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화 다시 한(韓)나라로.
몽은 자신을 보며 낄낄거리고 웃는 성성이들을 보며 씩씩거리면서 일어섰다.
“좋아. 한번 해보자 이거지?”
몽은 조금 전, 순간적으로 축지법을 써서 성성이 하나를 비켜 넘어갔던 사실을 떠올리며 머리를 굴렸다.
‘한 번 넘어가자마자 곧바로 그다음, 또 그다음 축지법을 써서 계속해서 넘어가면 되겠지?’
몽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 성성이들을 찬찬히 노려보다가 다시 달려갔다. 하지만 영악한 성성이들은 조금 전 몽의 축지법을 보고선, 몽이 달려오자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길쭉하게 늘어섰다.
몽은 첫 번째 성성이의 바로 코앞에서 축지법을 써서 쏙 사라졌다가, 성성이의 뒤에 불쑥 나타났다. 그러자 몽이 그렇게 사라졌다가 나타날 것이라는 것을 미리 짐작하고 있던 두 번째 성성이가 몽을 얼른 낚아채려고 하는데, 몽이 조금 더 빨랐다. 몽의 몸이 두 번째 성성이의 앞에서도 쏙 사라지더니 두 번째 성성이의 뒤에 다시 나타났다. 하지만, 몽의 축지법은 거기까지였다. 몽이 세 번째로 축지법을 행하기도 전에 몽의 움직임을 예상한 그 다음번의 성성이가 몽이 나타나자마자 낚아채더니 몽을 다시 공터의 한가운데로 내동댕이 쳐버렸다. 몽은 흙먼지를 일으키며 나동그라졌다.
“아우~진짜!”
몽은 또다시 내동댕이쳐지자 아프다기보다는 짜증이 났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이판사판이다!’
몽은 다시 벌떡 일어나 또 성성이들을 향해 달려갔다. 축지법을 이용해서 한 방향으로만 달려가기를 계속 반복하던 몽은 몇 차례 더 나동그라지고 나서 주저앉은 채로 곰곰이 생각을 하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이번에는 좌로, 우로 좌충우돌하듯 이상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몽은 이쪽저쪽 방향을 바꾸어가며 불규칙적으로 몸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성성이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몽의 노력도 성성이들의 손아귀를 벗어나기엔 무리였다. 날렵하고 힘이 센 성성이들은 몽의 그 움직임을 보고선 순식간에 길쭉하게 늘어섰던 대열을 넓게 퍼트리더니, 몽을 잡아 다시 공터의 가운데로 던져버렸다.
- 철퍼덕!
“젠장!!”
몽은 씩씩거리며 주먹으로 땅을 쳤다. 그리곤 또다시 벌떡 일어나서 그렇게 뛰어가기를 계속해서 반복했다. 하지만, 그것은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몽이 그렇게 수십 번의 반복을 하는 동안 어느새 멀리서 동이 터오고 있었다. 검은 숲은 점차 푸르스름하게 변해가고 있었고, 촉촉한 이슬을 머금은 풀잎들은 싱그러운 풀냄새를 스멀스멀 피워 올리기 시작했다. 멀리 떨어진 언덕에서 몽과 성성이들이 있는 공터를 내려다보고 있던 백강이 보옥에게 말했다.
“먼저 돌아가 있거라.”
보옥과 몽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박요삭을 찾아 이곳 초나라까지 왔던 터라 사실 보옥도 날이 차츰 밝아오자 흑영단의 사람들이 찾을 것 같아 걱정이 되던 차였다.
“괜찮을까요?”
보옥은 저기 멀리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성성이들에게 내동댕이쳐지는 몽을 쳐다보며 걱정스레 물었다.
“클클클.. 지금 나를 못 믿는 거냐?”
“그럴리가요. 저 녀석이 못 미더운 거죠.”
보옥은 멀리 있는 몽을 응시하며 말했다. 잠시 몽을 그렇게 바라보던 보옥은 몽을 잘 부탁한다는 짧은 인사를 남기고는 경공을 펼쳐서 한(韓)나라에 있는 취선루를 향해 섬광처럼 사라졌다.
백강은 계속해서 달려들고 나동그라지기를 반복하는 몽을 즐거운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잔뜩 열이 오른 몽은 지치지도 않고 계속해서 성성이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후후.... 무식한 놈이 부지런하기는 하구만.”
