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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노미
작가 : 정진교
작품등록일 : 2020.9.23

1919년에 태어나신 나의 할머니 오노미와 남편 정진화 그리고 그 동생들 윤화, 남화, 석이, 민화, 태화, 정화 이야기.

그때 노미는 열아홉 아리따운 소녀였고, 남편 정화와 여섯 도련님들은 스물두 살부터 열다섯 살 사이의 근동에 소문난 꽃같은 소년들이었다. 그렇게 노미의 꽃길같은 시집살이는 정말 꽃길만 같을 줄 알았다. 그러나 병으로 일찍 돌아가신 시어머니 대신 여섯도련님들의 어린 어머니 노릇을 하며 한명 한명 제짝을 찾아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시대는 일제강점기. 아프고 어두운 시절이었다.

목숨보다 소중한 것들과 소중한 사람들을 어이없이 빼앗기고, 또 잃어야 했던 시절이었다.
노미의 가족들은 서로를 지켜내기 위해 매일 매 순간 이를 악물고 버텨야 했고, 어떻게든 살아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 시절 누구보다 찬란했고, 아름다웠고, 사랑스러웠으며, 아팠지만 따듯했고, 슬펐지만 행복했다.

공출, 가뭄, 강제징용, 그리고 빼앗긴 소녀들... 아파서 부끄러워서 또 몰라서
아무도 하려하지 않았지만 누군가 해야하는 이야기이기에 감히 시작해보려 한다.

저는 작가 정진교입니다. 지금부터 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제37화 친구
작성일 : 20-09-29 06:41     조회 : 32     추천 : 0     분량 : 6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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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7화 친구

 

 

 달래가 앞마당으로 끌려 나왔다. 그 힘 쎈 녀석이 남자 셋이 잡아당기고 밀고하는데도 좀처럼 밀리지 않았다.

 

 “달래야!”

 

 하고 정화가 고함을 치자 달래가 몸부림을 치며 정화 쪽으로 오려 했다. 사람 둘이 더 붙어 다섯이 밀고 당기고 하는데 달래는 여전히 버텼다. 그때, 정화가 달래를 향해 붕 날았다.

 

 “정화야!”

 

 태화가 말려보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순식간이었다. 정화는 붕 날아올라 달래를 쥐고 있는 놈 셋을 발로 차고, 걸어 넘기고, 휘돌아 차고 해서 바닥에 나뒹굴게 하고는 다른 두 놈은 손으로 목을 치고, 가슴을 밀어 저 멀리 날려 버렸다.

 

 태화도 뛰어가려는 걸 민화가 소매를 붙들고 가만히 고개를 흔들었다. 민화는 석이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 택견하는 것을 들키면 다 죽을 수도 있었다. 소란이 난 것을 알아차린 일본 군인들이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정화가 달래의 고삐를 쥐었다. 하지만 어느새 총 든 군인들이 정화를 둘러쌌다. 택견이 아무리 날래고 강한 무술이라 할지라도 총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것이 뼈아픈 현실이었다.

 

 정화가 안타깝게 형들을 바라보았다. 태화는 미치기 직전이었다. 민화가 눈으로 정화에게 ‘가만히 있어라. 안 된다.’ 하고 말했다. 민화의 눈에도 핏발이 섰다. 하지만 정화는 달래의 고삐를 잡고 놓지 않았다. 일본군 한 명이 힘으로 뺏으려 했지만, 정화는 이를 악물고 고삐를 쥐고 있었다. 결국, 정화는 총의 개머리판으로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정화야!!”

 

 태화가 고함을 쳤다. 태화와 민화의 눈에서 불이 튀었다. 하지만 어느새 두 도련님들 가슴에도 총이 겨누어졌다. 노미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노미는 태화와 민화를 향해 겨누어진 총구 앞을 막아섰다. 두 팔로 태화와 민화를 뒤로 밀쳐내며 노미는 자기 가슴으로 그 총을 막아섰다.

