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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어쨌거나 스물넷
작가 : 펙트
작품등록일 : 2016.8.22

경쟁을 통해 올라온 음식들. 좋은 음식이라고 판정받아도 손님들이 찾지 않으면 가차 없이 없애는 이곳은 디저트 뷔페, 로제와인.

 
50 대체 어디가 아픈 거야
작성일 : 16-11-20 19:29     조회 : 145     추천 : 0     분량 : 8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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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며칠 뒤, 외삼촌은 다른 디저트 뷔페의 사장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다른 디저트 뷔페에서도 식중독이 걸렸다며 직접 찾아와서 소동이 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애당초 문제될 디저트 따윈 없었으며, 그저 잘나가는 호텔 하나 망치고 싶어서 만행을 벌인 소수의 사기단이었다. 실제로 경찰서 앞에서 한 인터뷰의 내용이었다. 외삼촌과 몇몇 사장들은 그들을 법정 소송에 걸었다. 다행이도 사건은 무난하게 해결되었다.

 

 

  “우리 꼭 다음에 같이 가자.”

 

 

  저녁 7시가 돼서야 파티쉐들은 각자의 집에 갈 수 있었다. 윤아는 여분으로 남은 티켓을 리하에게 주었다. 윤아가 미스 로드에서 우승해 받았던 카페 무료 이용권이었다. 리하는 티켓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마지못해 받아주는 것 마냥 티켓을 뺏어들고는 고개를 돌렸다.

 

 

  “뭐 특별히 가달라면 가줄 수도 있어.”

  “윤아야 뭐해? 얼른 집 가자!”

  “응! 잠시만!”

 

 

  저 멀리서 규동이 윤아를 불렀다. 윤아가 리하에게 인사를 하고 가려 할 때, 리하가 윤아를 불러 세웠다.

 

 

  “여러모로 고, 고마…….”

  “응?”

  “고…….”

 

 

  리하는 뒤에 글자를 마저 말하고 싶었는데 차마 말이 나오지 않았다. 리하는 미간을 찌푸리며 마저 말하려고 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윤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나 아직 대현이 포기하지 않았어! 얼른 집 가!”

  “으, 응? 알겠어. 너도 얼른 가봐.”

 

 

  윤아는 당황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이다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리하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소심하게나마 손을 흔들어주었다.

 

 

  “고마워…….”

 

 

  리하는 점점 자신의 얼굴이 뜨거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대현을 내내 좋아하면서도 붉어지는 얼굴 티 한 번 내지 않았는데, 윤아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리하를 이리도 수줍음 타게 만들 줄은 몰랐을지도.

 

  외삼촌은 집에 가기 위해 윤아와 규동, 대현을 태웠다. 윤아는 외삼촌의 옆에 앉아 앨범을 품고서 어느새 잠들었다. 외삼촌은 운전하다 말고 윤아의 머릿결을 쓰다듬어 주었다. 윤아는 잠자는 동안에도 무심결에 느꼈는지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규동은 뒤에서 그것을 빤히 바라봤고, 대현은 핸드폰을 만지면서 은근슬쩍 보았다. 대현은 단비가 보내주었던 윤아의 사진을 가만히 바라봤다. 얼마나 집중했으면 집에 도착해 차가 멈출 때까지 보았다.

 

  윤아는 반 쯤 감긴 눈으로 먼저 씻고 자신의 방으로 갔다. 앨범을 베개 옆에 놔두고 침대에 누워 다시 잠을 청했다. 눈을 감은지 불과 몇 초도 지나지 않아 깊은 잠에 빠졌다.

 

  암흑천지인 기나긴 터널을 지나치던 무렵이었다. 급속도로 저 멀리 보이는 희뿌연 빛에게 향했지만 아무리 달려도 그 빛에 닿을 수 없었다.

 

 

  ‘빨리 피해! 불이야, 불!’

