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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성의 제자
작가 : 추쿠부2
작품등록일 : 2018.2.6

검술학원의 낙제생인 루크는 어느때와 같이 죽을만큼 고통스러운 따돌림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던 도중. 부스스한 긴 흑발과 묘하게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검은 눈동자, 자신의 키보다 커다란 동양의 검을 지닌 사람을 보게 된다.

<개인적으로 물어보고 싶으신거나 알고 싶은 것이 있으시다면 akrmak3tp@naver.com 으로 메일을 보내주세요 성심성의껏 답하겠습니다>

 
8-9화. 델브란 숲에서의 1일.
작성일 : 18-02-06 16:28     조회 : 34     추천 : 0     분량 : 5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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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울음은 모두를 얼어붙게 할 정도로 우렁차고, 마치 대포의 발포음과 같았다. 검은 잔디가, 부러진 나뭇가지 소리와 함께 지독히 밟히는 소리가 나면서 천천히, 도망치지 못하도록 천천히 걷는 보이지 않는 맹수. 이윽고 긴 나무에도 버금가는, 정말인지 엄청난 덩치의 괴수가 눈 앞에서 나타나버렸다.

 

 루크와 금발 귀족. 그리고 새끼 고양이는 한동안 고개를 떨구지 못하고 하늘을 바라보듯이 치솟은 얼굴은 두려움이 지독히 베여있었다. 절대로 도망은 못 간다고. 도망 간다고는 해도 바로 저 흉악한 앞발이 자신을 덮쳐 산산히 부서진다고. 그 소년은 무서웠다. 이것이 태초적인 공포라는 것. 그리고 공포는 자신들의 몸을 억지로 통제하여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마치 뱀 앞에 있는 개구리마냥 그들은 이 괴수가 바로 자신들 보다 위에 있는 포식자라는 것을 단 한번에 알아채린 것이다. 육체로도, 정신으로도 말이다.

 

 "으, 으아아."

 

 고개를 돌릴 수는 없었지만. 아마 금발 귀족이 공포에 섞인 신음을 쥐어짜내듯이 내뱉었다. 그리고 지금 나도 그럴 것이다. 눈 앞에 있는 괴물은 그저 우리를 보고 있었다. 엄청난 덩치의 괴물은 지금껏 언뜻 본 괴물들과는 차원이 다른, 말 그대로 이 숲의 대장이 아닐까라는 생각, 아니 확신이 들었다. 들썩거리는 품 안을 빠져나가려는 새끼를 진정시키려고 팔에 힘을 주었지만 그에 반하려 하는지 더욱 발버둥치는 아기 고양이. 이윽고,

 

 "미야아아아!"

 

 품 안에서 도약을 하며 자신의 덩치보다, 엄청나게 큰 괴물 대장을 향해 두 앞 발을 내밀며 아가리를 벌린 채로 돌진.

 

 "미으으으으으!"

 

 괴물 대장의 두껍고 긴 다리를 앙증맞은 네 다리로 겨우겨우 매달리고서는 물어 뜯는다. 열심히, 또 열심히. 그러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비유하자면 왕국 기사단과 동네 코흘리개 꼬마 아이의 대결하는 것마냥. 그저 우리는 괴물 앞에서는 철없는 꼬마들과 새끼 고양이일 뿐이였다.

 

 "이, 이봐, 평민……. 이 틈에 도망치자…. 전혀 상대할 수조차 없는 괴물이야…."

 

 말을 더듬으면서 시선은 괴물에게로 향한 금발 귀족. 하지만 떨리는 몸이 쉽사리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리고 괴물은 작은 새끼 고양이가 귀찮은 듯이 다리를 털었지만 새끼 고양이는 저 멀리 있던 나무에 크게 몸을 부딪히고는 아프다는 울음을 내보냈다.

 

 "하, 하지만… 여기서 움직인다면 바로 죽을 지도 몰라…."

