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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방사(方士)
작가 : 짬짬
작품등록일 : 2022.1.12

천민으로 태어난 몽. 우연한 기회에 태라신선이 가둬놓은 오천년 이무기의 여의주를 삼키게 되고, 우연히 신선의 세계에 빠져 들어가게 된다. 신선의 세계에서 다시 인간의 세계로 돌아오게 된 몽. 장생(長生)을 얻게 된 몽은 춘추전국시대의 말기 진시황(秦始皇)에서부터 한무제(漢武帝)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친다. 오행,천문,역법,관상,점술 등의 방술(方術)에 통달한 방사(方士)들. 교활한 마각신선으로부터 엄청난 방술을 얻은 악랄한 방사 사마혼과 주인공 몽 그리고 수많은 방사들의 치열한 방술전(方術戰)과, 춘추전국시대 수많은 영웅들의 뜨거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64화 생(生)과 사(死)의 갈림길.
작성일 : 22-02-07 07:09     조회 : 69     추천 : 0     분량 : 7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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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4화 생(生)과 사(死)의 갈림길.

 

 여인은 달려와 주저앉은 남편을 부둥켜안으며 울부짖었다.

 

 “혼아! 도대체,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이냐?”

 

 사마혼은 차마 가련한 여인에게 남편이 어떤 잔인한 짓을 저질렀는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사마혼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비를 맞으며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사내는 그런 사마혼을 노려보며 외쳤다.

 

 “죽이려거든 얼른 죽여라!”

 

 사마혼도 그럴 생각이었다. 부모를 죽인 그를 원래는 서서히 고통을 주며 죽일 생각이었지만, 여인이 나타나자, 얼른 끝내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비켜주세요.”

 

 “혼아! 제발! 제발 좀, 무슨 영문인지는 모르겠다만 진정해다오!”

 

 빗속에서 여인이 애절하게 울며불며 사마혼을 향해 애걸하자 사마혼이 여인의 앞에 앉아서 외쳤다.

 

 “그만! 그만하라구요! 저자가 어떤 짓을.....어...엇?”

 

 앉아서 여인을 향해 소리를 지르던 사마혼이 품으로 밀려드는 여인의 몸에 깜짝 놀랐다. 그와 동시에 사마혼은 왼쪽 눈에 엄청난 통증을 느끼며 비명을 지르면서 뒤로 벌렁 넘어갔다.

 

 “끄아아아아악!!”

 

 사내는 사마혼이 앉아서 아내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을 보고선 자신을 위해 사마혼에게 애걸하고 있는 아내의 엉덩이를 걷어차서 사마혼쪽으로 밀어버리고는 중심을 잃고 당황해하는 사마혼의 왼쪽 눈을 손가락으로 콱 찔렀던 것이다. 사마혼이 엉덩방아를 찧으며 바닥에 넘어지고, 엉덩이를 걷어차인 여인은 사마혼 위로 엎어졌다. 사마혼이 넘어지며 놓친 창을 사내는 얼른 집어 들었다. 사마혼은 피가 흐르는 왼쪽 눈을 손으로 누르며 오른쪽 눈으로 사내가 창을 치켜드는 것을 보았다. 사마혼은 얼른 몸을 일으켰다. 엎어진 여인도 사마혼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여인은 왼쪽 눈에 상처를 입은 사마혼을 보며 경악에 찬 얼굴로 이번에는 사마혼에게 등을 붙이고 돌아서서 창을 쥔 남편을 향해 애원했다.

 

 “여보! 제발! 제발 좀 진정하세.......”

 

 하지만 여인의 말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사내는 사마혼에게 가까이 붙어있는 여인을, 자신의 아내를 사정없이 찔러버렸던 것이다.

 

 ‘이....이런 미친!!’

 

 사마혼은 그것이 자신을 노린 공격이라는 것을 알고선 얼른 몸을 뒤틀었다. 여인의 복부를 관통한 창날은 사마혼의 옆구리를 스치며 지나갔다. 사내는 사마혼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이런 악랄한 수까지 쓴 것이었는데, 공격이 빗나가자 표정이 일그러졌다. 사마혼은 사내의 잔인한 공격에 혼비백산하며 마각천선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철창을 잡아들었다.