몽이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으로 벗어나려고 시도하면 할수록 성성이들은 뭔가 새로운 놀잇감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손뼉을 치고 요란하게 웃으며 즐거워했다. 그런데 그런 그들의 즐거움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해가 중천에 떠올라 무더워지자 성성이들도 점점 지쳐갔는데, 몽은 계속해서 쉬지도 않고 달려들고 있었다. 성성이들은 원래 보통의 사람을 만났을 때는 번갈아가며 휴식을 취하고, 음식도 먹어가며 이런 놀이를 즐겼는데, 몽의 축지법 때문에 그들은 그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보통의 사람이라면 벌써 몇 번이라도 지쳐 쓰러졌을 법도 한데, 몽은 끊임없이 달려들고 있었다.
한편, 몽으로써는 아무리 이런저런 방법을 써 봐도 계속해서 성성이들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자 너무나 신경질이 났다. 이번에도 좌우앞뒤로 불규칙적으로 몸의 방향을 틀어봤지만, 또 성성이의 손에 붙잡히고 말았다.
“아오~진짜!”
몽은 주먹으로 땅바닥을 쿵쿵 두들겼다. 그러다가 갑자기 머릿속에 뭔가 떠올랐다.
‘맞다! 내가 왜 계속 피할 생각만 했지?’
몽은 성성이들을 상대로 싸울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자신을 향해 뻗는 손까지 꼭 피해야만 할 필요는 없었다. 성성이들에게 잡히지 않을 곳에서는 축지법만으로 멀어지면 되는 것이고, 잡힐 것 같으면 성성이가 뻗어오는 손을 쳐내고 축지법을 행하면 될 것이었다. 몽은 자신의 머리를 콩 쥐어박았다.
“이런 바보! 여태껏 왜 이 생각을 못했지?”
몽은 다시 벌떡 일어서더니 성성이들을 향해 뛰어갔다. 지치지도 않고 다시 달려오는 몽을 보자 성성이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몽은 또다시 불규칙적으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성성이들의 손을 피하다가 한순간 바로 뒤에 나타난 성성이가 자신의 목덜미를 잡으려고 하자 얼른 고개를 숙였다. 몽의 목덜미를 잡으려던 성성이의 손이 허공을 헤매는 것도 잠시 곧 고개를 숙인 몽의 목덜미를 향해 빠르게 내려왔다. 몽은 얼른 몸을 옆으로 비틀며 성성이의 팔을 위로 세게 올려쳤다.
- 팍!
몽이 자신의 팔을 잽싸게 쳐내자 잠시 당황했던 성성이가 곧 다른 팔을 뻗으려고 하는데, 몽이 축지법을 써서 순식간에 옆으로 사라졌다. 몇 번 그렇게 성성이의 손을 벗어났지만, 아직은 역부족이어서 다시 몽은 공터로 나동그라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전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성성이들의 손에 붙잡히지 않았고, 가능성도 충분해 보였다. 몽은 결국 이번에도 내동댕이쳐지긴 했지만, 가능성이 보였기 때문에 기뻐 외치며 다시 성성이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며 달려갔다.
“좋았어!! 이야압~~!!”
이번에도 여전히 지칠 줄 모르고 달려드는 몽을 보며 성성이들은 입을 턱 벌리고 지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킬킬킬. 제법이군! 제법이야!”
백강은 불과 반나절 만에 이전과는 크게 달라진 몽의 축지법과 민첩함을 보며 무척 흐뭇해했다.
최대한 빠르게 경공을 펼쳐 취선루로 돌아간 보옥은 다행히 아침에 황욱이 자신을 찾기 전에 취선루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자신의 방에 들어온 황욱을 향해 보옥은 짐짓 이제 막 자다 깬 것처럼 대했다.
“우웅~~. 아~하암..... 아버지. 왜요?”
“오늘따라 좀 늦게 일어나는 구나.”
“헤헤. 녹림의 일 때문에 신경을 써서 그런지 좀 피곤하네요. 그런데 어쩐 일이세요?”
“그게, 몽이 보이지 않는구나. 조금 전 몽의 방에 갔다 왔는데, 밖에서 불러도 인기척이 없기에 열고 들어가 봤더니, 아무도 없지 뭐냐. 전영을 불러서 물어봐도 모르고. 혹시나 해서 너에게 와봤더니, 너는 자고 있고..... 혹시 너에게 뭐라고 남긴 말은 없었느냐?”
보옥은 조금 당황했지만,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척하며 거짓말을 했다.
“아~ 몽이 어제 저한테, 패력대제 감항을 만나려면 이틀정도 시간이 남았으니, 어디 좀 잠시 다녀올 테니까 찾을 필요 없다고 하던데요?”
“응? 어딜?”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자세한 건 말해주지 않아서.”
