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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어쨌거나 스물넷
작가 : 펙트
작품등록일 : 2016.8.22

경쟁을 통해 올라온 음식들. 좋은 음식이라고 판정받아도 손님들이 찾지 않으면 가차 없이 없애는 이곳은 디저트 뷔페, 로제와인.

 
60 포기하기 싫다
작성일 : 16-11-21 13:21     조회 : 157     추천 : 0     분량 : 9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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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윤아는 대현의 망가진 디저트를 보다가 이번 TOP에 들어간 디저트들을 훑어보았다. 그러다 지욱이 만든 디저트에서 시선을 고정했다. 지욱이 만든 디저트는 퐁당 쇼콜라(초콜릿 소스가 흘러나오는 케이크)였는데, 초콜릿 소스와 치즈가 어우러져 마블링을 띠고 있었다.

 

 

  “어라, 이건…….”

 

 

  윤아는 주위에 있던 포크를 쥐어 초콜릿 소스를 살짝 묻힌 뒤 맛을 보았다.

 

 

  ‘역시 내 아이디어가 흔한 거였어.’

 

 

  포크를 접시 옆에 놔두었다. 윤아가 고개를 들자 지욱과 눈이 마주쳤다. 지욱이 무슨 문제라도 있냐고 물었다. 윤아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윤아는 대현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대현이 보이지 않았다. 대현은 먼저 옷을 갈아입으러 간 것이었다. 지욱도 윤아와 같은 곳에 시선을 머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현이 괜찮을까…….”

 

 

 -

 

 

  “어서들 준비해. 조금 있으면 출발해야 해.”

 

 

  윤아는 외삼촌의 말을 듣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윤아는 어젯밤에 대현을 걱정하다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잠들었었다. 그러다 오늘 늦잠으로 이어졌는데, 윤아는 다 먹은 그릇을 이번에 새로 고용한 도우미에게 주었다. 그리고는 급하게 뛰어서 화장실 앞에 섰다. 문을 열려고 하자 누군가 화장실 안에서 문을 열었다. 윤아가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규동은 갑작스런 윤아의 등장에 놀라 몸을 흠칫했다. 규동은 어서 쓰라는 듯 자리를 비켜주었다. 윤아는 고맙다며 급히 칫솔에 치약을 짜기 시작했다.

 

  옆에서 누군가 문을 활짝 열어젖히는 소리가 들렸다. 윤아는 치약을 완전히 짜다 말고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고갤 돌렸다. 대현이 서 있었다. 윤아는 월말 평가 이후로 대현이 혼자 집에 먼저 돌아갔기 때문에, 오늘은 지금 이 순간이 대현을 처음 보는 것이었다. 윤아는 저도 모르게 치약에 힘을 주었다. 치약이 폭, 하며 공기 빠지는 소리와 함께 툭 튀어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윤아는 컵에다 물을 따라 화장실 바닥에 물을 뿌렸다. 치약 덩어리가 여전히 바닥에 들러붙어 있었다. 윤아는 허둥지둥 다시 물을 따라 바닥에 붓길 반복했다.

 

  대현은 그것을 바라보다가 부엌을 보았다. 부엌에는 도우미가 싱크대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대현 역시 어서 양치를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윤아와 같이 양치를 해야 했다. 대현은 숨을 크게 내쉬며 슬리퍼를 신고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윤아는 하수구로 빠져나가는 물과 잘게 부수어진 치약 덩어리를 보며 옆으로 비켜주었다. 대현은 윤아에게 신경을 끄고 칫솔을 물었다. 윤아와 대현은 거울을 보면서 양치를 했는데, 최대한 서로의 얼굴을 보지 않기 위해 자신의 얼굴에만 시선을 두었다.

