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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어쨌거나 스물넷
작가 : 펙트
작품등록일 : 2016.8.22

경쟁을 통해 올라온 음식들. 좋은 음식이라고 판정받아도 손님들이 찾지 않으면 가차 없이 없애는 이곳은 디저트 뷔페, 로제와인.

 
51 펜션에서 벌어진 일 (1)
작성일 : 16-11-20 19:37     조회 : 51     추천 : 0     분량 : 1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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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야 애가 선해 보이거든.”

 

 

  규동은 그 말에 윤아와 리하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규동은 옅게 웃으면서 말했다.

 

 

  “누나가 안 그래도 그 아일 좋아하고 있어.”

 

 

  규동과 윤아는 몇 가지 필요한 물건을 사고 집으로 돌아왔다. 외삼촌은 언제 왔던 것인지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아, 얘들아 왔니? 필요한 건 다 사왔어?”

  “네.”

  “그래, 수고 많았다. 규동이는 정리 좀 도와주고 윤아는 이리 와봐라.”

  “하실 말씀이라도 있어요?”

  “이거 한 번 입어봐라. 뭔지는 모르겠는데 단비가 너 생각나서 산거란다.”

 

 

  외삼촌이 윤아에게 종이가방을 주었다. 윤아는 감사하다 말하곤 자신의 방에서 종이가방 안을 들여다보고 내용물을 꺼냈다. 옷을 접은 것이라고 치기엔 매우 얇았다. 윤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옷을 펼쳤다. 아까 리하가 백화점에서 자신에게 골라주었던 하얀 비키니였다. 윤아는 이게 뭐냐며 눈을 크게 떴다.

 

  윤아는 절대로 입지 않을 거라며 바락바락 소리쳤다. 방 밖으로 나오자 규동과 대현이 테라스에서 얘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윤아는 테라스로 향했다. 대현은 규동과 얘기하다 말고 윤아의 기척에 고개를 돌려보았다. 윤아는 대현의 옆에 앉았다.

 

 

  “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

  “그냥 옛일. 내일 바다로 놀러간다고 해서 오랜만에 노는 거니까, 옛날 일이 떠오르더라고.”

  “무슨 일인데?”

  “고등학교 수학여행.”

 

 

  윤아는 고등학교 수학여행이라는 말에 눈을 반짝였다. 대현은 그런 모습에 어깨를 으쓱이며 규동과 마저 대화했다.

 

 

  “그 때 제주도로 갔었지, 아마. 애들이 제주도 처음 가본다고 얼마나 들떴었는지. 촌스럽게.”

  “에이, 무슨 소리야. 대현이 너 비행기 탈 때 가슴이 붕 뜨는 것 같다고 신기해했잖아.”

  “시, 시끄러워! 난 그런 적 없어.”

  “푸하하, 그거 기억나? 우리 담임선생님이 다른 선생님들 몰래 우리 펜션에 술 가져오셨잖아.”

 

 

  윤아가 놀라서 물었다.

 

 

  “아직 학생이었는데 술을 너희한테 줬어?”

  “응. 워낙 특이한 선생님이었거든. 뭐 남고였으니까 우리 반이 아니었더라도 다른 반도 몰래 했었을 거야. 설태 그 녀석이 선생님과 술 한 잔 주고 받아먹었는데 바로 취했잖아.”

  “설태? 한설태? 아 그 능글 맞는 놈.”

 

  “대현이 너랑 매일 장난치던 애였잖아. 걔 술에 취해놓고는 갑자기 바닷가로 가더니, 텐트에 있던 아무 여자보고 핸드폰 번호 달라고 말했지.”

  “말도 마라. 그 때 그 녀석이랑 일행이라고 말하기가 쪽팔릴 정도였으니까.”

 

 

  윤아는 대현과 규동의 이어지는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대현은 규동과 추억을 얘기하는 동안 어렴풋이 웃고 있었다. 윤아는 그런 모습이 부러웠다. 고등학교 추억을 고등학교 동창과 얘기하는 것을. 윤아에게는 없는 것들이었다. 대현은 규동과 얘기하다 말고 윤아를 힐끔 쳐다보고 다시 얘기를 했다.

 

 

  아침부터 분주했다. 특히 외삼촌과 규동이 저녁 때 구워먹을 고기 등을 챙기느라 바빴다. 대현은 집에서 아이스박스를 가져오다가 먼저 앞선 윤아를 따라잡기 위해 속도를 올렸다.

