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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디멘션 게임 (구)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7.6.17

대재앙이라고 불리는 지독한 전쟁이 끝난 후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새로운 힘을 얻어 다시 문명을 구축하던 인류 앞에 완벽하게 구현된 가상현실게임이 나타난다.
누가 만들었고 왜 만들었는지도 알 수 없는 게임이었지만 사람들은 이 게임에 열광했고 인류의 대부분이 즐길 정도로 보편화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게임이 변화하기 시작했고 현실에 큰 영향을 주게 시작했다.
그리고 인류는 두 가지 세상 중에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혔다.
현실 아니면 게임
게임 같은 현실과 현실 같은 게임 중에서 오직 하나의 세계만 선택해야 한다면 과연 인류는 어떤 곳을 선택할 것인가.
선과 악이 아닌 가치와 가치가 충돌하는 거대한 전쟁이 다가오고 있다.

 
폭풍전야 (5)
작성일 : 17-09-02 22:05     조회 : 96     추천 : 0     분량 : 5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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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에 장군이라고 불린 남자는 오히려 유쾌하게 웃었다.

 

 “결국, 그들도 냄새를 맡았군.”

 

 “시간이 없습니다. 곧 그들이 들이닥칠 겁니다.”

 

 수하들은 어서 천유강을 해치우고 도망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의 말에 천유강도 필사의 각오를 다졌지만 그는 검을 집어넣었다.

 

 “장군님!”

 

 “조용. 이미 늦었어. 지금 바로 도망가지 않으면 우리의 정체가 들통날 거야.”

 

 “하지만.......”

 

 “어차피 기억도 없는 스켈레톤 하나다. 저것을 그대로 두어도 달라지는 것은 없어.”

 

 그렇게 말한 남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움직였고 망설이던 부하들도 하는 수 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

 

 “클클클!”

 

 길을 걸으면서도 남자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라이벌이던 그대에게 마지막으로 주는 선물이네. 부디 다시 예전처럼 검을 나눌 수 있게 회복하시게나.’

 

 남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가면서 죽은 그들의 시체들도 남김없이 회수했는데, 흔적 하나 남지 않게 깔끔한 솜씨였다.

 

 그렇게 우두커니 서 있는 천유강에게 이번에는 다른 무리의 일행들이 들이닥쳤다.

 

 “.......대장님?”

 

 이번에 온 무리들은 전의 무리와 다른 기운을 품고 있었다. 그들은 전의 무리와 다르게 적의가 아닌 호의가 가득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앞에 서 있는 남자 둘이 천유강의 앞까지 와서 울먹거렸다.

 

 “스승님.”

 

 “대장!”

 

 그들은 붉게 변한 뼈만 남은 천유강의 모습을 보고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맞아. 분명히 스승님이 맞아. 이렇게 되었어도 난 알 수 있어.”

 

 “대장! 우리 알아볼 수 있겠어요?”

 

 남자 두 명의 기대감이 어린 눈빛에 부담이 될 정도다. 하지만 그들을 알 리가 없는 천유강이 고개를 저으려 할 때였다.

 

 욱신!

 

 갑자기 머리를 스치는 이름이 있었다.

 

 “.....그롬.....잭?”

 

 “알아보시는군요!!!”

 

 천유강이 그들의 이름을 부르자 그들은 눈물을 쏟으며 천유강의 몸을 껴안았다.

 

 이미 뼈만 남아 딱딱해진 천유강이지만 그런 것도 그들에게는 상관없었다.

 

 “우리가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우리는 스승님으로 생각되는 스켈레톤이 나타났다는 소문을 듣고도 처음에는 믿지 않았습니다. 여기 있는 잭이 난리를 쳐서 겨우 이동할 수 있었죠.”

 

 천유강의 머리에 그들에 대한 기억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여기 있는 그롬과 잭은 어렸을 때 레오닉이 빈민굴에서 구한 후 가르치기 시작한 그의 제자들이었다.

 

 레오닉이 사라지고 5년 동안 에드워드 가문을 지킨 1등 공신이기도 했다.

 

 “.......기억이 난다.”

 

 레오닉은 에드워드 가문 소속의 기사로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기사였다.

 

 모든 대회에서 상을 휩쓸었을 뿐 아니라. 약소 가문이었던 에드워드 가문을 대영지로 키운 장본인이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국왕의 부름을 받고 수도로 이동하던 영주를 호위하던 중에 습격을 받아서 행방불명이 된 사건이 일어났다.

 

 아직도 그 주동자가 누군지 알려지지 않은 습격이었는데 기사단 규모의 적들이 쳐들어왔기 때문에 물증은 남아 있지 않아도 심증은 있었다.

 

 바로 근처의 대영주인 바르샤 후작.