 

 

  그러다 갑자기 빛에 닿게 되면서 그 빛이 온 시야를 가리다, 한 여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 여자는 파티시엘 제복을 입고 있었는데, 빵을 만드는 중이었다.

 

 

  ‘빨리 나가! 빨리!’

 

 

  그러다 행동을 멈췄다. 타는 냄새가 코를 자극하더니 눈앞에 연기가 자욱하게 꼈다.

 

 

  ‘저기 조리실 안에 사람이 있어!’

  ‘그냥 빨리 나가! 나부터 살아야지 누가 누굴 구해!’

 

 

  그 여자는 고개를 들어올렸다. 불길이 입구를 막았다. 여자에겐 불길을 피할 수 있는 길 따위가 없었다. 몸을 숙여 연기를 마시지 않는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문 너머에서 물건들이 타들어가 녹아내리는 것을 몸이 경직된 상태로 바라볼 뿐이었다. 몸이 일시적으로 떨려왔다. 여자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여자의 옆모습이 머리카락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여자는 좀 더 고개를 돌렸다. 목이 완전히 꺾여 눈이 뒤집혔다. 얼굴은 불에 타서 검게 일그러졌다. 간혹 살결이 벗겨져 붉게 피가 났다.

 

 

  “아아악!”

 

 

  대현은 침대 위에 앉아 벽에 기대어 있던 상태였다. 노트북을 보고 있다가 깜짝 놀랐다. 벽이 막아져 대현과 윤아의 방이 갈라졌을 뿐이지, 벽이 없다면 윤아의 침대와 대현의 침대가 하나의 침대처럼 매우 가까워, 윤아의 비명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대현은 급히 자신의 방에서 박차고 나왔다.

 

  규동은 방금 씻고 2층 계단 끝까지 오르고 있었다. 역시 윤아의 비명에 놀랐다. 규동은 대현이 윤아의 방문을 열어 들어가는 것을 보고, 자신도 뛰어서 윤아의 방으로 들어갔다. 눈앞에 펼친 기괴한 상황에 아무 대응도 하지 못했다.

  윤아는 얼빠진 표정을 지으며 두 손으로 자신의 양쪽 귀를 막았다. 그리고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대현이 윤아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지만, 윤아에겐 전혀 통하지 않았다. 대현은 윤아의 어깨를 밀어 자신의 품에 품듯이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크게 쉬고 내쉴 때마다 숫자를 세어주었다. 규동은 그런 상황을 지켜보았다.

 

 

  ‘또 이 상황을 목격했어.’

 

 

  윤아는 숫자가 10까지 올라가서야 차차 진정할 수 있었다. 잔뜩 겁을 먹었던 눈이 흐리멍덩하게 변하다가 이내 감았다. 탈진을 하는 바람에 대현의 품에서 그대로 잠들었다. 대현은 다급하게 규동에게 외삼촌을 부르라 일렀고, 규동은 황급히 서재로 뛰었다. 규동이 외삼촌을 불러오는 동안, 대현은 주위를 살펴 윤아가 무서워할 만한 것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깔끔하게 정리된 방 안에서 딱히 위험해 보이는 물건이나 벌레 같은 것도 없었다. 단지 바닥에 떨어진 앨범이 보였을 뿐이었다. 앨범은 한참 뒷 페이지에 펼쳐져 있었는데, 아무런 사진이 없었다.

 

  외삼촌이 무슨 일이냐고 외치며 방 안으로 들어왔고, 이어서 규동도 들어왔다. 대현은 윤아를 침대에 바로 눕혔다. 그리고 자신이 본 상황만 말했다. 외삼촌은 윤아의 침대에 반쯤 걸터앉아 윤아의 이마를 짚었다.

 

 

  “올해 따라 왜 이러지……. 내가 아무 준비 없이 스카우트해서 그런 건가…….”

 

 

  ‘다시 병원으로 가야 하나……?’

