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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어쨌거나 스물넷
작가 : 펙트
작품등록일 : 2016.8.22

경쟁을 통해 올라온 음식들. 좋은 음식이라고 판정받아도 손님들이 찾지 않으면 가차 없이 없애는 이곳은 디저트 뷔페, 로제와인.

 
49 우리는 최고의 정성을 파는 사람들이니까
작성일 : 16-10-31 23:03     조회 : 60     추천 : 2     분량 : 8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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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마스터, 긴히 할 말이 있습니다.”

  -리하니?

  “저…….”

  -얘기는 들었다.

  “네?”

 

  -10명이 장염 걸렸던 거, 네 치즈 타르트 때문이라고 들었다. 어젯밤, 사이트에 올라온 글을 보고 놀랐는데 오늘 항의 전화 쇄도로 업무가 마비되기도 했어.

  “죄송합니다…….”

  -우리는 프로야. 철저한 준비는 기본적으로 깔아야 하는 요소란 말이야. 왜 그걸 지키지 못했지? 일단, 곧 회의가 있으니 전화를 끊어야겠구나.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리하는 복도 벤치에 주저앉았다. 돈을 빌리는 건커녕 오히려 빌릴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 마음 같아선 울고 싶었지만, 빈 복도에서 혼자 우는 짓은 추할 것이라며 억지로 눈물을 참았다.

 

 

  “추하다고 우는 거…….”

 

 

 -

 

 

  윤아는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리하가 누군가와 전화하는 바람에 통화가 연결되지 않았는데, 대현이 이 근처엔 대학 병원이 한 군데 밖에 없다고 가르쳐주었다. 윤아는 택시를 타는 내내 손을 가만히 두지 못했다.

 

  한편 효린은 가슴이 두근대는 걸 느꼈다. 윤아의 말에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사소하게 생각할지 모르는 그 말이, 효린에게는 자신이 방금 했던 일을 다시 돌이켜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 하나라도 끝까지 리하를 좋게 바라봐준다면, 적어도 사람이라면 작은 변화가 일어나기 마련이니까. 진심과 정성이 있다면 누구나. 너희들이 왜 리하 편을 드냐고 하면……, 난 작은 변화가 일어난 사람을 따를 거야.’

 

 

  대현은 자신이 만들어야할 마카롱을 전부 만들고 나서 윤아가 담당한 디저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급하게 뛰어간 윤아와 어떤 상황인지 종잡을 수 없는 리하 생각에, 좀처럼 집중할 수 없었다. 효린은 대현의 손에 쥔 프라이팬의 손잡이를 잡았다. 대현은 아차, 하는 생각에 생각에서 깨어나 효린을 보았다. 효린이 도리질을 하자, 명수가 효린 대신에 말했다.

 

 

  “네가 가봐.”

  “나까지 가면…….”

  “무리겠지만 우리도 이곳의 파티쉐라고. 리더인 너와 윤아가 없어도 잘 할 수 있어. 사실 우리도 조금은 리하의 일이 걱정되기도 하니까. 네가 가봐.”

 

 

  윤아는 간호사를 통해 리하가 있는 곳으로 갈 수 있었다. 아무도 없는 복도에 홀로 리하가 앉아있었다. 윤아는 리하에게 달려가 리하의 앞에서 서서히 멈췄다. 리하는 윤아의 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윤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리하를 안아주었다. 그제야 리하는 울음을 터트리더니, 저도 모르게 윤아를 안았다. 윤아는 천천히 눈을 감으며 리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잘 될 거야. 모두.”

 

 

 -

 

 

  얼마간 리하가 윤아의 품에 안긴지 몰랐다. 리하가 눈물이 그치자, 언제 자신이 윤아의 품에 안겼냐며 멀찍이 떨어졌다. 윤아가 리하에게 미소를 지을 때 대현이 왔다. 리하는 대현을 보자마자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네, 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

  “걱정되니까.”

 

 

  윤아는 리하가 놀란 눈으로 대현을 보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대현이 너마저 오면 어떡해? 누가 거길 지도한다고? TOP에 든 사람이 그것도 3명이나 병원으로 오면 누가 거기 디저트를 만든단 말이야?”

  “그래서 나도 안 오려다가……, 어쨌든 오게 됐다고. 권리하 대체 무슨 일이야?”

