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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시오데란드 전기 - 성왕전쟁 편
작가 : 듀얼won
작품등록일 : 2018.12.10

시오데란드 전기의 첫 시리즈.
15국으로 나뉜 시오데란드 세계.
민주주의, 유목민, 신성국, 마도국 등 다양한 이상과 가치관을 가진 나라들로 가득 찬 이 세계에서
제4왕자 클레이브와 그의 친구 시엔 스탈리스는 이상적인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꿈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클레이브 왕자, 윈스턴 왕국으로 (2)
작성일 : 18-12-21 18:00     조회 : 28     추천 : 0     분량 : 11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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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윈스턴 왕국...

 

 앞서 소개했듯이 ‘마법의 나라’이다. 강력한 마법기사단을 보유하고 있으며 7클래스 이상의 마법사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국가 곳곳에 마법 학교가 설립되어 마법사 양성을 적극 장려하고 있으며 국민들도 마법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풍요로운 나라이다.

 

 그리고 이것은 어디까지나 겉으로 보이는 윈스턴 왕국의 모습이다. 윈스턴의 현실은 사실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왕국 설립 초창기에 다양한 마법사들이 모여서 만든 ‘자헤이드’ 마법사단은 지금은 지극히 폐쇄적인 형태를 띠고 있었다.

 

 수백 년 전의 8클래스 마스터인 대마법사 ‘자헤이드’가 만든 이 마법사단은 이후 마법 실력이나 클래스와는 관계없이 자헤이드 가문의 가주만이 마법사단의 단장에 오르게 변질이 되어버렸다.

 

 이런 독점은 초창기에는 대마법사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덕인지 자헤이드 가문의 후손들이 계속하여 8클래스에 도달하며 최고 마법사의 실력을 갖추었기에 별로 문제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후 시간이 흘러 자헤이드 가문 외에서 그 가문의 최고 실력자를 넘어서는 클래스의 마법을 구사하는 마법사가 가끔 생겨났고 이러면서 윈스턴의 마법사 계는 자연스럽게 혼란을 겪게 되었다.

 

 이런 혼란이 극도로 심해졌던 것이 바로 30년 전... 현 자헤이드 마법사단장인 ‘이니스 자헤이드’가 단장에 막 올랐을 때였다. 당시 그는 7클래스의 마스터로 동나이 대의 마법사들 중에서는 제법 훌륭한 마법을 구사하는 천재였다. 자헤이드 가문 내에서는 범접할 존재가 없었기에 가주가 되는 것에는 아무도 딴지를 걸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윈스턴 왕국 전체를 놓고 볼 때 그를 능가하는 존재가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는 바로 흑마법계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던 8클래스의 흑마법사 ‘데미안’이었다.

 

 이니스와 비슷한 나이인 30대의 그는 그 나이에 8클래스에 도달한 역대 3번째의 최연소 마법사였고 그 때문에 윈스턴 왕국 내에서 지대한 관심을 받게 되었다. 또한 귀족이 아닌 평민 출신으로 이룬 쾌거였기에 민중으로부터도 상당한 사랑을 받았다.

 

 이 때문에 왕국의 마법사 계에서는 마법사단장의 세습 문제의 부당성이 거론되게 되었고 단장을 데미안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의견이 생겨났다. 이는 원소마법 계에 비해서 천대를 받던 흑마법 계에서 더욱 크게 주장을 하였고 이에 자헤이드 가문은 대책을 강구하기 위한 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그 회의에서 이니스가 꺼내든 것은 바로 대대적인 숙청이었다. 자헤이드 마법사단장은 공식적으로 윈스턴 정계의 최 고위직인 재상의 직을 겸임할 수 있었고 이니스 자헤이드는 그것을 이용하여 전격적인 군사 행동으로 흑마법 계의 숙청을 단행하였다. 죄목은 내란을 일으키려 했다는 반역의 죄였다.

 

 이로 인해 데미안을 비롯한 윈스턴 왕국의 쟁쟁한 흑마법사들이 왕궁으로 압송되어가 처형을 당하였고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흑마법사들과 그들의 일족들은 윈스턴 왕국을 벗어나 달아나거나 위험을 감수하고 왕국의 험지로 숨어들어가게 되었다.

