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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어쨌거나 스물넷
작가 : 펙트
작품등록일 : 2016.8.22

경쟁을 통해 올라온 음식들. 좋은 음식이라고 판정받아도 손님들이 찾지 않으면 가차 없이 없애는 이곳은 디저트 뷔페, 로제와인.

 
37 공과 사의 구별
작성일 : 16-10-28 12:12     조회 : 70     추천 : 4     분량 : 7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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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게 무슨 일이야?”

  “헐……,”

 

 

  명수와 효린의 말에, 윤아는 고개를 들어 뒤로 돌아보았다. 그 순간 조리실 입구에서 멀뚱히 서 있는 리하와 눈이 마주쳤다. 윤아는 자신의 손수건을 쥔 손에 힘을 주다가 서서히 풀고는, 다른 손으로 한천을 담가 두었던 볼을 들었다. 리하는 윤아를 대수롭지 않게 쳐다보다가, 윤아의 손에 쥐어진 자신의 손수건을 발견했다. 설마, 하는 마음에 자신의 바지 주머니와 가방을 뒤져 보았다. 한 군데도 빠짐없이 더듬거리며 찾아보았지만 자신의 손수건은 손에 잡히지 않았다. 리하는 당황한 듯 윤아에게 다가서려다가 멈칫했다.

 

 

  ‘지금 손수건 달라고 하면 어쩌려고?’

 

 

  볼을 치우는 윤아와 또 다시 눈이 마주쳤다. 리하는 윤아의 눈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주춤거리다가 태연한 척 락커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자신의 사물함을 열어 가방을 놓고 생각했다.

 

 

  ‘임윤아 분명 내가 했다는 걸 알아챘을 거야. 설마 다른 애들한테 말하는 건 아니겠지? 마스터한테 말하는 거 아냐? 아씨, 주위를 확인하고 갈걸.’

 

 

  리하는 좀 더 신중하게 일처리를 하지 못한 자신을 꾸짖으며 손톱을 깨물었다. 누군가 철컥, 하며 락커 문을 열었다. 리하는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 문 쪽으로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명수와 효린이었다. 리하는 놀란 가슴을 진정하며 숨을 크게 내쉬었다. 효린은 그것을 이상하게 쳐다보다가 효린의 옆에 있는 자신의 사물함을 열었다. 명수 역시 반대편 자신의 사물함으로 향했다. 효린은 파티시엘 제복을 꺼내면서 흘깃 리하를 노려보았다. 리하는 효린의 눈을 피해, 락커 안에 설치된 커튼 뒤로 들어섰다.

 

 

  ‘쟤가 왜 날 노려보지? 혹시 임윤아가 말했나? 아냐, 침착해야지. 손수건이 뭐가 대수야. 실수로 떨어뜨렸을 수도 있지, 그리고 걔가 어디서 내 손수건 주웠는지 난 알 길이 없잖아?’

 

 

  리하는 자기합리화로 스스로를 세뇌하고는 옷을 마저 갈아입었다.

 

  런치 타임이 시작되었다. 손님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메웠다. 윤아의 과일 양갱을 찾던 사람들이 원하는 디저트가 보이지 않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른 디저트를 집어갔다. 윤아는 그것을 지켜보다가 다시 조리실로 들어갔다. 분주하게 디저트를 만드는 파티쉐들 뒤에 서서 몇 초간 수많은 생각을 했다.

 

 

  ‘양갱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못해도 16시간이 필요해. 한천, 한천……, 정말 리하가 한 짓일까? 아니면 우연히 손수건이 떨어진 걸까? 가뜩이나 내일이라면 외삼촌이 올 텐데 이래선 사과할 수 있는 접점이 없잖아. 이번에도 사과를 하지 못하면 월말평가 박탈권이 주어져. 아, 아니다 지금은 디저트를 생각해야 해. 당장은 양갱을 만들 수 없어. 이제 겨우 포인트가 생기나 싶더니만 결국 이렇게 되는 구나……. 어쩌면 좋지? 빨리 다른 디저트라도 올려놔야 할 텐데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디저트가 뭐 있지? 너무 복잡해.’

