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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디멘션 게임 (구)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7.6.17

대재앙이라고 불리는 지독한 전쟁이 끝난 후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새로운 힘을 얻어 다시 문명을 구축하던 인류 앞에 완벽하게 구현된 가상현실게임이 나타난다.
누가 만들었고 왜 만들었는지도 알 수 없는 게임이었지만 사람들은 이 게임에 열광했고 인류의 대부분이 즐길 정도로 보편화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게임이 변화하기 시작했고 현실에 큰 영향을 주게 시작했다.
그리고 인류는 두 가지 세상 중에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혔다.
현실 아니면 게임
게임 같은 현실과 현실 같은 게임 중에서 오직 하나의 세계만 선택해야 한다면 과연 인류는 어떤 곳을 선택할 것인가.
선과 악이 아닌 가치와 가치가 충돌하는 거대한 전쟁이 다가오고 있다.

 
폭풍전야 (8)
작성일 : 17-09-04 22:30     조회 : 101     추천 : 0     분량 : 4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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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신전으로 한걸음 내디뎠을 뿐인데 공기가 달라졌다.

 

 예전 전성기를 구가했던 신전답게 화려한 장식들과 성물들이 즐비했지만 신성이 빠지고 모두 빛이 바래 오히려 더 음산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입구에는 말라비틀어진 시체들이 가득했는데 그중에서는 에드워드 가문에서 내려보냈던 스켈레톤들도 있었다. 아카시아 나무를 가지지 않은 자는 이곳에서 모두 죽었던 거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천유강이 자청해서 앞으로 나섰다. 아카시아 나무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안심할 수는 없다.

 

 이제는 신성보다는 저주로 가득한 사원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같이 왔던 이들이 모두 알 수 없는 한기에 부들부들 떨었다.

 

 ‘나는 스켈레톤이라서 영향이 없는 건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천유강은 움직이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오히려 더 기운이 나는 거 같았다.

 

 ‘사방이 사기로 가득해.’

 

 이제 보니 이 사원에는 죽은 자만 가질 수 있다는 사기가 가득했다. 그래서 생자(生者)는 고통받고 사자(死者)는 힘을 얻는 거다.

 

 영애를 지키는 수호기사들은 기사 중에 가장 특출 난 자들을 추려서 뽑은 거다. 그롬과 잭을 제외한 기사 중에서는 가장 강한 축에 속하는 자들이었으나 이 막대한 사기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니 영애는 말할 것도 없었다.

 

 “괜찮으십니까? 이곳은 저한테 맡기고 나가 계시는 게 좋겠습니다.”

 

 레오닉이 행방불명되고 영애도 가문을 지켜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기사들도 혀를 내두르는 훈련을 받았다. 하지만 그래도 건강한 기사들에 비할 수 없다.

 

 하지만 영애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버틸 수 있어. 나는 걱정하지 말고 계속 진행해.”

 

 고통스러울 것이 분명하지만 영애는 내색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더는 만류할 수 없는 천유강은 고개를 끄덕이고 앞으로 나갔다.

 

 “이런 곳에 이렇게 거대한 신전이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네.”

 

 영애의 말대로 신전은 산을 깎아서 그 안에 만들어졌는데 규모가 상상을 초월했다. 그 옛날 이런 신전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동력이 들어갔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내부는 어둡고 갈림길도 많았기 때문에 바르샤 후작의 일행이 어느 쪽으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부지런히 걸어가면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역시 문제가 생겼다.

 

 스르륵

 

 신전의 벽을 뚫고 투명한 형체가 나타난 것이다.

 

 “유령이다!”

 

 그들은 해골의 형태의 유령이었는데 벽화에 그려진 사제복을 입고 있었다.

 

 “예전에 살해된 파르테논의 성직자들이다!”

 

 모든 파르테논의 사제와 신도들이 살해되었지만 이곳에 머물던 사람들의 최후가 가장 끔찍했다. 이들은 이곳에 산 채로 묻어진 것이다.

 

 빛도 없는 곳에서 공포에 떨면서 굶어 죽어갔는데 그 원한 때문에 이렇게 유령이 된 거다.

 

 당연히 이곳에 들어온 침입자를 좋게 볼 리 없었다.

 

 [끼이이이악!!!!!]

 

 가만히 있어도 무서운 해골이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다가왔다.

 

 “전투 준비! 영애를 지켜!”

 

 환경은 최악이었지만 유령을 보고 뒤로 나자빠질 정도로 약하게 훈련받은 이들이 아니다. 천유강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무기를 잡고 진형을 갖추었다.

 

 [끄으윽!]

 

 “더 온다!”

