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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디멘션 게임 (구)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7.6.17

대재앙이라고 불리는 지독한 전쟁이 끝난 후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새로운 힘을 얻어 다시 문명을 구축하던 인류 앞에 완벽하게 구현된 가상현실게임이 나타난다.
누가 만들었고 왜 만들었는지도 알 수 없는 게임이었지만 사람들은 이 게임에 열광했고 인류의 대부분이 즐길 정도로 보편화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게임이 변화하기 시작했고 현실에 큰 영향을 주게 시작했다.
그리고 인류는 두 가지 세상 중에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혔다.
현실 아니면 게임
게임 같은 현실과 현실 같은 게임 중에서 오직 하나의 세계만 선택해야 한다면 과연 인류는 어떤 곳을 선택할 것인가.
선과 악이 아닌 가치와 가치가 충돌하는 거대한 전쟁이 다가오고 있다.

 
터치 (3)
작성일 : 17-09-25 16:28     조회 : 342     추천 : 0     분량 : 5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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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만에 하나라도 천유강마저 세뇌 당했다면 정말 큰일이다. 강함의 정도를 떠나서 신출귀몰한 그를 막아설 자가 없다.

 

 “유하연이나 당군명이 필요해.”

 

 “그들은 이미 밖에 나가 있어요. 다시 들어오려면 한참 걸린다고요.”

 

 갑자기 회의실이 부산해지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소란 떠는 사람들의 말까지 하나도 놓치고 있지 않던 수화진은 눈을 감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우선 길드장인 지후 오빠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게 급선무입니다”

 

 이것이 체스나 장기는 아니지만 왕을 잃으면 전쟁에서 진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길드장이 쓰러지면 길드 버프가 사라지고 소속 NPC 능력치가 현저하게 떨어진다. 그렇게 되면 정말로 성이 넘어갈 수 있다.

 

 “지원 병력을 부르세요. 평야는 포기합니다.”

 

 이런 긴급 상황에서는 우선순위를 정하고 포기할 것을 깔끔하게 포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화진은 평야를 버리고 성을 지키는 것을 택했다.

 

 아무리 성문이 열리고 도개교가 내려갔다고 해도 오천이라는 숫자로 쉽게 성을 공격하긴 힘들다. 본성에도 아직 만 명 가까운 수가 남아 있어 쉽게 밀리지 않을 텐데 아직도 소란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적들이 너무 강합니다! 우리 병력으로는 막을 수가 없어.”

 

 성의 버프를 받은 경비병들이 속수무책으로 밀리고 있다. 그나마 파이어와인 용병단이 정예 중의 정예라서 그들이 있는 서쪽은 굳건했는데 나머지는 거의 전멸이었다.

 

 “이 기세라면 곧 내성에 당도할 겁니다.”

 

 이제야 적의 진정한 계략이 보였다. 많은 수의 병력을 이용해서 대부분을 밖으로 나오게 하고 세뇌한 병력으로 성문으로 열고 내성을 타격한다. 수화진이 놓인 것은 세뇌와 외성까지 들키지 않고 몰래 움직인 오천의 적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정체도 곧 밝혀졌다.

 

 “다크 템플러들입니다.”

 

 다크 템플러는 어둠의 신을 섬기는 암흑기사단으로 다른 기사에 비해서 방어력은 낮지만, 대신에 은신에 특화되어 있는 특수 병종이다. 기사단인데 말을 탈 수 없지만 어둠의 장막이라는 직업 전용 아이템을 활용해서 은신 효과를 얻는다.

 

 문제는 기사 병종이 오천이나 된다는 점이다. 기사단이 오천이나 되면 경비병들이 허수아비처럼 쓰러진 것도 이해가 갔다.

 

 “두 길드만 연합한 것이 아니었군요. 다른 세력이 끼어들었어요.”

 

 두 길드를 다 합쳐도 기사 오천은 나오지 않을 거다. 강력한 힘을 가진 제3의 세력이 끼어들어서 아군의 숨통을 끊고자 치명적인 공격을 가했다.

