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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디멘션 게임 (구)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7.6.17

대재앙이라고 불리는 지독한 전쟁이 끝난 후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새로운 힘을 얻어 다시 문명을 구축하던 인류 앞에 완벽하게 구현된 가상현실게임이 나타난다.
누가 만들었고 왜 만들었는지도 알 수 없는 게임이었지만 사람들은 이 게임에 열광했고 인류의 대부분이 즐길 정도로 보편화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게임이 변화하기 시작했고 현실에 큰 영향을 주게 시작했다.
그리고 인류는 두 가지 세상 중에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혔다.
현실 아니면 게임
게임 같은 현실과 현실 같은 게임 중에서 오직 하나의 세계만 선택해야 한다면 과연 인류는 어떤 곳을 선택할 것인가.
선과 악이 아닌 가치와 가치가 충돌하는 거대한 전쟁이 다가오고 있다.

 
튜토리얼 (2)
작성일 : 17-06-17 17:55     조회 : 108     추천 : 0     분량 : 5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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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보스를 쓰러트리고 나온 아이템은 하필이면 저주 걸린 아이템이었다.

 

 이럴 때는 저주를 해제하는 스킬이나 주문서가 있어야 저주 걸린 아이템을 벗을 수 있다. 하지만 남자의 수중에는 그런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할 수 없지.”

 

 디멘션에 하루 접속할 수 있는 시간은 총 7시간이다. 지금 6시간 정도 지났으니 오늘 접속 가능 시간도 거의 다 끝나간다.

 

 던전 초입에서 이런 저주에 걸렸다면 뼈아픈 실수였겠지만 보스까지 잡은 마당에 더 이상 이곳에 볼일은 없다.

 

 이제 던전 밖에 나가서 세이프티 존에서 로그아웃만 하면 끝이다. 저주 아이템은 다음날 마을에 가서 해제해도 늦지 않다.

 

 그보다 더 애석한 것은 숨겨진 방까지 찾아가며 쓰러트린 보스가 떨어트린 아이템이 저주 템이라는 것이다.

 

 보스 몬스터는 대부분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 나타나기 때문에 디멘션 월드에서 보스 몬스터는 만나기도 힘들다.

 

 그런 귀하신 몸을 겨우 잡았는데 재료보다 못한 아이템이 나오니, 내심 돈이 될 만한 아이템을 기대한 남자가 낙담한 것도 당연한 일이다.

 

 물론 저주 걸린 아이템을 모으는 변태적인 사람이 있어서 팔면 돈을 얻을 수 있겠지만, 가격은 반의반도 안 된다.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출구 쪽으로 향하니 유저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솔로 플레이를 좋아하는 남자이기 때문에 일부러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갔었다.

 

 몬스터 선공권을 가지고 다투는 일이 몬스터를 상대하는 일보다 더 성가셨기 때문이다.

 

 "파이어 볼트!"

 

 쾅!!!!

 

 동굴의 한쪽에서 성가신 저주를 거는 몬스터인 네거티브 고스트와 싸우고 있는 여자가 보였다.

 

 여자는 힘겹게 몬스터를 처리하고는 떨어진 아이템을 확인하다가 남자를 발견하고 한걸음에 달려갔다.

 

 "안녕하세요."

 

 여자는 지나칠 정도로 친절한 미소와 능숙하지만 일본어가 짙게 묻은 억양으로 남자에게 말을 건넸다.

 

 이곳의 모든 NPC는 한국어를 사용하고 모든 문자는 한글로 되어 있다.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하고 부유한 나라가 한국이기도 하고 이런 디멘션 시스템 덕분에 세계 공용어가 한국어가 되었다.

 

 그러니 일본 여자가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것도 이상할 거 없다.

 

 “이런 곳에서 사람을 만날 줄 몰랐어요.”