 

 다리를 움직일 때 언뜻 보인 앞 발톱. 정말인지 무시무시 하게 크고 날카로웠다. 아까 생각하듯이 맞으면 죽음이다. 그보다 새끼 고양이에게 시선을 못 돌리겠다. 기절을 한 것일까 소리는 들리지는 않았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저 작은 몸이 그대로… 아니 그런 생각을 하면 안돼.

 

 우선은 이 상황을 어떻게든 타파를 해야겠지만 도무지 방법이 생각 안 난다. 우리는 이대로 죽는 것일가. 금발 귀족은 이대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였을까. 갑작스래 스르릉 소리와 함께 은색제 검이 빛을 나무에 비쳐 빛을 발한다. 그리고는 떨리는 온 몸을 진정이라도 시키듯 작았지만 있는 힘껏 기합소리를 내며 괴물에게 달려갔다.

 

 있는 힘을 다하여 휘두르고 베고, 찌르지만 어디 하나 피가 나는 곳은 없었고. 오히려 단단한 다리의 근육만이 힘줄을 내보였다. 순간 금발 귀족은 날아갔다. 검이 떨어지는 속도보다 먼저 검은 잔디에 쓸리면서도 계속해서 나무에 부딪쳐 그만 정신을 잃은 것이였다. 그리고 툭하는 소리와 함께 검이 떨어졌다. 이건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이미 이 생물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도망치고 싶다. 차라리 금발 귀족을 따라가지 않았다면, 차라리 이 숲을 오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지 않았을까?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정말로 그런 능력이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숲을 오지 않았을 것인데.

 

 "그르르르…."

 

 짧은 울음 소리에 흠칫하고 몸이 놀랬다.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괴물. 그 녀석은 앞을 향해, 나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정말로 땅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는 어느샌가 가까이 온 괴물. 중압감에 이기지 못하여 나도 비명을 지르려고 하는 그때 갑자기 시야가 바뀌었다. 뒤집혔다고 해야할까. 아니 너무 빠르다. 그리고는 쿵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에 부딪혔다.

 

 "커억!"

 

 폐에 있는 숨들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볼품없는 지푸라기 인형마냥 검은 잔디 위에 널부러져 있었다. 아팠다. 엄청난 고통이였다. 하지만 소리조차 지를 수가 없었다. 너무나 아팠기에 다른 것들은 생각할 틈이 없었다. 그저 아프다는 통각이 온 몸을 파도처럼 덮쳐왔다. 두명과 한 마리. 이렇게 총 세 명은 검은 잔디에 널부러져 그저 아무것도 못하는 공포에 벌벌 떨었다. 움직일 수는 없지만 정신은 깨어있는 그런 상태. 손에는 검이 들려있기는 했지만 움직일 힘조차 없었다.

 

 또 한 번 풀숲이 들썩거리고 있었다. 이제는 놀랍지도 않았다. 저 괴물을 본 이상 더 놀랄 것은 없으니까. 하지만 수풀에 뛰쳐나온 것에는 놀랄수 밖에 없는 모습이 보였다.

 

 "흐아. 미치겠구만. 이 숲은 도통 길이 없으니 말이야. 엥, 뭐야?"

 

 부스스한 산발에는 나뭇잎을 묻히면서, 동양의 전통 의상을 입고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저 검. 얇으면서도 적당한 굴곡과 길이의 검이 남자의 손에 들려있었다.

 

 "오호. 이거 엄청나게 큰 놈이네 그려. 그보다 애들아. 거기서 자면 입 돌아간다."

 

 사람이였다. 집에 돌아오는 길. 다리 아래에 있던 그 남자였다. 그때는 분명 머리를 묶고 있었지만 그래도 알아챘다. 그 남자라는 것을 말이다. 괴물도 반응을 하는지 작은 울음을 낸다.

 

 "이제 보니까 자는 건 아니였구만. 보자보자. 이건 뭐 그야말로 괴물이구만, 덩치는."

