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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디멘션 게임 (구)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7.6.17

대재앙이라고 불리는 지독한 전쟁이 끝난 후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새로운 힘을 얻어 다시 문명을 구축하던 인류 앞에 완벽하게 구현된 가상현실게임이 나타난다.
누가 만들었고 왜 만들었는지도 알 수 없는 게임이었지만 사람들은 이 게임에 열광했고 인류의 대부분이 즐길 정도로 보편화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게임이 변화하기 시작했고 현실에 큰 영향을 주게 시작했다.
그리고 인류는 두 가지 세상 중에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혔다.
현실 아니면 게임
게임 같은 현실과 현실 같은 게임 중에서 오직 하나의 세계만 선택해야 한다면 과연 인류는 어떤 곳을 선택할 것인가.
선과 악이 아닌 가치와 가치가 충돌하는 거대한 전쟁이 다가오고 있다.

 
폭풍전야 (6)
작성일 : 17-09-03 11:45     조회 : 87     추천 : 0     분량 : 7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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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제까지 몬스터들은 많이 잡았어도 사람을 죽이지는 않은 천유강이다. 코넬의 연구소가 산의 동굴에 있었던 탓에 사람 그림자도 구경하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는데 그 흔한 산적조차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죽인 습격자들이 스켈레톤이 되고 처음으로 죽인 적들이었다. 사람을 죽이자 그동안 꿈쩍도 하지 않던 사기가 드디어 올랐다.

 

 ‘더 강해질 방법을 찾았어.’

 

 레오닉의 기억과 천유강의 기억이 뒤섞여서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강해져야 한다는 것은 명확하게 생각난다.

 

 ‘지금 나는 반은 천유강이고 반은 레오닉이야. 여기서 조금이라도 중심을 잃으면 모든 것을 망칠 수 있어.’

 

 자신이 천유강이라는 것을 잃으면 안 되지만 그렇다고 레오닉의 기억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이 균열을 클리어하려면 어찌 되었든 레오닉의 힘이 필요하다.

 

 천유강의 기억 속에 있는 레오닉의 힘은 엄청났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세계에서 최강자로 여겨지는 그의 힘이다.

 

 현실에서도 화경의 초입 경지다. 지금 천유강은 닿을 수 없다.

 

 문제는 아직도 기억이 또렷하지 않다는 데 있다. 군데군데 기억들의 조각들이 빠져있어서 몇 가지를 제외하면 정확하지 않다. 그래서 레오닉의 뛰어난 검술도 대부분 기억나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내 힘으로 이 세계를 클리어해야겠네.’

 

 어차피 자신은 잠이 필요하지 않다. 남들이 잘 시간에 힘을 키우고 기억을 복원해야 한다.

 

 천유강은 자신의 검을 들고 수련장으로 나갔다.

 

 ***

 

 그리고 다시 몇 주일이 지났다.

 

 이 균열에 떨어지고 한참의 시간이 지났다. 현실에서는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가 없다.

 

 보통은 균열에서 시간이 지난 만큼 현실의 시간도 흐르지만 요즘은 점점 시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때문에 꼭 그렇지도 않다.

 

 그리고 천유강은 이 영지로 온 후로 계속 인간 사냥에 집중했다.

 

 “크악!”

 

 이번에 토벌하는 인간은 에드워드 가문에 소속된 마을을 자주 건드리던 도적 떼들이었다.

 

 도적들이라는 것들을 잘라내도 독버섯처럼 또 자라나서 토벌해도 큰 소용이 없어서 잔인한 놈들이 아니면 그냥 놔두었는데 천유강이 홀로 가서 처벌한 것이다.

 

 천유강으로서도 강해져서 좋았고 에드워드 가문의 명성도 올라가기 때문에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었는데 덕분의 붉은 해골의 소문이 전 나라에 퍼져나갔다.

 

 “오옷! 해골 님이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영지민들이게는 자신이 레오닉이라는 것을 알리지 않았다. 그와 친했던 병사들에게만 알렸는데 레오닉이 해골로 돌아왔다는 소식보다 아직 레오닉이 살아있다는 소문이 더 영지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서이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롬이 천유강에게 다가와 반갑게 맞이했다.