 

 

  리하가 다시 울먹거리자 대현은 자신이 뭔가 말실수라도 했는가 싶어 쩔쩔 맸다. 윤아는 대현의 등을 떠밀어 리하의 코앞에 세웠다. 대현이 무슨 짓이냐는 듯 윤아를 쳐다보았다. 윤아는 입모양으로 ‘안아줘.’라고 말했다. 대현은 자신이 잘못 본 것이라 생각하여 다시 되물었다. 윤아가 다시 입모양으로 말했다. 원래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위로 받으면 힘이 난다고.

 

 

  “난 괜찮으니까. 리더가 두 명 빠지면 안 되니까 나 먼저 돌아갈게. 너희들 디저트는 내가 맡을 거야. 리하는 무슨 일이 있든 없든 꼭 문자해줘.”

 

 

  윤아는 근심이 가득한 리하의 표정을 마지막으로 힐끔 쳐다보고는 뒤돌았다. 리하는 대현에게 안겼다. 대현은 잠시 당황하다가 리하를 안아 토닥여주었다.

 

  윤아가 로제와인에 도착했다. 몇몇 파티쉐들이 윤아가 오자마자 궁금한 표정으로 바라봤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다. 윤아는 자신이 담당한 디저트를 만들었다. 그 후에 급히 리하의 팀으로 가서 리하의 담당 디저트를 만드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런데 그 치료비가 정말 비싸. 단순히 치료만 아니라 다른 검사도 주기적으로 해야 하고 그러려면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데, 난 지금 당장 그런 큰 돈을 구하지 못한단 말이야.’

 

 

  윤아는 딸기를 자르다말고 멈췄다. 대현이 리하를 위로해주겠지만, 리하를 위로한다고 해서 리하의 엄마가 호전되는 건 아니었다. 자신 나름 담담하게 조리실에 복귀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게 아니었던 것 같았다. 윤아는 요리하는 동안은 생각하지 말자며 고개를 흔들고 다시 딸기를 자르기 시작했다.

 

 

  ‘우리 엄마 어떡해.’

 

 

  순간적으로 떠오른 리하의 말에 윤아는 자신의 손가락을 베었다. 도마 위에 칼을 떨어뜨리고 급히 도마에게서 뒤로 물러섰다. 도마 위에는 딸기가 잘리다 말았는데, 하얀 속에 윤아의 피가 스며들었다. 윤아의 주변이 어수선한 틈을 타, 오븐룸에 다녀온 규동은 깜짝 놀라 윤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치료를 도와주었다. 윤아는 자신의 손에 약이 발라지는 것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리하, 괜찮을까?”

 

 

  규동은 윤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물론.”

 

 

 -

 

 

  “뭐, 그런 일이 있었어.”

  “왜 마스터한테 말 안 했어?”

  “응?”

  “마스터라면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글쎄. 어제 오늘 일로 말도 못 꺼냈어.”

 

 

  대현은 리하의 옆에 앉아 언제 치료가 끝나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그 찰나에 갑자기 리하가 팔을 앞으로 뻗어 기지개를 켰다.

 

 

  “그냥 다 모르겠다. 이것저것 생각할 게 많다보니 그냥 피곤해. 어떻게든 이번 주 안으로 구해야 하는데.”

  “내가 어느 정도 보태줄 수는 있는데.”

  “됐어.”

 

 

  리하는 기지개를 켜던 팔을 내려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렸다. 아무것도 없는 앞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새삼 느낀 건데 너도 이런 마음일까.”

  “뭘?”

  “임윤아. 솔직히 임윤아가 좋은 건 아닌데 나도 모르게 신경이 쓰여. 내 모든 일에 보면 항상 걔가 개입되어 있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게 싫은 것도 아니야.”

 

 

  리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끔씩 너랑 같이 있는 거 보면 짜증나지만.”

 

 

  그리고는 뒤돌아 대현을 보았다.

 

 

  “내 모든 걸 말해줘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 사람 같아서 그런가. 내 모든 걸 말하면 멍청하게, 꼭 바보 같이 나 대신 울어 줄 것 같아. 안 그래?”

 

 

  대현은 잠시 그 모습을 상상하다가 픽 웃었다.