 

 뭔가 장난스러운 말투이기는 하지만 묘한 기류가 흐르는 남자. 아픔은 어느 정도 가셨기에 그 남자의 모습을 뚜렷히 볼 수가 있었다.

 

 "달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검은 숲이지만. 그래도 네 모습을 똑똑히 보인다, 금수야."

 

 머리를 쓸어넘기며 한 손으로는 검을 천천히 뽑는 류월랑. 그리고는 눈빛이 단숨에 바뀐다. 그것을 느낀 괴물도 서서히 류월랑에게 다가간다.

 

 "겁이 없구나. 아님 멍청하거나. 보아하니 네놈이 이 숲의 대장인듯 하구나. 재밌겠어."

 

 나와 같은 칼. 동양의 남자는 자신의 칼과 같은 무기를 보았다. 그리고 싱긋 웃는 남자. 순식간에 사라져 내 눈앞에서 쪼그려 앉은 채로 나를 보았다.

 

 "오. 내 카타나에 비해 나쁘지는 않구만 이 검."

 

 신기한 눈으로 보는 류월랑. 오랜만에 본 고향의 검에 향수를 느끼듯 루크가 잡고 있는 검을 유심히 본다.

 

 "꽤 솜씨있는 사람의 작품이구만. 그런데 엄청 무거워 보이는구만. 겉보기에는 평범한데."

 

 주절주절 떠드는 류월랑. 그는 괴물을 만났다는 것도 잠시 루크에게 이러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는 루크는 정신이 이상한 남자라고 생각하였다. 칼을 뽑을 때는 그야말로 악마라도 내려온 줄 알았다. 하지만 이렇게 내 앞에서 쪼그려 앉아서는 내가 붙들고 있는 검을 손가락으로 툭툭 치면서 검의 대한 품평을 한다. 아까 전의 기운이 거짓말처럼 사라지면서 말이다.

 

 그런 행동을 할 때. 괴물은 빈정이라도 상하였는지 앞 다리를 크게 들어 우락한 발톱과 함께 류월랑을 짓누르려고 했다. 하지만,

 

 "워, 워. 진정하라고 괴물아. 그렇게 살기등등하게 죽이려고 하면 죽고 싶어도 못 죽어주잖아."

 

 쪼그려 앉은 그 상태로 검을 들어 가볍게 막아냈다. 별다른 기술도 없는 오로지 순수한 힘으로. 물론 괴물의 힘이 약한 것이 아니다. 우리들은 부상으로 인하여 그 힘을 경험했지만, 이 남자의 힘은 차원이 달랐던 것이다. 그저 가볍게 쥔 검인데도, 그저 가볍게 등 뒤로 오는 괴물의 다리를 가볍게 막은 것에 다시금 놀람을 감탄치 못했다.

 

 "뭘 그리 놀래, 꼬마야. 그보다 이 놈이 너희들을 괴롭혔냐? 몹쓸 동물이야. 그치?"

 

 남자는 웃으면서도 자세를 유지한다. 괴물도 안간힘을 내며 더욱 무게를 실어 밟으려고 하지만 더 이상의 힘은 류월랑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던 것. 그렇다면 곧바로 다리를 되돌려 지지대를 한 뒤, 다른 한 발로 크게 들어 그대로 획을 그으며 모두를 쓸어버리려고는 했지만,

 

 "챙!"

 

 "거참. 성질이 왜 이렇게 급하신가 몰라, 금수 양반? 정말로 빨리 죽고 싶은 거냐."

 

 앞발톱과 검이 맞물려 불곷을 튕기면서도 간단히 막는다. 또 요상한 기운을 내뿜는 류월랑. 그리고는 질린다는 듯이 검을 틀고서는 위를 향해 쳐올린다. 그러자 흉악한 괴물의 앞다리가 다리 중심부를 베는 동시에 검은 피와, 괴성이 숲 전체를 울린다.

