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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문 여는 자 1 -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20.8.31

문 여는 자는, 영계에서 넘어오지 않아야 할 영들이 넘어오고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두 남녀 주인공이 선택되고 모험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현대판타지물입니다.
두 남녀 주인공, 민호와 은지는 로마로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만난 사이인데, 한국에 돌아와 둘이 같이 해결해야 일을 떠맡게 됩니다.
건너편 세상에서 온 108개의 영혼을 다시 되돌려 보내거나 소멸시키도록 임무를 부여받고 그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여러 어려움을 무릅씁니다. 그 여정 재미나게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 여는 자 1 -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34
작성일 : 20-10-12 11:44     조회 : 261     추천 : 0     분량 : 2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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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

 

  사람이 북적거리는 매장. 여러 가지 향이 그곳을 가득 채우고 있다. 각종 비누, 샴푸, 향수, 스프레이 향에 음식의 향료까지 더해져 복잡한 배합을 이룬다. 한순간 각각의 냄새가 단독으로 전해지다 어느새 함께 섞여 전혀 색다른 향으로 바뀌기도 한다. 자기 몸에 딸기 스무디를 묻혀버린 민호에게서 연한 딸기향이 배인 풍선껌 냄새가 풍긴다. 얼룩진 자리를 반복해서 쓸어내는 민호에게 은지가 휴지를 좀 더 뽑아와 밀어준다.

  “신경 많이 쓰여요? 그다지 표시는 안 나는데.”

  “존댓말, 요가, 다시 붙었어.”

  “그렇네. 아니, 그게 정신없게 하니까 그렇지. 놀이동산 가자는 게 그렇게 놀랄 일이야?”

  민호는 건네받은 휴지를 거의 다 써가며 더 이상 지워지지 않는데도 반복해서 문지른다. 자신의 손이 움직이는 대로 은지의 눈길이 따라오는 걸 의식하자 그만 멈추더니 슬쩍 앞에 놓인 스무디에 꽂힌 빨대를 집어 헤집기 시작한다.

  “갑자기 뜬금없이 놀이동산 얘기를 꺼내서. 내가 놀이동산 가본 게 언제더라. 아주 어릴 때 말고 거의 기억에 없어.”

  어느 순간 매장 안이 한산해지고 안에 머무르는 사람보다 주문한 음식을 포장해서 가져가는 사람이 더 많아진다. 은지는 앉은 곳 반대편에 자리한 유아용 놀이터를 바라보며 그 안에서 부산스레 움직이는 아이들의 모습에 잠시 미소 짓는다.

  “내가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던 노트가 한 권 있거든. 이름이 희망목록이야. 목사님이랑 지내면서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까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참 많았어. 그래서 나중에 커서 능력이 되면 해보자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거기에다 적었다. 그 중에서 첫 번째로 적혀있는 게 놀이동산 가보기야. 목사님이 빠듯하게 사시는 데다 그런 짬을 낼 만큼 한가하시지도 않으니까 한 번도 그런 데를 가보지 못했어. 누가 같이 가줄 사람이 생기면 언젠가 꼭 가보고 싶었는지 맨 위에 적어놨더라고.”

  맨 위에 적어놨더라고. 그 말이 귀에 머물렀다 사라질 때까지 민호는 대답을 하지 않고 은지를 바라본다. 민호의 그런 시선을 모르는지 은지는 아이들만 쳐다본다.

  “놀이동산 가보는 거 누군가에게는 꽤 힘든 일이거든.”

  가라앉고 힘이 빠진 목소리로 은지가 덧붙이자 민호는 부러 트이고 힘 있는 소리를 낸다.

  “나 김밥 좋아해.”

  “응?”

  은지는 민호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김밥 좋아한다고. 어디 놀러갈 때 김밥이 최고지. 김밥 없는 소풍은 앙꼬 없는 찐빵이고 붕어 없는 붕어빵이거든. 아니구나, 그건. 오아시스 없는 사막인가?”

  풋, 하고 김빠진 웃음소리가 나오고 고개를 흔든다.

  “너, 진짜. 참, 나. 너 친구 별로 없지?”