 

 호시탐탐 에드워드 가문을 노리던 그였기에 많은 술수를 부렸지만, 모두 레오닉의 활약으로 물거품이 되었다. 그래서 그가 레오닉을 해쳤다는 것이 에드워드 사람들만이 아니라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레오닉이 행방불명되었어도 에드워드 가문은 쓰러지지 않았다.

 

 평소에 레오닉이 병사들을 혹독하게 훈련시켜 이미 실력이 수준급의 올랐는데 특히 그의 제자인 그롬과 잭은 왕년의 레오닉을 연상시키는 실력을 갖췄다는 평이 자자했다.

 

 “.......그동안 수고했다.”

 

 “아닙니다, 사부님.”

 

 “문제없었습니다, 대장.”

 

 그롬과 잭이 아니어도 따르던 병사들도 천유강을 보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어도 아직 레오닉이라는 사람은 그들의 가슴속에 생생했다.

 

 “일단 성으로 모시겠습니다. 이곳은 너무 위험해요.”

 

 “수습할 시체가 있어.”

 

 “네? 누구 말입니까?”

 

 “나를 부활시킨 사람이야. 그를 잘 묻어줘.”

 “알겠습니다. 부하들을 시켜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고맙다.”

 

 그렇게 천유강은 병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켈레톤이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은 네크로멘서가 양지에서 활동하는 이 세계에서도 흔치 않은 광경이다. 하지만 병사들은 그런 내색을 하지 않고 항상 정중하게 천유강을 대했다.

 

 “백작님은 좀 어때?”

 

 카리스마는 부족하지만 늘 영지민들에게 따뜻했던 에드워드 백작이다. 특히 평민이었던 레오닉을 기사의 자리까지 올린 장본인이기도 했다.

 

 그롬과 잭의 은인이 레오닉이라면 레오닉의 은인은 백작이다.

 

 “백작님은 요즘 몸이 많이 안 좋으십니다.”

 “저런..... 그래서?”

 

 “요즘은 모든 업무를 아가씨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영애님이?”

 

 천유강의 머리에 작고 여린 여자아이가 스쳐 지나갔다. 그가 사고를 당했을 때만 해도 발랄하고 사고뭉치였던 영애다. 그런 소녀가 영지의 업무를 하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아마 지금 아가씨를 보시면 놀라실 겁니다. 예전의 아가씨가 아닙니다.”

 

 “그래?”

 

 “맞아요, 대장. 영지민들만 아니라 병사들도 아가씨에게는 꼼짝도 못해요.”

 

 “믿기지 않는군. 아직 혼례를 치르지 않았나?”

 

 “네. 여기저기에서 청혼이 들어오고 있긴 하지만 성에 차는 남자가 없는 것 같습니다.”

 

 백작의 자식은 오직 그녀 하나다. 그러니 그녀와 결혼 한다는 것은 에드워드 가문을 얻는다는 말과 같다. 그러니 그녀와 결혼할 수 있는 조건도 까다롭고 또 엄격했다.

 

 “대장님이 행방불명되고 나서 백작님과 아가씨가 많이 슬퍼하셨습니다. 지금 백작님이 쓰러지신 것도 그런 자신을 자책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그런가?”

 

 늘 사람 좋은 백작이었지만 혼란한 정국과는 맞지 않았다. 아마 레오닉의 조언이 없었더라면 이미 영지를 바르샤 후작에게 빼앗겼을 거다.

 

 레오닉이 그렇게 행방불명이 된 것도 부주의한 자신의 탓이라 생각했기에 몸져누운 거다.

 

 “그래서 아가씨도 많이 달라지셨습니다.”

 

 “그렇군.”

 

 작은 소녀가 영지를 이끄는 일이 쉬울 리 없다. 그런 그녀가 감당해야 할 짐을 생각하면 예전의 순수함을 그대로 간직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마침내 영지에 도달했다.

 

 그롬과 잭이 나오자 성문을 지키고 있던 병사가 거수경례했다.

 

 “어서 오시지요. 영애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알았다.”

 

 다른 병사들이 여장을 풀 때 천유강과 그롬, 잭은 그대로 성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영주가 앉는 커다란 의자에 날카로운 인상의 여자가 있었다.

 

 “돌아왔습니다, 영애님.”

 

 영애는 삐딱한 표정으로 천유강을 한참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저게 그라고?”

 

 “그렇습니다. 레오닉 단장님이 맞습니다.”

 

 “단장은 지금 너고, 그롬.”

 

 영애의 단호한 말에 그롬은 입을 다물었다. 옆에 있던 잭이 입을 열려 했으나 그롬이 눈치를 주고 제지했다.

 

 “물론 지금은 그렇습니다.”

 

 영애는 여전히 뭐가 그렇게 맘에 들지 않는지 퉁명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좋아. 그렇다고 치고 그의 실력은 어떤데? 예전에 비슷해?”

