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화 집으로

　진화가 행방불명상태가 되었다. 그 험한 땅에서 사람 하나 없어지는 것은 그 시절 참 흔한 일이었다. 노미는 울지 않으려 애썼다. 원망하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 울고 있었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 땅이 꺼지게 누군가를 원망하고 있었다.

　그 사이 복권이에게서 윤화가 죽은 것 같지는 않다는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소식도 들었다. 죽지 않고 살아서 도대체 어디서 얼마나 어떻게 무엇을 견디고 있는 것일까. 집안 첫째, 둘째 모두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었다. 아버지는 결국 몸져누우셨다. 아직 11월 초였는데 벌써 바람이 한겨울 같았다. 지금까지 지낸 그 어떤 겨울보다 추울 것 같은 겨울이 오고 있었다. 식구들은 모두 그저 견디고 있었다. 무언가를 믿어서가 아니었다. 그저 버티고 있는 것이었다.

　진화는 희미한 호롱불이 켜져 있는 방에서 눈을 떴다. 온몸이 불덩어리 같았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와중에도 끝없이 아내를 찾았다. 가끔 윤화의 이름을 부르기도 했다. 진화는 도대체 여기가 어딘가 싶었다. 누군가 자기를 돌봐주고 있는 것 같은데 누군지 알 수 없었다. 도대체 얼마나 여기 이렇게 누워 있었는지 가늠이 안 되었다.

　진화는 러시아로 건너가는 일행 사이에 끼어있었다. 만주에서는 해볼 만큼 다 해봤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일본군들의 위세가 줄기는커녕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일본군들은 세상을 다 잡아먹을 작정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정말로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진화는 러시아가 어떤 곳인지 잘 알지 못했다. 그저 일본의 위력이 닿지 않는 얼마 남지 않은 곳이라는 것만 알았다. 조선사람들이 농사를 잘 지으니 러시아 사람들은 조선사람들이 오는 것을 환영한다는 듣기 좋은 이야기도 들었다. 그리고 그곳은 주인 없는 빈 땅이 끝도 없이 펼쳐진 곳이라고 했다. 말할 수 없이 솔깃한 유혹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한번 다녀오자는 마음으로 사람들을 따라나섰다. 그러나 가면 갈수록 주변의 경치가 심상치 않았다. 초목은 점점 보이지 않고, 사람 키보다도 작은 덤불들만 가득한 땅이 끝없이 펼쳐졌다. 세상에 뭐 이런 땅이 다 있나 싶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꾸 북쪽으로 북쪽으로만 갔다. 그리고 깊지는 않아 보이는데 제법 넓은 강을 만났다.

　일행은 강가에서 야영을 하기로 했다. 마음이 급한 어떤 이들이 먼저 그 강을 맨발로 건너가고 있었다. 한참을 가더니 허리까지 물이 깊어졌다. 저러다 큰일 나지 싶었는데 그 사람들은 그대로 강을 건너 건너편으로 갔다. 대단하다는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무서운 정신력이었다. 옆에 있던 사람 말로는 추위에 강한 함경도 사람들이라 그렇다고 했다. 확실히 북쪽 사람들은 같은 조선사람이라고 해도 말투도 억세고 성격도 매우 강인했다.

　그렇게 하룻밤을 강가에서 지새운 뒤 진화 일행은 날이 밝자 강을 건널 채비를 했다. 일차로 한 무리가 강을 건너고, 또 다음 사람들이 강을 건넜다. 진화는 일행들을 다 앞서 보내놓고 제일 뒤에 남았다. 이제 진화가 강을 건널 차례였다. 러시아 국경인 북만주의 겨울바람은 남쪽의 겨울바람과는 차원이 달랐다. 진화는 그 추위가 도저히 적응되지 않았다. 강물에 몇 번이나 발을 담가보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더는 앞으로 가지 못하고 돌아 나왔다. 몇 차례를 그렇게 실패를 하고 보니 일행들 볼 낯이 없었다. 그래서 다들 기다리지 말고 먼저 가라고 앞서 보냈다.

　그렇게 진화는 제일 뒤에 남았다. 진화는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어 강물에 발을 담갔다. 그러나 도저히 건널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추위 때문만은 아니었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진화를 더는 앞으로 갈 수 없게 했다.