 

 

  “야, 가방에서 뭐 찾아?”

  “어제 분명 선크림을 산 것 같은데 없어. 사는 걸 깜빡했나봐.”

  “하여간 칠칠맞긴.”

 

 

  대현은 윤아와 짐을 내려놓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아직 남은 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현은 어제 규동과 얘기를 나눴을 적에 자신을 동경의 눈으로 바라보았던 윤아를 떠올렸다. 대현은 자신보다 앞서 가는 윤아에게 자신이 쓰고 있던 황토색 밀짚모자를 씌어주었다. 윤아는 걸음을 멈추고 양 손으로 창끝을 어루만졌다. 그리고는 뒤로 돌아 대현을 올려다보았다.

 

 

  “너 얼굴 타면 가뜩이나 못생겼는데 더 못생겨진다.”

  “뭐? 나 빈정 상했어.”

 

 

  윤아가 처진 눈을 하며 입술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대현은 밀짚모자 위에 손을 얹으며 환하게 웃었다. 윤아는 그 얼굴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가슴이 뛰어서, 그것이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대현은 윤아의 모자를 한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

 

 

  “이 자식, 어제 뭐가 그리 부러워서 그런 눈으로 봤냐? 이번 여행이 여태껏 네가 즐겨왔던 것들보다 더 멋지게 해줄게. 아, 우리 둘의 여행보다는 못하겠지만.”

 

 

 -

 

 

  대여한 고속버스를 통해 외삼촌의 별장에 도착했다. 바닷가 바로 앞에 위치했는데, 넓은 마당을 소유한 2층짜리 별장이었다. 마당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같이 딸린 야외용 벤치가 여섯 개 있었다. 각 옆에는 바비큐 숯불장이 배치되었다. 별장 안에 들어서면 바로 넓은 거실이 보였다. 거실이 넓은 것에 비해 물건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큰 벽걸이 TV와 상대편 벽에 밀어붙인 4인용 소파와 긴 테이블이 고작이었다. 외삼촌의 집처럼 바로 밖으로 나갈 수 있을 정도의 통유리가 한 면을 이루었다.

 

  거실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거실과 이어지는 부엌이 보였는데, 대부분 노란색과 흰색으로 이루어져 생기 돋는 부엌으로 보였다. 부엌 너머로 옆으로 돌아서면 계단을 중심으로 양 옆에 팬트리와 화장실이 있었다.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면 하나로 이어진 방을 볼 수 있었다. 흡사 펜션을 보는 것 같은 구조였다. 컴퓨터 두 대와 옷장을 제외하곤 크게 없었다. 대신에 2층의 발코니는 사방에 조화가 심긴 화분이 둘러싸였고, 바깥 경치를 보기 위한 테이블과 야외용 침대와 작은 테이블 그리고 단단한 막대에 매달린 의자들이 있었다.

 

  로제와인 파티쉐들은 짐을 대충 풀어놓고 바닷가로 가기 위해 옷을 갈아입었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비키니나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었고, 남자들은 웃통을 벗은 수영복이나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윤아는 가방을 열었다. 티셔츠와 짧은 반바지가 들은 봉지를 꺼내 뒤집어 바닥에 쏟았다. 있어야할 티셔츠와 반바지는 없고 하얀 옷이 보였다. 옆에 있던 효린은 우와, 라고 말했고 리하는 어, 이건이라고 말했다.

 

  윤아는 어젯밤 비키니 때문에 실랑이를 펼쳤던 외삼촌을 떠올렸다. 외삼촌이 단비가 무엇을 주었는지는 생각도 못해본 채 그저 단비가 준 것을 거절하지 말고 받으라는 의미에서 윤아의 가방에 몰래 쑤셔 박았었다. 이 시간 외삼촌은 엄지를 추켜세웠고, 윤아는 절규를 하듯 소리쳤다.

 

 

  “외삼초온!”

 

 

  남자들이 저녁에 펼칠 고기 파티를 위해 몇몇의 물건을 설치할 동안 여자들은 먼저 바닷가에 나가 놀기에 여념이 없었다. 윤아는 효린과 한참 수영하고 있던 중이었다.

 

 

  “윤아야, 너 수영 되게 잘한다. 난 못하는데.”

