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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문 여는 자 1 -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20.8.31

문 여는 자는, 영계에서 넘어오지 않아야 할 영들이 넘어오고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두 남녀 주인공이 선택되고 모험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현대판타지물입니다.
두 남녀 주인공, 민호와 은지는 로마로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만난 사이인데, 한국에 돌아와 둘이 같이 해결해야 일을 떠맡게 됩니다.
건너편 세상에서 온 108개의 영혼을 다시 되돌려 보내거나 소멸시키도록 임무를 부여받고 그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여러 어려움을 무릅씁니다. 그 여정 재미나게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 여는 자 1 -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42
작성일 : 20-10-26 09:18     조회 : 274     추천 : 0     분량 : 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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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

 

 조금 더 커 보이는 여자아이는 귀 밑 바로 아래까지 찰랑거리는 단발머리를 늘어뜨렸고 작은 여자아이는 좌우로 땋은 갈래머리를 하고 있다. 둘 다 검은색 반바지에 큰 아이는 무늬가 없는 단색으로 된 상의를, 작은 아이는 노란색과 녹색이 반반 섞인 것을 걸쳤다. 피아노 앞에 선 그들의 얼굴은 자못 심각하다. 은지가 악보를 앞에 놓고 피아노와 짝을 이뤄 디자인된 의자에 앉아 설교하는 어조로 아이들을 나무란다.

  “너네는 내가 무료로 가르쳐준다고 성의 없이 하면 안 돼. 언니가 하라고 내준 숙제는 열심히 했어야지. 직접 안 본다고 제대로 연습 안 한 거 티가 안 날 거 같아? 진아가 언니니까 어디 대답해봐.”

  진아는 시선을 떨군 채 대답을 못하고 옆에 선 작은아이는 발을 꼼지락거리며 손으로 옷을 꼬아 당겼다, 늘였다, 진아의 눈치만 본다.

  “왜 말을 못해? 그럼 혜진이가 말해봐. 피아노 연습하라고 한 거 했어, 안 했어?”

  혜진은 진아를 보지만 그런 혜진을 무시한 채 진아의 고개는 바닥만 향한다.

  “하려고 했는데요, ……, 조금만 놀다가 하자고 하다가, 조금 더 놀다가, 못했어요.”

  문장 끝은 기어들어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은지는 한숨을 내쉬며 둘을 번갈아 보는데 여전히 진아는 바닥만 주시한다.

  “다른 집 애들이 과외나 특별활동 한다고 여러 가지로 바쁘게 지낼 때 너네는 피아노라도 제대로 배우라고 언니가 가르쳐주는 거잖아. 진아랑 혜진이는 그거 하나 하는 것도 힘들어?”

  혜진이 답을 하려다 진아가 고개를 들자 얼른 입을 다문다. 진아는 은지를 올려봤다 시선을 살짝 내리깔며 천천히 답한다.

  “피아노 하나만 하니까, ……, 재미없어요. 다른 애들은 이것저것 배우는 게 많은데 우리는 피아노만 하니까.”

  “피아노가, 재미없어?”

  혜진이 그 사이로 끼어든다.

  “피아노도 재밌어요. 그런데 다른 것도 재밌어요.”

  “다른 거 어떤 거?”

  “저는 춤추는 거 좋아요. 진아 언니는 노래 부르는 거 좋아하고.”

  은지는 진아와 혜진을 향해 번갈아 시선을 줬다 팔짱을 끼며 상체의 중심을 뒤로 둔다.

  “그래서 춤추고 노래한다고 피아노 연습 안 한 거야?”

  은지의 목소리에 슬쩍 날이 선 게 느껴지자 둘 다 눈에 보이게 움츠러든다. 진아의 대답하는 목소리가 작아진다.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도 해야 하고, 혜진이 밥도 챙겨주고, 설거지 하고, 방 정리도 하다가 보니까…….”

  “피아노가 하기 싫으면 하지 마.”

  진아와 혜진이 변명을 할수록 은지의 얼굴이 더욱 불쾌하게 변한다. 아이들의 태도에 실망한 감정이 실려 있다.

  “언니가 어렸을 땐 다른 애들 피아노 치는 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어. 그때는 이런 강당도 없었고 교회에 피아노도 없었어. 반주가 뭐야. 다들 그냥 알아서 찬송가 불러대는 거야. 그나마 목사님이 언니가 피아노 너무 좋아하고 다른 애들 부러워 하니까 어떻게 알아봐주셔서 동냥하듯이 배웠어. 한 곳에 오래 머물지도 못하고 돌아다니면서. 그래도 언니는 그게 너무 좋더라. 피아노만 칠 수 있으면 어디든 가고 시키는 거 다 할 수 있을 거 같더라고. 너희는 가르쳐준다는데도 안 하잖아. 싫으면 하지 마.”

  진아는 전처럼 고개를 아래로 숙이고 말한다.

  “피아노를 안 하겠다는 건 아닌데…….”

  “얘기할 때는 언니 눈 맞추고 말해. 바닥 보고 얘기하는 건 상대방한테 실례니까.”

  진아의 눈이 젖어가더니 그렁하게 방울이 맺힌다. 그런 진아의 모습에 혜진도 같이 울먹거린다. 눈물 맺힌 시선이 은지를 바로 보지 못한다.

  “피아노도 좋은데, 다른 것도 하고 싶고 그래서…….”

