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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디멘션 게임 (구)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7.6.17

대재앙이라고 불리는 지독한 전쟁이 끝난 후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새로운 힘을 얻어 다시 문명을 구축하던 인류 앞에 완벽하게 구현된 가상현실게임이 나타난다.
누가 만들었고 왜 만들었는지도 알 수 없는 게임이었지만 사람들은 이 게임에 열광했고 인류의 대부분이 즐길 정도로 보편화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게임이 변화하기 시작했고 현실에 큰 영향을 주게 시작했다.
그리고 인류는 두 가지 세상 중에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혔다.
현실 아니면 게임
게임 같은 현실과 현실 같은 게임 중에서 오직 하나의 세계만 선택해야 한다면 과연 인류는 어떤 곳을 선택할 것인가.
선과 악이 아닌 가치와 가치가 충돌하는 거대한 전쟁이 다가오고 있다.

 
폭풍전야 (1)
작성일 : 17-08-30 23:01     조회 : 95     추천 : 0     분량 : 4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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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빙궁의 퀘스트가 기약 없이 뒤로 미루어졌다.

 

 그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는데, 언뜻 듣기에는 빙궁주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 같았다.

 

 지저 탐험이 늦어졌지만 천유강에게도 나쁜 소식은 아니었는데 병력을 키울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력들을 데리고 지상의 던전에서 훈련을 하며 레벨을 올리는 데 주력했다.

 

 그리고 한가로운 때, 다 같이 소풍을 가기로 약속했다.

 

 이 소풍을 기획한 사람은 배연아였는데 한국을 구경하고 싶어 하는 에스델의 이야기를 듣고서 사람들을 모았다.

 

 “근데 왜 하고많은 곳 중에서 왜 놀이동산이냐?”

 

 배대강이 투덜거리자 에스델이 대신 대답했다.

 

 “저 놀이동산 꼭 가보고 싶었어요. 아르헨티나에는 이런 곳이 없거든요.”

 

 이번에 모인 사람은 천유강과 배대강, 배연아, 수화진, 당군명, 신지현, 에스델까지 모두 7명이다.

 

 중간고사가 때문에 모두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있었기에 다들 흔쾌히 승낙하고 나온 길이다.

 

 그렇게 도착한 놀이동산은 사람들로 붐벼서 발 디딜 틈 하나 없었다.

 

 “오빠, 저기! 저기로 가자.”

 

 놀이동산에 와서 신이 난 에스델이 천유강의 팔을 끌고 다녔다.

 

 디멘션 월드에서는 카리스마 있는 여전사였지만 이럴 때 보면 영락없는 여자애다.

 

 이 모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사람은 배대강이었다.

 

 일행의 여자들이 모두 어마어마한 미모를 가지고 있어서 그대로 두면 남자들이 파리 떼처럼 꼬일 게 분명하다. 배대강이 거대한 덩치로 남자들을 막는 역할을 맡았다.

 

 배대강도 그 역할을 싫어하지 않았는데 신지현이 옆에서 딱 붙어 있기 때문이었다.

 

 아누비스의 신전에서 나온 이후로 배대강을 대하는 신지현의 태도가 많이 변했는데 예전에는 곁에 오는 것마저 두려워했지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도 걸어왔다.

 

 배연아가 보기에는 헤헤거리는 오빠가 바보 같았지만 그의 일편단심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사실 저도 이런 곳에 오는 건 처음이에요.”

 

 놀랍게도 순수 한국인인 수화진도 놀이동산에 오는 게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어려서는 집에서 공부만 했었고 커서는 달라붙는 남자들 때문이었다.

 

 물론 중국인인 당군명도 이런 곳이 처음이었다.

 

 “당자운은?”

 

 항상 붙어 다니던 당자운이 보이지 않자 이상하게 여긴 천유강이 물었다.

 

 “요즘 맹의 일로 바쁘다.”

 

 “무슨 일이 있어?”

 

 “나는 모른다.”

 

 맹에서 당군명의 입지는 애매했는데 맹에서는 의도적으로 배척했지만 그렇다고 아예 맹의 일원이 아닌 것도 아니었다.

 

 자기가 갖긴 싫고 남 주기는 아쉬운 심리였는데 덕분에 지금도 가면을 벗고 나왔다.

 

 “아직 어색해.”

 

 당군명이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 수십 년간 써왔던 가면이 없으니 벌거벗은 느낌이다.

 

 “오빠! 오빠! 우리 저거 타 봐요.”

 

 에스델이 가리킨 것은 거대한 배 모양의 바이킹 기구였다. 일반적이지만 인기가 많은 놀이기구다.