 

 

  효린의 말에 윤아는 발장구를 치며 튀기는 물로 효린에게 장난쳤다. 그 때, 문득 누가 수영을 가르쳐주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윤아는 누가 자신에게 수영을 가르쳐줬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윤아는 목마르다며 먼저 바다에서 빠져나왔다. 남자들이 물건의 설치를 끝냈는지 바닷가에 왔다. 대현은 다른 파티시에와 말하다 말고 자신의 앞에선 윤아를 보고 우뚝 멈췄다. 다른 남자들은 그들을 놔두고 놀기 위해 바다로 뛰어갔다.

 

  대현은 윤아를 위아래로 훑었다. 윤아는 괜히 부끄러워진 탓에 고개를 숙여 옆에 있던 아이스박스를 열었다. 아이스박스를 열어 물을 마시기까지 윤아의 등이 보였는데, 윤아의 비키니 때문에 유독 등이 도드라져 보였다. 아담한 키에 좁은 어깨,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가 보였다. 어떤 남자 무리가 지나가면서 스쳐가는 대화를 했다.

 

 

  “야, 저기 물 마시는 여자 봐. 귀엽다.”

  “내가 봤을 땐 청춘 섹시인데? 엄청 말랐다. 한 대 차면 부러지지 않을까?”

  “지럴허네 인마들아. 그냥 예쁘다. 예뻐. 가서 번호 딸래?”

 

 

  무리 중 한 남자가 윤아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대현은 윤아의 등 뒤에 다가서서 양 손을 윤아의 양쪽 어깨에 살포시 얹었다. 그런 후에 고개를 돌려 남자 무리를 사납게 노려보았다. 남자 무리는 대현의 눈치를 힐끔 보고는 제 갈 길을 향해 발걸음을 빨리 놀렸다. 대현은 완전히 사라진 무리를 보고나서, 다시 윤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무리가 한 말에 윤아의 목과 어깨, 굴곡져 가파르게 내려가는 등선과 잘록한 허리밖에 보이지 않았다. 대현은 얼굴을 붉히고는 눈을 찔끔 감으며 한 발자국 물러섰다. 윤아는 여전히 자신의 어깨에 손을 얹은 대현에게 왜 그러냐고 물었다.

 

  대현은 황급히 윤아의 어깨에 손을 뗐다. 자신이 입고 있는 바람막이를 벗어 윤아에게 건넸다. 윤아는 그것과 대현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너, 너 그거 벗은 거냐, 만 거냐?”

 

 

  대현은 애써 침착하려 했지만 마음처럼 쉬이 되지 않고 말을 더듬었다.

 

 

  “나도 입기 싫었는데 외삼촌이 내가 입을 옷이랑 바꿔치기 했단 말이야.”

  “돼, 됐고 빨리 이거 입어.”

  “많이 이상해? 역시 나한텐 비키니가 안 어울려.”

  “아, 얼른!”

 

 

  윤아는 꼼지락거리며 대현의 바람막이를 입었다. 저 멀리서 명수가 대현과 윤아를 향해 같이 보디가드 피구를 하자고 외쳤다. 대현과 윤아는 한자리에 모두 모인 파티쉐들 곁으로 향했다. 윤아가 명수에게 물었다.

 

 

  “보디가드 피구가 뭐야?”

  “남자와 여자가 짝을 이루는 와중에 두 팀으로 갈라 경기하는 피구라고 생각하면 돼. 남자는 공에 맞아도 탈락되지 않지만, 여자가 공을 맞으면 짝을 이룬 남자도 동시에 탈락 돼. 그래서 남자는 자신의 파트너인 여자를 지켜야만 해. 거기다가 남자는 날아오는 공을 잡을 수는 있지만, 던질 때는 여자가 던져야해.”

 

 

  명수의 말을 끝으로 한 파티시에가 말했다.

 

 

  “너랑 효린이랑 사귄다고 커플 게임 하는 거냐? 이것들이 염장질을 대놓고 부리려고!”

  “하하, 아니야. 이번 게임에 최종으로 우승한 커플이 한우 먹는 걸로 하자. 마스터께서 최고급 한우로 딱 16인분만 준비해놨데.”

 

 

  외삼촌은 오늘 저녁에 펼친 고기 파티를 위해, 삼겹살과 목살, 오리훈제와 소시지, 각종 해산물을 준비했다. 그리고 게임을 하든 뭐를 하든 한우 소고기는 알아서 갈라 먹으라고 말했다. 파티쉐들이 소고기란 말에 흥미를 느꼈는지 너도나도 짝을 맞추기 시작했다. 리하는 대현과 함께 하기 위해 대현에게 다가갔다. 대현은 윤아와 얘기하고 있었다.