 

 

  “상황 지켜보고 내일 쉬어야 할 것 같다. 일단 편히 잘 수 있게 나가자.”

 

 

  규동은 대현이 윤아의 방 밖으로 나오자마자 잡아 세웠다.

 

 

  “대체 윤아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어디 아파? 숫자는 또 왜 세는데?”

  “임윤아가 안 말해주던?”

  “전혀.”

  “그럼 나도 말 안 해. 걔가 너한테까지 말 안 하는 거 보면 기억하기 싫은 얘기겠지. 그런 얘기를 굳이 제 3자인 내가 꺼내긴 뭐하다.”

  “그래. 그것도 맞는 말이지. 윤아……, 괜찮을까.”

 

 

  규동은 한동안 윤아의 방 문을 지켜보았다.

 

 

 -

 

 

  다음 날이 되었다. 윤아는 일어나지 못했다. 외삼촌은 문턱에서 그것을 지켜보다가 문을 닫았다. 복도에서 갈 준비를 했던 규동과 대현은, 도리질 하는 외삼촌을 보고서 뒤돌아 계단으로 내려갔다. 대현은 파티시에 옷으로 갈아입고 나서 모자를 쓰고 조리대로 향했다. 효린이 자신의 조들이 쓰는 재료를 미리 구해 놨었다. 대현은 윤아의 크레이프 케이크를 대신 만들기 위해 반죽했다. 그 동안 명수는 윤아의 빈자리를 보았고, 효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현이 프라이팬에 반죽을 부어 얇게 폈을 때였다. 효린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물었다.

 

 

  “대현아 윤아는?”

  “아파서 오늘 쉰다.”

  “아……, 얼마나 아프면 출근까지 못하지. 어디가 아파?”

 

 

  대현은 크레이프를 뒤집으려다 효린의 질문에 멈칫 했다.

 

 

  ‘오늘 아파서 출근을 못하는……, 아파서.’

 

 

  효린이 대현을 불렀지만 대현은 듣지 못했다.

 

 

  ‘근데 어디가?’

 

 

  크레이프가 검게 타기 시작하면서 타는 냄새가 피어올랐다.

 

 

  ‘뭐가 두려워서 그런 증상이 나와?’

 

 

  대현은 예측할 수 없다며 미간을 찌푸렸다.

 

 

  “대현아!”

 

 

  대현은 자신의 부름에 생각에서 깨어났다. 타고 있는 크레이프를 보며 급히 건져냈다. 대현이 작은 실수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양 손을 조리대에 짚으며 고개 숙이고는 숨을 길게 내뱉었다. 자신만 들릴 정도로 작게.

 

 

  “대체 어디가 아픈 거야…….”

 

 

  윤아가 천천히 눈을 떴다. 한쪽 팔을 침대에 짚어 상체를 들어 올릴 때, 다른 한 손으로 이불을 거두었다. 누군가 관자놀이를 세게 누르는 것처럼 아파왔다. 몇 시인지 보기 위해 핸드폰을 켰는데, 문자부터 발견했다.

 

 

  -윤아야 많이 피곤할 테니 오늘 하루는 쉬도록 해. am. 7:30 / 외삼촌

 

 

  핸드폰의 상태표시줄에 오후 5시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종잡을 수 없는 와중에 허기가 느꼈다. 조심스레 바닥을 디디고 부엌으로 갔다. 냉장고 문을 열었지만 마땅히 먹을 게 보이지 않았다. 몇 가지의 나물과 고추장을 꺼냈다. 싱크대 서랍에서 양푼이를 꺼내 거기다 밥을 퍼 넣고, 나물과 함께 고추장을 섞었다. 마치 볼(반죽하고 담는 등에 쓰이는 식기) 안에 있는 반죽을 섞는 것처럼 자세가 갖춰졌다.