 

 수화진의 판단 실수는 아니었다. 데이브레이커의 뛰어난 정찰병들도 놓칠 만큼 은밀하게 움직인 적들이다. 제3의 세력들도 자신들의 참전을 숨기려 일부로 다크 템플러만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화진은 이 사태까지 온 것에 큰 책임감을 느꼈다.

 

 ‘지금은 자책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어려울 때일수록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사람이 있다. 수화진도 그렇다. 위기의 순간에서 그녀의 머리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내성에 포대가 있죠?”

 

 “네. 드워프가 만든 포, 10대가 있습니다.”

 

 내성에서 포를 쓰는 건 진짜 막다른 길에 몰렸을 때다. 아무리 명중률이 높아도 내성에서 포를 쓰면 성안의 건물들이 큰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그걸 준비하세요.”

 

 “하지만……, 적들은 다크 템플러들입니다. 포의 공격은 큰 효과가 없을 겁니다.”

 

 어둠의 장막을 착용한 다크 템플러는 멀리서 보이지 않아서 포의 조준이 어렵다. 무장이 가벼운 만큼 빠른 다크 템플러다. 일반 화살도 맞추기 힘든데 포로 쏘아 맞춘다는 건 기대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수화진의 어투는 단호했다.

 

 “지금은 설명할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준비하세요.”

 

 “네, 넷!”

 

 수화진의 명령에 따라서 병사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길드장인 지크는 신지후에게로 가 있는 상황이라 모든 명령은 수화진에게서 나왔다.

 

 “포를 제가 말한 대로 배치해주세요.”

 

 수화진이 알려준 자리는 포를 쏘기에는 부적합한 곳이었다. 포의 끝이 향한 곳이 적들이 올 거라고 생각되는 거리가 아니라 성 안에 있는 거대한 건물이기 때문이다.

 

 병사들은 의아해하면서도 군말하지 않고 포를 배치했다. 이제까지 그녀가 해온 기적을 여러 차례 직접 눈으로 봤기 때문이다.

 

 “발사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죠?”

 

 “어……, 약 7초가량 걸립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신호하면 한꺼번에 발사해 주세요.”

 

 수화진의 말에 병사들은 숨죽이고 신호가 들려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어둠의 장막을 두르고 있는 다크 템플러들은 뚜렷한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일렁거리는 물결처럼 서서히 포위를 좁혀왔다.

 

 고작 오천의 병력이 성을 압박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지만, 그건 적의 계략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만큼 전략, 전술은 전쟁에서 큰 위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이젠 우리가 반격할 때야.’

 

 적의 계략은 무서울 정도로 뛰어나 아군은 숨 막히게 했지만 이런 곳에서 무너질 정도로 이곳이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다.

 

 “발사!!”

 

 쾅!! 쾅!!! 쾅!!!

 

 수화진의 신호에 포대가 강력한 불을 뿜었다. 그리고 구멍 난 거대한 건물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허무하게 쓰러져 버렸다.

 

 “피햇!”

 

 다가오던 다크 템플러들은 자신 위로 쓰러지는 건물에 대경해서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하지만 워낙 많은 병력이 밀집해 있었기 때문에 전부 피하지 못하고 몇몇은 밑에 깔렸다.

 

 “이런 수작을!”

 

 사실 이 건물은 밖에서 보면 튼튼해 보이지만 사실은 부실 공사로 지어진 일종의 더미다. 작은 충격에도 쉽게 쓰러지도록 만들어졌는데 성안에 침투한 기마부대와 마장기들의 돌진을 막기 위해서 지어졌다.

 

 이 건물을 설계한 수화진도 이 건물이 이렇게 쓰일 줄은 몰랐다.

 

 “포를 뒤로 물리고 궁수들 대기하세요.”

 

 다크 템플러들이 화살에 강한 것은 빠른 속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눈으로 잘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궁수들이 뛰어나다고 해도 과녁이 보이지 않는다면 맞출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지금입니다!”