 

 

  “너 내 바람막이 입고 모래사장에 막 뒹굴지 마라.”

  “나 이래봬도 운동 잘해. 뒹굴 일 없어.”

  “네가? 네가 잘 한다고? 야, 네가 잘하면 김효린은 완전 날아다니겠네.”

 

 

  대현이 근처에 있던 효린에게 손가락질을 하자, 명수가 손가락 치우라고 말했다. 대현은 멋쩍은 듯 손가락 끝을 바닥으로 향해 내렸다.

 

 

  “어, 어쨌든 내 바람막이 비싼 건데 네가 입고 있어서 너랑 해야겠다.”

  “그건 또 무슨 논리야? 이게 비싼 거면 내가 벗을게.”

 

 

  윤아가 벗는 시늉을 하자, 대현은 황급히 윤아의 행동을 막았다. 윤아가 벗으면 또 다시 윤아의 등을 볼 것 같았다.

 

 

  “아니. 입어, 너 벗으면 가만 안 놔둔다.”

 

 

  윤아는 변덕스러운 대현에게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명수는 당연히 자신의 여자친구인 효린과 짝을 이루었다. 리하는 대현이 윤아와 같은 짝이 된 것이 분했지만 파트너를 정하는 게 우선이었다. 주위를 둘러봤지만 마땅한 사람이 없었다. 남자가 세 명 남았는데 규동과 다른 파티시에였다. 규동 역시 윤아가 대현과 함께하는 바람에 남자 둘 중에 하나와 짝을 맞추거나 리하와 함께 해야 했다. 규동은 남녀가 짝을 이뤄 경기하는 피구에, 저 혼자 남자와 짝을 이룬다는 생각을 하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리하 역시 그 두 남자가 끌리지 않았다.

 

 

  “야, 이규동. 너 나랑 해.”

  “나?”

  “착각 마. 저런 애들보다 네가 나으니까 하는 거야. 게다가 같은 팀이니까 어색하지도 않고…….”

 

 

  이로써 남은 두 남자는 같은 조가 되었다. 피구가 시작하기 전까지 그들은 티격나며 질색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바꾸어주지 않아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대현네 조와 명수네 조가 한 팀을 이루었고 규동네는 그와 적대되는 팀이 되었다. 규동과 대현은 공을 획득하기 위해 네트 앞으로 왔다. 규동은 대현과 눈빛을 교환한 뒤 공을 던졌다. 공이 높게 치솟으며 다시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대현과 규동이 공을 향해 동시에 뛰었다. 규동이 먼저 손을 뻗었지만, 대현의 팔이 규동의 팔보다 길어 먼저 공을 잡았다. 규동은 리하를 지키기 위해 네트에서 멀찍이 떨어졌다.

 

  대현은 공을 갖고 던질 듯 던지지 않고 상대팀을 놀렸다. 상대팀의 각 조원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대현이 먼저 서브해 그나마 약해보이는 조의 여자를 쳤다. 그게 시발점이 되어 대현의 팀과 규동의 팀의 조원들이 급속도로 탈락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각 팀에 다섯 조씩 남은 상황이 되었다. 규동네와 대현네 명수네가 여전히 생존했다. 리하는 눈을 얇게 떠 윤아의 빈틈을 노렸다. 대현의 경계가 늦춰질 때 힘껏 공을 던졌다. 공이 빠른 속도로 윤아에게 돌진했다. 윤아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잡았다. 쉴 틈도 없이 리하에게 던졌다. 리하가 방심하자 규동이 급히 팔로 공을 막았다. 리하에게 공이 주어지자 다시 한 번 윤아를 노렸다. 대현은 이번엔 놓치지 않고 잡아 윤아에게 주었다. 윤아가 상대방의 다른 조원의 여자에게 공을 던져 맞췄다. 리하는 분했던 것인지 옆에 있던 효린에게 던졌다. 명수가 그것을 막으려고 효린에게 바짝 붙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효린아 미안해.”

  “아냐.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는걸. 긴장 돼서 더는 못할 것 같아.”

 

 

  명수가 자신의 앞에 떨어졌던 공을 주워 대현에게 주었다.

 

 

  “꼭 리하를 쳐. 저긴 규동이 없으면 다 거기서 거기야.”