 

 이를 ‘데미안의 변’이라 하고 이 때문에 윈스턴의 마법력은 역대 최약 수준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7클래스의 마법사가 35인이라는 것은 여전히 타국과 비교할 때 가장 많은 것이지만 이 수 역시 역대 가장 적은 수이다.

 

 아무튼 이로 인해 윈스턴 왕국의 마법사 계와 정권을 틀어쥐게 된 이니스 자헤이드는 자신의 권력을 확고하게 하기 위해 왕실과의 혼사를 단행하였고 이후 국가 정책을 부국보다는 자신의 정권 안정화 쪽으로만 진행하며 국가의 발전을 가로막았다. 대표적인 것은 평민 계층의 마법 교육을 제한한 것이었는데 이것은 아무래도 데미안에 대한 열등감의 표현이라는 것이 호사가들의 설명이다. 물론 이런 말을 공개적으로 했다가는 그의 목이 남아나지 않겠지만 말이다.

 

 이 때문에 그가 정권을 이끈 후 왕국의 고위 마법사와 상위 마법기사의 수는 계속 하락 일로를 걸었고 대륙 학술원이 매기는 윈스턴의 국력 수준도 계속하여 떨어져 갔다.

 

 이렇게 국가가 갈수록 수구적으로 가면서 인식 있는 인사들 사이에 불만이 가득하던 차에 혜성처럼 나타난 이가 있었으니 바로 ‘마이어스’... 현 앨런 마법기사단장이다. 그는 마법기사단 계의 최고 황금 세대라 불리는 앨런 마법기사대학 제24기 출신이다. 이 기수는 총 8명의 앨런 마법기사를 배출했는데 이 기사단에 들려면 고위 기사 급의 검기를 쓸 줄 알면서 4클래스의 마법을 쓸 줄 알아야 하니 이런 대단한 존재가 동시에 이 정도나 쏟아져 나왔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총 24명 밖에 되지 않는 앨런 마법기사단에서 여덟 자리나 차지하기 때문에 이들의 입지는 기사단 내에서 매우 큰 상태이고 마이어스는 그 중심에 서 있는 상태이다.

 

 마이어스는 30세의 비교적 어린 나이에 소드마스터에다가 6클래스의 원소 마법 마스터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업적을 달성하며 만장일치로 앨런 마법기사단의 단장 직에 올랐다. 윈스턴 내에서 최강-최연소의 마법기사이며 이 때문에 마법기사단의 창단자인 ‘앨런 주드’의 재림이라 불리고 있다.

 

 그는 이제 41세의 젊은 사내이고 또한 평민 출신답게 생각이 개방적이고 올곧은 면이 있어 민중의 사랑을 받아왔다. 또한 조국의 부국강병을 위한 개혁 의지로 불타고 있고 그 때문에 자헤이드와 자연스럽게 대립각을 이루고 있는 상태이다.

 

 이 때문에 자헤이드의 독선 하에 큰 잡음 없는 ‘평화’를 이어오던 윈스턴의 정치 계는 마이어스와 신흥 마법기사들의 등장으로 인하여 연일 시끄러운 논쟁을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이런 나라로의 입국 절차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동부 대륙의 국가들이 반 디스카이온 연합을 맺고 있기는 하였으나 가르샤브 왕이 칼을 검 집에 넣고 칩거한 지도 십 년이 훨씬 넘게 흘러왔고 또한 그 당시에도 상인들의 출입국은 자유로웠기 때문에 지금 단 세 명 밖에 되지 않는 클레이브 일행에 대한 검문 검색은 그리 철저하지 않았다.

 

 그렇게 의외로 쉽게 윈스턴 왕국으로 들어선 클레이브는 며칠 간 말을 타며 윈스턴 왕국의 수도인 윈스턴 시티를 향해 달려갔다. 그러면서 많은 영주들의 영지와 마법 학교를 구경할 수 있었고 윈스턴이란 나라가 얼마나 마법 친화적인 국가인지를 알 수 있었다.

 

 이렇게 8일 후 그들은 윈스턴 시티로 들어섰고 대단히 큰 윈스턴 시티를 누비면서 이곳의 명물과 주요 건축물들을 감상하였다. 그렇게 클레이브가 정신없이 구경을 하고 있을 때 빈센트는 주변을 살피다가 무언가를 보고는 순간적으로 클레이브에게로 다가와 그를 끌어안았다.