 

 “안됩니더! 안됩니더! 도련님들 어서 앉으이소. 무릎 꿇고 앉으이소!”

 

 했다. 태화와 민화는 할 수 없이 꿇어앉았다. 머리를 맞고 쓰러진 정화가 다시 벌떡 일어나자 이번에는 정화의 이마에 총구가 와서 꽂혔다. 노미는 이번에는 정화를 겨누고 있는 그 일본군인 앞에 무릎을 꿇었다.

 

 “助けてください。”

 타스케테 쿠다사이

 (살려주세요!)

  

 “まだ子どもで、何も知らないんです。”

 마다 코도모데 난모 시라나이데스

 (어려서 아무 것도 모릅니다.)

 

 노미가 눈물을 글썽이며 갑자기 일본말을 하자 그 군인은 잠시 멈칫했다. 노미는 이번에는 반장을 향해 빌었다.

 

 “제발 살려주이소. 소를 잡아가믄 농사는 우예 짓습니꺼. 그나마 이만큼이라도 쌀을 거둔 것은 다 소 덕분입니더. 열심히 농사지어 공출 때 크게 갚을 테니 우리 소 잡아가지 마이소.”

 

 하며 울먹였다. 하지만 반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고함을 쳤다.

 

 “헛소리하지 마라! 지금 너그 집 남자들이 한 짓을 봐라! 소가 아니라 이눔아들부터 싹 다 잡아다 주재소 채찍 맛을 봐야 정신들을 차릴끼다!”

 

 하며 포악을 떨었다. 노미는 이제 끝이구나 싶어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그때였다. 울고 있는 노미의 눈에 마당으로 들어서는 한 일본군의 장화 신은 발이 보였다. 반짝거리는 일본군 장교급 장화였다. 고개를 들고 보니 장교들이 입는 긴 코트를 걸친 말끔한 차림의 일본군 장교가 서 있었다. 꽤 계급이 높은 사람인지 그가 들어서자 총을 들었던 군인들이 모두 총을 바로 세우며 거수경례를 했다. 그 장교는 손끝으로 경례를 받았다.

 

 그는 가까이 있는 일본군에게 무슨 일이냐고 묻는 듯했다. 그러자 그 군인이 귓속말로 짧게 상황보고를 했다. 알았다는 듯 그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슬이 퍼렇던 반장도 그 장교를 아는지 갑자기 두 손을 모아쥐고는 연신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장교는 태화와 민화 그리고 정화를 차례로 지그시 바라보았다. 다른 일본 군인들과 달리 온화하기까지 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도련님들 눈에는 그저 일본놈이 하나 더 늘었을 뿐이었다. 숨길 수 없는 분노가 끓어오르는 표정으로 세 사람 다 그 일본 장교를 노려보았다. 그 장교는 이번에는 노미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노미는 아직도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는 다가오더니 노미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마당에 있던 모두가 놀랐다. 그리고는 손에 묻은 흙까지 자기 장갑으로 툭툭 털어주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牛を返してやれ!”

 우시오 카에시테야레!

 (소를 돌려줘라!)

 

 하고 짧게 명령했다. 반장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어리둥절 하자 소를 잡아가면 농사를 짓지 못할 테고 농사를 짓지 못하면 쌀도 없다고 일본말로 반장에게 말했다. 반장이 무언가 더 말하려고 하자 그 장교는 말을 막았다. 명령이니 따르라는 뜻인 것 같았다. 더는 뭐라 말하지 못하고 반장은 두고 보자는 표정으로 태화와 민화 정화를 노려보더니 다른 이들을 데리고 마당을 떠났다.

 

 이제 마당에는 달래의 고삐를 쥐고 있는 정화와 무슨 일이지 아직도 영문을 알 수 없는 민화와 태화 그리고 노미가 서 있었고, 그 장교도 떠나지 않고 그들 앞에 가만히 서 있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

 아리가토오고자이마스.”

 (감사합니다.)