 

 여자는 어깨선까지 내려오는 짧은 머리에 하얀 피부와 붉은 입술의 전형적인 일본 미인이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는 메이드를 연상하게 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에나 나올 것 같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가슴골이 훤히 다 보이는 상의와 팬티가 보일락 말락 하는 치마를 입고 있어서 남자가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곤란하게 했다.

 

 "한국인이신가요?"

 

 "그렇습니다."

 

 여자는 역시 하는 표정을 짓더니 일본인 특유의 오버스럽게 제스쳐를 하며 손뼉을 쳤다.

 

 "아~ 제겐 이 던전 너무 어려운 것 같은데, 같이 파티할까요?"

 

 상당한 미녀가 권하는 파티 신청이었으니 보통의 남자들이라면 혹할지도 몰랐다.

 

 일본 여자 특유의 애교와 나긋나긋한 말투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한 점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는 지금 나가는 중이어서 파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강경한 남자의 말에 여자는 조금 당황하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 저도 나가는 길이에요. 마을로 돌아가시는 거죠?"

 

 “네.”

 

 “그럼 잘됐네요. 저도 이제 시간이 다 돼서 마을로 가야 해요. 나갈 거면 같이 가죠. 길은 제가 정확히 알고 있어요.”

 

 “그런가요?”

 

  한국과 일본은 표준 시간은 예전에는 같았고, 지금도 거의 비슷하므로 잠자는 시간도 비슷하다.

 

 디멘션 월드는 잠을 자면서 접속할 수 있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때 접속한다. 따라서 하루 최대 접속 시간인 7시간이 끝나가는 것은 저쪽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건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제발요. 지금 마나가 다 떨어져서 혼자 던전을 나가는 게 막막하단 말이에요.”

 

 여자는 손에 쥐고 있는 장난감처럼 요란한 마법 봉을 가리키며 말했다.

 

 순간 파괴력은 강력하지만, 지속적인 전투가 불가능한 마법사의 특성상 이곳까지 오는 것만으로 마나가 모두 소모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애초에 마법사로 솔로 플레이를 하는 것이 무리였다.

 

 “알겠습니다.”

 

 여자가 이렇게까지 부탁하는데 거절할 만큼 남자는 모질지 못했다. 파티를 맺고 다니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남자지만 출구까지의 동행은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었다.

 

 “다행이다.”

 

 여자는 다시 손뼉을 치더니 웃으면 남자의 옆으로 딱 붙었다.

 

 “마나자키 미유키에요.”

 

 “전 천유강이라고 합니다.”

 

 남자, 천유강은 고개를 가볍게 숙이며 정식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제가 나가는 길 알아요. 저쪽 통로로 해서 나가면 돼요.”

 

 “그렇습니까?”

 

 과한 스킨쉽에 미유키의 가슴이 천유강의 팔에 닿았지만, 천유강은 내색하지 않고 그녀가 알려준 통로로 걸어갔다.

 

 워낙 복잡한 던전이었기 때문에 밖으로 나가는 통로를 찾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래서 여자가 길을 알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되었다.

 

 “혼자 깊숙한 곳까지 갔다가 오신 건가요? 대단해요! 전 여기까지 오는데도 몇 번 죽을 뻔했는데......”

 

 “그리 대단한 건 아닙니다.”

 

 “레벨이 어떻게 되세요? 역시 400은 넘으셨겠죠?”

 

 “아니요. 현재 299입니다.”

 

 “엑!? 겨우 299인데 이 던전에 혼자 오신 거예요? 그렇게 안 보이는데 좋은 장비를 착용하신 건가 봐요?”

 

 미유키는 천유강의 말에 깜짝 놀라 천유강의 위아래를 훑어봤다.

 

 천유강은 그리 좋은 장비는 없다고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애써 변명할 필요를 못 느꼈고 또 괜히 말을 이어서 미유키에게 말할 거리를 주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가는 내내 미유키의 질문이 이어졌다. 뭐가 그렇게 궁금했는지 미유키는 천유강의 대해서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한 것이다.

