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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방사(方士)
작가 : 짬짬
작품등록일 : 2022.1.12

천민으로 태어난 몽. 우연한 기회에 태라신선이 가둬놓은 오천년 이무기의 여의주를 삼키게 되고, 우연히 신선의 세계에 빠져 들어가게 된다. 신선의 세계에서 다시 인간의 세계로 돌아오게 된 몽. 장생(長生)을 얻게 된 몽은 춘추전국시대의 말기 진시황(秦始皇)에서부터 한무제(漢武帝)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친다. 오행,천문,역법,관상,점술 등의 방술(方術)에 통달한 방사(方士)들. 교활한 마각신선으로부터 엄청난 방술을 얻은 악랄한 방사 사마혼과 주인공 몽 그리고 수많은 방사들의 치열한 방술전(方術戰)과, 춘추전국시대 수많은 영웅들의 뜨거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39화. 변방의 객잔.
작성일 : 22-01-25 16:48     조회 : 83     추천 : 0     분량 : 7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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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화. 변방의 객잔.

 

 몽과 흑영단의 사내들은 며칠 동안 중간 중간 쉬어가면서, 말을 달려 마침내 한(韓)나라에 도착했다. 하지만 한나라 내에서도 보옥이 있는 곳까지 가려면 아직 하루정도는 더 말을 달려야 했다. 몽의 일행이 위(魏)나라와 한나라의 경계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객잔에서 하룻밤 묵어가기로 했다. 이들이 묵는 객잔은 조(趙)나라와 위(魏)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흑영단이 운영하는 객잔이었다.

 

 흑영단은 번화한 곳에서는 큰 객잔을 운영했지만, 곳곳에 이렇게 작은 객잔들도 함께 운영을 했다. 몽의 일행이 도착하자마자,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송열은 곁에 있던 사내에게 뭔가를 지시했고, 그 사내는 부리나케 객잔으로 들어갔다. 몽은 그런 사내가 조금 안쓰럽기도 하고, 자신이 괜히 부담스럽기도 해서 송열에게 말했다.

 

 “매번 이렇게 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너무 부담스러워요.”

 

 “아닙니다. 대협. 이것은 저희의 의무입니다. 저희 입장을 생각해서라도 제발 사양하지 말아주십시오.”

 

 송열의 말이 끝나자마자 객잔에서 일꾼들이 우르르 달려 나왔다. 조그만 객잔에 일꾼들이 어디서 그렇게 많이 나오는지 궁금할 정도로 많은 일꾼들이 몰려나왔다. 일꾼들은 말의 고삐를 건네받고, 말에 매달려있는 흑영단 사내들의 짐을 옮겼다. 체구가 작고 마른 사내하나가 송열에게 다가오더니 굽실거리며 말했다.

 

 “어서오십시오. 송 보표(保票)님.”

 

 “그래. 잘 있었는가?”

 

 “네. 늘 신경써주시는 덕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송열은 흑영단에서 운영하는 상단의 물건을 안전하게 운반하도록 호송하는 임무를 띤 무사인 보표였다. 꽤 오랫동안 흑영단의 보표로 활동을 하면서 품행이 단정하고, 신뢰가 있어서 흑영단 내에서도 신망이 두텁고, 존경을 받았다.

 

 송열이 흑영단에 들어오기 전, 작은 상단에서 보표로 활동을 할 때였다. 도적떼가 나타나자 돈 몇 푼에 고용된 다른 보표들은 모두 혼비백산하며 도망을 칠 때, 송열 홀로 마지막까지 죽기 살기로 도적떼와 싸웠다. 보표들 뿐만이 아니라, 상단의 모든 사람들이 다 도망을 쳤는데도 홀로 남아서, 곧 죽을 거란 걸 알면서도 피를 뚝뚝 흘리며 처절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고선 도적떼의 두목은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도적떼의 두목은 잠시 부하들을 물리게 한 후 앞으로 나서서 송열을 향해 말했다.

 

 “그 정도면 되었다! 넌 이미 충분히 네 몫을 다한 것 같은데, 목숨은 살려줄 테니, 그만 떠나거라!”

 

 하지만 송열은 이미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다. 도망을 치기는커녕, 큰 소리로 두목을 꾸짖었다.