 

  별다른 생각 없이 계속 섞던 찰나, 볼과 양푼이가 겹쳐 보이면서, 반죽을 섞던 자신의 손동작과 붉은 고추장을 섞는 자신의 손동작이 하나의 장면처럼 합쳐졌다. 일시적이었지만 윤아의 두 손이 떨렸다. 숟가락과 양푼이가 옅지만 빠른 속도로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윤아는 힘겹게 침을 삼키고 양푼이를 내려놓았다. 입맛이 사라졌다. 아무래도 비빔밥은 먹지 못할 것 같았다. 양푼이 위에 랩을 씌어 식탁 위에 올려놓고 거실 소파에 앉았다. TV를 켜고 위로가기 버튼을 눌러 계속해서 채널을 바꾸었다. 그러다 어느 정규방송의 뉴스에 멈췄다.

 

 

  -오늘 오후 1시에 디저트 뷔페에서 화재가 났습니다.

  “지금 쯤 윤아가 깨지 않았을까? 어, 윤아다! 윤아야 지금은 좀 어때?”

 

 

  규동의 부름에도 윤아가 멍하니 TV만 바라보자, 규동의 옆에 있던 대현이 TV를 보다가 혀를 찼다.

 

 

  -직원과 손님을 포함해 20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되어…….

  “쯧, 저기 뷔페 9위권인데. 가뜩이나 인지도가 전보다 못하는데 저런 꼴을 당하다니.”

  “그러게. 왜, 사람 일이란 건 모른다잖아.”

 

 

  규동이 윤아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제야 윤아가 정신을 차렸다. 대현은 방금 전의 상황을 곱씹다가 뭔가를 알아챘는지 TV를 껐다.

 

 

  “윤아야 밥 먹었어?”

  “아직…….”

  “그럼 우리 셋이 외식하자. 어차피 내일 2박 3일로 놀러가니까 준비물도 마스터 대신에 사야할 것 같아.”

 

 

  약 한 달 전부터 외삼촌은 로제와인의 직원들과의 친목과 단합을 위해, 2박 3일로 놀러갈 계획을 잡고 있었다. 각 층의 호텔리어와 관계자들, 세 뷔페의 조리사와 파티쉐들을 한꺼번에 데리고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매일 새로운 손님들이 호텔에서 묵기 때문에 무리였다. 각마다 팀을 묶어 나눠 가기로 했다. 로제와인의 디저트 뷔페 파티쉐들은 내일 출발하기로 했다.

 

 

  “난 안 가.”

  “대현이 넌 왜?”

  “쉬는 시간에 잠깐 아이디어 노트를 조리대 위에 놔뒀는데 물에 젖었더라고. 다시 옮겨 쓰려면 시간 꽤 걸릴 것 같다.”

  “어차피 우리 휴가인데 조금은 쉬어도 되지 않아?”

  “나도 제발 그러고 싶다. 그렇지만 기억 날 때 해놔야지 휴가 다녀와서 하면 까먹어.”

 

 

  대현은 규동의 어깨를 툭 치며 규동에게만 들리게 말했다.

 

 

  “내 몫까지 쟤 기분 풀어줘라.”

 

 

  규동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윤아를 데리고 현관문으로 갔다. 윤아는 신발을 신으려다 말고 현관문에서 배웅해주는 대현에게 말했다.

 

 

  “식탁 위에 보면 내가 만든 비빔밥 있는데 그거 먹어.”

  “맛없겠네.”

 

 

  윤아는 빈정 상했는지 신발을 신고 몸을 돌렸다.

 

 

  “잘 먹을게.”

 

 

  윤아는 그새 기분이 풀려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대현은 그들이 나간 뒤에 씻고 나서, 두 권의 노트를 들고 부엌으로 향했다. 윤아의 말대로 식탁 위에 비빔밥이 보였다. 자리에 앉아 랩을 걷었다. 기존에 있던 아이디어 노트를 얼마나 복구 할 수 있는지 따지기 위해, 물에 젖은 아이디어 노트를 펼쳤다. 그리고 비빔밥을 한 입 먹다가 숟가락을 패대기치듯 양푼이에 걸쳐 놓았다.

