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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디멘션 게임 (구)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7.6.17

대재앙이라고 불리는 지독한 전쟁이 끝난 후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새로운 힘을 얻어 다시 문명을 구축하던 인류 앞에 완벽하게 구현된 가상현실게임이 나타난다.
누가 만들었고 왜 만들었는지도 알 수 없는 게임이었지만 사람들은 이 게임에 열광했고 인류의 대부분이 즐길 정도로 보편화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게임이 변화하기 시작했고 현실에 큰 영향을 주게 시작했다.
그리고 인류는 두 가지 세상 중에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혔다.
현실 아니면 게임
게임 같은 현실과 현실 같은 게임 중에서 오직 하나의 세계만 선택해야 한다면 과연 인류는 어떤 곳을 선택할 것인가.
선과 악이 아닌 가치와 가치가 충돌하는 거대한 전쟁이 다가오고 있다.

 
폭풍전야 (7)
작성일 : 17-09-03 18:34     조회 : 90     추천 : 0     분량 : 5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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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적의 존재는 알았지만 그곳으로 곧장 돌입하지는 않았다. 그 유적에 들어갔던 사람들이 모두 살아나오지 못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곳에 존재하는 유적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대처하기 위해서 성에 존재하는 모든 자료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밤새우며 문헌들을 뒤진 끝에 결국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찾았다!”

 

 표지도 제대로 남아 있지 않은 낡은 책에서 찾은 것은 과거 부흥했던 종교의 흔적이었다.

 

 간절히 원하는 것을 들어준다는 이 고대신앙은 우습게도 신앙으로 소원을 이룬 자가 탄압하기 시작해서 없어졌다.

 

 그는 고대신의 힘으로 나라를 세우고 왕이 되었지만 다시 누군가가 이 신에게 소원을 빌면 자신의 자리가 위태로울 거로 생각한 거다.

 

 그래서 병사를 시켜 사제들을 모두 죽이고 신전들을 부쉈는데 문헌에 따르면 오직 한 개의 신전만을 남겨놓았다고 했다.

 

 혹시 다른 위험이 닥치면 그 힘으로 위기를 넘기려 했던 거다.

 

 하지만 고대신이 배은망덕한 자를 가만히 놔둘 리 없었고 그 왕은 권력을 얻은 후 불과 몇 달 만에 천벌로 몸이 썩어갔다.

 

 그제야 부랴부랴 신에게 용서를 빌려고 다시 신전을 찾아 떠났지만 도착하기 전에 숨이 끊어졌고 신전의 위치는 영원히 비밀에 묻혔다는 이야기다.

 

 에드워드 가문의 중요 인물들이 오랜만에 회의실에 모두 모였다.

 

 “동화 같네.”

 

 이름마저 잊힌 고대신의 흔적이다. 하지만 이 말이 사실이면 그 어느 유적보다 귀중한 곳임에는 분명했다.

 

 “문헌에는 신전이라고 나왔는데 왜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거지?”

 

 천유강의 말에 그롬이 골똘히 생각하고 말을 했다.

 

 “분노한 신의 힘이라면 충분한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정말 유적을 막고 있는 자가 고대신이라면 그 누가 들어가도 버티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그 말에 반박하는 자도 있었다.

 

 “신도가 없는 신은 현세에 행사할 수 있는 힘에 한계가 있습니다.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신도가 없었던 신이라면 그리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을 겁니다.”

 

 여러 말을 듣고 있던 영애가 골치 아프다는 듯이 자신의 관자놀이를 눌렀다.

 

 “생각 같아서는 계속 묻어두고 싶지만, 문제는 바르샤 후작인 찾고 있는 것이 이것 같다는 거겠지?”

 

 “그렇습니다. 만약 그들이 찾는 것이 이 유적이라면 우리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쩌면 들어갈 방법도 알고 있을 수도 있죠.”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

 

 “일단은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아직 그들은 유적의 정확한 위치를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행보를 생각하면 그것도 얼마 가지 못할 거야. 요즘 우리 영지를 침범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물론 그렇습니다만 지금은 방도가 없습니다.”

 

 다시 침묵이 흘렀고 잠시 뒤 어떤 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건 우리한테도 좋은 기회입니다. 바르샤 후작이 눈에 불을 켜고 찾는 유적이라면 전설이 사실일지도 모릅니다.”

 

 그 생각은 모두 하고 있었다. 아무리 힘이 약해졌다고 하지만 신은 신이다.

 

 “내가 여왕이 되는 것도 가능할까?”

 

 영애가 중얼거리자 신하 중 한 명이 냉정하게 말했다.

 

 “과거의 나라와는 상황이 다릅니다. 체제가 정비된 지금 상황에서 왕이 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신의 힘도 약화되었을 테니 더 그럴 테죠.”

 

 “그렇겠지. 그럼 바르샤 후작은 어떤 이유로 이 유적을 노리는 걸까?”

