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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성의 제자
작가 : 추쿠부2
작품등록일 : 2018.2.6

검술학원의 낙제생인 루크는 어느때와 같이 죽을만큼 고통스러운 따돌림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던 도중. 부스스한 긴 흑발과 묘하게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검은 눈동자, 자신의 키보다 커다란 동양의 검을 지닌 사람을 보게 된다.

<개인적으로 물어보고 싶으신거나 알고 싶은 것이 있으시다면 akrmak3tp@naver.com 으로 메일을 보내주세요 성심성의껏 답하겠습니다>

 
8-10화. 델브란 숲에서의 1일.
작성일 : 18-02-06 16:28     조회 : 29     추천 : 0     분량 : 3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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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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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검을 강하게 쥔 후에 그 동양의 남자가 가는 것이 내가 잠들기 전의 마지막 기억인 듯하다. 어느덧 달빛 나무의 월광도 눈에 띄게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다. 아마도 곧 있으면 해가 떠오른다는 달빛 나무의 신호이기도 하다. 쪽잠이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몸은 찌뿌둥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개운했다. 혹시 몰라 몸을 이리저리 스트레칭을 하면서 무슨 이상이라도 있는지 확인은 해보았지만 별것 없었다.

 

 "약간은 움직이기 편하네."

 

 어깨를 움직이면서 부딪친 몸을 천천히 일으킨다. 아직도 고통은 남아있었지만 그래도 꽤 움직이기가 수월한 루크. 류월랑이 소년에게 부여해 주었던 기력 덕분일지도 모른다.

 

 약간의 고통을 엄수하고 서둘러 금발 귀족을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괜찮아?!"

 

 "어이, 평민···. 얼른 일으키기나 해."

 방금 막 정신을 차린 것인지 목소리에 힘은 없었지만 시야는 멀쩡한듯 손을 내밀면서 자신을 일으켜 달라고 한다. 그리고 잠시 엉거주춤한 자세로 나무에 기대서는 호흡을 가다듬는 금발 귀족. 꽤 빠른 안정을 취하고서는 천천히 무릎을 세워 겨우겨우 일어서서는 몸을 지탱하는 다리가 부들 떨고 있었다.

 

 "평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어째서 저 괴물이 이렇게 죽어있는 거야?"

 

 루크는 생각한다. 분명히 동양의 남자. 학교에서도 위험한 인물로 속한다고 판단하여 곧장 신고를 하라는 선생님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나도, 잠시 정신을 잃었다가 차려보니 이렇게 되어 있었어···."

 

 저기 널부러진 고깃덩이와 깔끔히 자른 앞 두 다리가 이 곳의 상황이 얼마나 처참한 것인지를 알려주었다. 비릿한 검은 피냄새가 너무나도 역하여 자신도 모르게 헛구역질을 하는 금발 귀족은 기분이 나쁜지 입 안에 모아둔 침을 거칠게 뱉으며 손등으로 입에 묻은 침을 훔친다.

 

 "빌어먹을···. 정말인지 빌어먹을 정도로 시덥잖은 숲이야···."

 

 내게 다가와서는 입에 묻은 침을 다시 닫으려고 하는 줄로 알았다. 하지만, 울었다. 금발 귀족은 델브란의 숲에서, 달빛이 은은히 빛나는 나무 옆에서. 그리고 보잘 것 없는 평민인 내 곁에서 가슴 언저리에 포옹을 한 채로 매달리듯이 울음을 쏟아내었다. 숨을 죽이며 작게나마 내는 울음. 그리고 가슴을 적셔오는 따스한 안도의 눈물. 그렇다. 금발 귀족도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였다. 마지막이라

  생각하여 검을 뽑고 있는 힘을 다하여 찌르고, 베고, 배웠던 모든 것을 쏟아부었어도 결국에 괴물의 힘에 의하여 죽을 뻔 한 것이였다. 그러나 다행히도 바로 날아가지 않고 잔디에 쓸려 그나마 가속을 떨어뜨린 것이 천의 행운이었다. 만약에 그대로 날아가 나무에 부딪쳤더라면 최소 죽음을 면치 못하였을 것이다. 꽤나 긴 시간동안 금발 귀족은 내 품을 손수건 삼듯이 눈물과 콧물, 침까지 묻히면서 내 상의는 흥건히 젖어버리고 말았지만, 그래도 나는 가만히 있었다. 그 후로 시간이 지나자 아주 조금씩 숲의 어두움은 물러나가며 틈사이로 빛이 내려온다.