 

 하고 노미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러자 그 장교는 잠시 노미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ノミちゃん、ぼくのこと、覚えてない?” 

 노미짱, 보쿠노 코토 오보에테나이?

 (노미짱, 나, 기억 안나?)

 

 노미는 깜짝 놀라 그 장교를 바라보았다. 도련님들은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다케짱?”

 

 노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케는 어느새 마루에 걸터앉아 있었다. 정화는 달래를 외양간에 메어 두러 갔다. 정화는 몇 번이나 달래를 어루만지고 또 어루만졌다. 태화와 민화는 사랑방 작은 마루 앞에 앉아 다케를 노려보고 있었다.

 

 ‘저놈이 그 말로만 듣던 다케짱이로구나.’

 

 하는 묘한 표정이었다. 그런 두 사람과 눈이 마주치자 다케는 빙긋 웃었다. 태화와 민화는 깜짝 놀랐다.

 

 ‘뭐 저런 놈이 다 있나.’

 

 싶었다. 복권인가 뭔가 하는 놈보다 더 뻔뻔하고 이루 말할 수 없이 정이 안 가게 생긴 녀석이었다. 노미는 부엌에서 어제 한 식혜를 한 사발 떠다 다케에게 주었다. 다케는 예전에도 식혜를 먹어본 적이 있었다. 그는 노미가 건넨 식혜를 맛있게 마셨다.

 

 “うまい。”

 우마이.

 (맛있어.)

 

 다케는 맛있다고 말하며 노미를 향해 빙그레 웃었다. 노미는 웃는 얼굴을 보니 다케짱이 맞구나 싶었다. 웃는 얼굴 속에 어린 시절 모습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노미는 다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도대체 이 사람이 왜 여기 와서 앉아있는가 싶었다. 다케는 다 마신 그릇을 다시 노미에게 주었다. 노미는 빈 그릇을 어색하게 받아들었다. 다케의 눈에 노미의 부른 배가 들어왔다.

 

 “ノミちゃん、おなかに赤ちゃんが? 体は大丈夫?”

 노미짱, 오나카니 아카찬가? 카라다와 다이조오부?

 (노미짱, 아기를 가진 거야? 몸은 괜찮아?)

 

 하고 다케가 일본말로 물었다. 노미는 왠지 일본말로 대답을 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고개만 끄덕였다. 다케는 앉아있는 도련님들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정화도 형들 옆에 앉아 다케를 쏘아보고 있었다. 세 사람이 쪼르르 앉아 반갑지 않은 표정으로 노려보고 있는데도 다케는 뭐가 좋은지 그들을 향해 또 빙그레 웃었다. 도련님들은 그런 다케의 눈을 피해버렸다.

 

 “あの3人の中で誰がご主人なの?”

 아노 산닌노 나카데 다레가 고슈진나노?

 (저 세 사람 중에 누가 남편이야?)

 

 하고 다케가 노미에게 물었다. 노미는 헛웃음이 났다.

 

 “主人はここにはいないの”

 슈진와 코코니와 이나이노.

  (남편은 여기엔 없어요.)

 

 

 “満州に行ってるの。”

 만슈우니 잇테루노

 (만주에 가 있어요.)

 

 “あの3人は主人の弟なの”

 아노 산닌와 슈진노 오토오토나노.

 (저 세 사람은 남편 동생들이에요.)

 

 라고 그다지 유창하지 않은 일본말로 더듬더듬 대답했다.

 

 “そうか…”

 소오카…

 (그렇군.)

 

 그러더니 내내 서 있는 노미에게

 

 “ちょっとそこに座って。”

 초토 소코니 스왓테

 (거기 좀 앉아.)

 

 “おなかに子どもがいるんじゃないか。”

 오나카니 코도모가 이루자 나이카

 (너는 아기를 가지고 있잖아.)

 

 “体は大事にしなきゃ。”

 카라다와 다이지니 시나캬.

 (몸을 소중히 여겨야지.)