 

 

  “바보야.”

 

 

  윤아는 생각에서 깨어나 옆으로 돌아보았다. 대현은 뭔가를 준비했다는 듯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팀 조리대를 가리켰다. 윤아는 대현을 따라 자신의 조리대로 향했다. 우유와 계란, 설탕과 바닐라 에센스, 마지막으로 판 젤라틴이 있었다. 효린은 도와주겠다며 자신의 손에 들린 물과 물엿을 내려놓았다.

 

 

  “이게 뭐야? 바닐라 에센스와 판 젤라틴……? 이거 혹시 커스터드 푸딩 재료야?”

  “뭐, 제일 쉬운 디저트이긴 한데 우린 다른 푸딩이나 커스터드 케이크는 있어도 커스터드 푸딩이 없더라고. 지금부터 만든다면 포인트는 덜 깎이겠지.”

  “아…….”

  “멍청한 표정 짓지 말고 빨리 만들어 멍청아. 또 포인트 깎기고 싶어?”

  “아, 으, 응. 빨리 만들어야지.”

 

 

  효린이 오븐을 예열할 동안, 윤아는 계란 2개를 깨트려 노른자만 따로 분리했다. 그러고 나서 젤라틴을 물에 불리는 동안에, 우유, 계란 노른자, 설탕과 바닐라 에센스를 골고루 섞었다. 섞은 푸딩 물을 돌아온 효린에게 건네고, 물과 물엿 그리고 설탕으로 캐러멜 소스를 만들었다. 효린이 푸딩 물을 데워 온 것을 확인하고 물에 불린 판 젤라틴을 넣으려다 멈칫했다. 윤아는 재료를 준비해주었던 대현에게 물었다.

 

 

  “근데 이 정도 양의 판 젤라틴은 많은 거 아냐? 푸딩이 딱딱해지지 않을까?”

  “상관없어. 내가 해봤는데 오히려 탱글탱글해서 식감이 좋았어.”

  “흠…….”

 

 

  윤아는 얼마간 고민하다가 따뜻한 푸딩 물에 젤라틴을 넣었다. 그 다음 스테인리스 틀에다가 캐러멜 시럽을 약간 채워 넣고 푸딩 물을 가득 채워 오븐에 구웠다. 윤아는 구워지는 중인 푸딩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쉬는 시간이 되면 리하한테 손수건 돌려줘야겠다.’

 

 

  “효린아, 아까 푸딩 물 데우기 전에 체에 한 번 걸러줬어?”

  “응. 깜빡하고 있었는데 대현이가 앞에서 가르쳐줬어.”

  “그렇구나. 다행이다.”

 

 

  간혹 체로 걸러주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계란의 알끈을 제거해 좀 더 부드러운 푸딩을 만들 수 있었다. 효린은 세세한 것 하나마저 챙기는 윤아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잠시 생각에 잠기다 말고 윤아에게 말했다.

 

 

  “윤아야 커스터드 푸딩을 누가 생각해준지 알아?”

  “효린이야?”

  “으응, 아니. 대현이야.”

  “대현이가?”

 

 

  “응. 성대모사도 할 수 있어. 그 멍청이! 대체 무슨 생각인거야? 누가 그랬어? 하여간 사람 골치 아프게 한다니까! 뭐하지, 야, 김효린. 그 멍청이보고 푸딩이나 만들라고 해!”

 

 

  윤아는 사뭇 진지하게 성대모사 하는 효린을 보고 크게 웃었다. 효린 나름대로 열심히 성대모사 한 것 같았지만 전혀 닮지 않았다. 대신 그 말투가 상상이 갔다. 한결 기분이 나아진 것 같았다.

 

 

  “대현이가 정말 그랬어?”

  “신기하지 않아?”

  “응. 신기해. 효린이가 성대모사 하는 거 귀여워.”

