가 몇 개 나왔더라.”

  “그러세요. 제가 다녀올게요. 어딘데요?”

  “걸어갈 거리야. 요즘에 누가 자꾸 집 근처에서 얼씬거린다고 튼튼한 자물쇠로 바꿔달라네.”

  식사를 마치고 차도 한 잔 마신 후 느긋하게 나서는 민호는 왼손에는 공구함을 들고 오른손에는 휴대폰을 쥐었다. 휴대폰에 주소를 입력해서 지피에스가 가르쳐주는 대로 방향을 따라가며 걷는다. 주택가로 접어들어 집들이 촘촘하게 들어선 골목길을 두어 번 도는데 막힌 곳이 나온다. 지피에스가 알려주는 대로 따라 움직이지만 비슷해 보이는 길이 여러 갈래로 나눠져 있고 가끔 방향도 헷갈려서 길 찾기가 수월하지만은 않다. 칠이 여러 군데 벗겨진 낮은 담을 지나자 휴대폰 화면이 바로 목적지 앞이라는 신호를 준다. 민호는 집 앞에 걸린 문패를 하나씩 살피다가 귀에 익은 이름을 발견한다.

  “장석재?”

  민호는 그 앞에 서서 주소를 확인하는데 바로 옆에서 어라, 라는 소리가 들려온다.

  “민호야. 여기는 어쩐 일이야?”

  “수지 누나?”

  길에서 의도치 않게 아는 사람을 만나면 일단 반가운 법이다.

  “하고 많은 시간과 장소 중에 여기서 너랑 만나네. 어쩐 일이야?”

  “이 집 아시는 분이세요?”

  “아는 사람은 아니고 취재하러 왔지. 너는?”

  “주소가 혹시 이건가요?”

  민호는 자신이 휴대폰에 입력해놓은 주소를 수지에게 보여준다.

  “맞아. 나도 이 주소로 찾아왔어.”

  “이 집 자물쇠 바꿔달려고 왔는데.”

  “일하러 온 거구나. 어떻게 이렇게 만나냐?”

  두 사람은 문 너머 동정을 살핀다.

  “먼저 들어갈래? 난 약속 잡고 온 건 아니거든.”

  “네. 그럼 제가 먼저 들어갈게요.”

  민호는 대문을 두들기며 계세요, 라고 인사말을 한다. 누구세요, 라는 대답이 안에서 들린다.

  “예, 안녕하세요. 자물쇠 바꾸러 왔습니다.”

  “벌써 오셨구나. 전화한 지 얼마 안 됐는데 금방 오셨네요.”

  “마침 급한 일이 없어서요.”

  집 안으로 들어서는 민호가 슬쩍 뒤를 돌아보는데 수지가 어서 들어가라며 눈짓과 고갯짓을 섞어 재촉한다.

  “엄마 목욕시키고 있거든요. 거기 대문 자물쇠 바꿔주시면 돼요.”

  민호를 맞이하기 위해 안에서 나온 여자는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는다. 민호가 공구함을 열어 작업도구를 나열하는 동안 그 옆으로 다가간다.

  “튼튼한 걸로 해달라고 했는데.”

  “이 자물쇠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최신형이거든요. 열쇠 없이 열려면 아예 문을 부수는 게 나을 거예요.”

  “잘 됐다. 요즘 주변이 어수선하니 마음이 영 불안해서요.”

  민호가 대문에 달려진 잠금장치를 둘러보는데 수지가 안으로 들어선다.

  “안녕하세요.”

  “누구, 세요?”

  민호가 모른 척 열심히 자물쇠만 둘러보는 사이 수지는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여자 곁으로 다가선다.

  “저는 일파만파 사건사고에서 나온 신수지라고 합니다. 몇 가지 여쭤볼 게 있어서 왔는데요. 괜찮으시면 잠시 얘기 나눌 수 있을까요?”

  “일파만파 사건사고요?”