 

 고작 몇 분 동행했을 뿐인데 미유키의 수다에 벌써부터 골치가 아파졌다.

 

 중간마다 몬스터들이 나와서 싸우지 않았으면 미유키를 버리고 도망쳤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다시 몇 분이 지나도록 미유키의 입은 멈출지 몰랐다. 그렇게 가다가 미유키가 다시 어떤 통로를 가리켰다.

 

 “저 길이예요.”

 

 미유키가 가리킨 통로는 유난히 어두운 통로였다.

 

 이 던전 특성상 통로들이 모두 어두침침했지만, 저 통로는 유난히 어두웠다.

 

 ‘내가 저런 통로를 지나왔었나?’

 

 천유강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것도 잠시뿐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올 때는 전투를 하느라 주변 환경을 자세히 보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이제 조금만 가면 출구에요.”

 

 “그거 다행이네요.”

 

 “던전을 나가면 이런 미인하고 헤어지는데 아쉽지도 않아요?”

 

 새침한 미유키의 말에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지는 것이 느껴졌다. 미유키가 보기 드문 미인인 것은 사실이었지만 이렇게 수다스러운 여자는 너무 부담스러웠다.

 

 “뭐야? 진짜 아쉽지 않은가 보네?”

 

 “..........”

 

 “흥!”

 

 그렇게 통로를 걷고 있으니 미유키가 말이 없어졌다.

 

 자신의 반응에 삐진 거로 생각하고 고개를 돌렸을 때, 미유키가 멀리서 자신을 묘하게 쳐다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 여겨져서 천유강이 입을 열려는 순간.

 

 파지지직!

 

 밟고 있는 땅에서 강력한 냉기가 나와서 천유강을 한순간에 얼러버렸다.

 

 ‘마법 함정?’

 

 천유강이 밟은 것은 마법 함정으로 밟은 상대방에 마법적인 데미지를 주는 강력한 마법의 일종이었다.

 

 일회용이고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단점이 있지만, 종류에 따라서는 도적들이 사용하는 트랩보다 더 강력한 데미지를 줄 수 있었다.

 

 그리고 천유강이 당하자마자 어딘가에서 사내 네 명이 흉흉한 안광을 빛내며 천유강 쪽으로 다가왔다.

 

 “걸렸다!”

 

 “역시 미유키. 이번에도 미끼 역할을 제대로 했어.”

 

 “흥! 내가 뭐랬어. 감이 좋다고 했지?”

 

 그 모습을 본 천유강은 어찌 된 영문인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함정이었나?’

 

 처음부터 미유키가 접근한 것이 이곳으로 천유강을 유인해서 처리하기 위함이었다.

 

 “한국 놈인가?”

 

 “그래, 더러운 조센징이지.”

 

 이제까지의 상냥한 말투와는 전혀 다른 날카로운 말투로 미유키가 천유강을 노려봤다.

 

 미유키와 마찬가지로 눈앞의 파티는 일본인들이다.

 

 과거부터 한·일간의 감정이 좋은 적은 한 번도 없지만, 2차 한·일 전쟁이 종전하고는 그 갈등이 최고를 찍고 있었다.

 

 한국에는 세게 최대 규모의 마나석 광산이 있는데 그곳에 있는 막대한 양의 마나석을 노리고 일본이 한국을 침범했었다.

 

 다행히 당시 한국의 최고수인 염제의 활약으로 한국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일본은 패퇴해서 지금까지 한국이 무사할 수 있었다.

 

 그다음에 한일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되는 것이 당연했는데 오히려 한국인들에 대한 일본인의 적대심이 더 커졌다.

 

 비록 전쟁은 일본이 시작했으나 결국 막대한 보상금만 물고 패망한 일본인들의 자존심에 입은 상처는 아직 남아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들은 전문 P.K범이었다. 이들은 이렇게 던전을 다니면서 평소 때에는 사냥하고 혼자 다니는 유저들, 특히 한국인들을 보면 PK를 하는 악질 중의 악질이었다.