 

 라고 말했다. 노미는 할 수 없이 자리에 앉았다. 그때였다. 마루에 아버지가 나와 서셨다. 아버지를 발견한 다케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모자를 벗어 꾸벅 인사를 했다.

 

 “안녕,,,하시므니까?”

 

 하고 다케는 조선말로 인사를 했다. 다케의 조선말에 모두 깜짝 놀랐다. 아버지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뭐, 어찌됐든, 고.... 고맙소. 우리 집에 오신 손님이시니 뭐.... 좀 있다 가시든지요.”

 

 하고는 도로 방으로 들어가셨다. 다케는 대충 말을 알아들었는지

 

 “감사... 하무니다.”

 

 하고 또 조선말로 인사를 하며 돌아선 아버지를 향해 꾸벅 절을 했다. 다케도 자기 조선말이 쑥스러운지 어색하게 웃었다. 노미는 어릴 때 표정이랑 말투, 성격까지도 그대로인 다케가 놀랍기만 했다. 아까 카리스마 넘치게 자기 부하들과 완창 찬 사내들을 호령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노미는 이 난감한 상황을 도대체 어찌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다케는 자기 얼굴을 봐주지조차 않는 노미가 이해되면서도 서운했다.

 

 “私はたくさん変わった。”

 와타시와 타쿠산 카왓타

 (나는 많이 변했어.)

 

 “僕のこと、誰か分からなかったでしょ?”

 보쿠노 코토, 다레카 와카라나캇타데쇼?

 (내가 누군지 못 알아봤지?)

 

 

 “君は一つも変わってないね。そのままだよ”

 키미와 히토츠모 카왓테나이네. 소노 마마다요.

 (너는 하나도 안 변했어. 그대로야.)

 

 라고 다케는 일본말로 말했다. 못 알아들으면 속이라도 편할 텐데 노미는 그 말을 알아들었다.

 

 “ぼくはただ君が元気なのか、見たくてきたんだ”

 보쿠와 타다 키미가 겐케나노카 미타쿠테키탄다.

 (나는 그냥 니가 잘 지내는지 보고 싶어서 왔어.)

 

 “今、釜山に転属になって来てるんだ”

 이마 부산니 텐조쿠니 낫테 키테룬다.

 (지금 부산에 전속이 되어 와있어.)

 

 부산이라는 말에 노미는 다케를 쳐다보았다. 다케는 이제야 봐주는군 하는 표정이다.

 

 “君はいつも僕を守ってくれた女将軍だったけど、 今は弟たちを守ってるんだね”

 키미와 이츠모 보쿠오 마못테쿠레타 온나쇼오군닷타케도 이마와 오토오토타치오 마못테아게테룬다네

 (너는 항상 나를 지켜주던 여자 장군님이었는데, 지금은 동생들을 지켜주더군.)

 

 “かっこいいよ。ノミは...”

 캇코 이이요. 노미와...

 (멋있어. 노미는...)

 

 하고 말했다. 그것은 다케가 기억하는 노미와의 추억이었다.

 

 몸이 약했던 다케는 다른 친구들과 놀다가 짓궂은 장난에 마음이 상해 잘 울었다. 그때마다 노미는 다케 편을 들어주었다. 다른 친구들, 거기에는 복권이도 끼어있었다. 노미는 덩치가 큰 다른 친구들에게 다케를 괴롭히지 말라고 맞서주곤 했다. 다케는 그런 노미를 여자장군님(죠세이쇼군)이라고 불렀다.

 

 “ノミちゃん、君はまだ僕の女将軍だ”

 노미짱, 키미와 마다 보쿠노 온나쇼오군다.

 (노미짱, 너는 아직도 나의 여자장군님이야.)

 

 “そして、友だちなんだ”

 소시테 토모다치난다.

 (그리고 너는 나의 친구야.)

 

 라고 말하며 다케는 참 속없이 해맑게 웃었다. 노미는 왠지 그의 해맑음에 슬그머니 화가 났다.