 

 

  윤아는 효린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효린이 디저트 만드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오븐 룸에서 나갔다. 효린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작게 읊조렸다.

 

 

  “내가 신기하다는 건 그게 아니라 널 생각해주는 대현이의 행동이라고……. 보는 사람이 더 헷갈려.”

 

 

  ‘혹시 대현이가?’

 

 

  런치 타임이 끝난 쉬는 시간이었다. 윤아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게 리하를 복도로 불렀다. 리하는 런치 타임 내내 윤아와 손수건에 신경 쓰여 일에 집중을 하지 못했다. 리하는 긴장한 듯 윤아를 쳐다보았다. 윤아는 자신의 바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리하에게 건넸다.

 

 

  “이거 떨어뜨렸더라.”

 

 

  리하는 슬며시 받아 윤아의 눈치를 보았다. 윤아의 표정은 기묘했다. 아는 눈치인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은, 그런 표정이었다. 윤아가 뒤돌아 조리실로 들어가려 하자, 리하가 불러 세웠다. 윤아가 고개를 돌려 리하를 멀뚱히 리하를 쳐다보자, 리하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말을 얼버무리고 먼저 조리실로 들어갔다. 윤아는 그 뒤를 따라 도시락 먹기 위해 자신의 팀 조리대로 돌아갔다. 명수와 효린, 규동은 온데간데없고 대현만 있었다.

 

 

  “다른 애들은?”

  “규동은 자신의 팀 애들이랑 먹기로 했고 명수랑 김효린은 자기들끼리 밖에서 먹고 온다고 갔어.”

  “그럼 우리 둘이 먹겠네.”

 

 

  윤아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현의 옆에 앉아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대현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말인데도 자꾸만 자신의 머릿속에 울렸다. 우리, 우리 둘이, 우리 둘이 먹는다고. 대현은 고개를 흔들어 생각을 떨쳐내려 애썼다. 윤아는 우동 국물을 마시려다 말고 대현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대현은 생각을 떨쳐내려는데 정신이 팔려 윤아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윤아가 대현의 이름을 불렀다. 대현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윤아를 바라봤다. 윤아는 대현에게 천천히 얼굴을 들이밀었다. 대현이 뒤로 흠칫 몸을 물러서려다가, 자신의 귓가에 속삭이는 윤아의 행동에 멈췄다.

 

 

  “아까 날 위해 신경써줘서 고마워.”

 

 

  윤아가 대현을 향해 환하게 웃자, 대현은 괜히 저 혼자 얼굴이 빨개져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윤아는 여전히 생글생글 웃었다.

 

 

  “고, 고마우면 다음부턴 똑바로 해. 자신의 재료를 관리하는 것도 부총주방장이 해야 할 일이니까.”

  “응. 고마워.”

 

 

 -

 

 

  리하는 자신과 어울리는 무리와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파티쉐들의 말이 없었다. 리하가 먼저 말을 꺼내려다가, 그들 중 하나가 도시락 뚜껑을 닫았다. 리하와 가장 오래된 동기인 현미였다. 다른 파티쉐들도 하나둘씩 짐을 싸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리하가 벌써 다 먹었냐고 물었다. 현미는 힘겹게 침을 삼키고는 입을 열었다.

 

 

  “윤아에게 같이 밥 먹자고 말할 거야.”

  “뭐? 걔는 왜?”

 

 

  다른 파티쉐가 말을 이었다.

 

 

  “우린 알고 있어. 윤아의 한천 누가 망쳐놨는지. 리하, 이제 윤아 그만 괴롭힐 때도 됐지 않아?”

  “내, 내가 그걸 망쳤다는 증거라도 있어?”

 

  “보면 알아. 너랑 2년을 같이 지내왔으니까. 새로 들어오는 신입이면 어떻게든 그만두게 하려고 꼼수를 부렸던 게 너니까. 우리 역시 우리 자리를 지키기 위해 신입을 견제해야 했으니까 널 도왔던 거고. 한 번 두 번 하다 보니 익숙해져서 우리가 자진해서 하기도 했고 널 도와주기도 했지만, 지금 윤아를 보면 내가 정말 잘못했다는 걸 느끼더라고. 어제 널 변호해줬던 게 마지막이었어.”