 

 “오늘은 공치나 했는데 마지막에 이렇게 걸려주네.”

 

 일본인들이 여유를 부릴 때 천유강은 미유키 일행을 쳐다보았다.

 

 미유키는 마법사였고 다른 남자들은 성직자 계열이 한 명, 나머지 세 명은 전사 직업이었다.

 

 마치 사냥감을 궁지에 몰아놓은 하이에나들처럼 그들은 여유 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천유강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과 다르게 천유강의 머리도 긴밀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마법사 하나와 성직자 하나, 전사 셋이라면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할 상대는......"

 

 보통 파티를 이뤄서 전투를 할 때에는 전사계열이 맨 앞에 서고 궁수나 마법사 성직자 계열의 사람들은 뒤로 빠져서 공격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전략의 기본이다.

 

 하지만 이 일본인 P.K범들은 남자를 다 잡은 고기라고 생각했는지 전투 진영을 갖추는 것보다, 천유강을 포위하는 것에 더 치중하기 위해서 둥글게 둘러싸려 했다.

 

 “조센징이라면 단숨에 죽이는 것보다 천천히 가지고 노는 것도 좋겠지.”

 

 도끼를 든 남자가 천유강의 도끼를 사타구니 쪽을 향해 한 차례 휘두르며 웃었다.

 

 그런 모습에도 차분히 상황을 주시하던 천유강은 일본인들이 말을 해서 주위를 분산되는 순간, 앞에 있는 남자 중에 성직자 복장의 사람을 향해 몸을 날렸다.

 

 팟!

 

 일행 중에 성직자가 있으면 온갖 버프 마법과 회복 기술이 골치 아프기 때문에 성직자를 공격한 것이다.

 

 “어!”

 

 천유강이 움직일 줄 몰랐다는 듯, 성직자가 당황한 기색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서려 했다. 하지만 이미 가속도가 붙은 천유강을 떼어내지 못했다.

 

 무의식적으로 스태프를 든 팔을 휘저었으나 아무 소용없었고 그 틈을 타 천유강은 질풍노도처럼 공격했다.

 

 “뭐, 뭐야?!”

 

 천유강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한 것은 미유키와 그 일행들이었다.

 

 이제까지 자신들이 공격한 상대들은 자신들이 본색을 드러내면 당황하다가 자멸하거나 도망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천유강처럼 이토록 신속하게 반격에 들어온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퍽!

 

 남자의 손날이 정확히 성직자의 목에 박혔다. 물론 현실이었으면 즉사였겠지만 이곳에서는 스탯과 무기의 데미지를 계산하여 에너지를 줄였을 뿐이다.

 

 다만 급소라는 개념이 있어서 목과 같은 곳에 데미지를 입으면 몇 배의 데미지를 주었고 급소 타격과 관련된 스킬이나 엠블럼이 있다면 그 이상의 데미지를 입힐 수도 있었다.

 

 “켁!”

 

 파바박!!

 

 당황해서 움직이지 못하는 성직자에게 다시 한번 천유강의 손이 번개처럼 빠르게 움직였고 그 공격에 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공격당한 성직자는 이내 쓰러져서 일어나지 못했다.

 

 “뭐, 뭐야?! 빙결 효과 걸린 거 아니었어? 이 머저리들아! 대체 일을 어떻게 처리한 거야?! 함정 마법 중첩해서 쓰라니까!”

 

 미유키가 소리 지르자 옆에 있던 남자가 난처한 듯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함정 마법 스크롤이 얼마짜린데 그렇게 펑펑 쓰냐.”

 

 “병신들! 다테시가 죽었잖아!”

 

 “걱정하지 마. 고작 한 명이잖아. 순식간에 끝낼 수 있어.”

 

 “으~~ 조심해. 저놈 오면서 전투하는 거 봤는데 보통이 아니야.”

 

 “그러면 더 좋지. 좋은 아이템을 가졌다는 증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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