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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디멘션 게임 (구)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7.6.17

대재앙이라고 불리는 지독한 전쟁이 끝난 후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새로운 힘을 얻어 다시 문명을 구축하던 인류 앞에 완벽하게 구현된 가상현실게임이 나타난다.
누가 만들었고 왜 만들었는지도 알 수 없는 게임이었지만 사람들은 이 게임에 열광했고 인류의 대부분이 즐길 정도로 보편화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게임이 변화하기 시작했고 현실에 큰 영향을 주게 시작했다.
그리고 인류는 두 가지 세상 중에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혔다.
현실 아니면 게임
게임 같은 현실과 현실 같은 게임 중에서 오직 하나의 세계만 선택해야 한다면 과연 인류는 어떤 곳을 선택할 것인가.
선과 악이 아닌 가치와 가치가 충돌하는 거대한 전쟁이 다가오고 있다.

 
참전 (6)
작성일 : 17-09-12 20:22     조회 : 455     추천 : 0     분량 : 5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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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어쩌면 이게 기회일 수도 있어.’

 

 토마스가 플레이어라고 가정했을 때 남은 플레이어는 둘, 그리고 그중 하나는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바로 미니 건을 든 흑인 여성 로렌이다.

 

 미니 건은 들고 다니는 기관총이다. 무거워서 이동속도에는 페널티를 얻지만 일 분에 4,000발 이상은 우습게 쏠 수 있어서 공격력이 엄청나다.

 

 그녀가 천유강 다음인 두 번째로 이 방에 도착했다는 것은 R2D2를 빨리 죽였다는 뜻이 아니면 그것에게 빨리 죽었다는 소리이다. 전에 죽였던 남자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전자라고 생각되었다.

 

 세 번째로 들어온 남자, 실제로는 세 번째로 빨리 죽은 남자보다 로렌이 약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로렌이 플레이어라고 한다면 남은 플레이어 한 명만 찾으면 모든 로봇을 처리할 수 있다.

 

 남은 네 명 중 첫 번째는 천유강과 같은 방에서 온 브라질 남자 파울로였다. 그는 과학 대륙의 에스퍼였는데 허공에 떠다니는 8개의 둥근 보석으로 적을 공격했다. 에스퍼라서 체력과 민첩 모두 낮지만 자유롭게 날아다니다가 사각에서 날아오는 보석을 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다섯 번째로 이 방에 들어왔다.

 

 두 번째 인물은 태국에서 온 티륭. 쿠크리를 사용하는 판타지 세계의 용병으로 천유강처럼 근접전에 특화된 케릭이다. 쿠크리는 단검 종류 중에서는 가장 공격력이 높지만 숙달되지 않으면 사용하기 힘든 물건이다. 쿠크리를 주 무기로 사용하는 사람 중에 약한 자를 보지 못했다. 그는 이 방에 여섯 번째로 들어왔다.

 

 세 번째 인물은 다른 방에서 온 태국의 쯔앙이었다. 그는 과학 대륙의 안드로이드 종족으로 에너지 방패를 든 탱커였다. 다른 손에는 거대한 해머를 들고 있었는데 자동 분사 장치가 달려있어 추진력을 얻게 되어 있었다. 그가 일곱 번째로 들어왔다.

 

 마지막 인물은 혼자 다른 방에서 온 인도 남자 라심이었다. 그도 과학 대륙의 슈트를 입고 있었는데 겉모습으로 봐서는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알 수 없었다.

 

 천유강의 추리가 맞는다면 넷 중의 하나만 플레이어다.

 

 위잉~

 

 밖으로 나가는 문이 세 개가 열렸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다.

 

 그때 파울로가 손을 들었다.

 

 “난, 나가겠어. 여기가 뭐 하는 곳인지 충분히 봤다고. 이 정보만 팔아도 큰돈이 될 거야.”

 

 파울로가 나가는 문으로 가려 하자 천유강이 가로막았다.

 

 “잠깐만요. 그냥 그렇게 가시면 안 됩니다.”

 

 “왜? 네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야?”

 

 만약 저 사람이 진짜 플레이어라면 이곳에는 플레이어와 로봇이 동수가 된다. 그렇게 되면 남은 인원이 1400 레벨의 로봇을 셋이나 상대해야 한다.

 

 천유강의 뜻을 안 토마스가 그의 목에 라이트 세이버를 가져다 댔다.

 

 “얌전히 앉아있어. 아니면 탈출이 뭐고 내 손에 죽을 거야.”

 

 라이트 세이버는 직접 닿지 않고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도 데미지가 들어온다. 점점 체력이 줄어드니 파울로가 두 손을 들고 순순히 물러섰다.

 

 “제길! 알았다고.”

 

 “여기서 진짜 플레이어 하나가 나가면 나머지는 다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 말에 로렌이 미니 건을 손에 꽉 쥔 상태로 말을 했다.