　아내의 얼굴이, 노미의 얼굴이 떠올랐다. 두 해나 보지 못했다. 두 해나 떠나있었다. 도대체 지금 자기가 왜 여기 와 있는가 싶었다. 아직 얼굴도 보지 못한 아들도 있었다. 진화는 순간 정신이 번쩍 나는 것 같았다. 그 어디에도 안전한 곳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삶으로부터, 죽음으로부터, 그 어떤 위험으로부터도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이 도망치면 도망칠수록, 아니, 그 어디로 도망친다 해도 불행은, 위험은, 혹은 죽음은 반드시 찾아오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참혹한 절망이었다. 숨을 곳도 없었고, 피할 수도 없었다. 진화는 그 길로 강에서 뛰쳐나와 뒤로 돌아 뛰었다. 집을 향해 뛰었다. 아까 지나왔던 그 거친 들판이 옆으로 휙휙 지나갔다. 눈앞에 노미의 얼굴이, 아내의 얼굴이 보였다. 진화는 웃었다. 진화는 그렇게 아내를 향해, 고향을 향해 남쪽으로 뛰었다.

　그렇게 달리다 지나가는 트럭도 얻어 타고, 기차역까지 어찌어찌 가서는 몰래 화물칸에 숨어들었다. 그렇게 남쪽으로 남쪽으로 몇 날 며칠을 달렸다.

　기차가 거의 개성 근처까지 도착했을 때 그 기차 종착역이 거기였는지 진화가 숨어있던 화물칸으로 사람들이 물건을 내리러 다가왔다. 어쩔 수 없이 진화는 화물칸에서 뛰어내려 인가로 갔다. 그렇게 허우적허우적 걷고 있는데 진화는 자기가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앞에 국밥집이 보이길래 무조건 들어가 국밥을 시켜 먹었다. 돈이 좀 있어서 돈을 낸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다음 기억이 없었다.

　진화는 누군가 자기 이마에 물수건을 올려주는 것을 느꼈다.

　“정신이 드는가?”

　한 삼사십쯤 되어 보이는 아저씨가 자기 곁을 지키고 있었다. 조금 마른 체형에 인상은 나쁘지 않은 사람이었다.

　“여기가 어딥니까?”

　하고 진화가 겨우 나오는 목소리로 물었다.

　“개성일세. 도통 기억이 안 나는 모양이구만. 우리 집 밥을 먹고 쓰러졌으니 우리가 돌보는 게 당연하지 않겠나? 열병이 나서 닷새나 누워 있었네.”

　하고 남자가 말해주었다.

　“닷새라고요? 저... 저는 가야합니다.”

　하며 진화가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는데 남자가 말렸다.

　“아이구, 아직 열이 다 안 떨어졌네. 아직은 일어나면 안 된다구.”

　했다. 그러나 남자가 말려서가 아니라 정말로 몸이 천근만근이라 움직일 수가 없었다. 진화는 꼼짝없이 다시 자리에 누워 그대로 삼일이나 더 일어나지 못했다. 그래도 정신은 들어서 그 집 식구들이랑 얼굴도 익히고 대화도 나눌 수 있었다. 주인 부부와 다 큰 딸 하나, 어린 아들이 하나 있는 집이었다.

　이제 벽에 기대어 앉을 만큼이 되자 주인집 딸이 죽을 가지고 와서 놓고 갔다. 그런데 진화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옆으로만 슬쩍 훔쳐보고는 얼굴이 빨개져서 나가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주인 남자는 ‘허허.’하고 헛웃음을 웃더니 진화에게 넌지시 물었다.

　“자네, 혹 혼인을 했는가?”

　진화는 왜 묻는지 알 것 같아 난감했다.

　“예, 했습니더.”

　진화의 대답에 남자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적잖이 실망한 눈치였다.

　“윤화야, 윤화야 하던데. 혹 안사람인가?”

　진화는 웃음이 났다.

　“아닙니더. 지 동생입니더. 남동생입니더.”

　남자는 멋쩍게 웃더니

　“하도 애달프게 부르길래 정인인 줄 알았네.”

　하며 웃었다.

　“그럼, 여기요. 여보, 여기요. 하던 사람이 안 사람인 모양이군.”

　하며 남자는 안타까운 눈으로 진화를 보았다. 진화는 꿈결에 내내 아내를 불렀던 기억이 나서 민망했지만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럼, 미순이는 또 누군가?”