 

 그 말에 대답한 것은 천유강이었다.

 

 “죄송하지만 예전에 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천유강이 입을 열어서 말을 하자 조금 놀란 영애가 침을 삼켰지만 이내 다시 뾰쪽한 목소리를 냈다.

 

 “뭐야? 그럼 아무 쓸모 없잖아?”

 

 “하지만!”

 

 참다못한 잭이 일어나 큰 소리를 내었지만 이제는 천유강이 그의 옷자락을 잡아당겨서 앉혔다.

 

 “물론 그렇습니다만, 기회만 주시면 다시 가문을 위해서 사력을 다하겠습니다.”

 

 “.......”

 

 그 말에 영애도 크게 한숨을 쉬고는 선심 쓴다는 듯이 말했다.

 

 “좋아. 그간의 일이 있으니 그 정도는 허락하겠어. 그롬!”

 

 “넷! 아가씨.”

 

 “그놈의 아가씨는 언제까지 부를 생각이야?”

 

 이곳은 공적인 자리이니 아가씨 대신에 영애라고 부르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녀가 지적해도 둘은 여전히 아가씨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걸 아는 영애는 다시 한숨을 쉬고 손사래를 쳤다.

 

 “마음대로 해! 네가 저것을 잘 보살펴! 알겠어? 혹시라도 문제가 되면 너희들이 책임져야 할 거야.”

 

 “넷! 아가씨.”

 

 “그럼 물러가 봐도 좋아.”

 

 영애의 차가운 말에 천유강이 다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백작님은 언제 만날 수 있을까요.”

 

 “아버지는 아직 정신이 돌아오지 않았어. 그 상황에서 지금 네 모습을 보면 진짜 쓰러질지도 모르니까. 나중에 조금 회복되면 그때 만나도록 해. 이제 진짜 나가.”

 

 영애의 허락이 떨어지자 셋은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레오닉을 반갑게 여기지 않는 영애의 모습에 오히려 잭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요즘 신경 쓰이는 일이 있어서 저런 겁니다. 아가씨도 속으로는 좋아하고 있을 거예요.”

 “난 괜찮아.”

 

 예전에는 친오빠처럼 따랐던 영애다. 그런 그녀가 저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을 겪었을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지.”

 

 “뭐, 어쨌든 병사들에게 대장님을 정식으로 알리겠습니다. 그들도, 영지민들도 좋아할 겁니다.”

 

 스켈레톤이 된 자신을 과연 좋아해 줄까 하고 생각한 천유강이지만 그들은 의외로 열렬히 천유강을 환영했다.

 

 그동안 레오닉이 해낸 일들은 살아있는 전설과 같았다. 그런 그가 다시 돌아왔다는 소리에 다시 영지가 고무된 거다.

 

 “막스! 아직 살아있었군.”

 “허헛! 제가 대장님보다 오래 살아남을 줄은 몰랐죠.”

 

 그롬과 잭을 제외하고도 기억에 남은 병사들이 많았다.

 

 이미 그들은 중요한 직책에 있거나 노병이 되어 보급 같은 지원 임무에 투입되었는데, 미리 들어서 그런지 스켈레톤이 된 천유강과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그렇게 정신없이 하루를 보낸 천유강은 그의 방으로 안내되었다.

 

 “여긴......”

 

 “대장님의 방은 비우지 않았습니다. 비울 수가 없었죠.”

 

 예전 레오닉이 쓰던 방이 그 모습 그대로 남아있었다. 이것만 봐도 사람들이 얼마나 레오닉을 생각했는지 알 수 있었다.

 

 “남들은 아니라고 해도 전 분명히 대장님이 돌아올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잭, 전쟁에 나가면 온몸에 적의 피로 새빨갛게 돼서 적혈귀라는 별명까지 얻은 그였지만 다시 돌아온 레오닉의 모습에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대장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그에게는 레오닉은 아버지 그 이상이었다. 그리고 그건 지금 군대를 이끄는 그롬도 다르지 않았다.

 

 “생각한 것과 다른 모습이지만 그래도 저는 스승님이 돌아오셔서 기쁩니다.”

 

 “.......미안하다. 내가 너무 늦었어.”

 

 그렇게 한 구의 스켈레톤과 남자 둘이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지나 홀로 남은 천유강은 자신의 몸을 점검했다.

 

 ‘힘이 늘었어.’

 

 얼마간 급격한 성장을 했지만 어느 순간 멈춰버린 그의 성장이었다. 하지만 지금 다시 확인해 보니 다시 기운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 느껴졌다.

 

 ‘설마.......’

 

 천유강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한가지였다.

 

 ‘이제는 몬스터가 아닌 인간을 죽여야 한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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