 

 "그르르르르르르아아!"

 

 "거, 목청은 좋네. 엄살 피우지마. 다시 한 번 간다."

 

 그 짧은 시간에 류월랑을 쓰러지기 직전의 괴물의 반대쪽 다리를 똑같이 베어버리고 또 한 번의 검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두 앞다리를 잃은 괴물은 무게에 이기지 못해 몸이 앞으로 쏠리기는 하였지만 아직도 위협적이였다. 얼굴. 무언가를 섞어 놓은 얼굴을 정말인지 무서웠다. 개와 고양이. 그리고 여러가지 동물들의 얼굴이 여러군대 머리라는 틀 안에 다 존재하였다. 저마다의 울음을 내면서 말이다.

 

 "사람이 만든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자연적인 것인가. 궁금하군 그래. 하지만 그런 건 내 알 바는 아니지."

 

 류월랑은 검을 들어 그대로 괴물의 머리를 내려치려고 하는 순간이였다.

 

 "찰싹!"

 

 "뭐야? 꼬리?"

 

 꼬리. 괴물의 뒤에서 부터 나와서는 류월랑의 손과 검을 한 번에 묶어서는 아예 팔 자체를 뽑으려고 한다.

 

 "묘기는 이 정도로 충분하다만. 시덥잖은 재롱을 부릴 나이도 지난 것 같고. 안 그러냐, 꼬마야?"

 

 "예…?"

 

 알 수 없는 물음. 그리고 류월랑은 가볍게 숨을 내쉬우면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일도(一刀). 광아(光牙). 미칠듯이 물어뜯자."

 

 말이 끝남과 동시에 검은 은은한 빛을 내면서 점점 빛의 세기가 커진다.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고서는 빛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엄청나게 큰 땅울림과 함께 빛은 사라지고 그 곳에 있는 것은 동양 남자의 하품 모습과 괴물은 아예 형태를 알아볼 수조차 없게 무언가에 물어뜯겨 있었다.

 

 "재미없구만, 재미없어."

 

 류월랑은 이번에야 말로 강자를 만난 것 같았지만, 오히려 실망감이 더욱 컸었다. 이리 기대하게 만들어 놓고서,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괴물을 보면서 즐길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큰 기대는 큰 실망을 낳는 법이였다. 오히려 기운만 빠졌다. 널부러져있는 시체를 보고서도 아무런 감흥도 없이 그저 하품만을 푹 내쉰다.

 

 "저… 저기,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너가 있었구나 소년!"

 

 루크가 말을 걸자 활기를 되찾은 류월랑. 그리고는 곧장 아까와 같은 자세로 루크를 보고 있었다.

 

 "대단해, 대단하단 말이다. 이 검은 다시 보니 정말로 잘 만들었어."

 

 "가, 감사합니다…."

 

 루크는 지금, 류월랑의 기이한 행동 때문에 이 상황의 의미를 까먹고 있었다.

 

 "그리고 근성도 나쁘지 않아. 세게 부딪혔는데도 검을 놓지 않다니. 좋은 마음가짐이다, 소년."

 

 류월랑은 감탄하듯이 말한다. 루크는 그런 칭찬은 태어나서 처음 들었기에 마냥 쑥쓰러울 뿐이였다.

 

 "이것으로 만나는 것은 두 번째인가…."

 

 "지금, 뭐라고 하셨나요…?"

 

 "아니다. 언젠가 인연이 되면 만나자 소년. 그리고 내가 아까 약간의 기를 부여해줬으니 움직이기는 편할 거다. 그럼 인연이 되면 만나자꾸나, 나와 같은 검을 지닌 소년이여."

 

 알 수 없는 말. 하지만 이상하게도 루크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흥분일까, 존경일까? 언젠가는 저 남자와 다시 만날 것 같다는 감을 지닌 채로 손에 있는 검을 강하게, 놓치지 않도록 부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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