 

 

  “어오, 짜. 대체 얘는 요리를 손으로 만든 거야, 발로 만든 거야?”

 

 

  대현은 양푼이를 밀치고 아이디어 노트를 끌어 당겼다. 그리고 새 노트에 내용을 옮겨 적다가 윤아의 얼굴을 떠올렸다. 자신이 잘 먹겠다고 말했을 때 수줍은 표정을 짓던 윤아의 모습을 말이다. 대현은 골머리를 앓는다며 아이디어 노트를 옆으로 살짝 민 뒤 양푼이를 가져왔다. 그리고 식탁 위에 있던 물을 컵에 따라 마시면서 다시 비빔밥을 먹었다.

 

  한편 윤아는 규동과 백화점에 도착했다. 내일 필요할 물건들을 사기 전에 기분 전환으로 옷 코너로 갔다.

 

 

  “근데 마스터께서 우리가 어디 가는지 말도 안 해주시고 바다에 간다고 하셨어, 윤아는 어딘지 알아?”

  “응. 외삼촌이 오랜만에 별장으로 가자고 했어.”

  “별장?”

  “외삼촌에게 별장이 있거든. 내가 어릴 적에 딱 한 번 가봤는데, 낮에 보면 경치가 좋아서 아직까지 기억해. 굉장히 매력적인 곳이야.”

 

 

  규동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곳을 둘러보다가 우연히 한 여성 옷 매장을 보게 되었다. 마네킹에 걸려 있던 옷이 눈에 띄었다. 청 멜빵바지에 7부 반팔을 입혀놓은 것이었는데 굉장히 귀여웠다. 규동이 저걸 보라고 말하자 윤아는 환하게 웃으며 예쁘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윤아의 기분이 돌아온 것 같았다. 규동은 뭔가를 결심한 듯 윤아를 이끌고 매장으로 갔다.

 

 

  “찾으시는 거라도 있으세요? 어, 규동이?”

  “누나 오랜만이네.”

  “이야, 이게 얼마 만에 보는 거야? 옆에 여자친구?”

  “아니. 여자 친구 아냐.”

  “그래? 무슨 옷 보러 왔는데?”

  “이 옷 얘한테 맞는 거 좀 줘.”

 

 

  옷매장의 점원은 규동과 윤아를 번갈아 보며 흥미진진한 표정을 짓고는 옷을 찾아왔다. 윤아는 옷을 받고 움직일 생각 없이 눈을 깜빡였다.

 

 

  “사지도 않을 건데 막 입어도 될까?”

  “그냥 한 번 입어봐. 저 점원 누나 우리 누나의 친구거든.”

  “정말? 너 누나 있었어?”

  “응. 일단 입어봐.”

 

 

  윤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락커로 들어갔다. 규동이 다른 옷들을 구경하고 있을 때, 누군가 규동을 불렀다.

 

 

  “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

  “리하 너야 말로 여긴 어떻게?”

  “보면 몰라? 비키니 고르고 있잖아.”

  “내일……, 그거 입게?”

  “당연한 소릴. 내일 웬만한 애들 다 비키니 입을 걸? 남자들도 수영복 입을 거 아냐.”

  “아직 한여름도 아닌데 춥지 않을까.”

  “네가 뭘 모르는 소리. 지금도 날이 더운데. 내일부터는 더 더워져.”

 

 

  그 때, 윤아가 락커 문을 열었다. 순간적으로 리하와 규동의 시선을 받자 쭈뼛쭈뼛 나오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규동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윤아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나, 나 이상해?”

  “아니. 너무 잘 어울려.”

 

 

  리하는 규동의 말에 소름 돋았다는 듯이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뭔가가 좋은 생각이 나 수상쩍으면서도 장난스런 미소를 지었다.