 

 그런 난리 중에서도 마각천선은 술을 마시며 그들이 하는 행동을 느긋이 구경하고 있었다. 사마혼이 철창을 들고 사내를 향해 돌아서는데 등 뒤에서 마각천선의 음성이 들려왔다.

 

 “사사로운 정에 얽매이지 않는 것은, 너보단 저 사내가 더 낫구나.”

 

 마각천선의 말에 사마혼은 잠시 멈춰 섰다가, 다시 사내를 향해 걸어갔다.

 

 “치잇!”

 

 사마혼의 눈으로 사내의 뒤편에 비를 맞으며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들어왔다. 사마혼은 마음이 쓰리고 아팠지만, 자신의 손으로 여인을 죽이지 않았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아야만했다.

 

 사내는 쓰러진 자신의 아내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사마혼만 노려보며 쩔뚝거리는 다리로 힘겹게 서 있었다. 사내가 사마혼을 향해 외쳤다.

 

 “네놈 창술이 제법이다만, 나 역시 손에 창을 쥐고 숱한 전장에서 잔뼈가 굵은 몸이다! 오늘 네놈도 네 부모를 만나게 해주마!”

 

 사마혼은 사내가 자신의 부모이야기를 꺼내자 울컥했지만, 분노를 천천히 가라앉혔다.

 

 ‘저놈에게 말려들어선 안 돼!’

 

 사마혼은 조금 전 잠깐의 방심으로 자신의 왼쪽 눈을 잃은 일을 생각하며 침착하려 애썼다.

 

 ‘차분히..... 저자의 말은 흘려버리자.....’

 

 사내는 몇 마디 더 사마혼의 신경을 긁을 말들을 더 던졌지만, 사마혼이 전혀 동요하지 않는 것을 보고선 긴장하며 창을 두 손으로 꽉 잡았다. 곧 사마혼이 찔러 들어올 것이란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내는 사마혼의 손에 들린 철창을 보고서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다섯 근(3kg)정도 되는 보통의 창과 백 근(60kg)이나 나가는 철창은 빠르기에 있어서 결코 비교를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힘이 좋은 장사라도, 철창을 보통 창처럼 휘두르고 찌를 순 없었다. 철창의 가장 무서운 점은 첫 공격에 있다는 것이었다. 엄청난 무게가 나가는 만큼 그 무게가 고스란히 실린 첫 번째의 공격은 그 살상력이나 파괴력이 엄청났다. 하지만, 그 공격만 피하면 끝이었다. 백 근이나 나가는 창을 휘두르거나 찌르고 나서 다시 회수를 하려면 그만큼의 엄청난 힘이 들어가는 법인데, 그 사이에 보통의 창으로는 수차례나 더 찌를 수 있었기 때문에 첫 공격만 잘 피한다면 일반 창에게 더욱 큰 승산이 있었다.

 

 경험이 많은 사내는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사마혼이 철창을 들고 서있는 모습을 보고선 두 손으로 창을 꼭 붙들고 사마혼의 공격을 기다렸다.

 

 ‘저 무거운 철창의 공격을 그대로 받았다간 창이 박살이 날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공격을 흘려버리고 빨리 창날을 돌려 녀석의 몸에 박아버려야만 한다.’

 

 사마혼은 철창을 사내에게 겨눈 채 오른쪽 눈으로 거리를 가늠했다. 한쪽 눈을 잃었기 때문에 지금 방향이나 거리가 조금은 혼란스러웠다. 게다가 비까지 세차게 내리고 있어서 사마혼은 더욱 공격을 하기 전에 신중해야만 했다.

 

 ‘저자의 다리는 부상을 입어 움직임에 제한이 있다. 지금 내가 비록 한쪽 눈을 잃었지만, 저자 보다는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다. 게다가 난 천둔창법까지 익히고 있으니, 저자와 비교할 것이 못된다. 침착하자.......침착하기만 하면 된다........’

