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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디멘션에 접속한 천유강은 주머니에 있던 아이템을 확인하고는 얼굴을 찌푸렸다.
루이스의 브래지어
(스페셜)
루이스의 매력이 집약된 방어구.
방어 150
마법 저항 +100
매력 +300
레벨 Max의 매혹 마법 사용 가능 20/20
상점에서 15% 할인을 받는다.
이성에게 모든 스킬 성공률 15% 증가
이건 분명 환생 퀘스트에서 얻었던 아이템이다. 하지만 환생 퀘스트에서 얻는 모든 아이템과 엠블럼은 퀘스트가 끝나면 사라지게 되어있다.
“.......뭔지 모르겠지만 왜 하필 이런 아이템이지?”
이왕 아이템이 사라지지 않을 거라면 사탄의 분노 같은 아이템이 남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무리 성능이 좋다고 해도 사용하지도 못하는 아이템이 남았다면 쓸모가 없었다.
“.......오빠 그거 뭐야?”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사촌 동생인 배연아가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경악한 얼굴로 서 있었다.
배연아는 떨리는 손으로 천유강이 들고 있는 브레이어를 가리키며 말했다.
“어쩐지 여자에 관심 안 보인다 했는데....... 그런 성벽이 있었던 거야?”
무언가 굉장한 오해를 한 것 같았다.
“어디서 그런 요상한 물건은 훔쳐 와서 냄새를 맡고 있어, 인간아!”
“오해다.”
흥분해서 천유강의 멱살을 잡고 놓지 않는 배연아를 진정시키는 데만 20분이 걸렸다.
“그러니깐 이게 환생 퀘스트를 끝냈는데도 남아 있었다고?”
“그렇다고 벌써 100번은 넘게 말했잖아.”
“진짜네. 일반 아이템이 아니라 스페셜 아이템이네.”
사기적인 능력치를 확인한 배연아가 그제야 천유강에 대한 오해를 풀었다. 이런 아이템을 얻고 싶어도 얻지 못하는 아이템이다. 그런 아이템을 단지 자기 욕구를 풀기 위해서 들고 다닐 리 없다.
겨우 오해를 풀고 한숨을 돌리고 있을 때 이번에는 배대강이 나타났다.
“미안하다. 조금 늦었...... 너!!! 어쩐지 여자한테 관심이 없더니 그런 취향이었냐?!”
누가 남매 아니랄까 봐 같은 레퍼토리로 흥분해서 떠들어대는 배대강까지 겨우 진정시키자 천유강이 퀭한 눈이 되었다.
“그럼 버그라는 거냐?”
브레이어의 능력치를 확인한 배대강이 다시 그것을 천유강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아마 그렇겠지.”
“하지만 이제까지 디멘션 월드에서 버그가 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 없어.”
배연아의 말대로 이제까지 디멘션 월드가 만들어진 지 5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신기하게도 그 어떤 버그는 물론이고 밸런스 붕괴로 인한 유저들의 원성 같은 것도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만큼 완벽하게 만들어진 게임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일어났다.”
천유강의 말에 배연아가 턱에 손을 받치고 말했다.
“오빠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히든피스를 푼 거 아냐? 가진 많은 아이템 중에서 하필 이거 하나만 얻었다는 게 이상하잖아.”
“그런가?”
“그렇겠지. 뭐. 아니면 어때? 손해 볼 건 없잖아? 이거 팔아도 돈 꽤 받을 텐데.”
“그렇긴 하지.”
브래지어라는 요상한 형태지만 능력치는 좋다. 아니 비정상적으로 좋다. 팔기 아까울 정도로 좋다.
그래서 천유강은 무심코 배연아에게 말했다.
“그런 네가 가져라. 매력 스탯은 소용없겠지만 다른 능력치도 좋잖아.
주된 능력치는 매력 스탯 300이지만 다른 옵션들도 사기적일 정도로 좋다. 거기다가 갑옷에 겹치지 않으니 금상첨화였다.
하지만 천유강의 말을 들은 배연아의 얼굴이 경직되었다.
“어......나.이.거.필.요.없.어.”
“응? 왜?”
“그냥. 필요 없다고.”
배연아의 반응에 천유강을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배대강은 배꼽을 잡고 크게 웃기 시작했다.
“크크크크크!!!! 야~ 유강아. 보면 모르겠냐? 그게 연아한테 맞을 거 같아?”
“뭐?”
“배연아 저거 별명이 앞으로 뒤태인데.......”
퍽!!
“우악!!”
배연아가 팔꿈치로 배대강의 명치를 가격했다.
“닥쳐!”
배연아는 170 초반의 키와 늘씬한 몸매를 가져서 모델 뺨치는 비율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볼륨감을 가지지 못해서 앞으로 뒤태, 아스팔트의 껌딱지라는 별명을 가졌었다.
