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를 테스트한다고?”
[그렇습니다.]
“무슨 테스트?”
[지금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여전히 알 수 없는 말이었다. 천유강은 아직도 디멘션 월드를 단지 게임으로만 생각하고 있었기에 이 현상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도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내가 거부한다면?”
[거부하셔도 플레이어님에게 아무런 페널티는 없으니 안심하시길 바랍니다.]
“.........뭐가 뭔지 모르겠네.”
질문하면 할수록 더 머릿속이 엉키는 기분이었다. 천유강은 깊게 한숨을 내쉬고 머릿속을 정리했다.
그런 천유강의 모습을 자신을 도우미라고 밝힌 여자 형상은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아직 혼란스럽군.”
[그런 플레이어님을 위해서 초반 튜토리얼을 준비했습니다.]
“튜토리얼?”
[네. 짧은 경험으로 충분히 설명이 가능할 겁니다.]
도우미가 한번 손을 내저으니 빈 허공에서 갑자기 푸른색으로 빛나는 포탈이 생성되었다.
디멘션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포탈로 들어가면 전혀 다른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다. 하지만 그걸 현실에서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곳에 들어오시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튜토리얼이 실행됩니다.]
“나보고 저길 들어가라고?”
자고 있는 공간에 쳐들어와서 알 수 없는 말만 하고는 갑자기 수상한 포탈로 들어가라고 하니 천유강이 네 알겠습니다! 라고 하며 들어갈 리 없었다.
천유강이 망설이고 있자 다시 도우미가 입을 열었다.
[저 통로는 균열이라고 불리는 포탈입니다. 5분 후에 닫히게 되고 튜토리얼에 참가하지 않은 플레이어는 베타 테스트 플레이어의 자격을 상실하게 됩니다.]
그렇게 말하자 도우미의 머리에 갑자기 5분의 카운트다운이 생성되었다. 마치 천유강이 거절해도 아무 상관이 없다는 뉘앙스였다.
천유강은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
사실 천유강이 저 수상한 포탈에 들어갈 이유는 없었다. 베타 테스트 플레이어가 되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고 아직 자신이 가진 것도 다 소화하지 못하는 천유강이 다른 것을 탐할 이유도 없었다.
단지 마음을 끄는 단 하나의 이유는 요즘 정체된 자신의 상황이었다.
천유강은 동년배의 친구들과 비교해볼 때 성장 속도라 확연히 차이가 난다. 이미 21살의 나이에 절정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고도 무려 초절정의 초입에 다다르고 있었다.
범인이 평생을 무공을 연마한다고 해도 절정의 경기까지 도달하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천유강은 이미 15살의 나이에 절정의 경지에 도달했었다. 전 세계를 다 뒤져봐도 찾기 힘들 만큼 빠른 성장이었다.
문제는 이 경지에서 지난 몇 년간이나 정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때로는 오히려 수준이 뒤로 떨어지는 기분마저 들으니 조바심이 나는 건 당연했다.
그래서 천유강이 처음으로 튜토리얼에 관심을 보였다.
“내가 얻을 수 있는 보상이라는 게 뭐지?”
[그건 튜토리얼에 들어가면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런가?”
천유강이 망설이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도우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안에 들어가도 튜토리얼이니 안전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도우미의 말에 천유강은 문득 생각이나 물었다.
“튜토리얼이라서 안전에는 문제없다니? 그럼 튜토리얼이 아니면 위험할 수도 있다는 말인가?”
[그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죽을 수도 있다는 소리 같은데?”
[실제로 그렇습니다. 다만, 그만큼 보상도 확실할 겁니다.]
“그런가? 단순한 게임의 연장선이 아니라는 말이지?”
위험할 수도 있다는 말에 다른 사람이라면 부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었겠지만 천유강은 오히려 그 말에 더 흥미를 보였다.
단순한 게임이 아닌 위험이 도살이고 있는 모험이라면 지지부진한 자신의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알겠다. 일단 믿어보지.”
위험한 함정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천유강은 자신의 지금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모험을 하기로 한 것이다.
[그럼 균열에 들어오시길 바랍니다.]
천유강은 일렁이는 포탈을 보고는 깊게 심호흡을 하고 걸음을 옮겼다.
위잉~
포탈에 발을 들여 넣자마자 순식간에 천유강의 몸이 사라져버렸다.