 은근슬쩍 민호가 거든다.

  “왜, 저기, 그거 되게 잘 팔리는 잡지 중 하나예요.”

  “잡지사 기사세요?”

  “그렇게 봐주셔도 돼요. 잡지보다는 문화생활정보지라고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수지가 더욱 환하게 웃으며 당장이라도 어딘가에 자리를 잡을 태세를 취하자 여자가 싫은 내색을 드러낸다.

  “지금 엄마 목욕시키는 중이라 정신없는데…….”

  “죄송합니다. 바쁘신데 성가시게 해드리네요. 그래도 조금만 협조해주시면 기사 내용에 따라 많지는 않지만 소정의 사례비를 드릴 수도 있어요.”

  사례비라는 말에 여자의 안색이 달라진다.

  “어, 그럼, 잠시만요. 밥 먹을 때라 노인네 밥 챙겨드리고 조금 시간이 될라나.”

  여자가 얼른 안으로 들어가 노인의 칭얼거리는 소리를 뒤로 하고 목욕을 마무리하려 서두른다. 수지는 마당을 지나 마루로 가서 앉더니 가방을 내려놓고 필기할 준비를 한다.

  “그거 어려운 일이야?”

  “아니요. 이전에 달린 거 떼어내고 문이랑 맞춰서 새 자물쇠 붙여놓으면 끝이에요. 오히려 집 찾아오느라 시간 다 잡아먹었어요. 출장은 주로 그래요. 찾아가는 게 일이죠.”

  “그렇게 일하는 모습이 진짜 기술자 같다. 사람이 달라 보이네.”

  수지의 말에 민호는 호탕하게 웃으며 자물쇠란 건 말이죠, 라고 운을 떼다가 주인 여자가 말간 얼굴의 노인을 데리고 나오자 말을 끊고 고개를 숙여 일하는 자세를 취한다.

  “잠시만요. 엄마 밥 차려주고 내 얼른 나올게요.”

  “천천히 하세요. 괜찮아요.”

  밥상을 내와 노인 앞에 두고 여자는 부엌과 마당을 오가며 밥과 반찬을 나른다. 밥상 앞에 앉은 노인은 음식보다 처음 보는 수지와 민호에게 관심을 가지며 눈을 고정시키고 있다. 상 위로 음식이 대강 갖춰지자 여자는 노인에게 수저를 쥐어주며 엄마, 밥 먹어, 라고 채근한다. 노인이 밥을 한 숟갈 뜨자 그 위에 열무김치를 올려주고 수지 옆으로 가서 앉는다. 수지가 질문을 하려고 자세를 고쳐 잡고 눈을 맞춘다.

  민호가 이전에 달려진 것들을 떼어내고 새 자물쇠를 대문 위에 견주어보는데 집주인 남자, 석재가 안으로 들어선다. 얼굴이 붉고 들어서자마자 술 냄새가 마당 전체로 확 풍기는 것이 오늘은 어지간히 술을 많이 마셨다.

  “충이 아빠. 왜 이렇게 일찍 들어와? 아니, 벌써부터 취하게 마신 거야”

  석재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집 안에 있어 멈칫, 주저한다. 주위를 살피며 아내 앞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간다. 대답하는 목소리는 술 취한 사람 특유의 느리고 흔들리는 어조다. 가닥이 끊어졌다가 다시 이어지곤 한다.

  “그래, ……, 내가, 마시고 싶어, ……, 마시나? 이, 지랄 같은, ……, 세상이, 마시게, ……, 하니까, 마시지.”

  걸음이 흔들거려 옆에서 누군가 툭, 하고 건드리면 쉽게 넘어져버릴 모양새다. 갑작스러운 석재의 출현에 수지와 민호는 당황해서 바라보고만 있다.

  “이 사람들은, ……, 다 뭐야? 집 안에 이상한 사람들, ……, 들여놓고.”