 

 “그냥 다음 통로로 가는 문 앞에 있다가 로봇이 변신하자마자 이동하면 되지 않을까? 저 사람도 그렇게 통과했다며?”

 

 로렌이 구석에서 떨고 있는 라심을 가리키며 말하자 천유강이 고개를 저었다.

 

 “순식간에 동료가 죽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혼자 남을 때까지 문이 안 열리는 구조일 수도 있죠.”

 

 가장 많은 정보를 알려 준 라심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도 의심이 갔다. 왜냐하면, 그의 정보는 일행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마치 이곳을 통제하는 누군가가 일행에게 게임 규칙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정보는 감출수록 좋았지만, 지금은 그럴 여력이 없었다. 그래서 천유강은 자신의 패를 보여주기로 했다.

 

 “제가 아까 로봇 하나를 처리했습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셨다고 했죠?”

 

 천유강은 일행들이 들어온 순서를 알려주고 자신이 로봇을 찾도록 한 추리 법을 알려주었다.

 

 “그러니까 더 강하거나 더 약하면 빨리 들어온다는 거군.”

 

 로렌이 중얼거리자 다른 이들도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로렌은 가장 늦게 들어온 라심에게 직접 말했다.

 

 “당신의 직업은 뭐지?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알겠는데 당신은 모르겠어. 심지어 무기조차 들고 있지 않잖아.”

 

 다른 사람들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보자 다급해진 라심이 자신의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나, 난 엔지니어요. 로봇 기술자지. 이게 내 무기요.”

 

 그의 품에서 나온 것은 공중에 떠다니는 작은 로봇들이었다. 그가 공격하는 시범을 보여주었는데 로봇들의 가운데서 빔이 나갔다.

 

 “이것들로 공격뿐 아니라 기계를 해킹할 수도 있소. 사실 내가 변신한 로봇에게서 살아남은 것도 해킹으로 그들의 움직임을 멈췄기 때문이지. 그리고 하나 더 말하자면...... 문은 열리지 않았소.”

 

 “뭐?! 그건 또 뭔 소리요?”

 

 “사실 나는 인공심장이라는 패시브 스킬을 가지고 있소. 그래서 체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잠시 꺼졌다가 몇 분 후에 다시 켜지지.”

 

 “죽은 척하기 스킬처럼?”

 

 “맞아요. 바로 그거지.”

 

 그 말에 토마스가 물었는데 라이트 세이버를 한 손에 든 채였다.

 

 “......그럼 닫힌 문은 어떻게 열었는데?”

 

 “그것도 내 스킬이요. 모든 문을 열 수 있지.”

 

 그 말에 토마스가 한마디 더 하려는 걸 보고 다시 라심이 말했다.

 

 “쿨 타임 때문에 지금은 못해요. 하루에 한 번만 가능하니까.”

 “하~ 도움이 안 되는군.”

 

 여전히 라심의 말을 믿기는 힘들었다. 상황이 너무 딱딱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짜고짜 그를 쫓아낼 수는 없다. 여전히 그가 플레이어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모두 고심하고 있을 때 다시 천유강이 나섰다.

 

 “각자의 실력을 보고 싶습니다.”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를 말하자 티륭이 인상을 썼다.

 

 “뭐?”

 

 “각자의 실력이 얼마나 되는지 한번 보고 싶습니다.”

 

 “어떻게? 지금 싸우기라도 하자는 말이오?”

 

 “맞습니다. 바로 그 말이죠.”

 

 쓰윽~

 

 천유강은 손톱을 길게 뽑으며 로렌에게 말했다.

 

 “저랑 대련 한 번 하시죠?”

 

 “나?”

 

 “그렇습니다. 당신이 두 번째로 들어왔습니다. 그런 실력이 있는지 보고 싶군요.”

 

 그 말에 로렌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 말은 내 달링에게서 살아남을 자신이 있다는 거지?”

 

 로렌이 자신의 미니 건을 두들기며 말했다. 미니 건 이름이 달링이었다.

 

 “저를 죽이셔도 됩니다. 그럴 실력이 있으면요.”

 

 “호~ 마음에 드는데? 얼굴색만 조금 더 까맸으면 데이트 신청했을 거야. 그럼~”

 

 드르르르륵!!!

 

 예고도 없이 로렌의 미니 건에서 불을 뿜었다.

 

 “시작해보자고.”

 

 “이익!”

 

 다른 이들은 갑자기 일어난 싸움에 기겁하고 뒤로 물러섰다. 토마스는 나가는 통로를 지키고 있었는데 누가 가까이 오기라도 하면 벨 기세였다.

 

 “붐바!”

 

 날아가던 총알들이 방향을 바꿔서 천유강을 쫓았다. 탄을 유도로 바꾸는 스킬이었다.

 

 미니건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하면 연사력은 뛰어나지만 적중률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그 약점을 스킬로 보완한 거다.