 

 건물이 무너지면서 생긴 뿌연 먼지가 사방으로 날렸다. 다크 템플러가 움직일 때마다 먼지도 같이 움직였기 때문에 그들의 움직임이 훤히 보였다.

 

 이제 어둠의 장막도 그들을 감춰주지 못했다.

 

 슈슈슈슈!

 

 하늘을 수놓은 화살에 다크 템플러들이 순식간에 쓰러졌다.

 

 “흩어져!”

 그들의 행동도 민첩하고 판단도 명확했다. 먼지가 가시는 동안 무너지지 않은 건물 뒤로 숨었다.

 

 “시간은 벌었어요. 하지만 곧 다시 올 겁니다.”

 

 아군 병력이 합류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끌면 유리한 건 이쪽이다. 하지만 적들도 그걸 눈뜨고 지켜보지 않았다.

 

 “통신이 들어왔습니다. 적들이 다시 대거 움직이고 있다고 합니다.”

 

 밖과 안을 동시에 타격하는 양동 작전이다. 지원군들의 발목을 붙잡으려는 노골적인 수작이지만,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다.

 

 이러면 원군이 오더라도 시간이 예상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릴 거다.

 

 ‘원군을 기다릴 시간이 없어.’

 

 “궁수들은 계속 경계 사격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제 지시에 따라주세요.”

 

 수화진이 지도를 펴고 신들린 것처럼 작전을 설명했다.

 

 ***

 

 다크 템플러를 지휘하는 자는 레벨 750의 3차 승급자다. 그를 따르는 기사단도 최소 2차 승급자에 같은 3차 승급자가 5명이나 더 있었다. 성 하나쯤 함락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적의 반항이 적지 않았다.

 

 “거기서 건물을 무너트릴 줄이야.”

 

 완전히 혀를 찔렸지만 상관없다. 이 먼지가 걷히기만 하면 성문을 부수고 내성으로 진입할 거다. 물론 기사단의 피해도 막대하겠지만 상관없다. ‘그 분’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피해는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

 

 “그분을 위하여.”

 

 “노배 레스를 위하여!”

 

 이 강력한 기사들은 세계의 적이라고 자처하는 노배 레스에서 온 거다. 예전 수화진과 신지현을 납치하려 시도했던 이들이 이제는 성까지 노리는 거다.

 

 “단장님, 먼지가 어느 정도 걷혔습니다.”

 

 “좋아. 들어간다.”

 

 이들의 반 정도는 플레이어들이다. 중앙 대륙에서의 전투이기 때문에 죽으면 정말로 죽겠지만 그런 것도 감수할 정도로 이들은 광신도에 가깝다.

 

 “돌격!”

 

 이들이 움직이자 다시 화살들이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지만 어둠의 장막 효과 덕분에 피해는 크지 않다. 문제는 단단한 성문이었는데 그것도 준비한 것이 있었다.

 

 성문이 가까워져 오자 품에 있던 약물이 담긴 플라스크를 던졌다.

 

 휘릭!

 

 플라스크가 깨져 약물이 성문에 닿자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성문이 녹아내렸다. 고레벨의 연금술사가 만든 물약이 금속문은 부식시키는 거다.

 

 “좋아~ 달려!”

 

 빠르게 달려 성 앞에 있는 긴 다리를 건너려할 때였다. 갑자기 뒤쪽에서 병사들의 함성 소리가 들렸다.

 

 “잡아!”

 

 “한 놈도 놓치면 안 돼!”

 

 갑자기 데이브레이커의 병사들이 몰려온 거다.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거야!”

 

 “비밀 통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곳이 넓은 곳이라면 충분히 맞서 싸울 수 있다. 하지만 좁은 다리라서 움직일 공간이 없었고 머리 위에서는 아직도 화살이 날아오고 있다.

 

 “할 수 없다. 그냥 강행돌파한다.”

 

 “하지만! 피해가 너무 클 겁니다.”

 

 “돌아가면 너무 늦는다!”