 

 생각 같아서는 예전처럼 천유강을 따라다니고 싶었지만 그의 직위를 생각하면 영지 밖으로 함부로 나갈 수 없었다. 그리고 그건 잭도 마찬가지였다.

 

 “거기! 팔을 더 올리란 말이야!”

 

 잭의 역할은 훈련 교관이다. 레오닉이 사라지고도 영지군이 강군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그의 덕분이다.

 

 “돌아오셨습니까?”

 

 “그래. 별문제 없었지?”

 

 “하하! 제가 있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더 걱정이지.”

 

 “에이~ 그건 제가 어렸을 때 이야기죠. 지금은 다릅니다.”

 

 “퍽이나.”

 

 그렇게 여정의 피로를 풀고 있을 때다. 갑자기 하녀가 다가와 천유강의 앞에 섰다.

 

 “영애께서 부르십니다.”

 “지금?”

 

 “네, 바로 오셔야 합니다.”

 

 하녀의 말에 잭과의 대화를 마무리하고 영애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그곳에는 낯익은 얼굴이 보였는데 바로 백작이었다.

 

 “백작님.”

 

 “자네가 진정 레오닉이란 말인가?”

 

 “네, 저 맞습니다.”

 

 에드워드 백작은 해골만 남은 천유강의 모습을 보더니 눈을 꾹 감았다. 오랜 친우의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뜨거운 눈물이 줄줄 흘렀다.

 

 “다, 내 잘못이네. 자네의 말대로 병력을 충분히 데려가야 했어.”

 

 습격 당시에 레오닉은 병력을 충분히 꾸려서 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국왕을 보러 가는 길에 너무 많은 병력을 데려가면 밉보일 수 있다는 말로 기각당했다.

 

 에드워드 백작은 그 결정을 천추의 한으로 여기고 있었다.

 

 “이렇게 죽어서도 돌아오지 않았습니까?”

 

 따듯한 천유강의 말에 그제야 백작은 옅은 웃음을 지었다.

 

 “자네는 여전하군.”

 

 “비록 몸은 이렇게 변했지만, 저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백작님도 이제 훌쩍 털고 일어나지죠. 계속 이렇게 누워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더 고생입니다.”

 

 “흐흐~ 고맙네. 자네를 만나니 묵었던 한이 쑥 내려가는 거 같네. 하지만 내 시대는 이미 지났어.”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나는 애초에 이런 영지를 운영할 능력이 되지 않아. 지금 딸아이가 나보다 훨씬 더 잘하고 있는 것을 보게.”

 

 그 말에 옆에 있던 영애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백작의 말에 실망해서가 아니다. 자신을 인정해주는 말에 감동한 거다.

 

 백작의 말에 그동안의 고생과 설움이 한 번에 씻겨나가는 것 같았다.

 

 “내가 영지에 있어봤자 도움이 되지 않아. 차라리 모든 것을 딸에게 맞기고 데릴사위를 들이는 것이 나을 거야.”

 

 백작은 천유강의 손을 꼭 잡았다.

 

 “그러니 자네가 도와주게. 내 딸아이가 좋은 혼처를 구할 때까지 이 아이를 지켜줘.”

 

 백작은 진심을 다해서 천유강에게 부탁했다. 그의 건강은 좋지 않으니 천유강이 그 대신 딸의 곁을 지쳐주길 원하는 거다.

 

 그 마음을 알고 있는 천유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백작님. 무슨 일이 있어도 제가 영애님을 지켜내겠습니다.”

 

 “고맙네. 자네가 돌아오니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네. 내가 모자라서 자네를 지켜내지 못했는데 하늘이 도와서 자네를 다시 이렇게 볼 수가 있어.”

 

 그 후로도 백작은 천유강의 손을 놓지 않고 한참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의 기력이 떨어져 말도 하기 힘들 때야 겨우 손을 놓고 다시 잠이 들었다.

 

 아직 몸이 좋지 않은 백작을 뒤로하고 영애와 천유강이 같이 밖으로 나갔다.