 

 “흥! 도적질이나 하는 녀석이 말이 많구나! 내 오늘 여기서 뼈를 묻을 생각인데, 네놈도 같이 데려가야겠구나!”

 

 송열이 홀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은 두목이었지만, 호의를 보이는 자신을 향해 거칠게 말을 내뱉자 더 이상 호의를 베풀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홀로 도망치지 않는 모습이 사내다워서 살려주려고 했더니, 네놈의 그 세치 혀가 죽음을 재촉하는 구나. 오냐! 그렇게 죽는 게 소원이라면 들어주지!”

 

 두목의 명령과 동시에 도적떼들이 송열에게 달려들었고, 송열은 죽기 살기로 도적떼들과 싸웠지만 곳곳에 상처를 입고 피를 많이 흘려 곧 죽을 목숨이었다. 그런데 이때 주위를 지나가던 흑영단의 상단이 요란한 소리를 듣고 달려와 도적떼를 물리치고 송열을 구해주었던 것이다. 송열은 도적떼들이 도망을 가자 흑영단의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쓰러져버렸지만, 흑영단의 지극한 보살핌으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흑영단의 단주 황욱은 상단의 행수로부터 송열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송열의 기개에 감탄을 했다. 황욱은 송열에게 사람을 보내 흑영단에 들어오길 권했고, 송열은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흑영단 단주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작은 상단에 소속된 것도 아니었고, 작은 상단에 일을 할 때보다 보수가 배나 더 많았기에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그렇게 송열은 흑영단의 식구가 되었었다.

 

 송열이 몽에게 객잔의 주인을 소개했다.

 

 “대협. 여기는 이곳 객잔의 주인인 곽기령입니다.”

 

 송열이 마르고 키가 작은 사내를 소개하자 그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어서 오십시오. 저는 이곳의 주인인 곽기령입니다. 불편함이 없도록 모시겠습니다.”

 

 몽은 자신보다 훨씬 더 나이가 많은 사내가 깍듯하게 인사를 하며 허리를 숙이자 몸 둘 바를 몰랐다. 이곳에 오는 동안 계속 그랬다. 흑영단의 객잔에 가고, 객잔에서는 사람들이 허둥지둥 뛰쳐나오고, 자신을 떠받들고, 잠시 하룻밤 머무는 동안 온갖 정성을 다 쏟고. 몽은 수차례나 송열에게 불편하다고 말을 했지만, 송열은 그때마다 그것이 자신의 임무이니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곽기령의 인사에 몽도 얼른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아...안녕하세요? 저는 천몽이라고 합니다. 하룻밤만 묵고 갈 테니 너무 신경 쓰시지 마세요.”

 

 몽은 곽기령과 짧은 인사를 마치고 숙소로 안내되었다. 이번에도 커다란 나무통에 따뜻한 물이 준비되었다. 몽은 지금껏 살아오며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해본 적이라곤 불과 얼마 전, 녹림의 총단에서 딱 한 번 해본 것이 전부였는데, 흑영단의 사내들과 오는 동안 매일같이 이렇게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이제 서서히 초여름에서 한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라서 더운물에 목욕을 하는 것을 꺼릴 수도 있겠지만, 준비해 놓은 따뜻한 물이 아깝기도 했고,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나올 때의 상쾌함이 너무나 기분이 좋기도 해서 몽은 한참동안이나 몸을 담그고 나왔다. 몽은 흑영단에서 준비해주는 여러 가지의 호사스러운 것들은 부담스러웠지만, 이것만큼은 정말 싫지가 않았다.

 

 송열은 첫날, 몽이 따뜻한 물이 담긴 나무통에 들어가서 한참을 있다가 나오는 것을 보고선, 몽이 따끈한 물에 목욕을 즐긴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그 뒤부터 매일 저녁 목욕물을 준비해 줬다. 몽은 처음 말을 타봐서 허벅지에 살이 벗겨지고, 벌겋게 부어서 너무나 아렸지만 신기하게도 하루가 지나자, 상처가 아물고 어느새 허벅지에 굳은살이 박였다.

