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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디멘션 게임 (구)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7.6.17

대재앙이라고 불리는 지독한 전쟁이 끝난 후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새로운 힘을 얻어 다시 문명을 구축하던 인류 앞에 완벽하게 구현된 가상현실게임이 나타난다.
누가 만들었고 왜 만들었는지도 알 수 없는 게임이었지만 사람들은 이 게임에 열광했고 인류의 대부분이 즐길 정도로 보편화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게임이 변화하기 시작했고 현실에 큰 영향을 주게 시작했다.
그리고 인류는 두 가지 세상 중에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혔다.
현실 아니면 게임
게임 같은 현실과 현실 같은 게임 중에서 오직 하나의 세계만 선택해야 한다면 과연 인류는 어떤 곳을 선택할 것인가.
선과 악이 아닌 가치와 가치가 충돌하는 거대한 전쟁이 다가오고 있다.

 
드래곤 하트
작성일 : 17-10-16 15:42     조회 : 362     추천 : 0     분량 : 6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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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전의 날이 밝았다.

 

 천유강과 용아병인 드린이 정정당당하게 일대일로 결투하기로 했는데 놀랍게도 그들이 싸우는 장소가 몬트리샤 백작가의 결투장이었다.

 

 수천의 병사가 노려보고 있는 적진의 한가운데에서도 드린은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지금 다 같이 공격하면 승률은 훨씬 오를 거다. 하지만 아무리 자신을 노리는 적이라도 기사 간의 결투에는 끼어들 수 없다.

 

 현대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지만 이 시대의 기사도에서는 그것이 당연한 일이다.

 

 “휴유~ 무섭게 째려보네.”

 

 말과는 다르게 옆구리를 벅벅 긁으면서 하품했다. 그 모습을 본 기사들이 분한 듯이 무기를 움켜쥐었지만 노려보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드린이 제안한 것은 간단했다. 천유강이 이기면 거기서 모든 상황은 끝이다. 하지만 드린이 이기면 다른 용아병들을 데리고 다시 쳐들어오겠다고 경고했다.

 

 천유강이 없는 영지라면 용아병, 한 명만 와도 막아낼 수 없다. 사실상 지금 싸움이 영지의 존망을 결정짓는 싸움이다.

 

 천유강은 묵묵히 몸만 풀었다. 대결에서 이기기만 하면 된다. 지고 난 후의 일 따위는 생각하지 않을 생각이다.

 

 “정각이다. 이제 시작하지.”

 

 공증인으로 나선 이는 크리스토퍼다. 기사 간의 결투에서 귀족이 공증을 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드린은 다른 용아병과는 다르게 제인을 보고서도 흉포성을 드러내지 않았다. 단지, 찡끗 윙크하며 다음에는 너의 차례라는 걸 경고했을 뿐이다. 그 눈빛을 담담하게 받아 낸 제인은 그저 천유강의 승리만 바라며 기도할 뿐이었다.

 

 천유강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면서 레벨을 올리고 창술을 갈고 닦았다. 그 결과 이제까지 얻은 적 없는 엄청난 스탯을 얻었지만 상대는 그보다 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직접 맞부딪치지 않아도 안다. 그녀 주위에 흐르고 있는 어마어마한 기파가 이미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천유강이 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가진 창술을 얼마나 많이 개량했냐가 가장 중요할 거다. 그것을 위해서 모든 시간을 명상에 투자했다.

 

 다행히 여기서 마지막 행운을 터졌다.

 

 드린이 아무것도 손에 가지지 않다는 것을 안 천유강이 턱으로 손을 가리키며 물었다.

 

 “무기는 없나?”

 

 “난 체술 전문이야.”

 

 체술은 천유강의 전문분야다. 체술의 거의 모든 장단점을 파악하고 있는 그였기에 다른 무기를 든 것보다 수월하게 상대할 수 있다.

 

 “시작할까?”

 

 드린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손을 가볍게 내밀었다. 무술 동작이라고는 보기 힘든 우아한 동작이다. 마치 프랑스의 사바트와 일본의 고무술을 섞어 놓은 것 같은 모습이다.

 

 먼저 움직인 쪽은 역시 천유강이었다. 긴 공격 거리를 이용한 선제공격은 창술사들의 특권과 같다. 조공을 사용한 평소의 싸움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벌어진 거다.

 

 챙!

 

 아무리 용아병의 단단한 육체라도 드래곤 이빨로 만들어진 창을 그대로 받아내는 것은 무리다. 드린은 창날의 옆면을 손으로 쳐서 겨우 방어해냈다.

 

 “하아~ 도움이 안 되는 놈들.”