 

 한참을 묵묵히 걷던 영애가 입을 열었다.

 

 “.......레오닉.”

 

 “네, 영애님.”

 

 “죽었을 때가 기억이 나?”

 

 항상 당당하던 영애였지만 지금은 딱딱하게 굳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실 지금 천유강에게 죽음을 말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큰 실례였지만 영애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영애님.”

 “

 .......어땠어? 당연히 우릴 원망했겠지?”

 

 영애도 그날의 일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화살이 빗발처럼 쏟아지던 그 전쟁의 한 가운데서 레오닉은 흔들리지 않은 목소리로 백작과 영애에게 말했다.

 

 그리고 그렇게 모두를 안전한 곳으로 보내고 자신은 당당히 죽음을 선택했다.

 

 마지막까지 흔들리지 않았던 남자다. 그런 사내가 다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솔직히 믿기 힘들었다.

 

 “아닙니다, 영애님. 제가 어찌 그런 생각을 품겠습니까?”

 

 그 말에 영애는 가던 걸음을 멈추었다. 뒤를 돌아서 천유강을 쳐다보지는 않았지만 어깨의 흔들림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그럼. 한 번 죽었는데도, 지금 그...... 그 모습이 되어서도 우릴 원망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야?”

 

 그 말에도 천유강은 어조의 변화 없이 부드럽게 말했다.

 

 “백작님과 영애님을 보호하는 건 당연히 제가 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백작님과 영애님은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병력을 움직이는 제 일이었습니다. 일이 잘못되었어도 제 잘못입니다.”

 

 “.......당신은 예전부터 그랬어.”

 

 돌아본 영애의 눈에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리고 죽어서도 변한 게 없네.”

 

 말을 마친 영애는 천유강을 기다리지 않고 앞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휴~”

 

 무뚝뚝한 천유강과 레오닉의 기억으로는 훌쩍 커버린 영애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5년이란 시간은 사춘기 소녀에게는 너무 긴 시간이었다.

 

 그 후로도 다시 몇 주가 흘렀다.

 

 천유강은 계속 도적 떼를 토벌하여 사기를 모았다. 그 날도 어김없이 마을에 해를 끼치는 납치범들을 모두 물리치고 돌아온 날이었다.

 

 갑자기 비상종이 울렸다.

 

 “무슨 일이야?”

 

 뛰쳐나온 잭의 말에 종을 울린 경비대가 허겁지겁 달려와 소리쳤다.

 

 “바르샤 후작이 다시 우리 영역에 쳐들어왔습니다.”

 

 “이놈들이 또?”

 

 바르샤 후작은 레오닉을 죽인 범인이라고 여겨지는 자다. 그 후로도 계속 이 에드워드 영지에 도발하고 있었는데, 그롬과 잭의 활약으로 막아내고 있었지만 힘의 차이는 여전히 저쪽이 우위에 있다.

 

 “저놈들은 왜 자꾸 우리 영역에서 삽질하는 거야?”

 

 도발적으로 영역을 침범하고 있지만 전면전을 하지는 않았다. 영지전은 국왕의 허락이 있어야 가능해서 공작이 없으면 불가능하지만 바르샤 후작의 능력이라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후작은 전면전에는 관심 없다는 듯이 아예 그런 짓을 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 이거 똥개 훈련시키는 것도 아니고.”

 

 그롬과 잭, 그리고 갑옷으로 자신을 가린 천유강이 병력을 데리고 급하게 후작의 병력이 쳐들 온 산맥으로 갔다.

 

 “이 자식들!”

 

 하지만 이미 일행이 왔을 때는 이미 후작의 병력이 모두 도망간 후였다.

 

 “또 이러네. 우리를 가지고 노는 건가?”

 

 잭이 씩씩거리며 분통을 터트렸고 그롬도 분을 삼키며 사라지는 적들의 뒤를 보고 있었다.

 

 천유강도 그 모습을 수상하게 봤다.

 

 “저들이 자주 오는가?”

 

 그 말에 그롬이 크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네. 올해만 벌써 네 번째입니다. 왜 이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분명 우리를 우습게 보고 있는 거죠.”