 

 

  “나만 걜 멍청하게 생각하는 건 아닌 것 같네.”

 

 

  치료가 끝났다. 치료실에서 간호사들이 리하의 엄마가 잠든 침대를 이끌고 나왔다. 대현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리하의 등을 살며시 떠밀며 그곳으로 향했다.

 

 

 -

 

 

  -치료 끝났어. 아무 이상 없어.

 

 

  윤아는 디너 타임이 끝나 머리를 풀다가, 리하의 문자를 보게 되었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한층 밝아진 표정을 지었다.

 

  아침이 밝았다. 리하는 어제 저녁에 대현을 배웅해준 뒤, 밤새도록 엄마의 곁을 지켰다. 한결 좋아진 엄마의 표정을 보며 리하는 숨을 크게 내쉬었다. 리하는 침대에 엎드려 생각에 잠겼다. 오늘 하루 종일 엄마의 곁을 지킬지 출근할지에 대하여. 마음 같아선 엄마가 깨어날 때까지 곁에 있고 싶었지만 이번에도 출근이 늦어진다면 벌점이 쌓여, 20포인트를 초과하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마스터로 통해 일을 잘리게 된다. 리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끙끙 앓았다. 그 찰나에 리하의 엄마가 천천히 눈을 떴다. 리하는 놀라 엄마의 손을 다급하게 잡으며 말했다.

 

 

  “엄마 괜찮아? 어디 아픈 덴 없어?”

  “응. 지금 몇 시야?”

  “일곱 시.”

  “얼른 출근하러 가.”

  “아냐 좀 더 있어도 돼.”

  “얼른. 난 괜찮으니까. 잘 갔다 와.”

 

 

  리하는 반 강제적으로 로제와인으로 가게 되었다. 락커에서 파티시엘 복으로 갈아입던 도중, 다른 파티쉐들의 시선이 좋지 못하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언뜻 뇌리에 스쳐지나갔다. 낯설었다. 여태껏 스물네 살을 먹어놓고 처음 든 생각이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애써 침착하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는 것을 반복했지만 소용없었다.

 

 

  ‘두 번씩이나 공석한데다가 10명이나 장염이 걸려 피해가 클 텐데……. 오늘 당장 잘리는 것도 이상하지 않겠네.’

 

 

  리하는 고개를 세게 흔들어 잡생각을 버렸다. 자신의 사물함 문을 닫고 조리실로 향했다. 간혹 자신을 이상하게 보거나 수군거리는 게 보였지만, 크게 누군가가 나서서 리하에게 따지지는 않았다.

 

  런치 타임이 시작되었다. 리하는 다 구워진 브라우니를 일정한 간격으로 잘랐다. 리하의 옆에서 디저트를 만들던 파티시에가 자신의 구워진 녹차 케이크를 가져왔다. 리하는 자신의 브라우니를 다 자르고 나서 옆으로 건너보았다. 녹차 케이크라고 치기엔 색깔이 매우 옅었다.

 

 

  “야, 너 이거 녹차 가루로 쓴 거야?”

  “아니. 말차가루로 썼는데 색깔이 이상한 것 같아.”

 

  “이 바보야! 말차가루는 녹차가루와 달리 클로렐라가 함유된 거라고 몇 번 말해? 녹차가루보다 색깔이 진해도 높은 온도에 구우면 색이 다 날아간다고!”

  “아…….”

  “제정신이야? 디저트는 맛도 중요하지만 모양도 중요하단 말이야.”

 

 

  리하는 평소처럼 자신과 같은 팀인 파티시에에게 화를 냈다. 리하는 아차, 하는 마음에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런데 이미 파티시에가 놀란 표정을 지은 뒤였다. 파티시에는 여전히 멍한 상태로 고개를 끄덕였다.

 

 

  “주의할게…….”

 

 

  리하에게 혼난 파티시에는 다시 케이크를 굽기 위해 자신의 앞에 있던 파티시엘과 함께 오븐 룸으로 향했다. 리하네 팀에는 리하와 규동이 전부였다. 규동은 생크림 케이크 위에 장식으로 크림을 짜다말고 웃었다. 리하는 자신의 민트 브라우니 위에 체리를 올리다말고 규동을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왜 웃어?”

  “윤아가 기특한 것 같아서.”

  “뭐?”