 

  “뭐야, 실컷 할 짓 다 해놓고 이제 물러설 데가 없으니까 나더러 떠맡기는 거야?”

  “아니. 우린 윤아한테 사과할 거야. 리하, 너도 늦지 않았어. 지금이라면.”

  “허, 내가 걔한테 왜 사과해야 하는데?”

  “끝까지 자존심 지키려고 그러지 마. 어제 오븐에 덜 굽혔던 크루아상, 그것도 네 짓이지?”

  “이 애도……, 저 애도…….”

 

 

  윤아는 고개를 숙여 얼마간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래, 내가 했다면 어쩔 건데?”

 

  “어쩔 거냐니. 이제 우리 이 짓 그만하자. 솔직히 너도 걔가 여기에 있고 나서부터 변한 걸 느꼈을 거 아냐. 걔가 오고 나서부터 로제와인의 분위기도 많이 변했고, 애들도 더 열심히 하는데다가, ‘그 사건’으로 신입에게 별 관심 없던 대현이 마저 변했다고. 타고난 유전이기도 하지만 우리보다 더 열심히 하는 그런 애, 우린 함부로 건들면 안 돼. 그럴 자격이 없어, 우리는. 네가 아무리 걔를 괴롭힌다고 해도 쉽게 망가지지 않아. 윤아는.”

 

 

  자신의 말이 끝났는지, 파티쉐들은 리하의 곁을 떠났다. 리하는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래, 어디 맘대로 해봐!”

 

 

  그 말에 파티쉐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맨 뒤에 있던 파티시엘 하나가 가다말고 뒤로 돌아 리하를 쳐다보았다. 그 파티시엘은 리하를 안타깝게 혹은 한심한 눈빛으로 보다가 다시 고갤 돌렸다. 리하는 슬며시 자리에 앉아 자신의 주위에 묘하게 흐르는 기를 느꼈다. 여태껏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고개가 빳빳해 옆으로 돌 수도 없고 쉽게 일어설 수 없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사실, 리하의 주변 사람들은 전혀 리하를 신경 쓰지 않고 각자 밥을 먹으며 대화하기에 바쁜데도. 리하는 자신의 도시락을 내려 보다, 걸려온 전화에 통화 버튼을 눌렀다.

 

  한편 대현은 자신과 윤아의 곁에 앉은 파티쉐들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밥을 먹다가, 리하가 조리실에서 다급하게 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권리하 얘 어디 갔어?”

 

 

  대현이 물었다. 리더인 윤아와 대현은 규동과 리하의 팀인 두 파티쉐의 말을 가만히 들었다.

 

 

  “글쎄. 아까 휴식 시간 땐 있었던 것 같았는데.”

  “뭐야, 우리 팀 바빠 죽겠는데 얘 마저 없으면 어쩌자는 거야. 마스터는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거야?”

  “화장실 간 거 아냐?”

  “얘는 무슨, 화장실에서 뭐 하러 30분 동안 있냐?”

 

 

  대현은 그 팀의 말을 듣고 자신이 휴식 시간 때 보았던 리하를 떠올렸다. 어딘가 다급해 보이는 게, 평소의 표정과 달랐다.

 

 

  “같은 팀 파티쉐도 모르는 걸 보니 무단으로 디너 타임에 빠졌다는 거군.”

  “대현아, 아직 마스터에게 말하지 마.”

  “왜? 이건 책임감 문제야. 무슨 일이 있다면 최소한 같은 팀에게 말이라도 해줘야 하는 거야. 게다가 다들 담당하고 있는 디저트가 있는데 걔 것까지 누가 해줘?”

 

  “내가 할게. 오늘 본의 아니게 푸딩으로 디저트가 바뀌었으니까. 다른 디저트 할 여력이 돼. 리하가 만드는 디저트 내가 담당할게.”