 

  그러다 윤아가 대현을 향해 조심스럽게 눈동자를 굴렸다. 대현의 얼굴빛이 어두웠다. 윤아는 마치 자신이 TOP에서 떨어진 마냥 눈을 내리깔고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대현은 윤아 몰래 윤아를 향해 눈을 돌리다가, 먼저 세면대에 거품을 뱉었다. 윤아는 최대한 등을 벽에 바짝 밀어붙였다. 윤아는 그렇게 한동안 대현의 굽은 등을 보았다.

 

 

  “이거 이렇게 하는 거 맞나요?”

  “응. 거기서 좀 더 불을 약하게 해서 조리도록 해.”

 

 

  최근 들어서 지욱이 윤아와 대현을 대신해서 파티쉐들에게 조언을 하거나 뷔페에 내놓을 디저트의 상태를 대신 체크했다. 지욱은 주변을 살펴보다가 이번 달 TOP에 들어간 현미에게 말을 걸었다. 현미는 한참 반죽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 네가 만든 펌킨 파이 정말 좋았어.”

  “헤헤, 아직 TOP 파티쉐들을 따라잡기엔 한참 부족한 작품인 걸요.”

  “그런데 말이야, 현미야. 이 반죽에 홈을 파서 식초를 조금 넣으면 더 좋은 펌킨 파이가 될 거라고 생각해.”

  “식초는 왜요?”

  “식초는 반죽의 식감을 바삭하게 만들어주거든. 네가 만드는 건 파이니까 좀 더 바삭하면 맛있지 않을까?”

 

  “음, 식초를 넣으면 파이에서 냄새나지 않을까요?”

  “아냐. 정말 조금만 넣으면 돼. 어차피 여기에 들어갈 크림치즈와 단호박의 맛이 강해서 소량의 식초는 사람들이 느끼지도 못해.”

  “아아, 그렇군요. 팬트리에서 식초 가져와야겠어요.”

 

 

  지욱은 현미를 향해 빙긋 웃고는 윤아네 팀으로 향했다. 윤아가 담당한 모든 디저트는 맛과 디자인 모두 훌륭했다. 윤아의 세밀한 작업과 꼼꼼한 뒤처리, 예상치도 못한 지식들과 겸비한 것을 볼 때마다, 지욱은 깜짝깜짝 놀랐다. 지욱이 생각한 그 이상으로 윤아는 성장해 있었다.

 

 

  ‘로제와인에 이런 실력자가 또 한 명 있을 줄이야.’

 

 

  지욱은 윤아의 옆에서 마카롱을 만들고 있는 대현을 흘끔 쳐다보았다. 대현은 여전히 심각한 표정을 짓고서 짤주머니를 짜고 있었다. 월말평가가 끝나고 며칠이 지난 지금, 그 이후로 대현에게 말을 걸거나 대현과 가까이 하는 파티쉐들이 없었다. 대현을 자칫 잘못 건드렸다간 대현이 폭발할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그나마 대현과 가까운 사이인 윤아는 물론이고, 대현의 형인 자신마저 대현에게 섣불리 말을 걸 수가 없었다.

 

 

  ‘확실히 로제와인에서 3년 동안 근무하면서 매 달 TOP이란 TOP은 다 쓸었는데, 이번 결과가 충격적이기도 하겠지. 근데 대체 무엇 때문에 이번 TOP에 떨어졌던 걸까.’

 

 

  디저트 뷔페의 문을 잠갔다. 파티쉐들은 저마다 인사를 나누며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지욱은 뷔페의 열쇠를 주머니에 넣고 옆에 있던 윤아에게 말을 꺼냈다.

 

 

  “결정 했어?”

  “뭘? 아…….”

 

 

  윤아는 몇 초가 지나서야 지욱의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지난 번 지욱이 윤아에게 고백을 했고, 윤아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었다.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윤아는 지욱의 고백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대현이 TOP에 들지 못했다는 충격도 한 몫 했었다. 윤아는 양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만질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욱은 할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부담 갖지 않아도 돼. 우리가 앞으로 만날 시간은 언제든 많으니까 말이야. 느긋하게 생각해. 기다릴 테니.”