그에 비해 천유강이 가지고 있는 브래지어는 서큐버스 퀸 종족의 속옷답게 수박도 담을 것 같은 거대한 용량을 지녔다.
A와 E의 사이에는 너무 많은 알파벳이 있었다.
그제야 사태를 파악한 천유강은 얼굴이 새빨개진 사촌 여동생의 어깨를 두들기며 상냥하게 말했다.
“낙담 마라. 네 체형이 전투할 때 훨씬 유용하잖아. 예전에 아마조네스들은 일부러 가슴도 절개 했다는.......”
“오빠가 더 싫어!!!”
결국 천유강과 배대강은 배연아의 분노를 온몸으로 다 받아내야 했다.
.
.
.
한바탕 소란이 일어나 바닥까지 떨어진 체력을 회복하고서야 주제를 돌릴 수 있었다.
“그래서 타천사 계열로 환생한 거냐?”
배대강이 천유강의 변한 외형을 보고서 말했다. 지금 천유강은 날개를 집어넣은 상태였지만 그것 말고도 한눈에 봐도 타천사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외형이 달라져 있었다.
그에 비해서 배대강은 아직 종족을 선택하지 않은 상태였고 배연아는 엘프로 환생했다. 활을 사용하는 만큼 활에 이점을 갖는 엘프가 제격이었다.
“타천사라....... 특이한 종족을 골랐네?”
“승급할 직업이 마족용이라서 어찌하다 보니깐 그렇게 됐다.”
“하지만 타천사라면 민첩 위주라서 너한테 어울리긴 하겠다.”
천유강을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던 배연아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근데 왜 갑옷을 안 입고 있어?”
천유강은 지금 갑옷을 벗고 일반적인 천 옷을 입고 있는 상태였다.
“이 문신을 얻었는데 대신 갑옷을 못 입게 됐어.”
천유강은 옷을 내려 슬쩍 문신을 보여주었다.
다행히 천옷은 갑옷으로 취급이 되지 않아서 웃통을 벗고 다녀야 하는 불상사는 막을 수 있었지만 모든 방어구 중에서 갑옷이 차지하는 비중이 40%가 넘는다.
예상대로 방어력의 큰 하락은 막을 수 없었다.
“그래도 갑옷은 있어야 하지 않아? 그 문신의 능력이 뭔데?”
“행운 스탯 777이다.”
그 말에 배연아가 놀라 눈이 커졌다.
“헐~ 행운이 777나?”
이제까지 들어본 사람 중에서 운이 가장 높은 사람은 갬블러라는 직업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 사람의 운이 70대였는데 운 777이라면 그것만으로도 10배가 넘는다.
“그건....... 진짜 좋네. 갑옷을 포기할 만해.”
그 말에 배대강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운 스탯이 좋냐? 별거 없지 않아?”
“그렇지 않아. 운 스탯에 따른 크리티컬 확률하고 데미지는 모두에게 잘 알려졌지만. 그 밖에 효능이 엄청나데. 아이템 드랍율이나 숨겨진 장소나 던전 같은 것도 잘 찾게 되고.”
“그래?”
배대강이 천유강을 유심히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나오는 상자는 다 네가 열어라.”
“그러지.”
“그럼 마땅한 퀘스트가 없으니깐 용병 길드나 가자.”
현재 가지고 있는 퀘스트가 없으면 가장 퀘스트를 얻기 쉬운 방법은 바로 용병 길드에 들리는 것이다. 막연하게 사냥하는 것보다 용병 길드의 퀘스트도 클리어하는 것이 훨씬 얻는 것이 많다.
그래서 셋은 용병 길드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그 때는 어떻게 된 거냐??"
입학식 날, 배대강이 신지후를 불러 세우더니 뭐라고 말하고는 셋이 같이 사라졌었다.
"아...뭐...."
배대강은 손가락으로 콧잔등을 긁으며 쑥스러워하며 말했다.
"오빠가 결국 신지후 오빠의 길드에 들어갔어."
"길드에 들어갔다고? 이유가 뭐야? 싫다는 듯 말하지 않았어?"
"아 그게......."
배대강이 난감한 듯 대답을 주저하자 옆에 있던 배연아가 대신 말했다.
"왜긴 왜야 그 지현이 때문이지."
배연아가 실실 웃으며 자꾸 배대강을 놀려댔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여자에게는 관심 없고 오직 싸움에만 관심 있더니. 쿡쿡 오빠도 남자는 남자구나. 이제 다 컸네. 이 동생은 이제 안심했어. 왠지 기분이 묘한 게 아들내미 장가보내는 엄마의 기분인걸."
"1절만 해라, 배연아."
"헹~ 나한테 잘 보여야 할걸? 나는 이제 제법 지현이랑 친해졌다고."
"큭~"
배대강은 진심으로 분해했다.
"그러고 보니 웬일이야? 오빠가 우리랑 같이 다니자고 하고?"
"아 그게......"