 

 “읍! 이게 뭐하는 짓이야.”

 “쉿! 왕자님. 마법기사들입니다. 일단 얼굴을 가리시길...”

 

 빈센트의 말에 클레이브는 흠칫 놀라며 고개를 숙였고 그들의 옆으로 마법기사들이 우르르 걸어갔다. 그들의 화려한 갑옷과 망토를 곁눈으로 보며 클레이브는 감탄을 하였다.

 

 “우와. 정말 멋진 옷이네. 그런데 빈센트. 너무 걱정하는 것이 아니냐. 내 얼굴이 이런 곳까지 그리 잘 알려지지는 않았을 텐데... 나는 겨우 제4 왕자가 아니더냐.”

 “저들은 평범한 마법기사가 아니라 앨런 마법기사단입니다. 군부의 핵심에 있는 존재들이지요. 그들이라면 왕자님의 얼굴을 알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최대한 조심하는 것이 좋겠지요.”

 

 빈센트는 멀어져가는 그들을 보며 클레이브를 놓아줬고 이에 클레이브는 신기한 표정으로 마법기사들을 보았다.

 

 “이야. 대륙 3대 정예 군단으로 불리는 앨런 마법기사단이 하나도 아니고 저렇게 떼거지로 다니다니... 이곳이 정말 윈스턴 시티가 맞기는 하구나.”

 

 디스카이온에서는 평범한 마법 기사도 흔치 않은데 그런 존재의 최고봉에 있는 자들을 이렇게 한꺼번에 보게 된 클레이브는 대단히 신난 표정으로 다른 곳을 구경하러 갔다. 그런 클레이브 왕자와는 달리 빈센트는 무인의 감으로 방금 지나친 앨런 마법기사단의 살벌한 기운을 느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군. 저들은 전쟁터도 아닌 자국의 수도에서도 저렇게 살기를 띠며 다니는 건가? 아니면 지금 전쟁터로 향하는 자들인가? 흐음...”

 

 그리고 빈센트의 이런 생각은 아주 틀린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실제로 전쟁터로 향하고 있었다. 단지 그 전장이 검이나 마법이 아닌 혀와 입으로 하는 전쟁터라는 것이 달랐지만 말이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확답을 받아야 하겠습니다.”

 

 마법기사단의 선두에 선 자, 마이어스의 옆에 있던 동기 ‘람파드’가 부리부리한 눈으로 자헤이드 마법사단의 마법사들을 노려보며 우렁차게 말하였다. 이 모습에 자헤이드 마법사단의 ‘호마드’가 짜증나는 눈빛으로 수염을 만지며 받아쳤다.

 

 “아~! 또 왜들 이러십니까. 또 그 통수권 이야기를 하러 오신 겁니까. 그 이야기로 피 튀기게 논쟁을 한 것이 겨우 사흘 전입니다. 그대들은 대부분 젊어서 그런 낭비할 에너지가 있는 모양인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니 이만 돌아가 주시오.”

 “결론이 나지 않았으니 끝을 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것은 정당한 절차에 의한 회의 제기이니 국가의 급여를 받는 이들이라면 응하셔야 할 것입니다.”

 

 마이어스의 또 다른 동기 ‘데미첼리스’가 탁자에 손을 얹으며 모두를 매섭게 보면서 말하였다. 이 모습에 마법기사들과 마법사들 사이에 불꽃 튀는 눈싸움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들 뒤에 있던 마이어스와 자헤이드는 서로 여유롭게 미소를 띠며 이 양상을 지켜보고 있었다.

 

 “허허. 그래. 젊은이들이 그렇게 원한다면 우리들이 들어줘야겠지. 그래. 다들 앉으시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마저 하게나.”

 

 마법사단의 수장, 자헤이드는 옆집 할아버지처럼 넉살 좋게 웃으면서 그들에게 팔을 뻗어보였다. 이에 마이어스를 비롯한 마법기사들은 헛기침을 하며 테이블의 좌측에 도열하듯이 앉았다.

 

 마이어스는 팔짱을 낀 자세로 말이 없었고 그런 마이어스의 눈치를 살피며 마법기사 ‘체흐’가 입을 열었다.