  “미안해. 빨리 결정 내릴게.”

  “아냐. 서두르면 네 진짜 마음을 추스르지도 못한 채 결정 내리게 되잖아. 그건 네 진심이 든 답이 아냐. 느긋하게. 천천히. 알겠지?”

 

  “응…….”

  “먼저 갈게, 윤아야. 내일 보자.”

 

 

  윤아는 제자리에 서서 사라져가는 지욱의 뒷모습을 보았다. 규동에게서 전화가 왔다.

 

 

  -윤아야, 어서 와. 오늘은 마스터께서 업무 때문에 바쁘니까 우리가 알아서 돌아가야 해.

  “아, 미안해. 금방 갈게!”

 

 

  윤아는 황급히 전화를 끊고 엘리베이터의 내림 버튼을 눌렀다. 20층에 있던 엘리베이터가 이곳을 향해 천천히 올라왔다.

 

 

 -

 

 

  “근데 말이야. 우리 빙수 뷔페 프로젝트는 어떻게 된 거야?”

 

 

  버스 좌석에 앉은 규동이 옆에 있는 윤아에게 말했다. 윤아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자신도 의문이 들었다.

 

 

  “그러게. 분명 지욱 오빠가 나 대신에 외삼촌한테 프로젝트를 보여줬거든. 더 좋은 방법이 생각났다고 해서 수정하는 것 같던데 언제 완성되는지 모르겠네.”

  “며칠 뒤라면 8월인데 서두르는 게 좋지 않을까.”

  “그렇지. 그럼 내가 내일 한 번 말해볼게.”

 

 

  윤아는 규동과 대화를 끝내고 앞을 바라봤다. 대현의 뒤통수가 보였다. 대현은 턱을 괸 상태로 창밖을 보고 있었다. 윤아는 한숨을 쉬며 자신도 창문 밖을 바라봤다. 창문 밖에는 전봇대가 수차례 지나갈 뿐 아무것도 없었다.

 

  윤아는 폐관 시간이 되어서 빙수 뷔페에 대해 기억이 났는지, 사물함을 정리하던 지욱에게 다가갔다. 마침 지욱이 나갈 준비를 마치고 사물함을 닫을 때였다.

 

 

  “무슨 할 말 있어?”

  “오빠…….”

 

 

  윤아가 말을 꺼내려 할 찰나였다. 지욱의 주머니에서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지욱은 잠시만, 이라는 말을 하고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통화를 받았다. 자세한 대화는 들리지 않았지만 상대방의 목소리를 듣고 알 수 있었다.

 

 

  ‘여자 목소리 같은데, 누구지?’

 

 

  윤아가 생각할 동안 지욱은 상대방의 대화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어, 어. 그렇지. 접을 건 빨리 접는 게 좋지. 지금? 새로 생각해둔 방안이 있다고? 아, 알겠어. 그럼 지금 만나.”

 

 

  지욱이 전화를 끊을 때, 윤아가 누구와 통화했는지 물었다.

 

 

  “너 저번에 마트에서 나 인터뷰 했던 거 본 적 있지?”

  “응.”

  “그 프로그램의 작가야. 이번에 새롭게 프로젝트를 짜서, 이번에도 나랑 어떤 가수를 게스트로 하기로 했거든.”

  “가수랑 오빠?”

 

  “아, 그 가수가 원래 솔로 가수로 데뷔하기 전에까지만 해도 A대 제과제빵학과였데. 그러다보니까 이쪽 일이 흥미가 있어서 나랑 같이 게스트로 초청되기로 했어.”

  “아아, 그렇구나. 많이 바쁘겠네.”

  “근데 아까 나한테 뭐 말하려고 했지 않아?”

 

 

  윤아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지욱이 최근 들어서 바빠 보였던 이유가 프로그램 출연 일정 때문에 그랬던 것이었다. 윤아는 충분히 빙수 뷔페가 늦어질 만하다고 생각해, 말을 꺼내는 건 접기로 했다. 윤아는 힘내라고 말한 뒤 지욱과 헤어졌다.