  먼저 울음을 터뜨린 건 혜진이다. 진아에게 붙어서 팔을 부여잡더니 눈물을 흘리며 흔들어대고 이어서 진아도 소리 내어 울음을 터뜨린다. 그런 그들을 은지는 가만히 보고 있다가 한숨을 내쉬며 팔짱을 풀고 상체를 세운다. 말을 꺼낼 것처럼 했던 입모양이 둘의 울음이 커져가자 잠시 내버려두려는지 다물어지고 울음이 그치기를 기다린다. 시작된 울음은 뒤로 갈수록 탄력을 받아 쉽게 그칠 것 같지 않고 은지는 가만히 숨만 고른다. 혜진과 진아는 몸을 흔들어대며 목청을 높인다. 게다가 텅 빈 강당 안이라 그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댄다.

  은지의 눈꺼풀이 감겼다 미세한 틈을 두고 벌어지더니 그 아래로 검은 눈동자는 보이지 않고 흰 부분만 보인다. 검은 눈자위는 위로 말려 올라간 듯하다. 몸을 약간씩 떨어대더니 입술 사이가 벌어지고 제대로 듣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나직하게 음이 새어나온다. 허밍보다는 또렷하게 들리지만 가사는 없다. 몸으로 울어대던 혜진은 진아의 울음소리가 줄어들고 숨이 고르게 변하는 것을 느끼고 목에서 거칠게 올라오는 숨을 뱉어내며 진아를 본다. 진아의 표정이 부드럽게 변해있고 눈물로 젖어있는 얼굴 위로 더 이상 눈물이 흘러내리지 않는다. 혜진이 꺽꺽, 거리는 울음을 밀어내는 동안에도 은지의 흥얼거림은 계속 이어진다. 몸에서 힘이 풀리고 고개가 약간 아래로 수그러진 진아는 울음을 완전히 그치고 얼마 후 혜진도 더 이상 아무 소리를 내지 않는다. 둘은 입가에 작은 미소를 띠고 은지를 보며 편안한 자세를 취한다.

  울음소리로 쩌렁하게 울려대던 강당이 어느새 시끄러웠던 기억은 완전히 잊은 채 침묵 속에 놓였다. 흡사 진공상태처럼 움직임이 없고 숨소리만 나긋하게 느껴진다. 은지의 눈이 떠지고 잠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악하려 애쓴다. 비온 뒤 맑게 갠 하늘처럼 눈물로 얼룩진 두 아이의 얼굴 위로 잔잔한 미소가 어렸다. 네 번째 멜로디.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 본인에게 전달된다. 은지는 아이들을 보고 같이 웃어주며 방금 일어난 일을 받아들이기 위해 고개를 옆으로 갸웃, 거린다. 이어서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이 밀려오는지 입을 크게 벌리며 큰 웃음을 보인다. 급기야 일어서더니 주체할 수 없는지 주먹을 꽉 쥐었다 두 팔을 펴서 만세, 동작을 취한다. 흥분을 주체할 수 없던 은지는 겨우 감정을 가라앉히고 숨을 고르면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에게 다가간다. 팔을 둘러 가볍게 안아주더니 의자가 있는 곳으로 이끌어 세 사람이 비좁게 붙어서 앉도록 한다.

  “언니가 미안해. 그럼 안 되는 건데 내가 짜증이 났나 봐. 혜진이 콧물 봐라.”

  혜진의 얼굴을 닦아주는 은지를 보며 진아는 자신의 얼굴을 닦는다.

  “은지 언니, 잘못했어요. 앞으로 혜진이랑 숙제 꼬박꼬박 할게요.”

  “숙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기면 언니한테 미리 말해줘. 피아노, 너희들한테 억지로 시키고 싶은 생각은 없어. 너랑 혜진이랑 피아노 배우면서 즐겁고 행복해야지 그렇지 않다면 왜 배우겠니.”

  혜진은 진아와 은지가 서로 다정히 말을 나누자 그 모습이 보기 좋아 팔까지 흔들어대며 피아노 배우는 거 재밌다, 고 과장되게 말한다. 은지는 그런 혜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아와 같이 웃는다.

  “그럼 우리 이렇게 하자. 언니가 진아랑 혜진이가 노래하고 춤출 수 있도록 반주해줄게. 노래하고 춤추는 거 꼭 어디서 배워야만 하는 거 아니잖아. 언니도 음악선생님이야.”

  “우와, 재밌겠다.”

  혜진이 눈에 주름이 지게 함박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폴짝거리자 진아는 고개를 끄덕인다.

  “혜진이는 춤은 잘 춰도 노래는 음치래요.”

  “아니야, 나 음치 아냐. 잘 부르는 노래도 있어.”

  두 아이가 서로에게 장난을 치는 모습에 미소 짓던 은지는 둘은 모르는 감격에 겨워 깊게 숨을 내쉰다. 고개를 돌려 연단 앞을 보더니 십자가상을 향해 나직이 속삭인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길을 보여주셨어요.”

  조용하던 강당 안이 이전처럼 다시 소란스러워진다. 다른 점은 울음소리가 웃음소리로 바뀌었다.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다는 삶의 단면을 보여주듯 울음소리는 절절했고 웃음소리는 신이 난다. 조용한 적이 언제 있었는지 생각지 못할 만큼 커다란 울림을 담고서.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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