 

 뒤에서는 병사들이 창으로 공격하고 앞에서는 화살이 날아오고 있다. 제아무리 고레벨의 플레이어들이라도 포위당해서 공격당하니 막을 방법이 없었다.

 

 결국 엄청난 사상자를 발생하며 겨우겨우 한걸음씩 움직이는 것이 고작이었다.

 

 “움직여!”

 

 미로처럼 얽히고설킨 통로를 지나 마침내 성안에 들어오는 것에 성공했다. 비록 그 많던 기사단의 수가 반 이하로 줄었지만 상관없다. 여기 길드장만 잡으면 승리하는 건 아군 연합이다.

 

 성 안으로 들어오니 뒤따라오던 병사들도 더 쫓아오지 못했다. 화살의 지원이 없는 곳에서 싸우는 건 불리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성 안을 샅샅이 뒤져라!”

 

 이미 대피했는지 성안에 병사들이나 하인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길드장을 지키기 위해서 한쪽에 몰려 있을 테지. 초보적이군.’

 

 상대 책사의 지략이 엄청나다는 건 미리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 아까운 기사들이 쓰러졌지만 이럴 때 보면 아직 애송이다.

 

 자신 같았으면 NPC들이 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병사뿐 아니라 하인들까지 모두 던져서 시간을 벌었을 거다. 그런 약한 마음으로는 자신들을 막을 수 없다.

 

 “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 없다. 어서 길드장을 척살하고 귀환한다.”

 

 적들의 훈련이 잘 되어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조직력이라면 자신들이 깔아놓은 함정을 돌파하고 곧 도착할 거다.

 

 뒤쪽에 시간을 벌 인원을 배치하고 나머지는 성안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거대한 홀 안에 들어섰을 때다. 넓은 공간에 빽빽하게 병사들이 몰려있는 것이 보였다.

 

 “어리석군. 이곳에서 우리랑 싸우면 이길 것 같았나?”

 

 템플러들은 회심의 미소를 띠며 천천히 거리를 좁혔다.

 

 방어력이 약한 다크 템플러지만 난전은 가장 자신있어하는 싸움이다. 자신들의 몸이 희미하기 때문에 상대는 검이 어디서 날아오는 지도 모르고 허둥대다가 죽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보였다.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적들이 눈을 다 감고 있었다. 자신들이 두려워서 눈을 감았다고 생각하기에는 그들의 표정이 너무 평온했다.

 

 그 순간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이에요.”

 

 수화진의 명령에 주변을 환하게 비추고 불이 한꺼번에 꺼졌다. 이내 홀 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어둠만 가득했다.

 

 ‘설마, 이걸 노리고!’

 

 이제 상대가 보이지 않는 건 모두 똑같다. 아니 정확히 공평하다고 할 수 없는 게, 데이브레이커 병사들은 눈을 감고 있어서 미리 어둠에 익숙해진 상태였다. 반면에 다크 템플러들은 갑자기 앞이 깜깜해져서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작은 차이가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

 

 푹!

 

 데이브레이커 길드원이 다크 템플러들을 사정없이 몰아붙였다. 어둠의 장막이 무용지물이 된 다크 템플러는 일반 기사에 비해 약하다. 허를 찔린 공격에 계속 뒤로 밀렸다.

 

 그때 옆의 닫힌 문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옆방에는 미처 불을 끄지 못한 것 같았다.

 

 “모두 저기로 도망쳐!”

 

 여기 있다가는 전멸을 피할 수 없다. 일단 빛이 있는 곳으로 가서 전열을 가다듬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 병력을 이동시켰다. 그리고 빛이 보이는 문을 여는 순간.

 

 딸깍!

 

 불길한 소리와 함께 곧 천지를 뒤흔드는 폭발이 일어났다.

 

 콰콰쾅!!!!

 

 이것 역시 함정이었다. 다급한 그들의 심리를 이용하여 미리 마법 함정을 다중으로 설치한 것이다. 짧은 순간 수화진에서 나온 계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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