 

 천유강의 창이 드래곤 이빨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파악한 드린이 한숨지었다. 하지만 전투에서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아직 그만큼 여유가 있다는 증거다.

 

 ‘붙으면 필패다.’

 

 드린이 가진 체술의 특성은 바로 회전이다. 때로는 팽이처럼 돌거나 덤블링 같은 묘기까지 펼치며 돌면서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해냈다.

 

 난이도가 높은 동작이었지만 유기적으로 움직였기에 빈틈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손을 주목하고 있으면 발이 날아왔고 발을 주목하고 있으면 손이 날아왔다.

 

 체조선수처럼 유연한 몸을 이용해 공격이 채찍처럼 공격이 휘어져 날아왔다. 평소의 천유강으로도 따라 할 엄두도 나지 않는 독특하고 놀라운 체술이다.

 

 “호잇!”

 

 드린은 천유강과의 전투가 즐거운 듯이 이상한 소리까지 내가면서 압박했다. 반면 천유강은 늘 그렇듯이 냉철한 표정으로 빈틈을 노리고 있다. 드린이 작은 실수라도 하면 천유강의 공격이 쉴 새 없이 몰아붙일 거다.

 

 인간은 흉내 낼 수 없는 엄청난 공방을 본 다른 사람들은 그저 입을 벌리고 멍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끼어들 틈도 없겠어.”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충격파가 일어나 주변을 부수고 있다. 새삼 자신이 싸워야 하고, 자신들을 노리는 자들의 무서움에 대해 깨달을 수 있었다.

 

 거리를 좁힌 드린이 손날로 천유강의 쇄골을 노리고 휘둘렀다. 창이 뻗은 후의 짧은 경직을 노린 공격이었기에 천유강은 창대를 빙글 돌리며 뒤로 물러서는 데 급급했다.

 

 예상대로 천유강의 열세가 지속됐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천유강이 약간 앞섰지만 힘이 드린이 월등히 좋으니 그 차이를 상쇄하고도 남았다.

 

 곧, 천유강의 온몸에 크고 작은 상처가 가득해졌다. 창의 단단함이 없었더라면 그중에 최소 한두 개는 치명상이 되었을 거다.

 

 그리고 마침내 드린의 배가 천유강의 배를 정통으로 가격했다.

 

 “컥!!”

 

 천유강의 신형이 총알처럼 뒤로 튕겨 나가 경기장 외벽에 박혔다. 척추가 부러질 만한 공격이었지만 드린은 발을 툭툭 치며 미간을 찌푸렸다.

 

 “뭐지? 감각이 이상한데?”

 

 일어서는 천유강의 옷 아래로 입고 있던 갑옷의 부서진 잔해가 떨어졌다.

 

 그건 드래곤 이빨을 엮어서 만든 갑옷이다. 천유강의 승리를 위해서 영지 사람들이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었는데 일회용밖에는 되지 못했다.

 

 비싼 재료와 만든 노력에 비해서는 허무하게 없어졌지만 그래도 이것이 없었더라면 즉사했어도 이상하지 않은 공격이었다. 갑옷 덕분에 살았다고 할 수 있었다.

 

 “일어나. 다음에는 이런 요행을 바라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한바탕 폭풍이 지나가고 잠시 소강상태에 놓였을 때, 드린이 팔짱을 끼며 입을 열었다.

 

 “왜 그렇게 싸우는 거지?”

 

 “뭐?”

 

 “이건 너와 상관없는 싸움이잖아? 그렇지 않아?”

 

 드린의 입장에서는 천유강이 용아병들과 대립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들이 정말로 모든 귀족들을 말살한다고 해도 천유강에게는 어떤 해가 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혼란한 틈을 타서 더 많은 이익을 도모할 수도 있을 거다.

 

 천유강은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니라 균열 포탈을 통해서 들어온 거다. 그도 퀘스트를 클리어해야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아무 상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입을 연 건 천유강이 아니라 본래 몸의 의지였다.

 

 “지킨다.”

 “뭐?”

 

 “지키겠어.”

 

 천유강의 표정을 본 드린은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은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다.

 

 “다른 이유라도 있는 거야?”

 “그런 건 모른다.”

 

 “이유도 없으면서 나랑 대적하겠다고?”

 

 아직 모르겠다는 드린의 표정을 본 천유강은 그저 웃어 보였다.

 

 “그렇군. 결국, 넌 인형에 지나지 않는군.”

 

 “뭐? 그게 무슨 소리지?”