 

 “그럴까?”

 

 타는 김에 모두 타기로 했는데 이런 것을 처음 타보는 사람들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탔다.

 

 긴 줄을 기다린 끝에 일행을 태운 바이킹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꺄아아악!!!!”

 

 사방에서 들려오는 여고생들의 비명 때문에 귀가 먹먹해질 정도였는데 그 비명에는 바로 옆의 에스델의 소리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게 뭐가 무섭다는 건지.’

 

 이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매일 하늘을 나는 연습을 하는 천유강이다. 조금만 방심하면 하늘에서 곤두박질칠 수도 있는 비행에 비하면 이런 놀이기구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화진 양도 저런 표정을 짓네.’

 

 수화진도 눈을 감고 있었는데 비명은 지르지 않았지만 안색이 하얘진 것이 그녀도 많이 무서운 모양이었다.

 

 더 신기한 건 당군명이었다.

 

 초절정인 그녀가 무서워할 리는 없었다. 하지만 눈을 말똥말똥 뜨고 이 흔들림을 즐기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는 똑같은 표정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천유강은 안다. 저건 당군명이 즐거워할 때 하는 표정이다.

 

 그리고 그다음부터는 당군명이 일행을 이끌었다.

 

 “저거 타자.”

 

 “다음은 저거.”

 

 당군명은 놀이동산에 처음 와본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하며 모든 놀이기구를 타려 했다.

 

 무서운 기구만 타는 것이 아니라 회전목마 같은 어린아이들이 타는 놀이기구도 모두 타고 싶어 했다.

 

 “헤엑!”

 

 그 페이스에 말린 일행들이 점점 지쳐갔고 특히 수화진은 무서운 기구를 탈 때마다 얼굴이 점점 하얗게 질러갔다.

 

 신난 에스델과 당군명이 모든 놀이기구를 정복하려 했고 결국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밥도 먹지 않고 기구를 타야했다.

 

 “하아~ 힘들다.”

 

 천유강과 배대강마저 힘들어서 공원 벤치에 앉았다. 이렇게 전투적으로 놀이기구를 탄 건 처음이다.

 

 “배고프다. 이제 나가서 밥이나 먹자.”

 

 점심도 건너뛰고 놀기만 해서 뱃가죽이 등에 붙을 지경이다. 이제야 정신이 돌아온 에스델과 당군명도 마찬가지였다.

 

 “뭐 먹지?”

 

 이곳은 번화가이니 근처에 맛집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천유강이 다른 제안을 냈다.

 

 “그냥 우리 성에서 먹는 건 어때?”

 

 천유강에 말에 배연아가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이 손뼉을 쳤다.

 

 “아! 맞다! 오빠 영지에 아직 한 번도 못 갔네.”

 

 그 말에 수화진은 화들짝 놀랐고 에스델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영지요? 무슨 영지?”

 

 “아~ 너는 몰랐구나.”

 

 잠시 주변을 살피던 배연아가 속삭이듯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유강 오빠가 베타 테스트 플레이어라서 영지도 가지고 있어.”

 “헥! 진짜요?!”

 

 베타 테스터는 다른 나라 이야기인 줄만 생각하던 에스델이었는데 설마 천유강이 베타 테스터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럼 성도 가지고 있는 거예요?”

 

 “어. 마족 성이지만 음침하지 않아.”

 

 “와! 오빠 부자네?”

 

 에스델의 눈이 반짝하고 빛났다. 이로써 천유강에게 시집가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그럼 그렇게 하기로 한 거지?”

 

 모두의 대답을 들은 천유강이 전화기를 들어서 어디론 가로 전화를 했다.

 

 “어~ 나야. 지금 친구들 6명 갈 거니까 식사 좀 준비해줘.”

 

 [켈켈켈! 알겠습니다, 주인님.]

 

 상대는 켈타스였는데 연락을 위해서 천유강이 켈타스에게 전화기도 사 주었다.

 

 전화기뿐 아니라 산신의 허락을 맡아 인터넷 선도 연결했는데 켈타스는 조금 만지작거리더니 이제는 능숙한 솜씨로 인터넷을 사용했다.

 

 켈타스는 인터넷을 통해서 디멘션 월드의 정보를 얻고 천유강을 지원했다. 천유강을 위하는 일이라면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켈타스였다.

 

 일행은 우선 천유강의 기숙사로 이동했다.

 

 “여기 포탈을 통해 들어가면 내 영지가 나와.”