 

 "미야아아···."

 

 두 꼬리가 축 처져있는 채로 내게 다가오는 아기 고양이. 금발 귀족 때문에 서둘러 살펴가질 못하였다. 힘 없이 걸으면서 얼굴은 내 다리를 문질르며 자신은 괜찮다고 하듯이 부빈다. 그러고 보니 숲에 들어오기 전에 검과 햄을 조금 챙겨왔었는데, 지금 생각이 났다.

 

 "괜찮아···?"

 

 "시끄러···, 바보 녀석아···."

 

 루크가 볼 때는 진즉에 울음은 멈추었지만, 부끄러워서인지 쉽사리 고개를 들지 못하는 금발 귀족. 잠시 루크는 손을 움직이려고 하다가 이내 내려놓고서는 무언가 결심한듯 다시 손을 올려 금발 귀족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뭐, 뭐야···!? 네녀석 지금 누구의 머리에···!"

 

 "그래도···. 살아서 다행이야."

 

 "누, 누가 그런 말에 속을 줄 아냐!"

 

 눈가에 묻은 눈물은 화난듯이 닦으며 떨어진 검과 함께 뒤로 돌아섰다. 정말인지 금발 귀족다운 행동이였다.

 

 "내, 내가 죽으면 너가 편해질 거 아니냐고! 어디서 그런 거짓말을!"

 

 "그런 생각은 안해봤는데···. 오히려 죽으면 슬플지도. 그래도 반 친구가 죽지 않아서 다행이야."

 

 금발 귀족은 지금 루크를 등지고는 있지만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금발 귀족에게 있어 친구라는 의미는 그저 자신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적과 적의 일시적인 휴전이라는 의미였다. 또 그의 집안은 형제자매과 득실되는 환경에다가, 가족이라는 개념도 친구와 별다르지 않다. 오히려 자신의 작은 몸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방어가 소년의 성격을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자신보다 아래에 있고, 그저 장난감에 지나치지 않는 평민 소년의 보잘것 없는 검을 부숴버리고 그렇게 괴롭히면서 즐거워했었다. 그것이 귀족 소년의 유일한 낙이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지겨웠다. 아니 질린 것이다. 생각을 해보면 매일같이 부러뜨려도, 평민을 괴롭혀도 돌아오는 것은 쓸쓸한 공허감이였다. 이런 짓을 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다른 귀족들은 괴롭힘이 더욱 즐겁다는 듯이 채찍을 가하고, 소년도 빠져나가고는 싶었지만 이미 그들에게 어울려 다닐 수 밖에 없었다.

 

 하이에나의 소굴. 조금이라도 빈틈이라도 보인다면, 그 다음 사냥감은 자신이 될 터이니 말이다. 그렇게 별탈 없이, 오늘도 같은 하루가 흘러가겠구나 라는 당연한 생각을 하면서 학원을 가보았다. 그런데도 희한하게 대공가의 아들과 평민의 조합.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둘이 같이 다니는 것이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금발 귀족은 절제할 수 없는 분노로 홧김에 결투를 하였지만, 검으로 유명한 전쟁 영웅의 아들은 금발 귀족을 쉽게 이겨버리고, 하이에나들은 빠르게 돌아선다. 그리고 마치 연극의 주연. 비극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하이에나는 어느새 토끼가 되어버렸다. 그 이후로 부터는 아시다시피 물어뜯기고, 평민의 소년이 받던 괴롭힘을 그대로 자신에게 되돌아오고 말았다.

 

 저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약할 꼴을 보이면 그대로 잡아먹힌다. 그러니 금발 귀족은 당당히, 보다 더 뻔뻔스럽게 살아야 한다는 관념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루크는 그런 것에는 관심이라도 없는지. 자신이 괴롭힘을 바보 마냥 잊어버린 것인지 실없게 웃으면서 금발 귀족에게 반 친구라고 하였다.

 

 "거짓말이야···. 바보같은 그딴 말로 나를 방심시키게 만들지···, 마."

 

 "나는 소심하기도 하고, 행동도 쭈뼛거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거짓말은 안 해."

 

 멋쩍게 웃던 얼굴이 아닌 처음으로 자신감이 넘치며 남자다움을 느낀 그 말투에 금발 귀족의 눈물샘이 자극되어서는 살짝씩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곧이어 눈물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따스한 빛에 반짝이며 이내 소리없는 울음을 다시금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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