 

 “마이어스 단장이 언급했던 개혁안에 대하여 그대들이 워낙 반대를 하였기에 그중 가장 현실적인 통수권을 우리가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마저 전혀 물러서질 않으니 어찌 이 나라가 소통이 되는 나라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허허. 체흐 경... 이 나라 군대에 대한 통수권은 폐하께서 가지고 계시는 것입니다. 그대가 통수권을 언급하는 것부터가 대단한 불경이란 말이지요. 그대는 지금 반역이라고 하겠다는 것입니까?”

 “말장난이 지나치시군요. 우리가 주장하는 군 통수권은 폐하의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군 통수권 대리’의 직책을 문관인 자헤이드 경께서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무릇 요리는 요리사에게, 건축은 건축사에게 맡기는 것이 당연한 이치인데 군 통수권 대리의 주요 직책을 어찌 문관인 자헤이드 경이 관장한단 말입니까. 이는 당연 앨런 마법기사단장이신 마이어스 경이 맡아야 할 자리입니다.”

 “이보시게. 마이어스 경은 어차피 전쟁이 일어날 시 야전 사령관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은가. 그 정도면 전장에서 상당한 전권을 수행할 수 있거늘... 그럼에도 총사령관이나 다름없는 통수권 대리직을 달라니... 이는 지나친 권력의 쏠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아직도 모르는 것인가.”

 

 체흐가 논리적으로 설명을 하자 호마드가 또 다시 짜증을 내며 반박했다. 이것에 양측은 다시 이를 부득 갈며 서로를 쏘아봤고 잠시 후 데미첼리스가 테이블을 탁 하고 치며 입을 열었다.

 

 “유능한 자에게 권력이 쏠리는 것이 어찌 문제가 될 수 있단 말입니까. 실제로 이 나라 권력의 상당 부분은 자헤이드 경께 쏠려 있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 현실... 그런데 이 나라가 무슨 문제가 있기라도 합니까? 자헤이드 경이 그 권력으로 반역이라도 했습니까? 마이어스 경은 자헤이드 경만큼 유능한 존재... 군사에 관한한 마이어스 경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이 나라를 위해서 나쁠 것은 없습니다.”

 “실제로 석 달 전 리센버러 왕국과의 영토 분쟁으로 인한 전투에서 마이어스 경은 연전연승을 거두었고 그대로 밀어붙였다면 상당한 영토를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장의 사정이라고는 조금도 모르는 마법사단 분들께서 퇴각을 명령하시는 바람에 돌아오게 되었지요. 이런 사례는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체흐가 데미첼리스의 말을 받으며 따졌고 이에 고위 마법사인 니케르는 턱을 괴며 사람 좋게 웃을 뿐 말이 없었다. 이에 자헤이드의 오른팔 격인 호마드가 다시 역정을 내며 말하였다.

 

 “어허! 그것이 어찌 우리의 실착이라고 하는가. 리센버러 왕국은 사실상 에이미르 제국의 속국인 나라일세. 그들을 지나치게 자극했다가 에이미르 제국에서 따지고 들면 어쩌려고 그리 깊숙이 쳐들어가려고 했는가. 만약 에이미르 제국이 디스카이온을 고립시킨 것처럼 우리를 포위하려 한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그것으로 끝이라네.”

 “당시 마이어스 경은 리센버러 왕국을 공격하면서도 동시에 리센버러 수도 곳곳에 첩자를 풀어 에이미르 제국과의 연계를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두 나라가 연계를 할 조짐이 보였다면 알아서 즉시 회군을 했을 것입니다. 자헤이드 경의 귀환 령은 너무나 이른 것이었고 그 때문에 우리 윈스턴 왕국은 상당한 손해를 본 것입니다.”

 “뭐라... 이 자가 감히...”

 “그리고... 방금 에이미르 제국을 자극하지 말라... 그들에게 잘못 보였다간 디스카이온 같은 꼴이 난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우리 대 윈스턴 왕국이 그런 소리를 해야 할 정도로 형편없는 나라입니까?”

 ‘!!’