  “너 혼자 괜찮겠어? 감당하기 어려울 텐데.”

  “지금 우리가 그걸 따질 일은 아니라고,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대현은 할 말을 잃었다. 그렇게 하라는 듯 자신의 위치로 돌아갔다. 윤아는 급히 규동에게 무엇을 만들면 되냐고 말했고, 대현은 준비해둔 재료를 조리대에 두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문 닫을 시간이 다 되어 손님들이 차츰 줄어나가자, 파티쉐들은 그제야 숨을 돌린다는 듯 제자리에 앉아 쉬었다. 리하는 디너 타임이 끝날 때까지도 조리실로 돌아오지 않았다. 윤아는 평소 리하 답지 않은 결과에 생각이 깊어졌다. 대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모자를 벗었다.

 

 

  “이런 일로 또 마스터에게 보고해야 한다니.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군.”

  “아직 말 하지 말아봐.”

  “왜 또?”

  “무슨 사연이 있을 지도 모르잖아.”

 

  “여긴 우리의 일터야. 공과 사를 구별할 줄 알아야지. 지극히 개인일이라 해도 엄연히 지킬 건 지켜야하는데, 최소 지켜야할 일도 걘 지키지 못했어.”

  “대현아, 리하 집 주소 어딘지 가르쳐줘.”

 

 

  윤아는 메모지에 적힌 리하의 집 주소를 따라 택시 타고 도착했다. 철문은 허름하다 못해 칠이 벗겨졌는데, 활짝 열려있는 상태였다. 윤아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흙바닥으로 된 좁은 마당과 마루, 그리고 일자형 일층 주택이 다였다. 윤아는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리하와 딴 판인 집 구조에 조금은 놀란 듯 주위를 살펴보았다.

 

 

  “리하야. 리하야? 집에 있어?”

 

 

  집에는 윤아의 말소리 외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윤아가 좀 더 큰 소리로 리하의 이름을 불렀지만, 리하가 나오기는커녕 리하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윤아는 천천히 둘러보다 열린 현관문을 발견했다. 조심스레 현관문을 열었다. 집의 공기는 대체로 한산했다. 윤아는 신발을 벗고 찬찬히 살피며 리하의 이름을 작게 불렀다. 어디선가 대답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리하니?”

 

 

  윤아는 소리가 나는 방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방에 들어가니 이부자리에 누워있는 중년의 여자를 볼 수 있었다. 여자는 리하와 쏙 빼닮았는데, 얼굴이 노랗게 뜨고 입술에는 핏기가 없었다. 중년의 여자는 앞만 쳐다볼 뿐, 고개를 들어 올리지 못해 윤아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윤아는 중년의 여자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유독 이 방에만 보일러를 틀었는지 바닥이 따뜻했다.

 

 

  “리하니? 리하의 옷이 아닌 것 같은데…….”

  “아, 안녕하세요. 저는 리하의 친……, 아니 같은 동기인 임윤아라고 합니다.”

  “아, 리하의 친구니?”

  “네? 네, 네.”

 

  “여긴 어쩐 일이니? 리하는 지금 장 보러 갔는데.”

  “아, 죄송해요. 리하를 찾으려다가 문이 열려있기에 들어와 봤어요. 얼른 다시 나가겠습니다.”

  “아냐. 리하 친구인데 여기서 기다려. 어디 가지 말고.”

  “아뇨. 제가 무례하게 들어왔습니다. 다시 나가서 리하와 얘기 나누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윤아는 급하게 자리에서 나와 마당으로 향했다. 리하의 엄마가 갑작스레 집에 들어온 자신에 대해 얼마나 당황스러워 할까,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핸드폰 화면을 켜, 리하에게 부재중이 되었던 자신의 통화 내역을 보았다. 그 때, 갑자기 윤아의 앞에서 대문 닫는 소리가 들렸다.

 

 

  “임윤아, 네가 왜 여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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