 

 사마혼과 사내는 철창과 보통의 창을 각기 들고서 비를 맞으며 마주서서 한참동안 서로를 노려보았다. 그렇게 미동도 하지 않고 서있던 사마혼이 어느 순간 천천히 사내를 향해 창을 겨누고선 공격을 펼칠 준비를 했다. 사내도 사마혼의 몸짓에 잠시 후 공격이 들어올 것이라고 짐작하고는 창을 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사납게 노려보던 사마혼의 몸이 순간 흔들리는가 싶더니 사내의 심장을 겨누고 빠르게 찔러 들어갔다. 하지만 한쪽 눈이 불편한 사마혼의 철창은 약간 바깥쪽을 향했고, 사내는 바깥쪽을 향해 빠르게 찌르고 들어오는 사마혼의 철창을 자신의 창간(창의 몸통)을 이용해 아래로 푹 눌러 찍어버렸다.

 

 ‘됐다!’

 

 사내는 사마혼의 창을 아래로 흘려보내버리고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저렇게 빠르게 들어온 철창을 다시 회수하려면 제법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었다. 사내는 재빨리 자신의 창날을 돌려 사마혼을 향해 찔러 넣으려는데, 사마혼의 철창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고 춤을 추듯 위로 솟구쳤다.

 

 “교룡승천(蛟龍昇天)!!”

 

 사마혼이 천둔창법의 제2식 교룡승천을 펼치자 사내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몸을 관통하고 있는 사마혼의 철창을 쳐다보았다.

 

 ‘이....이런 말도 안 되는......’

 

 무거운 철창이 한번 비껴나가면 다시 회수하기 위해서는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더구나 방금 전처럼 아래로 처져버린 철창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 그런 철창을 회수하기는커녕 아래로 처진 철창이 마치 용이 승천을 하듯 하늘로 솟구치는 형상이라니, 사내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철창의 움직임에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자신의 몸 곳곳에 뚫어지는 구멍을 바라봐야만했다.

 

 “크아아아악!!”

 

 사마혼의 공격에 사내는 변변한 방어조차 못해보고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널브러져 즉사(卽死) 해버렸다. 사마혼은 가만히 서서 피가 묻은 철창을 들고, 바닥에 누워있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내리는 비는 순식간에 사마혼의 철창에 묻은 붉은 피를 씻겨 내렸다. 사마혼은 죽은 사내를 보며 뭔가 허무한 마음이 들었다. 그토록 벼르고 벼르던 복수였건만, 드디어 복수를 했다는 그 희열도 잠시뿐, 순식간에 씻겨 내려간 철창에 묻은 피처럼, 끓어오르던 희열의 감정도 금세 가라앉아버렸다. 가슴에 복수에 대한 열망이 컸던 만큼, 이젠 그 커다란 크기만큼의 허무함이 자리를 잡았다.

 

 “혀.....형!”

 

 그때 기하곤의 음성이 사마혼의 등 뒤에서 울렸다. 기하곤은 마당에 서서 어머니의 시체와, 이제 막 자신의 아버지라고 소개를 한 사내의 시체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사마혼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곤의 어머니를 죽인 것은 자신이 아니라, 이제 막 나타난 하곤의 아버지였지만, 사마혼은 어떤 말부터 하곤에게 꺼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이제 열 살의 소년. 당시 사마혼 자신이 어머니, 아버지가 죽는 모습을 보았던 때보다는 많은 나이이긴 했지만 아직 부모님의 죽음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어린 나이라는 사실은 똑같았다.

 

 “하곤아......”

 

 “형......형!! 도대체..... 도대체!!”

 

 하곤은 입에서 맴도는 말을 뱉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사마혼은 그런 하곤의 공포를, 두려움을, 혼란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자신도 겪었던 일이기 때문이었다. 사마혼은 천천히 마각천선을 돌아보았다. 마각천선이 지금이라도 저 어리고, 여리기만 한 기하곤을 보고서 마음을 고쳐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지만, 사마혼과 눈을 마주친 마각천선은 강렬한 눈빛을 쏘아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마혼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고 있었다.

 

 ‘내가.....내가 어떻게 하곤이를.....’

 

 사마혼은 고개를 푹 숙였다. 자신을 친형처럼 따르고, 좋아하던 하곤을 사마혼은 차마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아마 십년 전 자신이 겪었던 일을 똑같이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그런지도 몰랐다.

