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체념하고 천유강은 이번에는 머리를 쓰기로 했다.
무작정 오르는 것이 아니라 산의 생김새를 보고 덜 험악하고 빠른 길을 찾기로 한 것이다. 오랜 시간 산에 있었던 천유강이었기에 웬만한 지형은 멀리서도 파악이 되었다. 그렇기에 정상까지 가는 길 중에서 가장 빠른 길을 찾았다.
체력이 고갈되어 집중이 떨어진 탓일까? 위로 갈수록 마계 황금 약초가 찾기 힘들어졌다. 비축해놓은 약초가 다시 2개로 떨어졌을 때, 다시 위기가 다가왔다.
"침입자다! 침입자를 막아라!"
[세인트 나이트]
(LV 60)
세인트 나이트는 신족들의 대륙에서 보이는 몬스터로 창으로 공격하는 최하위 신족이다.
우습게도 마계의 한복판의 신족의 몬스터가 있는 것이다.
창을 손에 든 세인트 나이트들이 천유강을 보고는 돌진했다.
"큭!"
이번에는 홀리 볼처럼 쉽사리 도망갈 수도 없었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천유강이었기 때문에 도망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맞서 싸운 것을 선택했다. 천유강은 적들이 진영을 갖추기 전에 공격했다.
가까이 다가가니 세인트 나이트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창으로 찔러왔다.
누가 봤다면 천유강이 창에 찔렸다고 생각할 상황이었지만 사실은 창을 겨드랑이 사이에 끼어놓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어놓은 상태였다. 창을 고정시켜 적이 움직이지 못하게 막은 후에 창을 잡아당겨 세인트 나이트를 끌어들인 후에 손날을 급소에 꽂아 넣었다.
천유강의 무기도 이미 높은 공격력과 최상급의 옵션들을 자랑하는 최고의 무기다. 거기에다 적의 공격이 천유강과 상극이지만 천유강의 공격 역시 신족과 상극인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천유강의 무기에 붙은 암속성의 공격에 주요한 거 같았다.
챙!
한 마리를 그렇게 잡았지만 적은 한 명이 아니었다. 한 마리를 죽이니 다른 세인트 나이트들이 경계하며 주위를 포위했다.
"큭!"
적들의 지능이 상당한 듯, 천유강이 만만치 않은 적이라는 것을 깨닫자 일종의 차륜전을 펼쳐왔다.
동시에 공격해서 천유강의 힘을 빼놓은 후에 빈틈이 생기면 어김없이 창을 찔러 넣었다. 동료가 위협하다 싶으면 도와주고 기회다 싶으면 쉬지 않고 몰아붙였다.
정교한 공격이었지만 이미 어린 나이부터 수많은 전투경험을 쌓아온 천유강에게는 파쇄하기 어려운 작전은 아니었다. 어렵지 않게 합공을 피해내고 기회가 보이자마자 뻗은 천유강의 공격에 적들은 차례차례 무너졌다.
마지막 세인트 나이트가 쓰러지자 레벨이 7이나 올랐다. 하지만 그것을 좋아할 틈이 없었다. 약초 하나를 입에 쑤셔 넣으니 이제 남은 약초는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서둘러야 했다.
예상은 했지만 싸움으로 스테미너가 많이 떨어진 상태, 천유강은 이를 악물고 정상을 향해 달려나갔다.
마지막 약초마저도 입에 넣은 천유강은 얼마 남지 않은 정상을 향해 뛰어갔다.
102초
101초
100초가 남았을 때 정상이 거의 눈에 보일 듯했다.
다행히도 천유강에 눈에 또 하나의 마계 황금 약초가 보였고 재빨리 약초를 얻고 혀를 깨물며 뛰었다.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추스르며 꾸준히 뛰어가니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헉~ 헉~"
이럴 줄 알았다면 인내에 좀 더 스탯에 투자해야 했다고 생각하며 천유강은 정상에 있는 마계 황금 약초를 찾았다. 그리고 그것은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설마 이것인가?"
정상에 있는 마계 황금 약초는 다른 것과는 달리 크기가 매우 컸다. 다른 약초보다 10배 정도 커다란 황금색의 풀이 산의 정상에 홀로 고고하게 자라나 있었다.
"이제 이것을......"
약초를 잡은 천유강은 늘 힘을 주어서 잡아당겼다.
드드드드
그러자 천유강이 서 있는 자리가 지진이 난 듯, 떨러 오기 시작했다.
"뭐지? 지진인가? 아니면 화산 폭발?"
하지만 땅의 떨림은 산 전체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천유강이 서 있는 바로 그 자리만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드드드드드드!!!
그리고 그 떨림이 정정에 달하였을 때 마계 황금 약초가 있는 위치가 갑자기 갈라지기 시작했다.
