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오빠들 우리 퀘스트는 완료됐어. 어떻게 할까? 후퇴할까?"
상대는 레벨 900의 보스다. 천유강 일행이 잡을 수 있는 몬스터가 아니다.
"어디로? 후퇴할 곳이 있으면 말해봐. 으랏차!!"
배대강의 도끼질에 또 한 마리의 스켈레톤이 쓰러졌다.
"그런가? 그렇다면 싸워야 하나?"
"그거야 내 전문이지. 힉~!"
드래드 나이트의 공격이 가슴 언저리를 스치고 지나가자 배대강은 강하게 도끼를 휘둘렸다.
"까불지 마!"
쾅!
배대강의 도끼에 직격당한 드레드 나이트는 실이 끊어진 연처럼 힘없이 날아갔다.
한편 천유강은 붉은 옷 남자의 주변에서 다가오는 스켈레톤들을 최대한 저지하고 있었다.
"제가 시간을 벌겠습니다."
드레드 나이트를 발로 밀어 한쪽의 스켈레톤들을 다 넘어트린 후 천유강은 숨을 골랐다.
붉은 옷의 남자는 천유강과 눈을 한번 마주치고 가볍게 고개를 한번 끄덕인 다음 주문을 외웠다.
"죽음의 요람에서 깨어난 자여"
사방에서 뻗어오는 스켈레톤들의 검을 천유강이 죽을 힘을 내서 막았다.
챙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영혼이여."
이리저리 뛰며 분투했으나 너무 많은 수가 공격을 했기 때문에 결국 옆구리에 칼 한 방을 허용 당했다.
"큭"
고작 한 대 맞았으나 에너지가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숫자가 너무 많아. 도와줘!"
"이제 너에게 밝은 빛을 선사하니."
"샤이닝 에로우!!"
"으라차차~ 개뼈다구들아 다 덤벼."
위급한 순간 오른쪽의 스켈레톤의 진형을 무너트리며 배대강과 배연아가 도우러 나섰다.
"영원한 안식에 잠들라."
“좋아. 선풍각!”
쿵!
천유강이 크게 한 바퀴 돌며 발을 휘두르자. 한 번에 5마리의 스켈레톤이 뒤에 나가떨어졌다.
이 기술을 디멘션의 스킬이 아니라 현실에서의 기술이었는데 기의 운용이 현실 세계처럼 되지 않아 그저 발을 휘두르는 동작이었지만 초식만으로도 충분히 위력이 있었다.
"선 라이트(Sun light)!"
위이이잉~
주문 영창이 끝나자 남자로부터 일행들이 눈도 띄지 못할 환한 빛이 쏟아져 나왔다. 그 빛에 닿은 언데드 몬스터들이 마른 낙엽처럼 무너져 내렸다.
"성직자?"
남자가 쓰던 마법은 분명히 성직자 계열의 마법이었다. 아까 쓰던 공격적인 마법 때문에 마법사로 오인했었지만 지금 쓰는 마법은 분명히 성직자 계열의 마법이었다.
마법사와 성직자는 동시에 가질 수 없는 대표적인 직업이기 때문에 듀얼 클래스가 불가능했다.
"크...아..아..아아...죽..인...다..복..수...한......다"
아까의 마법으로 피해를 입었지만 아직 사신은 건재했다.
하급 몬스터들은 모두 아까의 마법으로 다 쓰러졌고 지상에 있는 몬스터는 드레드 나이트, 드레드 로드, 나이트 메어, 언홀리 메이지 같은 상급 몬스터 밖에 없었다.
사신은 부서진 시체들의 잔해를 향해서 손을 내밀었다.
둥실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던 스켈레톤의 잔해들이 사신의 손짓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본 스피어(Bone spear)"
사신이 주문을 외치자 떠다니던 뼛조각들이 합쳐지더니 수십 개의 창으로 변하였다.
파바박
네크로멘서의 유명한 공격스킬인 본 스피어다. 900 레벨의 보스 몬스터가 사용하는 본 스피어라면 스쳐도 한 방에 죽을 수 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배연아가 소리쳤다.
"모두 피해!"
뼈 창이 빠른 속도로 날아왔고 일행은 모두 옆으로 굴렸다.
"아악~"
뼈 창은 피했으나 뒤따라 날아오는 언홀리 메이지의 암흑 마법에 공격에 배연아가 일격을 허용했다.
"괜찮아?!"
"응. 정통으로 맞은 게 아니라 옆구리에 스친 거야. 문제없어."
본 스피어는 피했지만 언홀리 메이지의 마법 데미지도 무시할 수 없었다.
위잉
공간이 다시 한번 열리더니 사신이 이번엔 하늘이 아닌 땅으로 내려왔다,
쿵!!!
사신의 발이 땅에 닿는 소리가 신전 전역으로 울렸다.
"공중에서 내려왔다. 넌 죽었어!"
배대강이 땅에 내려온 사신을 향해 돌진했다.
배대강이 자신의 레벨보다 두 배는 더 많은 사신에게 겁 없이 돌진했다.
누가 봐도 미친 짓이었지만 지금은 도망갈 곳도 없으니 뭐라고 시도해야 했다.
"이얍!!!"
배대강의 도끼가 막 사신의 머리에 꽂히려는 순간 사신이 손을 휘둘렸다.
쿵!
"큭~"
사신의 손과 배대강의 도끼가 부딪치자 폭음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손으로 가볍게 배대강의 도끼를 막은 것이다.
오히려 그 반탄력을 못 이기고 튕겨 나간 건 배대강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굴하면 배대강이 아니었다.
"돌...려....줘..돌...려..줘"
"뭐라고 떠드는 거야! 대목참!!!"