 

 

 -

 

 

  “오늘은 어디로 데이트하러 갈까?”

 

 

  명수가 효린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물었다. 효린과 명수는 이제 막 로제와인에서 벗어나고 있던 참이었다. 효린은 자신의 가방에 있던 티켓과 쿠폰을 꺼냈다.

 

 

  “이건 유효기간이 오늘까지인 영화 할인 쿠폰. 이건 다음 주까지인 가수 콘서트……. 아, 이건 윤아가 준 카페 티켓인데.”

  “하하, 우리 할 거 많네.”

  “윤아가 우리 데이트하라고 준 건데 우리도 윤아한테 뭘 해줘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어떤 거?”

 

 

  효린은 세 가지 티켓을 보았다. 다음 주까지인 가수 콘서트의 티켓이 4장 있었다.

 

 

  “이 티켓 주면 되지 않을까? 어차피 2장 남잖아.”

  “윤아는 누구랑 보는데?”

 

 

  명수가 효린을 안으며 티켓을 내려다보았다. 명수는 자신이 질문한 말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 효린도 마찬가지였다. 윤아를 좋아하는 규동과 보는 것인지, 요새 잘 어울려 다니던 지욱에게 줘야하는 것인지, 윤아를 신경 쓰고 있는 대현과 봐야하는 것인지 몰랐다. 명수는 모르겠다며 말하곤 효린을 더 세게 끌어안았다.

 

 

  “몰라. 몰라. 몰라. 외간 남자 생각하지 마! 오늘 우리 오랜만에 하는 데이트야. 나만 생각해! 영화, 오늘까지가 할인 적용 되니까 지금 보러 가자.”

  “알겠어. 알겠어.”

 

 

  효린이 웃으며 명수의 볼에 손을 갖다 댔다. 명수는 영화관에서 도착해 티켓을 살 때까지 외간 남자 생각하지 말라며 찡얼거렸다. 효린은 명수를 타이르다가 멀지 않은 곳에서 지욱과 비슷한 사람을 보았다. 뒤통수밖에 보이지 않아서 정확하게 구분할 수 없었는데, 그 사람은 옆에 금발인 여자와 팔짱을 끼고 있었다. 명수가 외간 남자 보는 게 아니냐며, 효린의 눈앞에 불쑥 얼굴을 들이밀었다. 효린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짓다가 어색하게 웃으며,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는 말을 했다.

 

  물이 빠른 속도로 하수구 주변을 배회하다 머지않아 하수구에 빠졌다. 효린은 손을 씻고 나서 물을 잠갔다. 금발인 여자가 효린의 옆에 서서, 거울을 보며 립스틱을 지금보다 더 진하게 덧발랐다. 여자의 옷차림을 보니, 효린이 방금 전에 봤던 여자였다. 효린은 화장이 진한 여자를 한참 바라봤는데, 금발의 여자가 그 시선을 느꼈는지 효린을 내려다보았다. 효린은 여자의 기에 눌려 다른 곳으로 시선을 회피했다.

 

 

  한편 여자 화장실 밖에서 기다리던 명수는 지욱과 눈이 마주쳤다. 지욱도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화장실 밖에서 얼쩡거리고 있었다. 명수가 어색하게 웃는 지욱에게 물었다.

 

 

  “선배, 여긴 어쩐 일이세요?”

  “아는 사람하고 영화 본다고 왔어. 오늘 밤10시 전까지 영화 티켓 구매하면 할인 할 수 있거든.”

  “저도예요. 아는 사람 누구예요?”

 

 

  명수는 혹시 그 아는 사람이 윤아일지도 모르는데, 민망해서 빙 둘러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지욱은 조금은 말하기 난감하다는 듯.

 

 

  “그냥 아는 사람.”

  “그렇군요.”