　진화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자기가 미순이 이름도 불렀던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꿈에 미순이를 본 것도 같았다.

　“제.... 여동생입니더.”

　진화는 그렇게 대답했다. 진화에게 미순이는 그런 아이였으니까.

　“미순이 이름을 부를 때 많이 울더군. 그래서 나는 자네가 정인이 많은 줄 알았네 그려.”

　하며 남자는 또 ‘허허’하고 웃었다. 그렇게 그 집에서 한참이나 신세를 지고 난 후 진화는 몸이 좀 나아지자 서둘러 그 집 식구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길을 나섰다. 진화를 남몰래 좋아했던 그 집 딸이 진화에게 수놓은 손수건을 선물해주며 눈시울을 붉혔다. 받아줄 수 없는 마음이기는 했지만, 진화는 그 소녀의 마음 또한 고마웠다.

　진화는 그렇게 또 남으로 남으로 내려왔다.

　그렇게 진화는 드디어 경성에, 서울에 도착했다. 만주로 갈 때는 그저 기차를 타고 휙 지나가기만 했던 서울이었다. 진화는 서울이 처음이 아니었다. 어릴 때 아버지와 함께 서울에 와 본 적이 있었다. 거의 십 년 전 일이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했던 어릴 때와 달리 진화의 눈에 비친 지금의 서울은 마냥 신기하기만 한 곳이 아니었다.

　전국적으로 가뭄이 심해 도시는 시골보다 더 상황이 나빴다. 길에 버려진 어린아이들이 여기저기 누워 있었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거지 떼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시골에 누가 쓰러져 있으면 마땅히 달려가 살필 텐데 도시 사람들은 누가 누워있든, 죽어있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실제로 길에 쓰러져 죽어있는 시체도 보았다. 참혹했다.

　‘이것이 서울인가? 이것이 한 나라의 수도란 말인가?’

　진화는 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그렇게 멍하니 서 있다 진화는 그만 달려오는 인력거를 보지 못하고 인력거꾼이 소리를 치는데 머뭇거리다 그만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말았다. 눈이 녹아 엉망진창이 된 길에는 흙탕물이 여기저기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거 사람 정신을 어디다 팔고 있는 거야? 비키라고 했잖아!”

　하며 인력거꾼이 진화에게 고함을 쳤다.

　“보시오. 사람 옷을 이렇게 더럽혀 놓았으면 일단 사과부터 하는 것이 도리이지 어디서 고함부터 치시오?”

　하며 진화가 짐짓 엄하게 그를 꾸짖었다.

　“뭐라고? 이 사람이? 어디서 훈계 질이야?”

　하며 인력거꾼은 도리어 진화에게 삿대질하며 시비를 걸었다. 사람이 그렇게 나오니 진화도 물러설 마음이 싹 사라졌다.

　“허허, 어쩌다 서울사람 예의범절이 이 모양이 되었소. 우리가 비록 나라를 잃었다 하나 예의와 도리까지 잃어야 되겠소.”

　하며 더 엄하게 꾸짖었다. 그러자 그 인력거꾼은 기가 막힌다는 듯

　“뭐야? 이 시골 무지랭이가??”

　하는데 그때 인력거에 타고 있던 손님이 그를 말렸다.

　“보시오. 저분 말이 맞소. 옷값은 내가 쳐 줄테니 그분에게 소리치지 마시오.”

　했다. 인력거에 타고 있던 이는 양장을 곱게 차려입은 묘령의 여인이었다. 그녀는 인력거를 가린 덮개를 열고는 진화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됐습니더. 옷값은 필요없습니더. 사과만 받으면 그뿐입니더.”

　하고 진화가 말했다. 그러자 인력거꾼은 울그락불그락 한다. 그런데 그 여인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보시오. 저분께 사과하시오.”

　단정하면서도 단호한 말투에 인력거꾼은 잠시 망설이더니

　“내, 잘못했소. 용서하시오.”

　했다. 그러자 진화도 빙그레 웃으며.

　“나도 잘한 것 없습니다. 사과해주어 고맙소.”

　하고 사과를 받았다. 그리고는 가던 길을 가려는데 그 여인이 진화를 불렀다.

　“보십시오. 옷이 그렇게 되셨으니 갈아입으시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마침 바로 앞이 제집입니다. 오라비가 입던 옷이 있는데 드리겠습니다.”