스킬 명을 외치자 위로 치켜든 배대강의 도끼가 갑자기 2배 정도 부풀더니 무서운 기세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본 실드(Bone shield)!”
쿵
사신이 주문을 외치자 뼛조각이 사신의 몸 주위를 빠르게 돌며 배대강의 기술을 막았다.
"샤이닝 에로우!!"
탕!
배연아의 기술까지 사신은 가볍게 팔로 쳐 냈다.
"복....수...한다... 용서...하...지 않...는.....다"
"쳇 너무 강한데?"
배대강이 몇 번에 공격에도 상처하나 입히지 못하자 투덜거렸다. 그러자 배연아가 활시위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이 정도로 쓰러질 놈이었으면 마을에 쳐들어 왔을 때 이미 잡혔겠지. 아직까지 한 번도 잡힌 적 없데."
그때 천유강은 사신의 주변의 몬스터들과 무기를 부딪치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리고 드래드 로드의 어깨를 밟고 높게 뛰어올랐다.
“어딜 보냐!”
천유강이 사신 주변에 높게 점프하여 돌고 있는 본 실드를 피해 머리를 노리고 발을 뻗었다.
꽈직!
천유강의 발은 정확히 사신이 정수리에 꽂혔지만, 사신은 꿈쩍도 하지 않고 아직 공중에 떠 있는 천유강을 향해 팔을 휘둘렸다.
쿵!
"큭!"
공격은 막았으나 10미터 뒤에 있는 신전 기둥까지 날아가 버렸다.
"괜찮아 오빠?"
"쿨럭! 난........ 괜찮다."
애써 괜찮은 척했지만 이미 체력 에너지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사신이 물리 공격이 크지 않아서 겨우 이 정도다. 손으로 때렸는데도 이 정도면 낫이나 마법으로 공격당했더라면 한 방에 죽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 남자는?'
천유강이 붉은 옷의 남자를 찾아보니 다른 몬스터들을 상대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우선 졸따구부터 처리하자 오빠, 멀티 샷!"
"오케이."
일단 졸개들을 처리하려 해도 졸개 또한 만만히 볼 만큼 약하지가 않았다. 다행히 사신은 멀리 떨어지니 쫓아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계속 본 스피어를 날려서 그것을 피하느라 애를 먹었다.
"살..려.....놔라..살...려..놔...라"
사신이 계속 음침한 소리를 내니 배대강이 짜증을 냈다.
"자꾸 뭐라고 떠드는 거야. 기분 나쁘게 시리."
"내...아...들..내.아내..모두..살려..라"
"시끄러워!!!!!"
"신경 쓰지 말고 싸워, 오빠. 말하면 더 숨차."
"젠장!"
일행은 최선을 다해 언데드 군단에 맞서 싸웠다.
"합!"
배대강의 도끼에 머리를 찍힌 스켈레톤 하나가 반으로 갈라졌다.
"좋아 제대로 들어갔다."
'흐르는 물은 만물을 거스르지 않는다.'
천유강이 스켈레톤들이 많이 밀집해있는 곳으로 파고들었다.
"우어어어!"
스켈레톤들이 천유강을 향해 검을 휘둘렀으나 천유강은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공격을 쉽게 피하였다.
'단지 품을 뿐이다.'
후두두두두
천유강이 지나간 자리에는 어느새 공격당한 스켈레톤의 무너진 뼈들로 메워지기 시작했다.
“헉~ 헉~ 역시 아직 실전에서 사용하기는 무린가?”
무학의 이치는 알고 있으나 그것을 치열한 실전에서 적용시키는 건 다른 문제다. 그것을 다시 깨달은 천유강은 고개를 한번 흔들고는 다시 전장에 뛰어들었다.
"어디 보자 분명히 스켈레톤류의 몬스터들의 약점이······."
배연아는 스켈레톤들의 약점을 떠올리려 애쓰고 있었다.
모든 몬스터에는 급소가 있어서 그곳을 가격하면 몇 배의 데미지를 줄 수 있었다. 대표적인 급소로는 인간형 유닛과 몬스터에 목과 심장이 있다.
"이마 정중앙과 갈비뼈 중앙이었나?"
휙 휙~!
배연아가 쏘아 올린 화살이 스켈레톤의 이마 정중앙과 가슴뼈의 중앙을 관통했다. 그러자 공격에 맞은 두 몬스터가 무너졌다.
"빙고."
몇 분이 지났을까, 어느새 신전을 꽉 채웠던 몬스터들이 하나둘 쓰러지고 남은 것은 거의 안 남게 되었다.
활을 계속 날리던 배연아는 상태 창을 보더니 마나와 스테미너가 거의 바닥난 것을 깨달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해."
"헉헉~ 동감이다."
배대강도 활약을 많이 했지만. 스테미너가 거의 다 떨어진 상태였다. 스테미너는 전사에게는 마나와 같아서 숨이 차면 찰수록 움직임이 둔해지고 자연히 공격력도 떨어졌다.
아직도 드래드 나이트와 드래드 로드 나이트메어가 모두 10마리 정도 있었고 사신은 데미지를 거의 입히지도 못했다. 그러자 자꾸 초조해지는 일행이었다.
휙
뒤에서 날아오는 본 스피어를 피하고 드레드 나이트에게 결정타를 먹여 쓰러트린 천유강은 전황을 살펴보았다.
배연아와 배대강은 둘이 콤비를 맞추어 하나하나 적들을 줄여나가고 있었고 붉은 옷의 사나이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활약하고 있었다.
"턴 언데드!"
"크아아악~"
그때 붉은 옷을 입은 남자는 손으로 천유강을 불렀다.
천유강은 옆에 있던 드레드 로드를 밀어버리고 남자에게 가까이 붙었다.
"3분만 날 보호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