 

 유령들은 벽을 뚫고 오기 때문에 어디서 오는지도 보이지 않았고 수가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중앙으로 모여!”

 

 벽에 붙어 있다가 기습당하는 것보다 중앙에서 적들을 상대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벽은 바닥에도 있었다.

 

 [키이익!]

 

 유령들이 바닥에서 나와서 다리를 붙잡았는데 그럴 때마다 병사들의 생기가 급속하게 빨렸다.

 

 “손을 잘라!”

 

 검을 농기구처럼 사용해서 바닥에서 빠져나오는 손을 공격했다. 영애를 보호하느라 시선이 분산된 천유강도 유령에게 잡혔었는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끄르륵!]

 

 오히려 유령들의 사기가 천유강에게로 빨려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유령이 빨아들이는 힘보다 천유강이 사기를 빨아들이는 힘이 더 강한 것이다.

 

 그것을 깨닫자 오히려 천유강이 바닥에서 나오는 유령의 손을 붙잡았다. 유령 몇 마리를 그렇게 흡수하자 유령들도 겁이 나는지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역시 단장님이 최고이십니다.”

 

 “이제는 단장 아니야.”

 

 현재 기사단장은 그롬이다. 하지만 기사들의 마음속에서 레오닉은 영원히 단장이다.

 

 “영애를 지켜!”

 

 더 이상 손이 바닥에서 나오지 않자 이번에 천유강이 앞으로 달려서 유령에게 뛰어들어 그들의 몸을 잡아 사기를 흡수했다.

 

 꿀렁 꿀렁

 

 사기가 넘어오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

 

 사람을 죽였을 때와 비교하면 얻을 수 있는 사기의 양이 못해도 10배가 넘는 것 같다. 사기로만 이루어진 유령들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꺄아악!!!]

 

 “들어올 땐 마음대로였지만 나갈 때는 그렇게 안 되지.”

 

 혼비백산한 유령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레오닉을 신봉하는 기사들도 누가 악당인지 헷갈릴 정도다.

 

 피 같은 붉은 해골로 유령들의 사기를 먹어 치우는 천유강의 모습은 악마 그 자체였다.

 

 모든 유령들을 포식한 천유강은 더 강력해진 모습으로 말했다.

 

 “다시 출발한다.”

 

 방해는 물리쳤으나 아직 후작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일행보다 후작이 먼저 목표를 찾으면 곤란해질 거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더 끔찍한 유령이 나왔다. 생긴 것이 무서워지고 크기가 커질수록 더 원한 깊은 유령을 뜻했는데, 당연히 가진 기운도 더 강력했다.

 

 더 강력해진 유령의 사악한 기운에 병사들은 눈앞이 흐려질 지경이었지만 천유강은 자신도 모르게 군침을 삼켰다.

 

 “좋은 영양분이네.”

 

 유령들이 강해질수록 천유강이 얻는 사기도 많아진다. 이미 유적 안으로 들어오지 전보다 배는 강해진 천유강이다. 남은 유령들을 모두 흡수하면 얼마나 강해질지 예상도 안 됐다.

 

 “모두 대기해.”

 

 기사들은 뒤에 놔두고 천유강만 혼자 돌진했다. 물론 시간은 더 지체되겠지만 영애나 기사들이 입을 피해와 천유강의 레벨 업을 생각하면 이편이 더 좋아 보였다.

 

 나중에 후작가의 병사들과 만났을 때, 최선의 상태에 있어야 한다.

 

 복잡한 미로였지만 이제는 어디로 가야 하는 지도 알 수 있었다. 더 강한 사기가 느껴지는 쪽으로 가면 된다.

 

 기운이 부르는 곳에 일행이 원하는 것이 있을 거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한 유령들이 나왔고 기사들과 영애가 정신력으로 버티기 힘든 상황까지 왔지만 그와 반대로 천유강은 더 생생해졌다.

 

 이제는 휘감고 있는 검은 사기가 육안으로도 보일 지경이다. 누가 보면 마왕의 현신이라도 해도 믿을 지경이지만 기사들의 눈은 더 초롱초롱해졌다.

 

 “단장님, 멋있으십니다.”

 

 “.......고맙다.”

 

 이쯤 되면 기사가 아니라 팬클럽이라고 해도 믿을 거다.

 

 그리고 결국 사기의 중심에서 바르샤 후작의 병력과 만날 수 있었다.

 

 “어서 오게. 자네가 그 영애로군.”

 

 신중하고 꾀가 많아서 영애가 여우라고 부르는 사내다. 그가 목숨이 위험한 이런 전장에 나온 것은 그만큼 이 유적의 가치가 높다는 것을 의미할 거다.