 

 

  “임윤아, 너 내일 비키니 입을 거야?”

  “비, 비키니? 부끄러워서 못 입어……. 그나저나 넌 여기 어쩐 일이야? 넌 입게?”

  “흐응.”

 

 

  리하는 몇몇의 비키니를 꺼내 윤아에게 눈대중으로 입혀보았다. 윤아는 부끄러운 듯 발걸음을 물러섰지만, 그럴 때마다 리하가 어딜 가냐며 손목을 잡고 앞으로 끌어당겼다. 그러다 언뜻 한 비키니를 건네주었다. 짧은 원피스 형 비키니였는데, 가슴부분이 노골적으로 파였고, 등에는 줄들이 여러 갈래로 교차되어 등 라인을 과시했다. 윤아는 민망한 비키니를 보고는 얼굴을 붉혔다. 규동 역시 민망했던 것인지 시선을 피했다. 리하는 규동의 옆구리를 찌르며, 규동에게만 들리도록 말했다.

 

 

  “너 보고 싶지 않아?”

  “뭘?”

  “임윤아가 비키니 입은 모습.”

  “뭐, 뭐?”

  “꼭 비키니가 아니더라도 배꼽이 드러나는 크롭티라든가.”

 

 

  규동은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고 말했다.

 

 

  “뭐야. 너 남자 맞아? 어떻게 좋아하는 여자가 비키니 입는 모습을 보기 싫다고 말하는 거지.”

 

 

  규동은 손사래를 치다 말고 멍하게 리하를 쳐다보았다. 리하는 빨간 비키니를 꺼내어 계산대로 향하며 말했다.

 

 

  “너 너무 티 난다고.”

 

 

  점원은 리하의 비키니를 계산하다 말고 리하에게 규동과 아는 사이냐고 물었다. 리하는 넌짓 규동을 흘겨보다가 그렇다고 말했다. 규동도 카운터 끄트머리에 윤아가 입었던 옷을 올렸다.

 

 

  “규동아 그거 사게?”

  “응? 너 주려고 사는 거야.”

  “날? 사지 마. 비싸.”

  “괜찮아. 부담 갖지 않아도 돼.”

  “그래요. 얘가 사주는 거면 받는 게 좋아요.”

  “그렇지만…….”

 

 

  오히려 점원이 손을 좌우로 휘저으며 말했다. 규동은 괜히 부끄러웠던 것인지 가만히 옷만 내려다보았다. 점원은 규동의 친구들이니 특별히 가격을 깎아주겠다고 말했다. 리하는 팔짱을 끼며 규동에게 말했다.

 

 

  “뭐, 이럴 땐 도움이 되네.”

 

 

  결국 리하만 할인되었다. 윤아는 끝끝내 사지 않았던 것이었다.

 

 

  “역시 이 옷은 무리야. 한 번도 입어본 적이 없는 옷인 걸.”

 

 

  윤아와 리하가 먼저 옷 매장에서 나올 동안 점원이 규동을 멈춰 세웠다. 점원은 카운터에 두 팔을 꼬아 짚으며 상체를 기대었다.

 

 

  “둘 중에 누구야?”

  “뭐가?”

  “네 여자친구 후보.”

  “후, 후보라니…….”

  “난 개인적으로 왼쪽 애.”

  “윤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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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 어릴 때부터 줄곧 2016 / 10 / 29 80 4 7444   
38 38 인정받고 싶으면 피하지 마 2016 / 10 / 28 65 4 7149   
37 37 공과 사의 구별 2016 / 10 / 28 71 4 7478   
36 36 실망스럽다 2016 / 10 / 28 60 3 8692   
35 35 무슨 짓 하는 게 아닌가 2016 / 10 / 28 80 4 7229   
34 34 프로는 프로가 알아보니까 2016 / 10 / 27 65 4 6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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