 

 호마드가 자헤이드의 눈치를 보며 뭐라 할 찰나에 지금껏 시선을 정면에 고정하며 말이 없던 마이어스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그리 맑거나 강하지 않았으나 약간 탁하면서도 굉장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이에 호마드는 순간 말문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군사는 마법기사가, 외교는 마법사가 하는 것이 우리 윈스턴 왕국입니다. 우리와 동급인 에이미르 제국의 외교 전략을 당해내지 못해놓고 그것을 군사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책임 회피입니다. 자헤이드 경. 그렇지 않습니까?”

 “흠... 틀린 말은 아니군... 허허.”

 

 마이어스의 질문에 자헤이드가 여유롭게 웃으며 흘러 넘기는 것을 보며 양측은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몇 십 초가 흘러서야 니케르가 허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자네들의 말이 다 일리가 있군. 허나 군대에 관한 문제는 보통 큰 사안이 아니라네. 그래서 한쪽에 힘이 집중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 그래서 자헤이드 경이 군 통수권의 대리를 맡고 있는 것이고 말이야. 이는 어찌할 수 없는 문제라네.”

 “군 통수권 대리직을 넘기는 것이 어렵다면 ‘편의종사’를 확실히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니케르의 말에 마이어스는 약간의 시선을 주며 본래의 의도를 드러내보였다. 이것에 자헤이드를 비롯한 마법사들의 눈이 꿈틀댔다.

 

 “편의...종사?”

 “아무래도 현장의 일은 현장에 나간 이가 더 잘 알고 있는 법. 야전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자에게 머나 먼 수도에서 편하게 있는 자들이 명령을 내리는 것은 전투의 효율을 저해하는 결과 밖에 가져오지 않습니다.

 이전 리센버러 전투에서도 저는 자헤이드 경의 귀환 령에 대해 현장의 상황을 설명하는 글을 적어서 보내었고 그 답이 올 때까지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그 사이에 리센버러 왕국은 패전의 상처를 봉합하고 수비망을 확고히 하였지요. 그 전투는 거기에서 사실상 끝이 났습니다.

 이런 불합리한 일은 이제 없어져야 합니다. 이제부터는 야전의 장군에게 전투의 재량권을 주어야 합니다. 이전까지는 전투의 주요 사안을 하기에 앞서 본국으로 전령을 보내 허락을 받거나, 본국의 지시가 왔을 경우 이것을 행하지 않으려면 본국으로 전령을 보내는 절차가 있었지만 이제 이것들을 철폐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정말 중대한 사안이 아니라면 전장의 장군들을 믿어주셔야 할 것입니다.

 그것을 받아주신다면 군 통수권의 문제는 더는 듣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이어스의 말을 체흐가 받아 말하였고 이에 자헤이드와 마법사들의 눈초리가 복잡해졌다. 호마드는 고개를 돌려 자헤이드의 눈치를 살폈고 자헤이드는 그저 말없이 노회한 미소만을 지었다. 이에 호마드는 고개를 돌려 답했다.

 

 “편의종사는 사실상 군통수권을 무력화시킬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이것을 바로 승낙하기는 무리가 있지. 뭣하면 다수결로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그대들이 싫어할 것이고... 그러니 우리가 좀 더 생각해보고 답을 주도록 하지.”

 “아니! 뭘 할 때마다 생각해보고 답을 준다고 하는군요. 평민들의 마법 교육, 국가 토지의 무상 임대 문제 등에다가 군 통수권, 편의종사까지... 모두 다 이 따위로 미루시면 대체 이 나라를 어찌 강국으로 만드시겠다는 것입니까!”

 “어허! 이 나라는 이미 강국이고 잘 돌아가고 있네. 분란을 만들어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는 것은 자네들이야. 어디다 대고 쌍심지를 키는 것인가!”

 

 람파드가 참지 못하고 분노를 표출하자 호마드도 지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서 맞섰다. 이에 양측은 다시 분위기가 살벌해졌다.

 

 “허허. 이거 늙다보니 의자에 너무 오래 앉는 것도 힘이 드는군. 자자. 이 사람은 이만 마치고 돌아가야겠네. 그쪽도 이쯤하고 돌아가시게나.”

 

 그리고 그 분위기를 깬 것은 자헤이드였다. 그는 허리를 만지며 힘든 표정을 짓고는 이렇게 말하면서 돌아갔다. 이에 마법기사들은 흠칫 하며 마이어스를 보았고 그는 피식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갔다.