 

 목욕을 끝내고 나자 깨끗한 새 옷이 준비되어 있었다. 흑영단의 사내들이 입고 있었던 검은 무복과 같은 형태의 옷이었지만, 그들의 옷은 평범한 천으로 만들어진 것에 반해 몽의 옷은 고급 비단으로 만들어져서 광택이 흘렀고, 흑영단의 표식인 해당화는 없었다. 몽은 이런 고급스러운 비단옷이 부담스러웠지만, 성의를 모른 체 할 수 없어서 준비된 옷을 입고 나갔다. 첫날 목욕을 마치고 준비된 비단옷을 입기가 부담스러워 그냥 입었던 옷을 입고 나갔더니 송열이 너무나 섭섭해 했기 때문이었다.

 

 비단옷이 어찌나 부드러운지 웃옷에 머리를 집어넣자 옷이 미끄러지듯 몽의 등을 타고 흘러내려 절로 입혀지는 듯했다. 차갑고 부드러운 비단의 촉감을 느끼며 옷을 마저 입고, 몽은 방을 나섰다. 그러자 언제나 그랬듯 송열이 방 앞에서 몽을 기다리고 있었다.

 

 “목욕은 다 마치셨습니까? 대협.”

 

 “아...네.”

 

 아직도 이런 대접이 익숙하지 않은 몽이었다.

 

 ‘녀석! 여러 가지로 호강하는구나!’

 

 백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몰라요! 이런 상황이 저는 오히려 더 불편해요!’

 

 몽은 마음속으로 백강에게 말을 건네면서 송열을 따라 객잔의 식당으로 내려갔다. 작은 규모의 객잔이라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은 여럿이서 함께 먹는 곳밖에 없었는데, 송열이 몽의 식사를 따로 몽의 방으로 가져다준다고 했지만, 몽이 손사래를 치며 그냥 식당에서 먹겠다고 해서 그곳에서 먹기로 했던 것이었다. 몽은 자신이 특별대우를 받는 것도,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번거롭게 하는 것도 싫었다.

 

 송열이 몽을 식당의 한쪽에 있는 자리로 안내했다. 몽이 그곳에 송열과 함께 마주하고 앉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요리가 차려졌다.

 

 야채와 함께 볶은 양고기와, 구운 닭고기, 여러 가지 향신료를 넣고 찐 생선요리와 아주 얇게 썬 당나귀고기가 들어간 탕요리 그리고 각종 야채볶음과 향기로운 술이 나왔다. 이런 음식들은 이곳에서 평소에는 판매를 하지 않았고, 미리 주문을 해야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었는데 몽을 위해서 특별히 부랴부랴 준비를 한 것이었다.

 

 곽기령이 다가와 몽과 송열을 향해 굽실거리며 말했다.

 

 “급하게 준비를 해서, 음식이 제대로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정말 훌륭해요!”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모든 음식이 몽의 입맛에 딱 맞았다. 객잔의 주인인 곽기령은 점소이를 불러 몇 가지 당부의 말을 전하고는 몽과 송열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이곳은 위나라와 한나라의 경계에 위치한 작은 객잔이라, 안에는 그리 많은 사람들이 있지는 않았는데, 그들은 잘 차려진 상과 비단 흑의를 걸친 귀공자의 모습에 몽이 있는 자리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몽이 깨끗이 씻고 새 옷을 입고 나오자 여느 귀족집안의 잘생긴 공자처럼 보였던 것이다.

 

 송열이 몽에게 술을 권했다. 몽은 보옥과 술을 마셔본 적이 있어서, 많이는 아니지만, 조금씩 즐길 정도는 마셨다. 처음과는 다르게, 술을 마셔도 이상하게 술기운이 전혀 오르는 것 같지 않았지만, 술기운이 오를 정도로 술을 마구 마시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조금만 마셨다.

 

 어쨌든 몽은 천민이었던 신분으로는 꿈도 꾸지 못하는, 이렇게 귀하고 맛있는 음식들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다. 이젠 밥을 먹지 않아도, 굶어죽을 일은 없었지만 입과 혓바닥은 호사스런 음식을 게걸스럽게 탐했다.

 

 송열과 몽이 맛있게 음식을 먹고 있는데, 객잔의 입구 문이 거칠게 열리며 두 명의 사내가 들어왔다. 이십대 초반의 나이로 보이는 그들은 이미 약간 술이 오른 것처럼 보였는데, 한 사내의 손에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술병 하나가 들려있었다. 그들 둘은 비어있는 한 자리로 가더니 손에 들려있는 술병을 쾅 소리가 나도록 요란하게 탁자위에 올려놓고 의자에 털썩 앉았다.