 

 

  효린이 화장실에서 나왔다. 명수 옆에 있는 지욱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 듯 아, 하고 탄성을 질렀다. 지욱이 무슨 일이 있냐고 묻자, 효린은 급히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으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지욱에게 목례를 한 뒤 급히 명수를 데리고 영화관으로 들어갔다.

 

 

  “효린아, 무슨 일 있어?”

  “아니. 아, 아무것도.”

  “어라……, 여기서 또 보네, 얘들아.”

 

 

  지욱이 효린의 옆에 앉으면서 말했다. 지욱의 옆에 금발의 여자가 같이 앉았다. 서로 민망했던 것인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때마침 영화가 시작되는지 주위가 차차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효린은 영화에 집중하다가 문득 금발의 여자가 떠올랐는지 옆으로 힐끔 쳐다보았다.

 

 

  ‘왜 저 여자랑 같이 영화를 보는 거지? 윤아는 어쩌고?’

 

 

  그리고는 시선을 밑으로 내렸다. 여자가 지욱에게 팔짱을 낀 모습이 보였다.

 

 

  ‘이상해.’

 

 

  효린은 다시 영화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

 

 

  리하가 대형 반죽기를 통해 자신의 반죽 상태를 살펴보고 있었다. 반죽이 끝났는지, 정지 버튼을 누르고 다른 볼에 덜어냈다. 반죽의 양이 상당했기에, 지욱이 도와준다는 식으로 다가갔지만 리하는 괜찮다며 덤덤하게 지욱의 옆을 스쳐지나갔다. 지욱은 자신의 도움을 거절하는 사람이 낯설었던 것인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리하를 쳐다보았다. 리하는 정말 지욱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다.

 

 

  ‘리하라면 권예라의 동생이지?’

 

 

  디너 타임이 끝나기 한 시간 채 남지 않았다. 윤아는 조리대 밑에 있는 의자를 꺼내 앉았다. 보통 폐관시간으로부터 30분 전이면 더 이상 만들지 않아도 되기에 휴식이 가능했다. 윤아는 쉬는 것도 잠시, 할 일이 생각났는지, 브라우니를 만들 재료와 꼬지를 챙겼고 곧바로 반죽을 만들었다. 그러다 문득 대현을 떠올렸다. 대현은 데커레이션 할 재료들을 살피러 팬트리로 간 상태였다. 그 와중에도 기운이 없어 보였다. 오늘 역시 대현과 제대로 대화해보지 못했다.

 

 

  ‘우리는 왜 이렇게 쉽게 멀어지는 걸까.’

 

 

  “뭔가 내가 도움이 되는 일이 없을까…….”

 

 

  윤아는 대현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어떤 것을 하면 좋을지 몰랐다. 시간만 흐를 뿐이었다. 모두가 청소를 한 뒤 각자 집으로 갔다. 홀에 있던 호텔리어들은 오늘 미팅이 있었기에 하나 둘씩 모여 테이블에 착석했다. 윤아와 대현은 디저트 뷔페의 책임자로서 주문해야 할 재료들을 살피고 뷔페 사이트에 들어가 관리를 해야 했는데, 사전에 미팅을 하는 그들을 위해 간단한 디저트라도 대접해 달라는 외삼촌의 부탁도 들어줘야 했었다. 대현은 제 시간 내에 재고를 파악하고 수량을 주문해야 내일 아침에 배달되기 때문에 그 일을 분담 받았고, 윤아는 다 구워진 브라우니가 식을 동안 대현이 가져온 데커레이션 재료들을 빤히 바라봤다.

 

 

  “맞아, 그거야!”

 

 

  마침 대현이 왔다. 적당히 따뜻한 브라우니를 한입 먹을 크기만큼 떼어내 손바닥으로 굴렸다. 완전히 동그랗게 된 브라우니에다가 나무 막대로 하나씩 꽂은 다음, 중탕한 초콜릿에 담갔다 뺐다. 초콜릿이 굳을 때까지 그릴 판 구멍 사이사이에 꽂아 다른 팝 케이크를 초콜릿으로 코팅했다. 모든 코팅이 끝나고 나서야, 대현이 팝케이크의 표면을 살짝 만져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윤아는 대현의 허락을 맡고 초콜릿 코팅과 대조되는 색의 초콜릿으로 꾸며나갔다.