 

 두 수장이 이렇게 물러서자 마법기사와 마법사들은 서로를 흘겨보면서 각자의 수장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마이어스... 이놈이 문제입니다. 이 자가 처음 단장이 되었을 때는 아주 애송이더니 요즘은 제법 교활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밑의 마법기사들을 선동하여 알아서 움직이게 하고 본인은 아주 뒤에 빠져서 상황을 재고 있어요.

 마법기사들은 무슨 소리를 들은 것인지 예전에는 대화가 잘 통했는데 요즘은 아주 막무가내이고 말입니다.”

 

 자헤이드의 싸움닭 역할을 해준 호마드가 자헤이드의 옆을 붙어 따라가며 말하였다. 이것에 자헤이드는 그저 껄껄 웃을 뿐 말이 없었다. 이에 호마드는 더욱 신을 내며 말을 이었다.

 

 “자헤이드 님... 이를 가만 두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자헤이드 님께서 단장직에 오르시고 이 나라를 평정한 후 30년 가까이 평화를 유지해온 윈스턴 왕국입니다. 그런데 이 나라가 저 마이어스의 등장 이후 분란에 휩싸이며 국력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군부만 해도 이전에는 자헤이드 님의 추천을 받은 자들이 요직에 앉아 일을 잘 수행해왔었고 업무 협조도 좋았는데 지금은 마이어스 쪽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서로 분쟁이 심하다고 합니다.”

 “사실 마이어스가 추천하는 자들은 대부분이 평민 출신인지라... 아주 예의가 없고 생각이 짧은 자들이 많지요. 아버님. 이것은 확실히 문제입니다.”

 

 쉬페른 자헤이드, 자헤이드 단장의 아들인 그가 지금껏 듣고만 있다가 입을 열며 호마드를 지원 사격 했다. 차기 단장으로 손꼽히고 있는 그가 이렇게 말하자 호마드는 더욱 신이 나서 떠들었다.

 

 “암요. 쉬페른 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아주 질이 나쁜 자들이지요. 그 자들 때문에 순항을 하던 이 나라가 쓸데없는 주제로 국력을 낭비하며 하락세를 걷고 있으니 저는 정말 나라걱정에 밥도 제대로 넘어가지 않는 답니다.”

 

 물욕이 기름진 얼굴에 가득 드러나는 호마드가 이렇게 말하자 뒤에서 따라오던 마법사단의 원로격인 니케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하였다.

 

 “그건 아니지. 객관적으로 보면 현재 우리 윈스턴은 지난 30년 새 최전성기를 달리고 있다네. 주변 국가와의 영토 분쟁이 총 네 차례가 있었는데 모두 승리를 거두었고 덕분에 적지 않은 영토를 얻어낼 수 있었지. 마이어스는 그 전투를 모두 잘 이끌었고 말이야. 또한 마이어스가 추천하여 관직에 오른 무관들 모두 그 전투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웠지. 이것을 꼭 나쁘게 볼 문제는 아니라네. 자헤이드 경. 그렇지 않습니까?”

 “허허. 아주 틀린 말은 아니군.”

 

 니케르가 여유롭게 웃으며 호마드를 지적하였고 자헤이드가 이를 반박하지 않자 호마드는 순간 할 말을 잊으며 멍해졌다.

 

 그리고 사실 니케르의 말은 호마드의 그것보다 진실에 더 가까웠다. 지금껏 자헤이드가 임명해온 관리들은 모두가 귀족 출신이며 또한 자헤이드에게 뇌물을 바쳐온 자들이었다. 능력보다는 인맥과 뇌물로 자리에 오른 자들이었기에 윈스턴의 공직 업무 효율은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호마드의 말대로 끼리끼리 잘 어울리는 형태였기에 서로 간의 분쟁은 생길 일이 드물었지만 이는 그야말로 하향평준화 그 자체였다.

 

 그러다가 마이어스가 등장한 10년 전부터 윈스턴의 인사는 바뀌기 시작했다. 마이어스가 군부의 인사권을 쥔 상태에서 관리들의 뇌물 사례를 엄격하게 따지기 시작했고 그렇게 부정이나 업무 효율에서 문제가 된 이들을 가차 없이 처벌한 것이었다. 이는 군부의 무관들에게만 가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문관에서도 올바른 생각을 하고 있는 인사들과 친분을 나누며 문관들 중 문제가 심한 이들의 탄핵을 주도했고 그렇게 생긴 빈자리는 자신이 엄선한 능력 있는 인사에게 나누어주었다.