 

 “바르샤 후작!”

 

 영애가 금방이라도 뛰어갈 것처럼 검을 휘어잡았다. 물론 정말로 뛰쳐나갈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그리고 천유강은 검은 갑옷을 입고 있는 사내와 정면으로 마주했다.

 

 “베나자르.”

 

 레오닉의 라이벌인 베나자르가 후작을 호위하고 서 있었다.

 

 “자네가 그 소문의 붉은 해골이군. 레오닉이 스켈레톤으로 돌아왔다지? 솔직히 나도 그건 예상하지 못했다네. 자네를 죽이느라 얼마나 많은 계책을 세웠는데, 결국은 그것들이 다 무용지물이 되었군.”

 “........”

 

 자신이 레오닉을 죽였다고 시인하는 바르샤 후작이다. 물론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져 있었지만 본인의 입으로 들을 줄은 몰랐다.

 

 그때였다. 허공에서 항거할 수 없는 분위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모였군.]

 

 “!!!”

 

 일행은 깜짝 놀라서 무기를 황급히 들어 올렸지만 바르샤 후작 쪽은 뜻밖에 덤덤했다.

 

 “우리가 여기서 왜 이렇게 있다고 생각하나? 아쉽게도 파르테논 신께서는 두 명을 원하시더군.”

 

 “두 명?”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영애의 몸이 저절로 허공으로 띄워지기 시작했다.

 

 “어어?”

 

 기사들이 손 쓸 사이도 없이 영애가 빠른 속도로 신전 안 깊숙이 들어갔다. 그리고 그건 후작도 마찬가지였다.

 

 “하핫! 드디어 내 염원이 이뤄진다!”

 

 후작 역시 허공으로 날아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남은 것은 바르샤 후작가의 기사들과 에드워드 가문의 기사들이었다.

 

 후작과 영애가 사라지자 베나자르가 입을 열었다.

 

 “파르테논 님은 간절히 원하는 소원을 들어주신다지. 둘 중 더 간절하고 더 위대한 소원을 빈 사람이 결국 이 전쟁에서 승리하겠지.”

 

 “설마 우리를 일부로 여기까지 유인한 것이냐?”

 

 “너희는 모르고 있었지만 파르테논 님은 언제나 두 명의 소원을 동시에 들어주신다. 그리고 둘은 항상 상대편에서 싸우는 자여야만 하지.”

 

 “......그래서 우리를?”

 

 “나약하기 그지없는 에드워드 가문이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후작님이 판단하셨거든.”

 

 그 말에 에드워드 가문의 기사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상대는 왕국의 지낭이라는 바르샤 후작이다. 그런 그가 오랜 시간 공을 들여서 준비한 일이다. 반면에 영애는 아무것도 모른 채로 끌려들어 갔다.

 

 애당초 공정한 게임이 아니었다.

 

 하지만 베나자르의 관심사는 들어간 두 가문의 주인이 아니었다.

 

 “큭큭! 솔직히 걱정했는데 용케 여기까지 왔군, 레오닉이여.”

 

 베나자르는 검을 빼 들고 천천히 천유강에게로 다가왔다.

 

 “전성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만하면 충분히 성장했어. 이제는 나를 기억하겠지?”

 

 “......물론이지 베나자르.”

 

 “자네를 죽이려고 몇만의 병사가 투입되고 그도 모자라서 특별한 독까지 썼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네. 자네는 그런 곳에서 죽을 사람이 아니었지.”

 

 “걱정해줘서 고맙군. 그래서 결국 이렇게 돌아왔지 않나?”

 

 “큭큭큭! 다시 돌아온 자네를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네. 언제나 당당하던 강인한 육체가 다 쓰러져가는 스켈레톤이 되었으니 말일세.”

 

 베나자르가 눈짓을 하자 주변 기사들이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 뜻을 한 천유강도 뒤의 기사들에게 물러서라는 손짓을 했다.

 

 이제는 왕국을 대표하는, 아니 대표했던 두 기사가 다시 마주 서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나 자네는 내 예상을 뛰어넘었어. 어쩌면 다시 이렇게 만날 것을 알았을지도 모르지.”

 

 베나자르의 검에서 시퍼런 강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예전 둘이 싸워서 레오닉이 승리했을 때보다 훨씬 강한 기운이다. 천유강이 열심히 사기를 모으고 있을 때 베나자르도 놀고 있지 않았다.

 

 “다시 그때처럼 즐겁게 검을 나눠보지.”

 

 베나자르와 천유강이 동시에 뛰었다.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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