턱!
그리고 땅이 갈라진 위치에서 손과 같은 형상이 땅을 잡더니 천천히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크아아아아악!!!!"
[마계 황금초]
(LV 150)
놀랍게도 그것은 마계 황금초 본인이었다. 머리에 약초를 달고 마치 인형산삼처럼 생긴 뿌리 부분이 요수화가 된 강력한 몬스터였다.
일어난 마계 황금초는 무같이 통통한 몸에 머리 부분에만 풀이 나 있고 얼굴 형태도 또렷하게 나 있었다.
"설마 이게 마지막 관문인가?"
쿵 쿵 쿵 쿵!
마계 황금초는 자신의 잠을 깨운 천유강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듯이 거대한 몸을 이끌고 달려왔다.
쾅!!!
덩치는 컸지만 놀랍게도 매우 민첩했다. 순식간에 천유강의 거리를 좁힌 황금 마계초는 천유강이 피하고 서 있던 나무를 강타했다.
우드드드득
그 주먹 한 방에 나무가 우지직 소리를 내며 허리부터 두 동강이 났다.
위협적인 공격이었지만 자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균형이 앞으로 쏠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천유강이 발로 등 뒤를 공격했다.
깡!!!!!
"큭!"
공격한 것은 천유강인데 본인의 다리가 저렸다. 마치 철벽을 두드린 것과 같은 느낌이다.
"무우~~~~!"
황금 마계초가 간지럽다는 듯이 팔을 휘저었다. 그러나 그 장난 같은 움직임에도 바위를 부술 힘이 들어가 있어 급히 몸을 피해야만 했다.
쉽지 않은 적이다.
당장 앞의 적도 만만치 않은데 천유강을 압박하는 것이 또 하나 있었다.
70초
69초
68초
바로 시간이었다. 현재 예비로 가지고 있는 약초는 단 한 개였다. 이대로라면 이 황금 마계초를 물리쳐도 시간이 모자라서 쓰러질 판이었다.
그래서 천유강은 최대한 시간을 벌기로 생각했다.
어차피 다시 내려가는 길, 유인해서 내려가면서 약초를 찾아내려는 것이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가는 것보다 체력 소비가 절반도 안 되니 스테미너 걱정은 한시름 덜었다.
비록 마계 황금초 괴물이 빠르긴 하지만 덩치가 커서 나무가 많은 산을 빠르게 내려오는 것은 어려우리라 판단한 천유강은 일부로 나무숲이 울창한 곳을 향해 뛰었다.
"무우~~~~~~!!"
황금 마계초는 나무를 꺾으며 광전사처럼 천유강을 향해 돌진했다.
'예상대로다.'
과연 마계 황금초는 나무를 헤치며 오느라 제 속도를 내지 못하였다. 그 틈을 탄 천유강이 눈에 보이는 약초들을 채집하며 시간을 벌었다.
그때 갑자기 마계 황금초의 머리에 있는 풀 부분이 황금색으로 빛이 났다.
우우우웅!
어떤 기와 같은 것이 모이는 것이 느껴져서 뒤를 돌아보니 마계 황금초의 머리 부분에서 강력한 기운이 천유강에게 쏟아지는 것이 보였다.
"윽!"
콰지지지지직!!!!
피할 수 없는 빠르기였다.
천유강은 발걸음 한번을 할 새가 없이 날아오는 공격에 그저 몸을 웅크린 채 막을 수밖에 없었다.
"무우우우우우!!!!!"
분명히 방어했음에도 강력한 고통이 뇌리까지 파고들었다. 황금빛에 맞은 천유강은 멀리 날아가 산의 비탈길에서 힘없이 굴러떨어졌다.
데굴 데굴 데굴
"크윽!"
한참을 산 경사면을 따라서 굴러떨어졌다.
단 한방에 전체 체력 포인트가 3분의 2이나 줄었다.
"이거 장난 아닌데?"
10초
9초
8초
제한시간이 다 되어 약초를 씹은 천유강에게 쉴 틈도 없이 황금 마계초가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무우!"
쿵!!!!!
황금초는 화가 끝까지 난 듯 높은 절벽을 아무런 대비 없이 그냥 뛰어내렸다. 마치 거대한 곰이 덮치는 것 같은 광경.
"윽!"
자신이 누워 있는 쪽으로 정확하게 뛰는 것을 본 천유강이 옆으로 데구르르 굴렀다.
쿵!!!!!!!!
천유강이 누워 있던 자리가 50센티 정도가 깊숙이 파였다. 그냥 그 자리에 있었다면 즉사했을 것이다.
'이 괴물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나......'