 

 그 덕분에 윈스턴의 관직은 활기를 찾게 되었고 국가의 업무 효율도 수직 상승을 하였다. 물론 그러면서 양측 세력 간의 업무 협조에는 문제가 생겼고 이렇게 국정 회의에서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은 많아졌지만 이는 분명 이전 자헤이드 독단적인 체제보다는 분명 나은 일이었다.

 

 “허... 허나 제가 참을 수 없는 것은 이런 성과에 대한 공을 마이어스 그 자가 독차지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 민중들은 우리 마법사들의 공로는 생각도 않으며 마이어스의 이름만을 외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 자의 인기가 폐하나 자헤이드 님을 넘어설 정도라는 것... 이것은 분명 손을 써야 할 문제입니다.”

 “허허. 대중의 인기란 돌고 도는 것. 뭘 그 정도로 역정을 내고 그러나.”

 

 자헤이드는 눈을 흘기며 호마드에게 말하였고 이 모습에 호마드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조아렸다.

 

 “제, 제가 너무 나갔군요. 죄송합니다.”

 “허허. 괜찮네. 이제 다른 이야기 좀 하지. 마이어스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이제 질렸다네. 그렇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나는 새는 언젠가는 수직으로 추락하기 마련... 그런 존재들은 이 자헤이드의 시대에 여럿 있었다네. 껄껄.”

 

 자헤이드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며 뒷짐을 진 채 앞으로 나아갔고 쉬페른과 호마드는 그런 자헤이드의 양옆을 차지하며 따라갔다. 그리고 니케르는 약간의 식은땀을 흘리며 자헤이드의 뒤를 맞춰 걸어갔다.

 

 

 

 마법사들이 이렇게 비교적 조용히 돌아간 반면 마법기사들은 왕궁을 나오는 순간부터 욕설을 뱉으며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이런 한심한 노인네들 같으니... 이런 빌어먹을!”

 “이 간신배들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는 것이 없군. 저것들을 언젠가 다 쓸어버려야 할 텐데...”

 

 람파드와 데미첼리스는 번갈아가며 욕설을 하였고 이 장면을 마이어스와 체흐, 그리고 다른 마법 기사들은 재미있게 바라보며 따라갔다.

 

 바로 그 때 마이어스의 눈이 순간 번득였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왼 편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클레이브 왕자와 빈센트가 왕궁을 구경하며 지나가고 있었다.

 

 “음? 마이어스. 왜 그러시는가?”

 

 공석에서는 그를 단장으로 모시지만 사석에서는 마이어스의 주도 하에 서로 말을 놓는 24기 마법 기사들이었다. 체흐는 그렇게 평어로 마이어스에게 물었고 그는 클레이브 왕자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체흐... 저기 저 젊은이...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음? 글쎄... 행색이라든가. 하는 행동을 보니 윈스턴 왕국 사람은 아닌 것 같긴 한데... 뭐 평범한 관광객처럼 보이는데? 아는 사람인가?”

 “음...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 다른 느낌이 있어. 내 직감이 뭔가 좋지 않다고 말하고 있네. 혹시 모르니 저 자에게 미행을 맡겨주게. 최대한 솜씨가 좋은 녀석으로 말이야.”

 “허허... 좀 뜬금없기는 하지만... 자네의 촉은 틀린 적이 없으니 내 그리 하도록 하지. 그럼 그것을 처리한 후 따라가도록 하겠네. 어디로 갈 생각인가?”

 “아아. 람파드의 저택에서 동기들끼리 술 한 잔 할 생각이네. 그곳으로 오면 될 것이야.”

 “음. 그리 하지. 그럼 이만...”

 

 체흐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흔들고는 눈을 날카롭게 뜨며 클레이브 일행의 뒤로 따라붙었다. 그리고는 자기 휘하의 심복을 이곳으로 오도록 불렀다. 잠시 후 체흐의 미행 담당 전문가가 체흐에게 왔고 체흐는 그에게 클레이브 일행의 미행을 맡기고는 마이어스가 말한 행선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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