“그것참 이상하구나. 그래도 몽이 나갔다면 흑영단에서 모를 리가 없을 텐데.....”
보옥은 뜨끔했지만, 시미치를 뚝 뗐다.
“뭐, 워낙 이상한 술법을 많이 쓰는 녀석이니까 이번에도 뭔가 요상한 방법으로 취선루를 벗어났겠죠. 그러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흐음....그런가....”
황욱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몽이 어디로 갔을까 생각했다.
보옥은 어서 밤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성성이들과 대결을 펼치고 있는 몽이 어떻게 되었을까 너무나 궁금해서 적당한 핑계를 둘러대고 조금이라도 빨리 몽에게 가고 싶었지만, 그러면 아버지가 의심을 할 것 같았다. 보옥은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잘하고 있을까?’
보옥은 성성이에게 끝없이 던져지는 몽을 생각하며 얼른 밤이 깊어지기를 기다렸다. 짙고 어두운 밤이 깔리자, 보옥은 자신의 방 창문으로 슬쩍 나와서 다시 몽이 있는 초(楚)나라를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혼자서 달려가는 보옥은 몽의 손을 잡고 달렸던 것보다 훨씬 더 빨리 몽이 있는 곳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어둠이 깔린 밤 깊은 산속의 언덕에서는 여전히 백강이 공터를 바라보고 있었고, 은은한 달빛이 비치는 공터에서는 몽과 성성이들의 대결이 펼쳐지고 있었다. 비가 오려는지 달무리가 져있는 달의 빛은 그리 밝진 않았지만 몽에게는 크게 상관이 없었다.
보옥은 백강의 곁으로 다가서며 물었다.
“좀 발전이 있었나요?”
“클클클... 직접 한번 보거라.”
백강의 말에 보옥은 공터를 쳐다보았다. 몽은 공터의 한가운데에서 성성이들을 향해 달려갈 태세를 하고 있었고, 성성이들은 이전과는 다르게 몽을 중심으로 제법 넓게 몽을 포위하고 있었다. 그들은 공터의 공간만으로는 부족했는지, 나무에 올라가있는 성성이들도 제법 보였다. 제법 거리가 떨어져 있었지만, 보옥은 지금 성성이들이 상당히 지친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몽은 냅다 성성이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몽의 신형이 사라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달려가는 방향이 아닌, 저기 옆으로 멀찍이 떨어진 곳으로 몽의 몸이 번쩍 나타났다. 그러자 그쪽 근처에 있던 성성이가 재빠르게 달려드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달려들던 성성이의 양손은 허공을 허우적거리고 있었고, 이번엔 몽의 신형이 정반대의 공간에 번쩍 나타났다.
“어머! 어떻게 된 일이에요? 몽의 축지법이 엄청난데요?”
“킬킬.. 감탄하긴 아직 일러. 이게 다가 아니니까 잘 봐.”
백강의 말에 보옥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몽과 성성이들의 대결을 바라보았다. 몽이 반대쪽에 나타나자 그 근처에 있던 성성이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몽을 향해 또 달려들었다. 하지만 몽은 또 다른 곳으로 방향을 틀어 축지법을 이용해 몸을 순식간에 이동시켰다. 그러나 성성이들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그들은 조금씩 몽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점점 좁혀오더니 몽의 움직임을 다급하게 만들었다. 몽의 움직임이 좁은 공간에서 빠르게 나타났다 사라졌다가를 반복하다가 성성이에게 잡히려는 순간에 몽의 몸이 갑자기 지상에서 사라지더니 높은 나무의 나뭇가지에 불쑥 나타났다.
“엇?”
보옥은 깜짝 놀랐다. 몽이 축지법을 이용해서 땅이 아닌, 나무위로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축지법을 저렇게도 할 수 있는 거예요?”
“나도 살아생전 먼 길을 빨리 갈 때 말고는 축지법을 쓸 일이 없어서, 한 번도 시도를 해보지는 않았었는데, 생각해보니 앞뒤좌우의 공간만 공간이 아니라 위아래의 공간도 공간이니 저렇게 사용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
백강은 몽의 움직임을 아주 흥미롭게 쳐다봤다.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몽이 다급한 순간 백강조차 생각하지도 못한 방법으로 신형을 움직이자 너무나 재미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성성이들은 몽을 끈질기게 쫓았다. 게다가 나무를 타는 건 성성이들도 자신이 있었다. 성성이들을 벗어나려는 몽과 몽을 잡으려는 성성이들이 어두운 밤 산속에서 추격전을 벌였다. 성성이들은 무리생활을 오래해서 협공을 하는 손발이 척척 맞았고, 아주 효율적으로 공격을 펼쳤다.