 

 하지만 천유강은 총알보다 빨랐다.

 

 팅! 팅! 팅!

 

 날아오는 총알을 피아노 치듯이 손톱으로 하나하나 다 쳐냈다. 물론 총알이 너무 많아서 모두 쳐낸 것은 아니다. 나머지는 날개를 변형해 막아냈다.

 

 “악마!”

 

 유도 스킬의 지속 시간이 끝나자 로렌이 천유강을 압박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비처럼 쏟아지는 탄 사이를 뚫고 오는 천유강의 모습은 꿈에서 본 악마 그 자체였다.

 

 “백 스탭!”

 

 로렌의 스킬은 공격력을 더 강화하는 것보다 단점을 보완하는 데 쓰였는데 역시 회피 스킬도 잔뜩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스킬로 천유강을 떨쳐낼 수 없었다.

 

 척!

 

 천유강의 손톱이 로렌의 목 바로 앞에서 멈췄다.

 

 꿀꺽!

 

 로렌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천유강이 담담하게 말했다.

 

 “좋습니다. 로렌 당신은 충분히 2등으로 통과할 자격이 있네요.”

 

 “......뭐?”

 

 “정확히는 모르지만 당신은 플레이어 같네요.”

 

 어이없어하는 로렌을 두고 천유강은 다음 상대를 골랐다.

 

 “여기 있는 토마스의 실력은 전에 확인했습니다. 다음은 당신 차례입니다, 파울로.”

 

 지적당한 파울로가 움찔했지만 천유강의 도발을 피하지 않았다.

 

 “이것 참. 여러 가지로 체면을 구기네.”

 

 파울로는 힘을 끌어올려 자신의 보석을 허공으로 들어 올렸다.

 

 웅웅~~

 

 그 육각형의 보석은 단지 단단한 것만이 아니라 충격파를 뿜어내는 장치가 있었다. 그래서 보석을 피했다고 좋아하다가 뿜어져 나온 충격파에 당하는 자가 한둘이 아니었다.

 

 “나는 로봇에게 모든 힘을 쏟지 않았어. 그러니 저 여자보다 약할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좋습니다. 먼저 오세요.”

 

 보석이 날아와 천유강의 사방을 점유했다. 앞에 있는 것도 있고 뒤에 있는 것도 있다. 머리 위에도 있었고 무릎 높이에도 있었다.

 

 무기를 들고 있지 않았지만 파울로도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었다. 보석들을 움직일 때는 집중해야 했기 때문이다.

 

 휙~ 휙~ 휙~

 

 보석들이 순차적으로 날아와 천유강을 노렸다.

 

 어떤 것을 빠르고 어떤 것은 느렸다. 어떤 것은 컸고 어떤 것은 작았다. 작은 차이였지만 그것은 상대를 혼란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천유강이 터득한 관안(觀眼)은 주변의 공간을 눈으로 보지 않아도 본 것처럼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한다. 그래서 복잡한 보석의 움직임으로도 천유강의 이동을 막을 수 없었다.

 

 천유강이 보석을 가볍게 피하며 자신에게 똑바로 다가오자 다급해진 건 파울로였다. 그래서 아껴두었던 비장의 스킬을 사용했다.

 

 “파이어 컨트롤!”

 

 눈에 보이는 곳에 불을 일으키는 발화 능력의 에스퍼 능력이다. 데미지는 낮지만 즉시 발현하고 화상을 입히기 때문에 비장의 스킬로는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파울로가 일으킨 불은 천유강의 몸에 닿기도 전에 사그라져갔다.

 

 “말도 안 돼!”

 

 파울로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건 천유강의 새로 얻은 스킬을 효과였다. 바로 다크 스타의 마스터 스킬인 소원이었다. 아직 숙달되지 못했지만 화염을 막을 보호막 정도는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천유강의 손톱이 파울로의 목 앞까지 닿았다.

 

 “어....... 자, 잠깐만.”

 

 파울로가 손을 들자 돌아다니던 보석도 힘을 잃고 땅으로 떨어졌고 다시 천유강이 담담하게 말했다.

 

 “좋은 기술입니다. 적의 사각을 노리고 갑작스러운 화염 공격으로 적을 공격하네요.”

 

 “그, 그럼 나도 통과인가?”

 

 그 말이 끝나자마자 천유강의 손톱이 움직였다.

 

 푸욱!

 

 그리고 그 손톱은 정확히 파울로의 목을 꿰뚫었다.

 

 “하지만 당신 방식은 안타깝게도 로봇에게는 무용지물입니다.”

 

 “컥~ 컥~”

 

 억울하다는 표정의 파울로가 쓰러졌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놀라서 일어났을 때.

 

 펑~

 

 다시 파울로의 몸이 폭파되고 그 안에 기계 부품들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천유강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음 사람을 바라보았다.

 

 “다음은 당신 차례입니다, 티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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