 

 “상상할 수 있는 것은 많이 있겠죠. 정말로 왕위를 노릴 수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많은 재물을 얻을 수도 있겠죠.”

 

 그 뒤로도 많은 추측들이 나왔지만 후작 본인 입에서 나오지 않는 이상 그의 정확한 목적을 알 수는 없었다.

 “어쨌든 그 유적을 바르샤 후작에게는 뺏기지 말아야 한다는 거군. 후작은 이 유적 때문에 계속 우리 영지를 건들었던 거고.”

 

 “이 유적이 있다는 소문이 돌면 많은 귀족들이 관심을 가질 겁니다. 어쩌면 국왕의 명령이 떨어질 수도 있죠. 그래서 바르샤 후작도 대놓고 도발하지 않았던 겁니다.”

 

 “여우 같은 늙은이!”

 

 쾅!

 

 영애가 책상을 주먹으로 치며 분노를 표했다.

 

 이 유적 때문에 많은 것들을 잃어야 했다. 그러니 더더욱 유적을 뺏길 수 없다.

 

 “이제는 어떻게 하지?”

 

 “유적 안에 들어갈 방법을 알아낼 때까지 정보를 철저히 통제해야 합니다.”

 “병력은? 그쪽으로 옮기는 것은 안 될 거 같은데?”

 

 이제 와서 많은 병력을 옮기면 뭔가를 알아냈다고 광고하는 꼴이 될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숫자는 비슷하게 유지하되 구성원들을 정예병들로 교체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놈들이 자꾸 여기를 침범하니 조금은 수를 늘려도 눈치채지 못할 겁니다.”

 “좋아. 그럼 그렇게 하지.”

 

 방향은 정해졌다. 이제는 시간을 벌기 위한 약간의 연극이 필요할 때다.

 

 정보를 철저히 통제하고 몰래 유적의 입구에 가 여러 실험을 했다.

 

 마법사와 성직자들을 투입해서 안을 조사하려 했지만 모두 헛수고로 돌아갔고 스켈레톤 몇 마리를 내려보냈으나 역시 돌아오지 못했다.

 

 “저....... 대장님. 괜찮으신가요?”

 

 “뭔 말이 하고 싶은 거냐?”

 

 스켈레톤이 희생될 때마다 사람들이 자꾸 천유강을 의식해서 짜증 나게 했다.

 

 “나는 괜찮다고!”

 

 천유강이 크게 소리치고 나서야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온갖 방법을 다 써봤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시간이 속절없이 흘렀고 모두가 지쳐갈 때쯤 뜻밖의 곳에서 해답이 나왔다.

 

 문헌을 연구하던 학자가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했다.

 

 “혹시 이거 파르테논 신앙 아닌가요?”

 

 “파르테논 신앙? 그게 뭔데?”

 

 “동요로 구전되어 내려온 이야기가 있습니다. 파르테논이라는 신이 소원을 들어준다는 이야기지요.”

 

 “파르테논? 그런 노래가 있었나?”

 “제가 살던 곳에서는 유명한 노래입니다. 그러니까.......”

 

 동요의 내용은 단순했는데 그중에서 신의 은총을 받고 싶으면 아카시아 나무를 지녀야 한다는 가사가 있었다.

 

 혹시나 해서 스켈레톤에게 아카시아 나무를 쥐어주고 내려보냈는데 정말로 멀쩡했다.

 

 “좋았어! 드디어 방법을 찾았다.”

 

 그리고 병사 중 하나가 천유강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스켈레톤이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그거 하지 말라고.”

 

 유적에 들어갈 방법을 찾았고 이제 병력을 꾸려서 본격적인 유적 탐험을 떠나기만 하면 되었다.

 

 하지만 모든 게 그렇게 순탄하게 흐르지 않았다.

 

 “큰일 났습니다! 바르샤 후작이 대규모의 병력을 데리고 쳐들어 왔습니다.”

 

 “뭐? 왜 하필 지금?”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영애는 뭔가 집히는 구석이 있어서 유적의 존재를 안 사람들을 모았는데 역시나 그중의 한 명이 보이지 않았다.

 

 학자 중 한 명이 배신한 것이다.

 

 그 소식에 영애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빌어먹을! 다 됐는데!”

 

 “이제 어떻게 하죠?”

 

 “할 수 없지. 이제 와서 유적을 포기할 수는 없어. 우리도 병력을 움직인다.”

 

 몇 년 동안 신경전만 하던 두 가문이 유적 소유권을 두고 정면으로 붙었다.

 

 전투가 중요했기 때문에 영주의 대리를 맡은 영애도 직접 참전했다. 번쩍이는 갑옷을 입은 영애의 모습은 병사들의 사기를 고양시키기에 충분했다.

 

 “모두 돌격!”

 

 와와와!!