 

 “야! 이봐!”

 

 그들 중 하나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점소이를 요란하게 불렀다. 그들이 부르자 점소이가 굽실거리며 총총걸음으로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예. 주문하시겠습니까?”

 

 “야 임마! 여기 뭐가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알고 주문을 한단 말이냐?”

 

 “저기, 저쪽에 보시면.....”

 

 점소이가 말을 하려는데, 사내하나가 점소이의 말을 끊으며 삐딱하게 말했다.

 

 “아! 난 눈이 나빠서 안보여 임마! 그러니까 하나하나 한번 읊어봐!”

 

 화를 낼 법도 하건만, 참을성 많은 점소이는 웃으면서 그들에게 친절하고 사근사근하게 하나하나 음식을 설명해줬다.

 

 “흐음.... 그럼 삶은 돼지고기나 한번 가져와봐!”

 

 “네. 공자님들께서 술은 필요하지 않으신지.....”

 

 점소이는 그들에게 듣기 좋으라고 공자님들이라 불렀다. 사실 그들은 공자님들이라고까지 부르긴 그렇지만, 제법 괜찮은 집안의 자제들이었다. 얼마 전, 한나라의 변방을 지키는 장군이 바뀌면서 그 아래의 장수들이 몇몇 따라왔는데, 그들은 그 장수들의 자제들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제법 번화한 곳에서 지내다가 이렇게 외진 곳으로 오게 되자 여러 가지로 불편한 것이 많아 짜증이 나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그들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기루(妓樓)하나 없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이곳에 온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이곳이 흑영단에서 운영하는 객잔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야!”

 

 “네. 공자님”

 

 자신을 향해 반말을 툭툭 던지는 그들의 행동에 점소이는 전혀 불쾌한 기색 없이 웃어넘겼다.

 

 “이거.”

 

 사내 하나가 탁자위에 놓인 고급스러워 보이는 술병을 툭툭 치면서 말했다.

 

 “네.”

 

 “우리는 이거 마실 거야. 괜찮지?”

 

 점소이는 저쪽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곽기령에게 슬쩍 시선을 돌렸다. 곽기령은 점소이를 보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점소이가 사내들을 향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어이쿠! 물론이지요! 전혀 상관없습니다!”

 

 점소이의 반응에 사내들이 킬킬 거리며 말했다.

 

 “그래. 야! 내가 이곳에서 술을 팔아주고 싶어도, 이런 좋은 술이 없으니 팔아줄 수가 없다! 그렇다고 나 같은 사람이 여기서 파는 죽엽청 같은 똥술이나 마실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

 

 그들의 오만방자한 행동에 송열은 화가 났지만, 앞에 몽이 있어서 화를 누그러뜨리고 가만히 참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무례한 행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점소이가 삶은 돼지고기와 술잔 두 개를 내어왔다.

 

 “여기 나왔습니다. 그럼 맛있게 드십시오!”

 

 점소이가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사내 하나가 트집을 잡았다.

 

 “잠깐! 이리 와봐!”

 

 점소이가 돌아서며 물었다.

 

 “네. 뭐 필요하신 거라도....”

 

 “이놈아! 그게 아니라 이 잔 좀 봐라!”

 

 점소이는 혹시라도 술잔이 깨졌나 싶어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전혀 이상한 것은 보이지가 않았다.

 

 “저기.... 뭐가....”

 

 “야 이 녀석아! 너는 여기 묻은 얼룩이 보이지도 않냐? 더럽잖아!”

 

 그것은 다른 얼룩이 묻은 것이 아니라, 씻고 나서 물이 자연스럽게 마르면서 남은 물 얼룩자국이었다. 점소이가 웃으면서 말했다.

 

 “아, 손님 그건 물이 마르면서 자연스럽게...”

 

 “이놈아! 그래서 여기가 촌구석이라는 거다! 잔을 물로 씻었으면 깨끗한 천으로 닦아야 할 것 아니냐! 엉? 이래가지고 더러워서 술을 부어 마시겠냐? 앙? 이런 귀한 술을 다 버리잖아!”