 

 

  “생각보다 많이 남는데? 뭐야, 꾸미지도 않은 거였네.”

 

 

  봉지에 3개씩 넣어 인원수에 맞게 포장했는데도 팝케이크가 꽤 남은 상태였다.

 

 

  “아, 그거 줄 사람이 있어서 내가 여유분으로 더 만들었어.”

  “누구 주려고?”

  “지욱이 오빠.”

  “걘 왜?”

  “이번에 방송에서 가수랑 게스트로 나온다는데 심심풀이로 먹으라고.”

  “오지랖이네.”

  “헤헤.”

 

 

  윤아는 꽤나 신나보였다. 굳은 초콜릿을 다시 중탕해 그것들을 꾸며 나가기 시작했다. 대현은 콧방귀를 뀌며 포장한 팝케이크를 바구니에 넣어 홀로 나갔다. 대현은 호텔리어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다시 조리실로 왔었는데, 윤아는 포장을 끝내고 메모지에다가 뭔가를 적고 있었다.

 

 

  ‘저건 도지욱의 것이겠지.’

 

 

  대현은 자신이 그것을 신경 쓴다고 해도 달라질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주변 청소를 시작했다. 윤아는 포장이 모두 끝났는지 그것을 자신의 사물함에 놔두고 청소를 도왔다.

 

 

  “우리도 할 일 끝났는데 집 가서 밥이나 먹자.”

 

 

  윤아는 옷을 갈아입고서 머리망을 풀었다. 옷매무새를 다듬고는 대현에게 살며시 다가갔다.

 

 

  “대현아, 이거…….”

 

 

  대현에게 팝케이크와 쪽지가 포장된 것을 건넸다. 윤아는 조금은 쑥스러운지 대현이 무심결에 받자마자 자신의 사물함으로 돌아갔다.

 

 

  “이건 분명…….”

 

 

  순간 옛 일이 다시 환기되었다. 대현이 아팠을 적, 지욱의 소식에 실망을 한 뒤 그것을 자신에게 주었던 윤아를, 그리고 자신의 눈앞에서 사라졌던 윤아를. 대현은 어이없다는 듯 허, 숨을 내뱉었다. 그것을 들고 윤아에게 성큼 다가갔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째서 지욱에게 주려고 했던 것을 자신에게 주는 것인지. 마치 버리려고 한 것을 자신에게 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보다 지욱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나빴다. 대현의 눈동자에 사물함을 닫으려던 윤아가 담겨졌다.

 

  대현은 사물함을 한 손으로 세게 닫으며 윤아를 사물함에 밀어붙였다. 졸지에 윤아가 대현에게 갇힌 격이 되었다. 윤아는 놀란 듯 눈을 연속으로 깜빡이며 대현을 올려다보았다.

 

 

  “야, 이딴 거 도지욱한테 주려면 직접 주라고. 나한테 버리지 말고.”

  “버, 버리다니?”

  “도지욱이 그렇게도 좋으면 직접 전해주시든가. 대체 나한테까지 신경 쓰이게 하는 이유는 또 뭔데?”

  “무슨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대현은 자신의 손에 있던 팝케이크를 윤아에게 건넸다. 필요 없으니 받으라는 뜻이었다. 윤아는 손끝으로 그것을 살짝 밀며 다시 대현에게 주었다.

 

 

  “이건 널 위해서 만든 거야.”

  “뭐?”

  “여기 쪽지에 네 이름 있잖아.”

 

 

  대현은 팝케이크를 뒤로 돌려보았다. 놀란 표정과 사랑에 빠져 하트 눈을 하고 있는 표정, 그리고 웃는 표정이 각각 2개 씩 있었다.