 

 “私たちが友だちなの?”

 와타시타치가 토모다치나노?

 (우리가 친구인가요?)

 

 노미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다케는 당황했다.

 

 “日本は朝鮮の友だちなの?”

 니혼와 초오센노 토모다치나노?

 (일본이 조선의 친구인가요?)

 

 노미는 다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다케의 눈빛이 흔들렸다.

 

 “ノミちゃんは僕にとって大切な友だちだよ”

 노미짱와 보쿠니 톳테 타이세츠나 토모다치다요.

  (노미짱은 나에게 소중한 친구야.)

 

 라고 다케가 대답했다. 그러자 노미가 말했다.

 

 “友だちが友だちにこんなことするの?”

 토모다치가 토모다치니 콘나 코토스루노?

 (친구가 친구에게 이런 짓을 하나요?)

 

 다케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노미는 마음 한쪽이 쓰라렸다. 소를 찾아줘서 고맙다고 절을 해도 모자랄 판에 노미는 다케의 친절을 아픈 소리로 갚아준 것이기 때문이다. 다케는 잠시 짧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더니

 

 “ノミちゃんは相変らず女将軍だね。すごいよ!”

 노미짱와 아이카와라즈 온나쇼군다네. 스고이요!

 (노미짱은 여전히 여자 장군님이구나. 대단해!)”

 

 라고 말했다. 의외의 대답에 노미는 놀랐다. 하지만 티를 내지는 않았다.

 

 “もう帰るよ。”

 모우 카에루요.

 (그만 가볼게.)

 

 하며 다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손에 쥐고 있던 모자를 눌러썼다. 그러자 다시 카리스마 넘치는 일본 장교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다케는 노미에게 마지막으로 인사를 건넸다.

 

 “元気でね。赤ちゃんも、ノミも。”

 겐키다요 아카찬모 노미모.

 (잘 있어. 아기도, 노미도.)

 

 그러더니 아직도 자기를 노려보며 앉아있는 세 도련님을 향해서도 짧게 목례를 하더니

 

 “どうぞよろしくお願いします。”

 도오조 요로시쿠 오네가이시마스.

  (잘 부탁합니다.)

 

 하고는 휙 돌아서 마당을 나갔다. 마당을 나서다 말고 노미를 한 번 더 돌아보더니 어린 시절의 그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으로 노미를 한 번 더 바라보았다.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섞인 표정이었다. 하지만 노미는 다케의 표정에서 그리움과 고마움을 읽었다. 다케는 노미에게 꼭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었다. 어린 소년은, 어린 소년이었던 그는 친구로서 그 약속을 지키고 싶었던 모양이다.

 

 

 다케가 떠난 후에도 노미는 그 자리에 박힌 듯이 서 있었다. 민화가 다가와 노미의 어깨 위에 자기 얼굴을 대었다.

 

 “형수님, 아까는 억수로 멋있었습니더.”

 

 노미는 힘없이 웃었다.

 

 “저 사람이 형수님 보고 ‘스고이’라고 하던데, 그거 ‘멋있다, 대단하다.’ 뭐 그런 소리 맞지예?”

 

 노미는 짧게

 

 “야,”

 

 하고 대답했다. 알 수 없는 한숨이 ‘에고~!’ 하고 나왔다. 그러다 노미는 번쩍 정신이 들었다.

 

 “우리 달래, 달래 어딨습니꺼? 아이고, 달래야!”

 

 하며 외양간을 향해 달려갔다. 정화는 노미를 따라 외양간으로 함께 뛰어가고 태화가 다가와 민화의 어깨를 쥐었다.

 

 “민화야, 이제 우리가 제일 큰 형이다. 이제 형수랑 정화는 우리가 지키야 된다.”

 

 “그래, 내가 쪼매 더 형이지만, 우리가 제일 큰 형 맞다.”

 

 하며 민화는 자기 어깨를 쥐고 있는 태화의 손 등을 두드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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