 

 천유강이 기숙사에 있는 간이 포탈을 보여주자 에스델의 눈이 동그래졌다.

 

 “멋있어!”

 

 그리고 일행은 성의 모습을 보고 다시 한번 놀라야 했다.

 

 “대박!”

 

 천유강의 성은 다른 누구의 성 못지않게 증축한 상태였다. 마족 특유의 다크한 분위기는 있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더 장엄한 분위기가 났다.

 

 “언니! 언니! 진짜 멋있지 않아요?”

 

 배연아가 수화진의 팔을 잡고 호들갑을 떨자 수화진이 어색하게 대답했다.

 

 “그, 그러네.”

 

 “말만 들었지 이렇게 멋진 곳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이런 곳에서 살고 싶지 않아요?”

 

 “으, 응?”

 

 “아빠한테 허락 맡고 이곳에 하루 정도 자봐야겠다.”

 

 배연아가 이야기를 할수록 수화진이 당황했지만 그걸 눈치채지 못한 배연아가 계속 이곳을 찬양했다.

 

 “켈켈켈~ 어서 오시지요.”

 

 연락을 미리 받은 켈타스가 능숙하게 말하자 다시 일행이 놀랐지만 예전 레아처럼 공격하지는 않았다.

 

 켈타스의 안내로 들어간 식당에는 이미 상다리가 휘어질 만큼 호화로운 음식들이 가득했다.

 

 “우와!”

 

 영화에서나 보던 화려한 모습의 음식들이 종류별로 놓여 있었다. 음식을 만든 숙수의 솜씨도 뛰어나기 때문에 무엇을 먹어도 깜짝 놀라야 했다.

 

 에스델이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음식을 먹었다.

 

 “전부 맛있어.”

 

 다른 사람들도 정신없이 음식 먹는 것에 정신이 팔렸을 때였다. 식당의 문이 열리고 자그마한 여자아이가 튀어 나왔다.

 

 “엄마!”

 

 그건 이미 초등학생만큼이나 큰 샛별이었다. 샛별이는 당군명에게 다가가 자연스럽게 안겼다.

 

 “엄마. 나 켈타스한테 훈련 잘 받았다고 칭찬받았어.”

 

 “무슨 일 했는데?”

 

 “이번에 달리기에서 큐아를 이겼어.”

 

 “잘했네.”

 

 “헤헷!”

 

 이제는 당군명보다 말을 더 잘하는 샛별이다. 자라는 속도도 놀라울 정도라서 이러다가 자신보다 더 커지는 거 아닌지 천유강이 걱정할 정도였다.

 

 샛별이를 알고 있는 사람들과 다르게 샛별이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크게 놀랐는데 미리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큰 여자아이가 튀어나올 줄 몰랐다.

 

 “얘가. 그 아이야?”

 

 “내 딸. 뇌호 딸.”

 

 “.......”

 

 “.......”

 

 순간 분위기가 싸해졌다. 아무리 친딸은 아니고 모습도 닮지 않았지만 이렇게 친밀하게 구는 것을 보니 느낌이 이상했던 거다.

 

 “하....하...... 딸이라.”

 

 에스델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샛별이를 쳐다봤다. 뭔가 자신이 좋아하던 사람이 알고 보니 유부남이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 감정은 샛별이가 천유강에게 다가가니 더 커졌다.

 

 “아빠!”

 

 당군명처럼 천유강도 자연스럽게 샛별이를 안았다. 요즘 바빠서 샛별이와 많이 놀아주지 못했지만 고맙게도 샛별이는 천유강을 잘 따랐다.

 

 그 모습을 본 배연아가 당군명에게 말했다.

 

 “저렇게 잘 따르는데 헤어질 때 아쉽겠네요.”

 

 “그건 왜?”

 

 “집에 가면 헤어져야 하잖아요.”

 

 그리고 당군명의 입에서 충격적인 말이 나왔다.

 

 “나 여기 살아.”

 

 “네?!”

 

 그 말에 수화진을 제외한 모두가 놀랐는데 그것을 본 천유강이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 말 안 해줬었나? 사정이 있어서 우리 성에 머물고 있다. 방은 많으니까.”

 

 천유강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지만 사람들은 별의별 상상을 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샛별이의 다음 행동에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

 

 샛별이가 수화진에게 간 거다.

 

 “이모!”

 

 사람들의 황당한 표정이 수화진에게 몰리자 수화진은 올게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체념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나도 사정이 있어서.”

 

 “.........”

 

 “........”

 

 다들 충격에 말을 잇지 못할 때, 에스델이 울부짖었다.

 

 “나도 여기 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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