 

 “쯧쯔...... 못난 놈.”

 

 - 통. 통. 통.

 

 사마혼이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마각천선이 족자를 들고 술상의 한쪽 모퉁이를 툭툭 치고 있었다. 그것은 사마희의 모습이 보였던 바로 그 족자였다. 사마혼은 지금 마각천선의 행동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알았다.

 

 사마혼은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결심을 한 듯 입을 꽉 다물고, 창을 들고서 서서히 하곤을 향해 다가갔다. 사마혼이 창을 들고 다가가자 기하곤은 뒷걸음질을 쳤다.

 

 “혀...형! 왜... 왜 그래?”

 

 사마혼은 일부러 독하고, 악랄하게 말을 했다. 차라리 기하곤이 자신에게 달려들며 반항을 하기라도 바라며.

 

 “왜 그래? 몰라서 물어?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것 같아? 응? 내가 뭘 하고 있는 것 같냐고!”

 

 사마혼이 소리를 지르며 기하곤의 가슴팍을 발로 걷어찼다.

 

 “컥!”

 

 기하곤은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기하곤은 쓰러진 채로 걷어차인 가슴을 만지며 사마혼을 노려봤다. 하지만 강렬하게 노려보는 눈빛 속에는 공포가 가득 묻어있었고, 떨리는 온몸은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했다. 사마혼은 기하곤에게 다가가 소리쳤다.

 

 “그렇게 노려보기만 해서 뭘 어쩌겠다고? 응? 그렇게 잘 따라하던 천둔창법은? 노려보기만 하지 말고 뭐라도 해보라고!!”

 

 사마혼의 철창이 하곤의 오른쪽 어깨를 향해 날아가 살을 파고들었다.

 

 “끄아악!”

 

 하곤은 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며 소리를 질렀다. 마각천선이 그 모습을 보면서 사마혼에게 나무랐다.

 

 “원수의 아들을 앞에 두고도 손속에 정을 두는 것이냐!!”

 

 사마혼은 차마 하곤을 찌르지 못해 어깨의 아래쪽만을 살짝 비켜서 찔렀던 것이다. 사마혼은 마각천선의 말에 약간의 눈속임 따위로는 하곤의 명(命)이 달라질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곤은 사마혼의 아래에 깔려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사마혼은 그것이 더욱 마음 아팠다. 자신이 하곤의 목숨을 앗으려하는데도, 하곤은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하고 다만 어린 새처럼 부들부들 떨고만 있다는 사실이.

 

 ‘그래..... 이렇게 몇 번을 더 해봤자 하곤이만 더욱 고통스러울 뿐이다. 그냥 편안히 보내도록 하자.’

 

 사마혼은 철창을 서서히 들어올렸다. 하곤은 날카롭게 자신을 노리고 있는 창을 보며 눈을 파르르 떨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갑자기 마각천선이 벌떡 일어섰다.

 

 “아니, 이런! 하필 태라천선이 갑자기......”

 

 마각천선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더니 사마혼을 향해 외쳤다.

 

 “사마혼! 내가 돌아올 때까지 반드시 끝내놓도록 하거라! 알겠느냐?”

 

 마각천선은 얼마나 다급했는지 사마혼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마각천선이 사라져버리자 사마혼은 맥이 탁 풀리며 철창을 들었던 팔을 스르륵 내렸다.

 

 그리고는 바닥에 벌렁 드러누웠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방울들이 보였다. 어찌된 영문인지 몰랐지만 마각천선이 사라져버렸다. 잠시 그렇게 비를 맞으며 누워있던 사마혼은 하곤을 어떻게든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누워있던 사마혼이 벌떡 일어났다. 그리곤 하곤을 향해 외쳤다.

 

 “어서 가!”

 

 자신의 부모를 죽이고, 이제는 자신도 죽이려던 사마혼이 갑자기 어서 가라고 말하니 하곤은 지금 사마혼이 하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어서 가라고 이 바보야! 조금 있으면 그 천선이 다시 나타난다고! 우리를 살려준 생명의 은인이 아니라 악마 같은 그 마각천선이!”