남겨진 천유강의 방에는 다시 고요만 남았다.
슈우우웅~~
시야가 일그러지는 것이 느껴지더니 참을 수 없는 어지러움이 자신을 지배했다.
시간이 지나서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자신이 전혀 다른 세계에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초원이네.”
눈앞에 보이는 광경은 놀랍게도 디멘션 월드에서만 볼 수 있는 이질적인 수풀들이 자라나고 있는 초원이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자신의 모습이었는데, 분명 잠옷 차림으로 포탈에 들어왔는데 지금은 무구들로 풀무장한 상태였다.
“이건 내 캐릭터인데?”
천유강은 다시 디멘션 월드에서 활동하는 장비를 모두 착용하고 있었고 심지어 상태창과 같은 게임 속 시스템도 사용할 수 있었다.
혹시나 하고 내공을 운용해봤으나 역시나 단전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렇게 여러 가지 시험해본 결과 완전히 디멘션 시스템이 지배되는 세계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다시 도우미가 나타났다.
[준비가 끝났으면 튜토리얼을 시작하겠습니다. 혹시 다른 질문 있으십니까?]
“현실의 힘으로 싸울 수 없는 건가?”
[죄송하지만 이 테스트는 이 시스템을 시험하기 위함입니다. 당연히 디멘션의 룰에서 싸워야 합니다.]
“그렇군. 이해했다.”
천유강이 디멘션 게임을 하는 이유는 다른 이들처럼 게임을 즐기기 위함이 아니라 현실에서 모자란 점을 보충하고 부족한 전투 경험을 채우기 위함이다.
그러니 게임 캐릭터가 아닌 본신의 힘으로 싸우고 싶었으나 도우미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현재 플레이어님은 다른 지원자들과 다르게 캐릭터의 능력보다 본신의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플레이어님이 꾸준히 디멘션 월드에서 활동하신다면 그 상하관계는 곧 뒤바뀔 것입니다. 그리고 현실의 힘으로는 고 레벨의 던전을 클리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런가?”
아무리 천유강이 절정의 고수라도 그 능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레벨이라는 시스템이 있는 디멘션의 케릭터들은 사기적인 아이템들과 칭호와 엠블럼 같은 것의 도움으로 얼마든지 강해질 수 있다.
그것은 천유강이 진정한 초절정의 경지에 올라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 이제 뭘 하면 되지?”
[이곳은 임시로 만들어 놓은 개방형 던전입니다. 튜토리얼이니 플레이어님보다 최소 100 레벨의 차이가 나는 적들이 생성되었습니다. 적들을 물리치고 적 보스를 처치하는 것이 이번 튜토리얼의 임무입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그게 끝인가?”
[네. 다른 설명은 임무를 진행하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도우미의 설명이 끝나고 천유강은 주위를 둘러보고는 멀리 보이는 건물을 발견했다.
그 건물은 짐승들의 가죽과 거대한 뼈들을 얼기설기 엮어서 만들어져 있었는데 붉은색 안료를 사용해 채색해놓아 호전적인 느낌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오크 부락이네.”
현재 천유강의 레벨은 300이어서 레벨 100이상 차이가 나는 오크 부락이 설정되어 있었다. 오크들은 부족에 따라서 레벨이 천차만별로 달랐는데 현재 천유강의 앞에 있는 오크 부락은 그중에서도 거의 최약체에 속했다.
[플레이어님이 포탈 안에 들어오면 이렇게 특정한 세계가 구현되어 있고 퀘스트 형식으로 임무가 주어지게 됩니다. 섬멸에서 구출, 보물 탐색, 탈출 등 여러 가지 형식의 퀘스트가 있으나 포탈 안에 들어오기 전에는 자세한 퀘스트를 알 수 없습니다.]
“잠깐 그 전에 그 포탈에 대해서 알려줘야지. 아까처럼 내 방에 포탈이 생기는 건가?”
[아닙니다. 그건 튜토리얼이라서 플레이어님의 주변에 제가 생성한 겁니다. 다른 균열은 전 세계 각각에 흩어져 있습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다고? 하지만 내가 살면서 그런 건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
[테스트 플레이어가 아니면 절대 볼 수도 들어갈 수도 없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 시각부터 플레이어님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클리어하면 그 즉시 균열은 사라지게 되고 클리어하지 않아도 일정 시간이 흐르면 사라지니 균열을 확인한 후에 최대한 빠른 시기에 클리어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그러면 균열에 들어가고 싶다면 그 균열들을 찾아다니라는 거네?”