 

 “네 번이나?”

 

 “스승님이. 사라진 후부터 계속 나타났습니다. 특히 이 주변 만요.”

 

 “흐흠~ 그래?”

 

 이곳은 바르샤 후작과 에드워드 백작의 영역이 만나는 경계이다. 하지만 평지가 아니라고 산맥이라서 이곳을 넘기도 쉽지 않는데. 자꾸 나타나는 거다.

 

 “그건 좀 이상하군. 이곳만 온다는 말이지?”

 

 “네.”

 

 천유강은 눈을 찡그리려다가 눈이 없는 것을 깨닫고는 애꿎은 두개골만 긁적였다.

 

 “이곳은 그냥 산맥이지?”

 

 “네. 저도 저들이 자꾸 오는 게 수상해서 혹시 광산이라도 숨겨졌나 구석구석 찾아봤지만 결국 찾을 수 없었습니다.”

 

 광산을 찾는 건 위치를 정확하게 알지 않는 이상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조금 찾아서 완벽하게 찾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건 저쪽도 마찬가지다. 저런 병력으로 광산 또는 광맥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 주변에 마을이 있나?”

 

 “어...... 아마 저쪽에 작은 마을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건 왜 물으시는 겁니까?”

 

 “일단 그곳으로 가보자. 확인할 게 있어.”

 

 천유강이 말하자 반신반의하면서도 모두 그를 따랐다.

 

 그리고 마을에 곧 도착했는데 갑자기 몰려온 병사들을 보고 마을 주민들이 혼비백산했다.

 

 겁먹은 촌장이 조심스럽게 나와서 말을 했다.

 

 “여, 여기는 어쩐 일이신지.......”

 

 그 말에 투구를 써 얼굴을 가린 천유강이 대표로 말했다.

 

 “두려워하지 마라. 우리는 에드워드 가문의 병사들이다. 그저 대화할 것이 있어서 왔다.”

 “네? 그게 무슨.......”

 

 “여기서 이야기할 수 없고 조용한 곳으로 안내해 주게.”

 

 “암요. 그러겠습니다. 이쪽으로 따라 오시죠.”

 

 촌장은 서둘러 천유강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다른 이들은 밖에 대기하고 있었고 그롬과 잭만 집으로 들어왔다.

 

 “마실 거라도......”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자네가 여기서 최고 연장자인가?”

 

 “그, 그건 아닙니다. 저보다 나이 먹은 이들이 있습니다.”

 

 “알았다. 그럼 혹시 이 주변에 떠도는 소문이나 전설 같은 것을 알고 있나?”

 

 “소문이요?”

 

 “그래. 사소한 것이라도 좋네. 소문이나 전설이 아니더라도 근처에서 수상한 것을 발견한 사람이 있으면 알려주게.”

 

 천유강의 말에 곰곰이 생각하던 촌장이 별안간 손뼉을 쳤다.

 “아~ 혹시.”

 “뭔가 아는 게 있나?”

 

 “마을에 있는 가장 늙은이가 가끔 이상한 소리를 했습니다.”

 

 “이상한 소리? 그게 뭔데?”

 

 “누가 봐도 헛소리라서 신경 쓰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는데......”

 

 “괜찮으니까 말해봐라.”

 

 “그가 말하길....... 이곳 어느 곳에 신들의 유산이 묻혀 있다고 했습니다.”

 

 그 말에 천유강의 목소리도 심각해졌다.

 

 “신들의 유산? 그게 뭔데?”

 

 “그. 그건 저도 잘......”

 

 “됐다. 그 노인을 이곳으로 데려오게.”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지나 추레한 몰골의 노인이 나타났다. 문제는 그의 입에서 술 냄새가 진동하고 눈이 반쯤 풀려있다는 거다.

 

 “이 노인이 맞나?”

 

 “네. 그러니까 제가 말했지 않습니까? 다들 헛소리라고 생각했다고.”

 “늘 이런 상태인가?”

 

 “네. 그는 알콜 중독자입니다. 술에서 깨면 상태가 더 안 좋아집니다.”