　했다.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어 진화는 여인을 따라갔다. 여인의 집은 꽤 외관이 화려한 찻집이었다. 진화는 속으로

　‘평범한 여인은 아니구나 했는데 찻집 주인이구나.’

　했다. 여인은 작은 방으로 진화를 데리고 가더니 정말로 갈아입을 옷을 가져다주었다. 당시 보통 남자들이 입던 목을 여미는 양복이었다.

　“너무 좋은 옷입니다. 받을 수 없습니다.”

　하고 사양하니,

　“그것뿐입니다.”

　하며 뒤도 안 보고 나갔다. 작은 방에는 씻을 수 있는 세숫대야와 수건도 있었다. 진화는 흙 묻은 얼굴을 씻고, 할 수 없이 그 옷으로 갈아입었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여인이 테이블 위에 차가 담긴 찻잔을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검은 빛깔의 강한 향이 나는 차였다. 옷을 갈아입고 나온 진화의 모습에 여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상에! 참 잘 어울리시네요.”

　진화는 부끄럽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했다. 그리고 낯선 여인의 선심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더. 내 이 은혜는 후일 꼭 갚겠습니더.”

　하고 나오려는데

　“후일에요? 후일에 또 오시렵니까?”

　한다. 진화는 난감했다. 여인은 진화가 차를 마시기를 기다리고 앉아 있었다. 진화는 그 낯선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첫맛이 매우 써서 처음에는 좀 역하게 느껴졌으나 설탕을 탔는지 끝 맛이 달짝지근한 것이 기분이 좋았다. 한 번 더 마시니 처음에 역했던 그 쓴맛도 먹을 만했다.

　“후일 말고, 지금 갚아주시면 어떨까요?”

　“예?”

　하고 영문을 몰라 되물었더니

　“제가 사람한테, 그것도 남자한테 첫눈에 반해 본 것이 처음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아름다우십니까?”

　진화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죄송합니다...만 저는....”

　“그저.... 한 번 안아주고 가시면 어쩌실런지요?”

　진화는 숨이 턱 막혔다. 세상에 요즘 신여성들이 다 이러한가 싶어 기가 막히기도 했다.

　“허허, 여인이 남자에게 할 말이 있고, 하지 못할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법도가 땅에 떨어졌다고 하나 여인은 본시 정조를 지키고 몸과 마음을 단속해야 하거늘....”

　진화는 일단 나오는 대로 막 여인을 훈계하듯이 말했다. 그런데 그 훈계가 좀 통했는지 여인은 잠시 고개를 떨구며 부끄러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말씀은 맞습니다만...., 그것은 여염집 여인에게나 통하는 것이고요. 남자는 아니지 않습니까?”

　참으로 당찬 주장이었다. 그러나 진화도 지고 싶지 않았다. 왠지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외람되오나 저는 혼인한 몸입니다. 정조와 지조가 어찌 여자에게만 있겠습니까. 남자도 정조와 지조를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라고 말하며 여인을 엄하게 바라보았다. 그제야 여인은 정화를 다시 고쳐 보았다.

　“참으로, 누구신지.... 아내분이 참으로 부럽습니다.”

　하며 조금은 짓궂은 표정으로 웃더니

　“이제 그만 가셔도 됩니다. 옷이 주인을 만난 것 같아 기쁩니다. 첫눈에 반한 아름다운 분을 만나 제가 장난을 좀 쳤습니다. 용서하십시오.”

　했다. 진화는 이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믿어주기로 했다.

　“참, 나...., 알겠습니다. 감사했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하고는 그 집을 나왔다. 진화는 성큼성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경성 시내를 걸으며 노미가 저 여인처럼 양장을 하면 얼마나 고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저 여인처럼 꼭 양장을 입혀주리라 마음먹었다.

　진화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그건 모르는 일이지만 이 이야기를 아주 아주 나중에 노미에게 했다고 한다.

　할머니가 내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실 때,

　“도대체, 모할라꼬 그 얘기를 내한테 했는지 모르겠다. 참말로, 내가 모 좋아할 줄 알았나? 흥!”

　하셨다. 좀처럼 화내는 법이 없으신데 할머니는 서울 커피 여인 이야기에는 화를 내셨다. 그 순간 할머니는 참말로 여인이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