 

 “실컷 잘난 척했지만 결국 의지 없는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는다는 소리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이해득실을 따지는 것은 상인들의 논리다. 긴 삶은 아니었지만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는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길가에 쓰러진 자신을 구해주고 먹고 사는데 문제없게 도와준 것은 이곳 사람들이다. 자기 앞길도 캄캄한 몬트리샤 영지였지만 쓰러져 있는 정체도 알 수 없는 이방인을 모른 체하지 않았다.

 

 그들이 자신을 도운 것은 대가를 바라고 한 일이 아니다. 그냥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었고 마침 자신이 도울 수 있어서다.

 

 “지금은 내가 도울 차례야.”

 

 그 순간,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어떤 힘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감정의 변화에 따른 심리적인 작용이 아니다. 분명하고 뚜렷한 힘이 온몸을 감돌았다.

 

 “이건?”

 

 주체할 수 없는 힘이다. 실제로 용아병의 단련된 육체가 아니라면 기맥이 찢길 정도의 강력한 기운이 온몸에 돌았다.

 

 그 힘을 느낀 건 천유강만이 아니다. 드린도 갑자기 퍼져 나오는 힘에 전율했다.

 

 “그, 그건?!”

 

 천유강이 내뿜고 있는 힘은 자신도 잘 아는 힘이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나올 수 없는 힘이기도 했다.

 

 “어떻게 네 몸에 드래곤 하트가 있는 거지?”

 

 “뭐?”

 

 “네 가슴 속에서 분명히 느껴진다. 분명 드래곤의 힘의 원천인 드래곤 하트야.”

 

 천유강과 이 몸의 주인도 모르고 있었지만 가슴 속에 있는 것은 진짜 드래곤 하트였다. 그것이 아니라면 이만한 힘을 낼 수 있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곰곰이 생각하던 드린은 알았다는 손뼉을 쳤다.

 

 “하핫! 설마?!”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떨리는 손으로 천유강을 가리켰다.

 

 “너, 설마……. 해츨링이냐?”

 “뭐?”

 

 “아니지, 해츨링은 분명 죽었어. 그냥 해츨링으로 만든 몸이라는 게 맞겠군.”

 

 카르세미르가 미친 이유는 그녀의 해츨링이 인간의 손에 죽었기 때문이었다. 죽기 전에도 그것을 용서할 수 없는 카르세미르가 자신의 이빨을 이용해서 용아병을 만들었다.

 

 하지만 죽기 바로 직전에 카르세미르를 지배한 감정은 분노가 아니라 모성애였다. 용아병을 만들던 카르세미르는 문득, 이 방법으로 해츨링을 되살려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해츨링을 재료로 용아병을 만든다고 죽었던 해츨링이 살아날 리는 없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자신을 살게 하겠다는 의지가 결국 새로운 형태의 용아병을 만든 거다.

 

 해츨링에게 만든 용아병에게까지 자신의 복수심을 심어줄 리 없었다. 카르세미르가 원한 것은 오직 해츨링으로 만들어진 용아병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다.

 

 “큭큭! 에이션트 드래곤이라도 이런 상황은 알 수 없었나 보군. 그녀의 의지가 충돌된 셈이 아닌가?”

 

 그녀의 복수가 자신에게 방해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천유강은 덤덤히 입을 열었다.

 

 “원래 자식은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법이지.”

 

 “큭!”

 

 천유강의 정체를 알았지만 드린은 자신의 사명을 멈추려 하지 않았다. 해츨링을 만나면 뒤로 물러서야 한다는 명령어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여유를 찾은 천유강은 드린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남매와 같다. 싸울 필요 없어. 네 의지는 강력하니 드래곤의 명령을 지키지 않고 네 뜻대로 살 수 있지 않나? 너도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

 

 간절한 마음 담기 말이었지만 드린은 콧방귀를 뀌었다.

 

 “순진한 말이군. 남매라고? 나는 도구로 만들어진 몸이다. 모성애라는 감정으로 만들어진 너와는 달라. 내 목적은 오직 모든 귀족의 멸망이다.”

 

 드린은 뜻을 굽힐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천유강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쩔 수 없지.”

 

 다시 2회전이 시작되었다. 시간은 조금밖에 흐르지 않았지만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아무리 해츨링의 드래곤 하트라지만 그래도 드래곤 하트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기운을 가진 물체다. 그 기운을 능숙하게 다루는 천부경의 기법까지 더해지자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힘이 나왔다.

 

 퍽!!!!

 

 강을 가르고 산도 쪼갤 수 있는 힘이다. 기술까지 천유강이 우위니 드린은 숨조차 쉴 수 없었다.

 

 퍽! 퍽!

 

 계속 일방적인 공격에 계속되었다. 어느새 드린의 몸은 엉망이 되었고 드래곤 이빨로 이루어진 그의 몸도 파괴적인 힘 앞에서는 무력했다.