“그래 난 잘못 들은 줄 알았어. 우리가 그동안 그렇게 설득해도 같이 다니지 않았잖아.”
배대강 남매들만이 아니라 천유강은 디멘션 게임에서 한 번도 파티를 맺은 적 없었다. 덕분에 ‘독고다이’라는 웃기는 이름의 S 등급의 엠블럼도 획득했다.
하지만 베타 테스트 플레이어가 된 후에는 레벨의 부족을 절감하고 있었다. 아무리 탁월한 전투 센스로 스탯을 커버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레벨의 차이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솔로 플레이보다는 파티 플레이가 더 안정적이고 경험치도 더 많이 벌 수 있다. 그래서 배씨 남매를 부른 거다.
"잠깐! 일단 쇼핑 좀 하자 오빠."
용병 길드에 가기 전에 어제 얻었던 아이템들을 팔고 소모품들을 사기 위해서 잡화점에 먼저 들르려 했다.
와글와글
시장에는 생각보다도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특히 한 부분에 사람들이 몰려 있어서 넓은 길인데도 꽉 막혀서 지나갈 수가 없었다.
시장이라는 곳이 원래 복잡한 곳이지만 이번에는 그 수가 너무 많았다.
"뭐지? 무슨 퀘스트 몬스터라도 떴나?"
궁금하게 여긴 배연아는 그곳에 있는 사람 중 하나에게 물어보았다.
"무슨 있나요?"
"여기 지금 파이브 쥬얼즈가 방송을 하고 있다고 해요."
유명한 여자 아이돌 그룹인 파이브 쥬얼즈가 방송 촬영 때문에 이곳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 많은 인파들은 모두 그들을 구경하기 위한 것이었다.
"사람 겁나게 많네."
배대강이 주변을 돌아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옆에서 배연아가 팔짱을 끼고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중얼거렸다.
"연예인들 TV에서만 보면 됐지. 뭐가 좋아서 이 난리래?"
"그러는 너도 남자 가수들만 보면 꺅꺅거리잖아."
"내, 내가 언제!"
배연아는 얼굴을 붉히며 부인했지만 천유강도 평소에 그녀에 방에 남자 아이돌 사진들이 여기저기 붙어 있는 것을 봤다.
"하여간 오늘은 물건 사기는 그른 것 같네 팔 것만 팔고 용병 길드나 가자."
그렇게 도착한 용병 길드는 마을의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생각한 것보다는 세련되어 있었다.
카운터에 앉아있는 것은 예쁘장하게 생긴 여성이었다.
"어서 오세요. 용병 패를 소지하고 계시는가요?"
"예. 여기 있습니다."
배대강은 주머니에서 금속 조각을 꺼내어 여자에게 건넸다.
"A급 용병이시네요. 그러면 S급 이상의 용병들이 수행할 수 있는 것들만 빼고는 모두 가능합니다. 그 저쪽에 있으니 참고하세요."
여자가 가리킨 곳에는 거대한 게시판이 있었고 그곳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목록들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기 보모 구함
보상 : 15 실버
자격 : 없음
현재 신청자 0명
보표 구함 스케인 도시까지
총 필요 인원 7명
보상 : 마력의 반지
자격 : C급 이상
현재 신청자 3명
고량주 구함
보상 : 아이언 링
자격 : 없음
현재 신청자 1명
"왁! 이거다 이거!"
"응? 뭐데?"
배연아가 가리키는 스크롤에 다가간 배대강은 손을 들어서 갖다 댔다.
죽음의 신전에 서식하는 언데드 처치
보상 : 마력 화살 생성 스킬북
자격 : A급 이상
현재 신청자 0명
"스킬북? 이게 뭔데?"
"이건 스킬로 만드는 화살의 일종인데 능력치는 그다지 높지는 않지만, 화살이 부족할 때 쓸 수 있어서 나 같은 궁수에게는 꼭 필요한 화살이야. 나 이거 꼭 필요하단 말이야."
"화살을 생성하는 스킬이냐?"
"응 궁수들은 화살에 신경 써야 하니깐 골치 아픈데 이런 스킬이 있다면 마음 놓고 활을 쏠 수가 있지. 전부터 꼭 가지고 싶던 물건인데 마침 이렇게 나왔네. 오늘 운이 좋다."
"이런 스킬북이나 주는 일이면 뭔가 골치 아플 거 같은데?"
"괜찮아. 우리 정도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니깐 빨리 출발하자. 다른 사람이 보고 먼저 신청하면 안 되니깐."
말을 마친 배연아는 다시 카운터 쪽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저거 죽음 신전에 사는 언데드 처지를 신청할게요."
"예 접수되었습니다."
여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천유강은 자신의 눈앞에 창이 뜨는 것이 보였다.
퀘스트 목록
죽음의 신전에 있는 몬스터들을 처치하라
조건 : 최하층 있는 드레드 로드 5 마리를 처리해라.
제한시간 : 4 시간
보상 : 스킬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