 

 

  “슬럼프를 극복하면 더욱 성장할 수 있데. 네가 요즘 따라 부쩍 지쳐보여서……, 대현아.”

 

 

  대현은 윤아의 부름에 윤아를 올려다보았다. 윤아는 양 쪽 검지손가락으로 자신의 입 꼬리를 올렸다.

 

 

  “스마일.”

 

 

  대현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윤아는 그저 눈을 깜빡일 뿐이었다. 점점 윤아의 얼굴이 빨개졌는데, 대현은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윤아를 끌어안았다. 기분이 좋아졌다. 대현이 다 웃었을 즈음에 다시 윤아를 보았다. 윤아의 붉어진 볼을 발견했다.

 

 

  “뭐…….”

 

 

  윤아는 대현이 자신의 머리카락에 대현의 볼을 맞댄 거라고 생각했다. 대현이 더욱 윤아를 꼭 안았다. 사실 대현의 볼이 아니라 대현의 입술이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솟구쳤다.

 

 

  “고맙다.”

 

 

  대현의 그 말이 윤아의 마음을 간지럽혔다. 이번이 몇 번째인지 몰랐다.

 

 

 -

 

 

  “생각보다 너무 달아.”

 

 

  대현은 거실 소파에 누워 두 개를 제외한 팝케이크를 모두 먹은 뒤 다시 포장했다. 그 다음에 거실 조명등을 향해 그것을 쥐고 팔을 뻗었다. 팝케이크 뒤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대현은 그것을 보며 씩 웃었다.

 

 

  ‘역시 난…….’

 

 

  “포기하기 싫다.”

 

 

  대현이 먹지 않은 두 개의 팝케이크 표정은 사랑에 빠진 하트 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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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6 우리 데이트 하자 2016 / 11 / 20 207 0 8913   
55 55 기억 속의 너, 네가 아닌 너 (2) 2016 / 11 / 20 135 0 5643   
54 54 기억 속의 너, 네가 아닌 너 (1) 2016 / 11 / 20 209 0 6348   
53 53 펜션에서 벌어진 일 (3) 2016 / 11 / 20 56 0 8433   
52 52 펜션에서 벌어진 일 (2) 2016 / 11 / 20 49 0 8764   
51 51 펜션에서 벌어진 일 (1) 2016 / 11 / 20 51 0 10134   
50 50 대체 어디가 아픈 거야 2016 / 11 / 20 145 0 8197   
49 49 우리는 최고의 정성을 파는 사람들이니까 2016 / 10 / 31 60 2 8178   
48 48 진심과 정성만 있다면 누구나 2016 / 10 / 31 57 3 7933   
47 47 나의 처음을 너와 2016 / 10 / 31 70 3 6040   
46 46 예약하신 객실은 하나뿐입니다 2016 / 10 / 31 66 3 7119   
45 45 왕중왕전 - Bye, Bye 미스로드 2016 / 10 / 30 65 3 8242   
44 44 내가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2016 / 10 / 30 65 3 6008   
43 43 자세가 야해 2016 / 10 / 30 185 4 7123   
42 42 저 변태가 뭘 또 꾸미는 거야 2016 / 10 / 30 73 4 7562   
41 41 난 이미 충분히 지쳤는데 2016 / 10 / 30 67 4 6900   
40 40 울지 마 2016 / 10 / 29 172 4 8241   
39 39 어릴 때부터 줄곧 2016 / 10 / 29 80 4 7444   
38 38 인정받고 싶으면 피하지 마 2016 / 10 / 28 65 4 7149   
37 37 공과 사의 구별 2016 / 10 / 28 70 4 7478   
36 36 실망스럽다 2016 / 10 / 28 59 3 8692   
35 35 무슨 짓 하는 게 아닌가 2016 / 10 / 28 79 4 7229   
34 34 프로는 프로가 알아보니까 2016 / 10 / 27 64 4 6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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