이런 종류의 괴물은 그냥 상대하면 안 된다. 급소를 찾아서 그 자리를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약점을 알아도 워낙에 강력하기에 상대하기 힘들었다. 더군다나 시간의 제약이 있기에 느긋하게 상대할 시간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천유강은 일단 이 영역을 넘어가기로 정했다.
이곳은 자신에게 너무나도 불리하다. 하지만 산 아래로 내려가면 페널티가 없어진다. 그러면 도망치거나 해치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천유강은 계속 마계 황금초를 유인하며 내려갔다.
“무우!!!!”
그렇게 쫓고 쫓기는 동안 황금 마계초의 머리의 풀 부분에서 다시 한번 황금색 기운이 뭉치는 것이 보였다.
"윽!"
우우우우우웅
황금 기운이 절정에 달하고 막 방출하려 하자 천유강은 숨을 곳을 찾지 못해서 그냥 절벽 아래로 무작정 뛰어내렸다.
"흡!"
천유강이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는 것과 동시에 황금색 빛줄기가 뿜어져 나갔다.
콰지지직
빛에 닿는 모든 것이 소멸하였다. 나무와 풀을 비롯하여 심지어는 산의 귀퉁이도 잘려나갔다.
"잘도 저런 것을 맞고도 살아있구나."
절벽에 달린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로 천유강이 중얼거렸다.
"무우!!!!"
자신의 공격을 피한 것이 분노라도 했는지 황금 마계초는 천유강을 보며 울부짖었다.
"윽!"
당장에라도 뛰어 내려올 것 같은 모습에 천유강은 서둘러 나무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아니라 다를까.
쿵!!!!!!!!
황금 마계초가 그 높은 절벽을 뛰어 내려왔다.
"휴~"
한숨을 내쉰 천유강이 얼굴을 찡그리며 다시 뛰기 시작했다.
다행히 오르막길이 아닌 내리막으로 왔기에 올라갈 때보다 시간이 훨씬 단축되었다.
황금의 산의 시작 부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남아있는 마계 황금 약초를 씹어 먹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나갔다.
쿵! 쿵! 쿵!
뒤에서 쫓아오는 마계 황금초의 발소리가 점점 커졌다. 이제는 거의 산에서 내려와 나무도 없으므로 거칠 것이 없다는 듯이 쫓아왔다.
지치지 않는 황금 마계초와는 대조적으로 천유강은 점점 지쳐갔다.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장면.
귀여운 모습의 마계 황금초를 피해서 도망가는 모습은 코메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게 했지만 천유강은 진지했다. 공격 한 방에 이제까지 진행했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수 있는 것이다.
둘 사이에 거리가 거의 다 좁혀졌을 무렵, 마침내 천유강은 산의 경계면을 빠져나왔다.
"무우우우!!!"
황금산을 빠져나오니 황금초에게 부담이 되는 듯, 비명이 반쯤 섞인 포성을 질렀다.
쿵 쿵 쿵 쿵
그래도 속도는 늦추고 있지 않았다. 변함없이 육중한 몸매를 이끌고 천유강을 향해 돌진해 왔다.
질겅질겅
산에서 나오자마자. 가지고 있는 약초를 종류별로 씹었다.
그리고 약초의 효력이 발휘되자 발걸음을 멈추고 정면으로 황금 마계초를 바라보았다.
도망갈 체력도 남지 않았지만, 이제는 더 도망간다면 체력 낭비일 뿐이다. 싸워야 할 때다.
천유강은 주먹을 꽉 쥐고 다가오는 황금 마계초를 노려보았다.
"핫!"
천유강은 이판사판으로 정면대결을 시도했다.
바로 황금 마계초의 머리 부분에 있는 풀 부분을 노린 것이다.
'급소가 있다면 저기 밖에 없다.'
탁
천유강은 높게 점프해서 위에서 풀을 공격하려 했다.
"무우우!"
하지만 그의 시도는 황금 마계초가 천유강의 발목을 낚아채면서 실패하고 말았다.
"어엇!"
천유강의 발목을 잡은 황금 마계초는 천유강을 마치 공깃돌을 다루듯이 빙빙 돌리더니 멀리 던져버렸다.
붕!
사람의 몸이 마치 야구공이 날아가듯 세계 날아갔다.
풍압만으로도 고막이 터질 것 같았지만 천유강은 최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떨어질 때 낙법을 써서 충격을 완화했다.
데구르르르
처참하게 날아가서 땅바닥을 뒹굴었다. 다행히 직접적인 타격이 아니라 충격이 덜하였지만, 상태가 원래 좋지 않았기에 이런 공격 하나에도 조심해야 했다.
"퉷!"
흙먼지 속을 구르고 입에 들어간 먼지를 뱉어내고 다시 한번 마계 황금 약초를 향해서 뛰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