 

 험준한 산맥에서의 전투다. 바르샤 후작이 자랑하는 기병대가 활약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에드워드 백작가가 더 유리했지만 그래도 병력의 차이는 여전했다.

 

 왕국 내에서도 유명한 후작의 군대이다. 레오닉의 지도로 강해진 에드워드 백작가라고 해도 정면으로 붙으면 승산이 없다.

 

 하지만 에드워드 가문의 병력들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 구도는 오랜만이네요, 스승님.”

 “그리웠습니다.”

 

 맨 앞에 천유강이 서고 그 뒤에 그롬과 잭이 그의 날개가 되어서 보조했다. 단순한 진영이지만 이것으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항상 이겨낼 수 있었다.

 

 “그럼 간다.”

 

 “맡겨만 주세요.”

 

 예전에는 미치지 못하는 실력이지만 근래에 사기를 많이 흡수해서 이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을 정도는 된다.

 

 사기가 채워짐에 따라 기억도 조금씩 돌아오고 있어 레오닉의 고명한 검술도 상당 부분 회복했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부족함을 느꼈다.

 

 ‘베나자르.’

 

 예전 코넬이 죽었을 때 천유강과 마주했던 기사의 이름이다.

 

 그의 말이 맞았다. 기억이 조금만 돌아왔으면 그가 복면이 아니라 변장을 했더라도 알아봤을 거다.

 

 그는 후작가의 기사단장으로 레오닉이 오기 전까지 최강이라는 수식을 달고 있던 자였다.

 

 비록 한 번의 전투에서 레오닉에게 져서 그 칭호를 레오닉에게 빼앗겼지만 그 싸움은 지금 생각해도 운이 좋았었다. 다시 싸운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지금 상태로 만나면 필패다.

 

 ‘그래도 물러설 수는 없어.’

 

 유적을 빼앗기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고 영원히 이 균열에서 빠져나갈 수 없을 수도 있다.

 

 천유강은 검을 빼 들고 앞으로 나갔다.

 

 “모두 대장님을 따르라!!!”

 

 “레오닉 단장님의 부활이다!!”

 

 레오닉의 합류는 단지 강한 기사가 늘었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평민에서 백작가의 기사단장이 되고 어떤 전투에서도 패하지 않은 그의 이력은 차라리 전설에 가까웠다.

 

 레오닉이 있기에 바르샤 후작가의 강군이 와도 떨지 않을 수 있었다.

 

 쿵!!!!

 

 드디어 병사들이 맞붙었다.

 

 가장 먼저 상대의 목숨을 거둔 사람은 역시나 천유강이었다.

 

 “5년 동안 게으름 피지 않았는지 볼까?”

 

 “하핫! 내기할까요, 대장?”

 

 천유강은 무아지경으로 적들을 베어나갔다. 적들을 죽일 때마다 사기가 들어왔기 때문에 싸우는 순간에도 강해질 수 있었다.

 

 아군의 피해도 컸지만 웬일인지 밀고 나가는 것은 아군이었다. 한참을 싸우던 천유강은 그 사실을 깨달았으나 기분이 마냥 좋지 않았다.

 

 ‘베나자르가 없어.’

 

 적의 기사단장과 주요 기사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만약 그들이 이곳에 있었으면 이렇게 일방적인 공격이 불가능했을 거다.

 

 ‘설마?!’

 

 천유강은 유적의 입구를 쳐다봤다.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 기사가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필시 그들의 몸에는 아카시아 나무가 있을 거다.

 

 “전투보다 유적이 중요하다는 건가?”

 

 정면으로 붙으면 후작가가 유리하다고 생각해서 이쪽은 모든 힘을 기울이고 있었지만 정작 후작은 전투 따위는 어떻게 돼도 상관이 없었나 보다.

 

 가장 중요한 병력인 기사단을 데리고 유적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전투하던 천유강이 알아낸 사실을 총명한 영애가 못 알아차릴 리 없었다. 그녀도 사라져가는 후작의 모습을 보고 이를 갈았다.

 

 “이렇게 뺏길 순 없어.”

 

 다급해진 영애는 전황을 살폈다. 지금은 이기고 있지만 이쪽은 후작처럼 병력의 여유가 없다.

 

 아직 숫자는 저쪽이 더 많으니 너무 많은 병력을 데려가면 순식간에 밀릴 거다.

 

 “나를 호위하는 자는 나를 따르라! 그리고 레오닉!”

 

 영애가 레오닉을 불렀다.

 

 “그대도 따라와라.”

 

 처음에는 퉁명하게 대했던 영애지만 사실 그녀도 지금 이 상황을 이겨낼 변수는 레오닉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레오닉이라면 무슨 일이 벌어져도 어떻게든 해결해 줄 것이다.

 

 이것은 그녀가 아직 어린 시절부터 가졌던 믿음이고 레오닉은 한 번도 그녀의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었다.

 

 영애와 그녀의 호위기사와 레오닉이 아카시아 나무를 가지고 유적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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