몽은 축지법을 써서 신형을 이리저리 날렵하게 움직이는 한편,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성성이들의 팔을 쳐냈다. 이렇게 쳐내는 것도 단순히 쳐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공력을 끌어올려 강하게 쳐냄으로써 쫓아오는 성성이들의 중심을 흐트러지게 만들었다.
“아니, 이제 공력도 필요할 때 잠깐씩 끌어와 쓰고 있네요? 어떻게 하루 만에 이렇게.....”
“그냥 단순히 반복된 훈련이었다면 아무리 닦달을 한다고 해도 결코 이렇게까지 되지는 못했겠지..... 몽이 녀석에겐 성성이들을 만난 게 정말 행운이야.”
몽과 성성이들은 쫓고 쫓기며 산속을 누비고 다녔다. 보옥이 백강에게 말했다.
“저 정도면, 이미 성성이들의 포위를 벗어난 것 같은데요?”
“그래. 하지만, 이번처럼 좋은 기회를 그냥 날려버릴 수는 없지.”
“그럼, 언제까지 저렇게 내버려두시려고요?”
“동이 틀 때까지. 그럼 그만큼 더 발전하겠지. 마음 같아선 하루정도 더 놔두고 싶지만, 감항인가 뭣인가 하는 놈하고 약속이 있다니 어쩔 수 없지.”
보옥과 백강은 동이 틀 때까지 몽과 성성이의 추격전을 구경했다. 백강은 하루정도 몽을 성성이들과 함께 더 놔두고 싶다고 했지만, 동이 터올 무렵이 되자 그렇게 아쉬워할 필요도 없어졌다. 너무나 지쳐버린 성성이들이 도저히 버티기가 힘들었는지 도망가는 몽을 더 이상 쫓지 않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었다.
“크하하핫! 성성이들이 지쳐 떨어질 때도 다 있구나!”
쫓아오던 성성이들이 갑자기 모두 사라지자 몽은 그제야 긴장이 풀렸는지 축지법을 멈추고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보옥과 백강이 몽을 향해 다가왔다. 몽의 허리춤에 있는 박요삭이 또 백강의 귀(鬼)기에 웅웅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이전보다는 훨씬 더 약한 울림이었다. 몽은 백강을 향해 눈을 흘기며 말했다.
“흥! 나만 공터에 버려둬서 개고생을 시키더니.... 구경하니까 재미납디까?”
“그래! 이놈아! 아주 재밌었다! 성성이한테 뺨을 맞는 네놈의 모습은 아마 죽어도, 아니, 저승에 갈 때까지 못 잊을 거다! 크하하핫!”
“시끄러워욧!”
몽이 백강의 놀림에 화를 버럭 내었다.
“이 한심한 녀석아! 덕분에 네 녀석의 실력도 일취월장했으니 뭐가 불만이냐?”
“치잇!”
몽은 백강의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몽이 성성이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빠르게 실력이 늘었다. 몽은 제법 능수능란하게 축지법을 사용하고 공력을 운용하면서도 그렇게 움직여지고, 공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도 놀랐다.
온몸이 흠뻑 젖은 몽의 이마에 송골송골 맺혀있는 땀방울은 찬란한 아침의 햇빛을 머금고 있었다. 보옥이 땀범벅이 된 몽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몽. 고생 많았어. 이제 한(韓)나라로 돌아가자. 조금 있으면 사람들이 찾을지도 모르니까 서둘러야 해.”
“아, 네.”
몽은 보옥의 말에 얼른 대답을 하고는 일어섰다. 보옥이 몽의 손을 잡아 경공을 펼치려는데 갑자기 백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녀석아! 나도 데려가야지!”
백강의 말에 몽이 톡 쏘아붙이듯 말했다.
“흥! 얼마든지 낮에도 돌아다닐 수 있잖아요! 그냥 날아서 따라오세요! 우리 얼른 가요.”
“으....응?”
몽의 말에 보옥이 갑자기 몽과 백강의 사이에서 난처해져 망설였다.
“클클클.... 이놈아! 귀찮아! 그냥 네놈 몸에서 편히 가겠다!”
-푸스스.
백강은 다시 연기로 변하며 몽의 콧속으로 쏙 들어갔고, 몽은 또다시 밀려오는 뜨겁고, 차가운 통증에 고통스러워했다.
“끄...으...아악! 이 몹쓸 영감 같으니라구!!”
몽은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비몽사몽이 되어버린 정신으로 보옥의 손에 이끌려 한나라를 향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