  “뭐?”

  “썰렁하고 싱겁고 부산스럽기만 해서 영양가 없는 게 딱 왕따 체질 같아.”

  “무슨 소리! 내가 친구가 얼마나 많은데! 언제 보여줘?”

  “오, 나 친구들한테 소개시키겠다는 거야, 지금?”

  그러니까 내 말은, 까지 나오다 멈춘다. 궁색해 보이는 민호를 구한 건 본인이 아니라 김밥 얘기를 꺼내는 은지다.

  “김밥 내가 싸올게. 나 김밥 잘 만들어. 그런데 안 먹는 음식 있어? 속에 들어가는 것 중에 못 먹는 거 있으면 그렇잖아.”

  “못 먹는 거? 못 먹는 거 없어. 뭐든 잘 먹어. 없어서 못 먹지.”

  뒤이어 흐흐, 하는 웃음소리가 따라오자 은지는 같이 웃는다. 두 사람은 조금 더 그렇게 앉아있다 탁자를 닦으며 돌아다니는 점원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차에서 내리지 않고 주문을 받는 곳에는 길게 이어진 차량행렬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민호가 장사 잘 되네라는 감탄과 나도 나중에 이런 가게나 해볼까하는 부러움을 표시하자, 은지가 장사는 아무나 하는 줄 아냐며 타박을 준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잠시 방향을 가늠해보더니 왔던 길을 되돌아가지 않고 더 나아가는 쪽으로 결정한다. 내렸던 역보다 한 정거장을 더 가서 지하철에 오른다. 이곳 역시 사람들로 붐비고 있어 두 사람은 앉아가지 못하고 문 가까이에 서서 자리를 잡는다.

  “그럼 언제 …….”

  “언제 놀이동산 가냐고?”

  “아니, 언제 어디서 시작할 거야? 영들 찾는 거?”

  대답을 못하기는 마찬가지.

  “모르겠어. 아무런 생각이 안 떠올라.”

  은지는 눈 바로 위 근육을 살짝 찌푸린다.

  “너 그러다 천사들한테 욕 먹는다. 뭔가라도 해야지 넋 놓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되잖아?”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 기다리고 있으면 상미 누나 때처럼 주변에서 뭔가 일어나지 않을까?”

  쯧쯧. 나이든 사람 마냥 혀 차는 소리를 작게 낸다. 민호는 은지의 그런 모습을 보는 게 재밌다.

  “찾아다녀야지 그냥 기다리고만 있으면 어떡해? 너도 참 속 편하다. 내가 너 같으면 막 안달 날 것 같은데.”

  “내가 조급할 필요 있을까? 지들이 원하지도 않는데 찾아와서 사람 괴롭힌 건데. 머리 아픈 건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근데 말이야, 어디 놀이공원 가고 싶어? 요즘엔 놀이공원도 종류가 꽤 많지 않나?”

  허탈하게 웃는 은지에게 민호는 자신이 알고 있는 놀이공원의 이름을 줄줄이 읊어댄다. 그러더니 주머니에 넣었던 휴대폰을 꺼내 검색창을 열어 하나씩 찾아낸 후 따라오는 각각의 놀이공원에 대한 사람들의 평을 읽기 시작한다. 놀이기구가 이게 재밌다더라에서 시작해 동물원이 있는 곳은 구경하는 재미도 있어 좋다로 이어지다 가격비교까지 하며 줄줄이 나열한다. 은지는 미소 띤 얼굴로 민호가 제시하는 내용에 조곤하게 이것저것 질문하며 각 놀이공원의 장점과 단점을 비교한다. 지하철이 역에 정차할 때마다 내리고 타는 사람들이 그들 곁을 지나쳐 가지만 두 사람의 공간은 그들만의 영역이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주변의 사람들도, 지하철의 흔들림도, 안내하는 기계음의 여자 목소리도 모두 다른 세상에 있다. 심지어 지나가는 시간의 흐름도 빗겨갈 것처럼 그 안에 잠겼다. 그곳엔 둘만 있다는 듯이 그렇게.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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