 

 여태껏 죽음의 공포에서 부들부들 떨던 하곤은 사마혼의 행동이 결코 지금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선 물었다.

 

 “혀....형! 그런데..... 그런데 도대체 왜 우리 엄마랑......”

 

 “그건!...... 그건 나중에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때 말해줄게. 지금은 어서 떠나야 해! 어서!”

 

 사마혼은 하고싶은 말들이 너무 많았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었다. 기하곤은 사마혼의 말에 훌쩍이며 일어섰다. 그런데 그때 비가 와서 질척이는 땅을 보고서 사마혼은 뭔가 떠올라 하곤에게 외쳤다.

 

 “다시 누워!”

 

 얼른 떠나라고 할 땐 언제고 다시 누우라는 사마혼의 말에 하곤은 정신이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아니.....또 왜?”

 

 “자국이 남으니까 그래! 우선 누워봐!”

 

 하곤은 사마혼이 바닥을 보며 하는 말이 자신의 발자국 때문에 그러나 싶었다. 하지만 자세한 걸 물어볼 수는 없어 우선 사마혼이 시키는 대로 누웠다. 사마혼은 조금 전까지 하곤을 죽이려고까지 했던 자신의 말을, 하곤이 순순히 따르는 것을 보며 더욱 마음이 아려왔고, 마음이 아플수록 더욱 하곤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하곤이 자리에 눕자 사마혼은 하곤의 다리를 잡고서 질질 끌고 갔다. 비가 내려 질척거리는 땅에 자신의 흔적이 남는 것을 본 하곤은 사마혼이 왜 이러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사마혼은 하곤을 죽인 것으로 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꼭 죽었어야만 했던 거야?”

 

 하곤의 물음에 사마혼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곤은 사마혼의 손에 끌려가면서 또 물었다.

 

 “형! 그런데 어차피 이 좁은 곳에서 내가 어디로 간단 말이야?”

 

 검은 돌의 경계를 평생 벗어난 적이 없는 하곤의 세계는 여기 이 집이 전부였다.

 

 “검은 돌 밖으로!”

 

 “뭐? 거긴 가면 안 된다고......”

 

 “이런 바보야!! 그러면 여기서 그냥 죽고 싶어?”

 

 사마혼이 버럭 화를 내자 하곤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물었다.

 

 “검은 돌 밖으로 가면? 그럼 어떻게 되는데?”

 

 “몰라! 나도 밖으로 나가 본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이 방법밖엔 없어!”

 

 사마혼은 하곤을 끌고 검은 돌이 있는 경계까지 왔다. 그곳에 도착하자 하곤이 일어서려고 하는데 사마혼이 말했다.

 

 “그냥 그대로 있어! 일어날 때도 자국이 남으니까! 그냥 내가 던져야 해!”

 

 사마혼은 하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았지만, 마각천선이 돌아오기 전에 하곤을 보내야 했기에 짧게 작별의 인사를 했다.

 

 “잘 가! 꼭 다시 만나자!”

 

 “형!”

 

 사마혼은 이를 악물고 울먹이는 하곤을 검은 돌의 경계 밖으로 휙 던져버렸다.

 

 던져진 하곤은 끝없는 절벽으로 떨어지는 것을 느끼며 깜깜한 어둠속에서 천둥소리를 듣고 번개가 번쩍이는 것을 보았다.

 

 하곤은 공포에 눈을 질끈 감고 운명에 자신의 몸을 맡겼다. 한참을 그렇게 어둠속에 웅크리고 있자 어느 순간 허공을 떨어지던 몸이 바닥에 닿아있었고, 어느 산속에 홀로 웅크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하곤은 보게 되었다. 하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피다가 이곳이 산속이라는 것을 깨닫고선 어디로든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에 벌떡 일어났다가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져버렸다. 짧은 시간동안 자신에게 일어난 너무나 충격적인 일들을 어린 소년은 감당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쓰러져있던 하곤을 몽이 발견하고선, 몽과 하곤은 함께 흑영단의 총단으로 향했다. 몽은 보옥에 대한 걱정스런 마음으로, 하곤은 사마혼의 행동에 대한 의문과 가족들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가득 안고서 어두운 산길을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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