 

 “그만하지.”

 

 엉망이 된 드린의 앞에서 천유강이 창을 빙글 돌리며 말했다. 적으로 만나긴 했으나 천성이 나쁘지는 않다. 더욱이 이 몸과는 남매와 같으니 몸의 의지도 그녀를 해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드린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큭큭! 드래곤의 속박은 절대 벗어날 수 없다, 멍청한 남동생아.”

 

 광기마저 엿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천유강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끝내, 이렇게밖에 할 수 없냐?”

 

 “그런 멍청한 표정 짓지 마라. 난 도구야. 도구에게는 의지 따위는 존재하지 않아.”

 

 피 흘리는 입으로 웃음을 멈추지 않는 드린이다. 그 의지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천유강도 창을 고쳐 쥐었다.

 

 “……알겠다.”

 

 이제 싸움의 마지막이 가까워졌다. 엉망이 된 것은 둘 다 같았지만 힘이 넘치는 천유강과는 달리 드린은 상처를 통해 힘이 빠져나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용아병 중에서 가장 강한 송곳니 용아병이다.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합!!”

 

 목숨을 도외시하고 공격하는 드린의 공격은 매서웠다. 힘을 얻은 천유강도 아찔할 정도의 강력하고 치명적인 수가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수십 합이 지나도 그녀의 기세는 멈출 줄 몰랐다. 남은 생명력을 연료로 사용해서 싸우는 중이다. 천유강도 쉽게 상대할 수 없다.

 

 우직!

 

 결국, 드래곤 이빨로 만든 창대가 그녀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부러졌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무기를 잃은 거다.

 

 “잡았다!!”

 

 창이 가루로 변해 날아가자마자 드린은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해 앞으로 돌격했다. 곧장 손을 뻗어 천유강의 목을 강타하려 했다.

 

 “미안하지만 박투술로는 누구한테도 지지 않아.”

 

 창을 들고 있었지만 천유강의 원래 체술의 스페셜리스트다. 드린의 기술도 드래곤이 수천 년간 모은 희대의 무공이지만 천유강의 변화무쌍한 기술도 절대 약하지 않다. 거기에 드래곤 하트의 힘이 더해지자 드린의 힘과 기술을 압도했다.

 

 콰직!

 천유강의 손이 드린의 한쪽 팔을 날려버리고 그녀의 가슴에 박혔다. 드래곤의 하트의 강한 기운이 퍼지자 몸의 모든 기능이 마비되었다.

 

 “커억!”

 

 그토록 강력했던 드린의 무릎이 힘없이 꺾였다. 아무리 강한 육체라도 드래곤 하트의 기운을 버티기에는 무리였다.

 

 하지만 천유강의 표정은 좋지만은 않았다. 적으로 만났지만 비슷한 처지였던 드린이다. 만약 그녀가 드래곤의 의지를 이겨냈으면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었다.

 

 천유강이 씁쓸한 표정을 짓자 드린이 힘없이 웃었다.

 

 “재수 없게, 그런 표정 하지 마.”

 

 눈물은 흘리지 않았지만 가슴이 메어왔다. 가슴이 완전히 조각난 드린은 회생할 수 없다. 그 모습을 본 드린이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말해줄 것이 있어.”

 “뭐?”

 

 드린의 입에서 나온 것은 유언이 아니었다. 또 다른 위험에 대한 경고였다.

 

 “나는 결투를 원했지만 그는 거절했어. 내가 지면 바로 실행에 옮기겠다고 했지.”

 

 마지막 선심을 쓰듯이 드린이 제인에게 손가락질했다.

 

 “드래곤의 송곳니는 두 개지. 그리고 그는 나보다 강해.”

 

 그 말에 황급히 고개를 든 천유강이 제인을 보았다. 그리고 그때는 이미 다른 용아병이 지척까지 다가온 상황이다.

 

 다들 드린에게 시선이 쏠렸을 때 다른 용아병이 몰래 다가온 거다.

 

 “조심!”

 

 말하는 것과 동시에 제인을 구하기 위해 뛰었다. 갑작스러운 천유강의 외침에 제인도 불청객을 눈치챘지만 이미 그때는 너무 늦었다. 그녀의 반사 신경으로는 용아병의 공격을 막을 수 없었다.

 

 제인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꼭 감았다.

 

 콰직!!!

 갈비뼈가 부서지는 끔찍한 소리가 들렸지만 이상하게 통증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을 이상하게 여긴 제인이 살짝 눈을 뜨자 거기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유강!!!”

 

 용아병의 검에 가슴을 관통당한 천유강이 자신을 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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