 

 

  규동은 어제 저녁에 리하의 공석으로 인해 생겼던 사건을 말했다. 사람들이 리하를 어떻게 생각하고, 윤아가 리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리하는 그 말에 조금은 놀란 듯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화가 난 게 아니었다. 단지 조금 놀랐을 뿐이었다.

 

 

  ‘나 하나라도 끝까지 리하를 좋게 바라봐준다면, 적어도 사람이라면 작은 변화가 일어나기 마련이니까. 진심과 정성이 있다면 누구나. 너희들이 왜 리하 편을 드냐고 하면……, 난 작은 변화가 일어난 사람을 따를 거야.’

 

 

  “파티쉐들은 윤아의 말로 인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어. 물론 나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내 생각엔 말이야. ‘작은 변화가 일어난 사람’을 따르는 것 보단, ‘내게 작은 변화를 일으켜준 사람’을 따르는 거라고 생각해.”

 

 

  리하는 규동의 말을 이후로 쉬는 시간 때까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리고는 윤아를 바라봤다. 윤아는 어느새 자신과 어울려 놀았던 파티쉐들과 함께 밥을 먹고 있었고, 자신은 그들과 조금 떨어진 조리대에서 도시락을 펼쳐 먹고 있었다. 리하는 고개를 숙이며 밥을 먹는데만 신경 쓰도록 노력했다. 그런데 그럴수록 윤아와 사람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윤아가 누르는 셔터 소리가 들렸다. 윤아는 카메라를 들고 리하에게 다가갔다. 리하는 가만히 윤아를 올려다보았다.

 

  찰칵하는 소리가 조리실에 울려 퍼졌다. 리하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는 것도 잠시, 젓가락을 쥔 손으로 윤아를 때릴 듯이 손을 올렸다. 윤아는 행여나 맞을까봐 낭창하게 웃으면서 뒤로 빠르게 물러났다.

 

 

  “이거 초상권 침해야!”

 

 

  그 순간이었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말에 파티쉐들이 웃어주었다. 자신의 일에 관련한 것에 웃어주는 게 처음이었다.

 

 

  ‘자신에게 작은 변화를 일으켜주는 사람을 따르는 거라고 생각해.’

 

 

  윤아는 계속해서 물러가다가 조리실 바닥이 미끄러워 엉덩방아를 찧었다. 윤아는 창피한 나머지 얼굴을 붉히기만 할 뿐 일어나지 못했다. 바로 옆에 있던 대현이 윤아의 팔을 잡고 일으켜 세워주었다.

 

 

  “도시락에 먼지 들어간다.”

  “그럼 먹지 마.”

  “멍청아, 좀 조심하라고. 보는 사람이 더 창피해. 너 그 손가락은 또 뭐냐?”

 

 

  어제 디너 타임 때 리하를 걱정하다가 생긴 상처였다. 윤아는 머리를 긁적이며 딴 생각하다가 다친 거라고 말했다. 대현은 어이없다는 듯 혀를 차며 잔소리를 퍼부었다. 윤아는 잔소리가 듣기 싫다는 듯 안 듣는 척 하며 ‘현줌마’라며 대현과 아줌마를 섞은 단어를 읊었다. 대현은 순간 욱해서 윤아에게 꿀밤을 주었다. 요즘들어 부쩍 대현과 윤아가 친해보였다. 리하는 대현과 윤아, 그 주변에서 웃고 있는 파티쉐들을 보며 다시 한 번 생각에 잠겼다.

 

 

  ‘자신을 변화시켜 주는 사람, 나를, 우리를…….’

 

 

  리하는 파티쉐들의 등 뒤에서 자그마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뭐가 그리도 웃겼던 것인지, 자신에게는 전혀 웃을 상황이 되지 못했는데도, 그저 웃음이 입술 사이를 비집고 나왔다. 규동과 효린은 티격나는 대현과 윤아를 보다 말고, 그런 리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

 

 

  “일 잘 다녀왔어?”

 

 

  병실에 들어오니 리하의 엄마 주변에 이상한 기기와 몇 가지의 링거가 추가되어 있었다. 리하는 의문을 품으며 대답했다. 낯선 물건들이 리하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엄마에겐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지만 리하에겐 부담스럽기 그지없었다.

 

 

  “응. 엄마.”