[그렇습니다. 균열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지만 플레이어님이 원하신다면 찾기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이 던전이라는 곳에 한 번 들어오면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나갈 수 없는 건가?”
[그건 아닙니다. 들어온 포탈을 통해서 얼마든지 밖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단 탈출 퀘스트 같은 특정한 임무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할 때가 있으니 신중하게 균열을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이해했어. 그러면 보상이라는 건 뭐지?”
[보상은 두 가지 형식으로 주어지게 됩니다. 우선 적들을 처치하신다면, 그다음에 보상에 관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천유강은 도우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앞으로 걸어갔다. 조금 걸으니 오크들이 무리를 지어서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다만 튜토리얼이라서 그런지 오크의 군락도 단 한 채밖에 보이지 않았고 오크들의 숫자도 다 합쳐도 10마리가 넘어 보이지 않았다.
레벨 차이가 100 이상 차이가 나니 이 정도 숫자의 오크라면 전부 덤벼도 천유강에게 아무 위험이 되지 않았다.
“캬악! 인간이다!”
천유강을 본 오크들이 무기를 들고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런 움직임은 디멘션 안에서와 다르지 않았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들고 있는 무기가 게임에서보다 더 형편없었는데 녹슬어 있거나 고물에 가까울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혹시 일어날지 모르는 튜토리얼에서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적들의 전체적인 장비가 한 단계 낮춰져 있습니다.]
“레벨 100 차이면 충분하지만...... 뭐 알겠다.”
이 정도 차이라면 일부러 죽고 싶어도 죽기 힘들 정도였다. 천유강은 가볍게 적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포인트 1점을 얻었습니다.]
오크를 처리할 때마다 포인트를 얻었다고 투명한 알림판이 허공에 떴다.
“포인트?”
[이 규열 안의 던전에서 적들을 처리하거나 임무를 완수하면 포인트라는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게 보상이라는 건가? 이걸 어디에 쓰라는 거지?”
[포인트를 소비해서 장비를 각인시키면 디멘션 상의 물건을 현실로 가져올 수 있습니다.]
“물건을...... 현실로 가져온다고? 게임 아이템을?”
[그렇습니다. 꼭 아이템이 아니라도 NPC를 현실로 불러올 수 있습니다.]
“아무 아이템이나 NPC가 가능한 건가?”
[그건 아닙니다. 아이템을 현실로 가져오기 위해서는 본인이 소유한 아이템이어야 하고 NPC를 불러오기 위해서는 NPC 본인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만약 동물이라면 친밀도가 높아야 합니다.]
“설마 그 아이템이 현실에서도 게임에서처럼 똑같은 능력을 가진다는 말은 아니겠지?”
[그렇지 않다면 보상이라고 할 수 없겠죠. 현실에 가져온 아이템들은 모두 디멘션 안에서와 동일한 능력을 가집니다. NPC도 마찬가지이고요.]
도우미의 말에 천유강은 이 보상이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게임상의 능력을 가진 아이템들이 이 세상에 나타난다면 그 파급력이 얼마나 커질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말도 안 돼. 베타 테스트 플레이어라는 사람이 나 혼자만 있는 것은 아니지?”
[그렇습니다. 현재 베타 테스트 플레이어님들은 전 세계적으로 약 만 명 가까이 있습니다.]
“만 명이라.......”
만 명이라는 숫자는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전 세계 디멘션 인구가 50억이 넘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많은 숫자도 아니었다.
“생각보다 많지는 않군.”
[배타 테스트에서 죽은 플레이어님들도 상당합니다. 그리고 던전에 들어가는 것을 포기한 플레이어님들도 많아서 현재 실제로 활동하고 있는 플레이어님들은 천 명 정도입니다.]
게임에서 죽으면 페널티를 얻고 다시 살아나면 그만이지만 이곳에서 죽으면 정말로 죽게 된다. 그러니 아무리 용감한 사람이라도 이런 곳에서 활동하는 것이 겁나지 않을 수 없었다. 보상이 탐나긴 하지만 자신의 목숨보다 더 귀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