  “이상한 사람들 아니거든. 정신이나 제대로 차려.”

  수지와 민호를 돌아보던 석재는 한순간 균형을 잃고 앞으로 쓰러질 뻔했다 겨우 자세를 잡는다. 다행히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황급히 균형을 잡으려다 의도치 않게 차려진 밥상의 다리 하나를 건드린다. 밥상이 흔들거리자 그 위에 놓인 음식 그릇들이 한쪽으로 쏠리더니 그만 밥상 전체가 마당 아래로 굴러버린다. 주변 사람 모두 그 상황이 순식간에 일어나 누구 하나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보고만 있었다. 다들 어떻게든 넘어가는 밥상을 잡아보려 했을 땐 이미 그 위에 있던 그릇이며 음식이 바닥 위로 내동댕이쳐진 후다.

  “뭐하는 거야, 충이 아빠!”

  여자가 바닥으로 내려앉으며 넘어진 그릇들을 올려 세우지만 건진 건 밥그릇 하나고 나머지 반찬들은 모두 그릇 밖으로 엎어져 마당 위로 흩어진다. 석재는 자신이 저지른 일은 안중에 없고 취한 눈으로 비틀거리며 그저 서서 균형 잡기 바쁘다. 노인은 질겁하며 쏟아진 음식 곁으로 다가가 울상을 짓는다.

  “내 밥! 내 밥!”

  입으로 앙, 앙, 거리는 울음소리를 내며 바닥을 훔쳐 반찬들을 긁어모은다. 여자는 그런 노인을 만류하며 그릇을 하나씩 집어 올린다. 수지와 민호가 도와주기 위해서 곁으로 모여드는데 노인이 손에 든 반찬들을 석재에게 집어던지며 더 크게 울음소리를 낸다.

  “내 밥! 내 밥 물어내!”

  노인이 던진 반찬이 그의 바지 위로 날아와 자국을 낸다. 그 얼룩에 인상을 찡그리던 석재는 뒤이어 노인이 자신의 목과 얼굴에까지 나물을 던져대자 이 노인네가 미쳤나, 라고 소리 지르며 앞으로 나선다. 여자가 노인을 보호하기 위해 막아서며 석재의 손을 대신 맞는다. 여자의 몸을 때린 후 균형을 잃어버린 석재가 앞으로 기울자 노인과 여자가 함께 그 힘에 밀려 뒤로 넘어가버린다. 수지와 민호가 달려가 노인을 잡아 올리자 노인은 눈을 질끈 감은 채 웅크리며 떨고 있다. 다행히 어디 다친 자리는 없다.

  “당신 미쳤어! 이제 엄마한테까지 손찌검이야!”

  여자가 고함을 지르며 노인과 남편 사이에 주저앉는다. 균형을 잡기 위해 계속 비틀거리는 남자를 여자와 수지, 민호가 함께 쳐다본다. 석재는 그 시선들에 밀려나듯이 들어왔던 대문으로 향한다.

  “이러니까, 내가, ……, 집에, 들어오기가 싫어. 세상, ……, 살 맛이, 안 나.”

  딸꾹. 석재는 흔들리는 걸음으로 열려있는 문을 잡더니 그 주변에 놓인 연장들을 발로 차내며 밖으로 나선다. 노인에게 다가가 어깨와 등을 감싸 안은 여자는 내가 박복한 년이여, 내가, 라며 눈물 없는 울음소리를 낸다. 뒤로 물러난 민호와 수지는 난감하게 서로를 쳐다봤다 엉망이 돼버린 마당을 둘러본다. 오늘 하루는 그들 생각대로 되지 않을 것 같다. 여자의 울음소리가 더욱 커져간다. 노인은 그런 여자에게 안겨 눈을 감은 채로 함께 울음소리를 낸다. 이중창 울음소리는 한 소리가 다른 소리와 어울려 점점 커져간다. 오후 내내 그치지 않을 기세로.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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