  “리하야.”

  “응?”

  “치료비랑 입원비……, 어디서 구했어?”

  “아, 그거? 나 사실 모아둔 돈이 있었어. 몰래 모아뒀던 건데 그걸로 쓴 거야. 크게 걱정할 필요 없어.”

  “미안해, 엄마가 괜한 짐만 되었구나.”

  “엄만 짐 아니야. 괜찮아.”

 

 

  리하는 엄마가 자신에게 부담을 가지는 게 싫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거짓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어쩌지……, 이번 주 안으로 돈을 빌려야 하는데 누구한테…….’

 

 

  누군가 병실에 노크했다. 리하와 엄마는 병문을 향해 고갤 돌렸다. 윤아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넌 어떻게…….”

  “리하 어머니, 안녕하세요.”

 

 

  이어서 규동과 효린, 명수와 대현, 마지막으로 외삼촌이 줄을 지어 병실에 들어왔다. 윤아는 보호자 침대에 앉아 리하의 엄마와 얘기를 나누었고, 그 친구들 역시 엄마에게 인사를 했다. 외삼촌은 리하의 엄마에게 목례를 한 뒤 리하만 따로 병실 밖으로 불렀다. 리하는 사뭇 긴장한 표정으로 외삼촌의 뒤를 따랐다. 외삼촌은 인적이 드문 복도에 있는 자판기 앞에 서, 캔 커피 두 잔을 뽑았다. 그러고 나서 하나를 리하에게 건넸다. 리하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그것을 받았다. 외삼촌은 자판기 옆에 있는 벤치에 앉아 자신의 옆자리에 손바닥으로 두 번 쳤다. 자신의 옆에 앉으라는 뜻이었다. 리하는 발걸음을 망설이다가, 멋쩍은 듯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옆에 앉았다. 어쩌면 강제 퇴출이란 소리를 이 자리에서 들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외삼촌은 리하의 생각과 다른 말을 꺼냈다.

 

 

  “어제 전화에서 나중에 얘기하자고 내가 먼저 끊어놓고 너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미처 물어보지 못했구나. 미안하다.”

  “아닙니다. 저야 말로 경솔한 행동을 무려 세 번이나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번에 한 번 죄송했다고 하면 됐어. 지난 월말평가 최종전에서 윤아를 도와줘서 고마워. 네가 없었더라면 윤아는 자신의 아빠 앞에서 기도 펴지 못하고 영영 끝났을 지도 몰랐을 거야. 아, 치료비와 그 외의 것들은 내가 이미 어젯밤에 송금했어.”

  “네? 어째서 마스터께서…….”

 

 

  리하는 오늘 퇴근하고 병실에 돌아왔을 때 보였던 이상한 기기와 비타민 링거를 떠올렸다.

 

 

  “제게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반드시 갚겠…….”

  “아니, 그럴 필요는 없어. 로제와인은 하나의 대가족과 같아. 해서 남일 같지가 않은 걸. 리하 넌 가족끼리 이러한 일이 있어 갚는 걸 본 적 있니? 엄마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큰 돈을 아빠한테 빌리는, 그런 상황을.”

 

  “아뇨.”

  “그럼 된 거야. 갚을 필요 없어. 대신 앞으로도 열심히 해줘. 우리는 최고의 정성을 파는 사람들이니까.”

 

 

  리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리하야, 잘 새겨들어라. 세상에 정성을 무시하거나 피하는 사람은 없어.”

 

 

  그들은 복도를 건너며 병실로 향했다. 리하가 복도를 걸을 때마다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지나갔다. 자신과 티격나던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자신을 끝까지 인내해주고 함께하려고 다가와 주었던 윤아가 떠올랐다.

 

 

  ‘나를 이끌어준 사람.’

 

 

  리하는 외삼촌이 왜 자신에게 그 말을 잘 새겨들으라고 한 건지 알고 있었다. 병실 문을 열기 전에 우뚝 멈춰 말했다.

 

 

  “마스터. 그 말, 잘 새겨듣겠습니다.”

 

 

  찬찬히 병실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문틈 사이로 자신의 주위를 감싸는 빛보다 더 찬란한, 더 밝은 하얀 빛이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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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 프로는 프로가 알아보니까 2016 / 10 / 27 64 4 6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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