 

 점소이는 그들이 억지를 부리는 것을 알았지만, 웃으면서 말했다.

 

 “어이쿠. 죄송합니다. 공자님들. 그럼 잔을 바꿔드리겠습니다.”

 

 점소이는 얼른 술잔을 치우고, 새 술잔을 천으로 빡빡 닦아서 그들 앞에 대령했다.

 

 “자~ 여기 깨끗한 술잔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럼 맛있게 드십시오!”

 

 점소이는 이제 물 얼룩자국도 없으니 괜찮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애초부터 이들은 어떻게든 시비를 걸어, 뭐든 거저 얻어 볼 심산이었다. 하다못해 안주로 나온 돼지고기라도 공(空)으로 먹어볼 요량이었던 것이다.

 

 “야! 일루와 봐!”

 

 점소이는 욕지거리가 목까지 차올랐지만 꾹 참았다.

 

 “네. 공자님. 혹시 이번에도 어떤 문제가....”

 

 “얌마! 좀 제대로 안 씻냐? 엉? 잔에서 냄새가 나잖아! 냄새가!”

 

 이 정도면 누가 봐도 이들이 시비를 거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보다 못한 송열이 몽에게 양해를 구하고 몸을 일으켰다.

 

 “죄송합니다. 대협. 이곳이 흑영단의 객잔이다 보니, 흑영단의 사람으로서,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군요.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네? 아... 아닙니다. 괜찮아요.”

 

 “그럼.”

 

 송열은 몽에게 인사를 하고는 그들이 있는 자리로 갔다.

 

 “이것들 보시오. 지금 뭣들 하는 거요?”

 

 송열이 나타나자 그들 중 한 사내가 가소롭다는 듯 일어나서 송열을 향해 비아냥거렸다.

 

 “뭐하긴? 보면 모르냐? 술 마시러 왔지 새끼야.”

 

 “그럼 그냥 조용히 마시고 가면 되잖소?”

 

 “아! X팔, 조용히 마시고 가려는데, 잔이 더럽잖아! 잔이!”

 

 일어났던 사내가 탁자를 탕하고 요란하게 내리치면서 외쳤다. 이미 객잔의 모든 사람들이 그들을 보고 있었다. 송열도 막무가내인 사내의 행동에 슬슬 화가 올라와 그를 향해 말했다.

 

 “정 잔이 더러우면 그냥 잔 없이 병에 입을 대고 마시면 되지 않소? 막역지우인 것 같은데, 설마 서로 더럽다고 하진 않을 것 아니오? 혹시.... 정말로 서로를 더럽다고 생각하는 거요?”

 

 송열의 비꼬는 듯한 말에 일어선 사내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햐... 이놈 봐라...’

 

 잠시 후, 사내의 입에서 말이 나왔다.

 

 “아, 물론 우리는 서로가 더러워서 그러는 건 결코 아니야! 오히려 우리는 워낙 서로를 아끼고, 생각하기 때문에 뭐든 똑같이 나누지! 이 귀한 술도 우리 둘 중에 한 사람이라도 다른 친구보다 많이 마셨다는 생각이 들면 미안해서 죽어버릴 것 같단 말이야? 그런데 똑같이 나누려니 여기에 있는 잔이나 그릇들이 좀 더러워야 말이지! 어때? 자네가 좀 우리 둘에게 똑.같.이. 나눠줄 수 있겠나? 우리 두 사람의 우정을 위해서 말이야. 뭐... 그럴 재주가 없다면..... 쓸데없이 끼어들어서 잔소리나 지껄이지 말고, 처먹던 거나 계속 처먹던가!”

 

 송열은 계속해서 거친 말을 퍼붓고, 잔이나 그릇 없이 똑같이 반으로 술을 나눠보라는 사내의 억지스러운 말에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힘으로 그들을 밖으로 쫓아내야겠다고 생각 하는데, 갑자기 뒤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 콰앙!

 

 그리고는 요란한 소리가 울린 곳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그 술! 내가 반으로 나눠 드리지!”

 

 요란한 소리와 음성이 들린 곳을 송열이 돌아보니 그곳에서 눈부시도록 고운 귀공자의 품위가 철철 흐르는 몽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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