 

 “알겠다.”

 

 노인은 인사불성의 상태였다. 무장한 기사가 앞에 있어도 태도가 변하지 않는 것은 병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꺼억~ 누구야? 한스냐?”

 

 심지어 노인은 천유강의 가슴을 툭툭 치며 헛소리를 했는데 노인이 건들 때마다 천유강의 갑옷에 기름때가 잔뜩 묻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잭이 한소리 하려 했지만 천유강이 제지하고 그에게 이야기했다.

 

 “내 목소리가 들리십니까?”

 

 “히꾹! 이놈아! 내가 귀까지 먹은 줄 알아? 당연히 들리지.”

 

 “그럼 전에 이 주변에 얽힌 전설에 대해서 알려주시겠습니까?”

 

 “전설?”

 

 “네. 알고 있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헷! 내가 그렇게 말하고 다닐 때는 믿지도 않았으면서 이제 와서? 일 없다!”

 

 노인을 그렇게 말하고 다시 손에 들고 있는 술병을 들이켰다.

 

 그 모습에 더 조바심이 난 촌장이 노인을 재촉했다.

 

 “노인장. 그러지 말고 제대로 이야기해줘요. 평소에 떠벌리고 다니던 말 있지 않나요?”

 

 “술 떨어졌으니까 술이나 더 가지고 와. 가지고 오면 생각해보지.”

 

 이제는 아예 주저앉아서 진상까지 부리는 노인이다.

 

 다들 시간 낭비가 아니냐고 생각할 때였다. 천유강이 무릎을 꿇고 그와 눈높이를 맞췄다.

 

 “노인장.”

 

 “응? 왜 자꾸 불러?”

 

 그리고 천유강을 쓰고 있던 투구를 벗어 던졌다.

 

 텅!

 

 투구나 떨어지고 드러난 것은 천유강의 맨머리 즉, 해골이었다.

 

 “히익!!!!”

 

 가장 먼저 뒤로 자빠진 것은 아무것도 모르던 촌장이었다. 이제까지 기사로 알던 사람이 알고 보니 피처럼 붉은 스켈레톤이었으니 놀랄 만도 했다.

 

 그리고 노인 역시 격한 반응을 보였는데 천유강의 얼굴을 보는 그 즉시 고개를 조아리며 벌벌 떨었다.

 

 “아이고! 천사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제가!! 욕심에 눈이 멀어서 그만.......”

 

 발음마저 정확해진 노인이 식은땀을 뻘뻘 흘려가며 자신의 죄를 고하기 시작했다.

 

 “유적을 감춘 것은 제가 독차지하려한 것만이 아닙니다. 무고한 사람들이 더는 그곳에 들어가 사고를 당하지 않게 그런 겁니다. 부디 용서해 주세요.”

 

 “유적? 무슨 유적을 말하는 거지?”

 

 “50년 전 우연히 발견된 유적에 커다란 나무를 심어서 그 입구를 감추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괜찮으니까 어서 말해보라. 그 유적의 입구가 어디 있지.”

 

 “서쪽의 거북이 바위의 꼬리 쪽에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천유강이 다시 촌장에게 물었다.

 

 “이 근처에 거북이 바위라고 불리는 곳이 있나?”

 

 “네. 있습니다. 이곳에서도 보이는 거대한 바위지만 실제로는 거리가 상당합니다.”

 

 “이곳에서도 보인다고?”

 

 “네. 이곳으로 나와 보시겠습니까?”

 

 밖으로 나가서 촌장이 가리킨 방향으로 보니 정말로 거북이 모양의 바위, 아니 산이 있었다.

 

 “꼬리 쪽이면 저쪽인데 저쪽에 나무가 심겨 있나?”

 

 “저도 그것까지는 모르겠습니다. 저곳은 워낙 험한 곳이라서 저희들도 함부로 가지 않는 곳입니다.”

 “그렇군. 알았네.”

 

 천유강은 멀리 보이는 산을 보며 중얼거렸다.

 

 “신의 유적이라 말이지.”

 

 천유강은 직감적으로 저곳에 이 균열을 해결할 열쇠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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