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자 한다면 충분히 유리벽 정도를 가볍게 부술 수 있는 차준호 연구원이었지만 우성의 지시를 거부하지는 않았다.
결국 그는 좀비가 치워진 연구실에 갇히게 되었고 그에게 들었던 말로 인해 팀원들은 혼란에 빠졌다.
“팀장님.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경계를 나간 인원을 제외한 모두가 한자리에 모였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
“정리하고 말고 할 게 있겠습니까?”
“응?”
“차라리 잘 된 거죠. 저희가 그만큼 강해졌다는 건 좀비들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보통 사람과는 완전히 다른 강한 힘을 얻었다.
아직 그게 정확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동안의 모든 상황을 종합해본 결과 부정할 수도 없었다.
“그게 전부가 아냐.”
“왜 그러십니까?”
“분명 차준호 연구원은 10년 전 사용되었던 치료제로 인한 부작용이라고 했었다.”
“부작용이지만 부작용이 아니죠.”
“좋아. 그럼 묻겠다. 우리를 제외한 다른 이들 중에서도 비슷한 변화를 가진 이들이 없을까?”
우성의 물음에 모든 이들은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분명 있을 거야. 어찌됐든 특별한 힘이다.”
“그럼 더 좋은 거 아닙니까?”
“뭐가?”
“어딘가 에서는 그들이 모여 좀비들과 싸우고 있을게 아닙니까?”
“그렇겠지. 하지만 그 힘을 깨닫게 되는 순간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갑자기 강력한 힘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 힘은 충분히 주변의 모든 이들을 굴복시키고 지배할 수 있게 만들어줄 것이다.
“보란 듯 좀비를 죽이고 세력을 만들겠지.”
“그리고요?”
“세력을 만들어 권력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겠으나 힘의 정점에 서면?”
“서면?”
“지배하려 하겠지.”
“아…….”
자신이 가진 힘을 이용해 세력을 만들고 다른 이들을 지배하려 한다.
누군가를 짓밟고 그들의 것을 빼앗으며 지배하려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우리처럼 무기까지 주어진다면?”
“하아……. 상상하고 싶지도 않네요.”
“맞아. 오히려 상황은 더욱 혼란스러워질 거야.”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난 차준호 연구원에게 현재의 변형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물을 생각이다.”
“있으면요?”
“최대한 많은 양을 준비해 사용해야겠지.”
생각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팀원들과 충분한 대화를 나누며 생각을 정리한 우성이 다시 갇혀 있는 차준호를 찾아갔다.
“치료제를 개발하는 게 가능한가?”
“아직 모릅니다.”
“왜 모르지?”
“몇 번이나 시도를 해봤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럼 앞으로도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는 건가?”
“그건 모르겠습니다.”
“실험을 위해 필요한 것들은?”
“예?”
차준호는 우성의 물음에 살짝 당황하며 고개를 들었다.
“공격을 당한 인간이 좀비가 되는 것도 위험하지만 변형 바이러스에 적응한 인간이 더 위험하다.”
“그건…….”
“그들은 분명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좀비들과 싸우면 세력을 만들고 있겠지.”
“그래서요?”
“그들의 몸에 있는 변형 바이러스를 소멸시킬 방법을 찾지 못하면 세상은 더욱 혼란스럽게 변할 거야.”
생각의 끝은 결국 변형 바이러스를 소멸시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위해 치료제를 완성해야 하는 것.
지금으로서는 차준호 연구원 외에 누구도 그것을 가능케 할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왜?”
“동료들도 모두 실패하고 결국 좀비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홀로 지내는 동안 수백 수천 번이나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랬을 것이다.
혼자 외롭게 생활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고 비록 바이러스에 면역되어 있다고 하지만 좀비들의 공격으로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 죽을 수도 있을 상황이었다.
그러니 이곳에서 홀로 지내는 하루하루가 차준호에게는 지옥이나 다름이 없었을 것이다.
“합류해라.”
“예?”
“널 우리 팀의 동료로 받아주겠다. 그러니 합류하고 필요한 걸해라.”
“…….”
준호는 우성의 제안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비록 변형 바이러스로 인해 신체적인 강함을 손에 넣었지만 이들은 고도의 훈련을 받은 특수부대원들이다.
그렇기에 팀에 합류해도 그들을 따라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너까지 전투에 참여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선 네가 필요하다.”
“만약 팀에 합류했으나 치료제를 개발하지 못하면요?”
“그래도 상관없다. 동료가 되는 순간 네 목숨은 우리가 책임진다.”
“생각할 시간을 주실 수 있겠습니까?”
우성은 시간은 정해놓지 않았다.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을 내려도 좋다는 말을 남기고 다시 팀원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을 뿐이다.
“저자를 팀원으로 받아도 되겠습니까?”
“너희가 거부한다면 없었던 일로 하겠다.”
“그럼 결국 죽여야 하는 겁니까?”
“우리가 직접 죽일 필요는 없겠지.”
팀원들도 각자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우성은 지상으로 올라와 경계에 투입되었던 모든 이들을 지하로 내려 보냈다.
“이미 망한 것이나 다름이 없는 세상에서 과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적은 명확하다.
인간의 목숨을 위협하는 좀비들.
놈들과 맞서 싸울 이유는 충분했고 싸워 이길 자신도 있었다.
그럼에도 마음 한편에서는 ‘굳이 놈들과 싸울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팀장님. 결정 끝났습니다.”
“그래?”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됐다. 네 표정만 봐도 충분히 짐작이 된다.”
결국 팀원들은 차준호를 또 다른 팀원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자신들과 손발을 맞추기엔 턱없이 부족하겠으나 그래도 그의 지식은 분명 필요한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차준호 역시 팀에 합류할 것을 결정했다.
“치료제의 개발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 그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 될 것이라 생각해라.”
“끝까지 치료제를 개발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상관없다. 어차피 우리의 주된 목적은 좀비들을 소탕하는 것. 치료제의 개발은 처음부터 우리의 임무에 없었던 일이야.”
“알겠습니다.”
지하 연구실에 있던 물건들 중 차준호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장갑차로 옮겼다.
그리고 그 안에 있던 모든 좀비들을 사살하고 시체를 불태웠다.
타닥. 타닥. 타닥.
지하에서 시작 된 불은 순식간에 지상의 건물까지 번졌다.
그리고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우성이 준호에게 물었다.
“후회되나?”
“아닙니다. 오히려 저 지긋지긋한 곳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게 좋습니다.”
“다행이군.”
거세게 타오르던 불이 완전히 꺼진 것을 확인한 태범 팀이 장갑차를 타고 이동을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