  “야, 들었지? 반드시 권리하 쳐라.”

 

 

  대현이 윤아에게 공을 주었다. 윤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리하를 노리자마자 던졌다. 리하는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해했다. 규동은 리하가 공에 맞기 전에 리하의 손목을 잡아 당겼다. 규동과 리하가 바닥에 넘어지면서 가까스로 공을 피했다. 대신에 리하 뒤에 있던 조가 맞게 되어 탈락했다. 리하는 윤아의 의외인 운동 신경에 당황하면서도 화가 났다.

 

 

  ‘내가 쟤보다 못할 리가 없잖아!’

 

 

  리하는 모래를 털고 일어나 자신의 앞에 있는 공을 잡았다. 윤아는 대현의 발 앞에 있는 돌을 발견했다. 돌의 모퉁이가 꽤나 뾰족해서 대현이 움직이다가 다칠 수도 있었다. 윤아는 쭈그려 앉아 돌을 선 밖으로 던졌다. 리하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공을 던졌다. 윤아는 공을 피할 타이밍을 놓쳤다. 점점 가까이 오는 공을 멍하게 바라봤다. 그 순간, 대현이 윤아의 앞에 한쪽 무릎을 굽혀 앉았다. 한 손으로 윤아의 머리를 지그시 눌러 자신의 가슴에 품었다. 팡, 하고 공이 대현의 등에 맞고 선 밖으로 튕겨 나갔다.

 

  윤아는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얼빠진 표정을 지으며 대현의 가슴 근육을 보았다. 어정쩡하게 대현에게 안긴 상황이 되었다. 대현은 경기에 집중하느라 그것에 신경 쓰지 않고 일어났다. 그러고 나서 윤아의 손을 잡아 윤아를 일으켜주었다.

 

 

  “야, 경기 중에 왜 갑자기 앉고 그래?”

  “네 발 앞에 뾰족한 돌이 있어서…….”

 

 

  대현은 할 말을 잃었다는 듯이 윤아에게 공을 주며 말했다.

 

 

  “얼른……, 해.”

  “응.”

 

 

  윤아는 다시 한 번 리하를 맞췄다. 리하의 어깨에 정통으로 맞췄다. 리하는 분하다는 듯이 윤아를 노려보고는 선 밖으로 나갔다. 규동네 팀에서 규동네 조가 빠지자, 다른 조들은 쉽게 윤아의 공을 맞고 탈락했다. 대현은 피구 경기에서 완전히 이기자 기쁜 마음에, 저도 모르게 윤아의 손을 잡았다. 운동을 하며 즐기는 게 오랜만이었다. 거기다가 우승을 하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윤아는 대현의 달아오른 손에게 시선을 떼지 못했다.

 

 

  “야, 너 진짜 의외로 운동 신경 있다?”

 

 

  대현이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다 말고 윤아에게 말을 걸었다. 윤아의 시선이 아래로 향해 있자, 자신도 윤아의 시선을 따라 밑으로 보았다. 저도 모르게 자신이 윤아의 손을 잡고 있었다. 대현은 너무 놀란 나머지 황급히 손을 뗐다. 무언가를 잡고 있다가 놓으니 뭔가 허전하면서도 시원한 바람이 손가락 사이를 스쳐지나가는 것 같았다. 대현은 윤아의 손을 쥐었던 자신의 손을 한동안 쥐었다 피기를 반복했고,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지글지글거리며 기름이 튀기는 소리가 별장 앞마당을 가득 메웠다. 고기 굽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붉은 빛 고기가 익혀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아직 고기가 익지 않았는데도 침샘이 마구 고였다. 대현과 함께 팀을 나눴던 사람들은 외삼촌으로부터 받은 소고기를 구웠다. 윤아는 그 옆에 빈 의자에 앉아 그것을 지켜보았다. 얼마나 지켜봤는지도 알 수 없을 무렵, 대현이 하얀 일회용 접시에 다 구워진 소고기 몇 점을 올려 윤아에게 줬다. 자신은 더 구울 테니 먼저 먹으라고 말했다. 윤아는 몇 점 먹다가 미안했던 것인지, 아직 따뜻한 고기를 대현에게 주었다. 대현은 자신의 입 앞에 놓인 고기를 쳐다보다 받아먹었다.

 

 

  “역시 한우는 급이 다르네.”

  “대현이가 구워주니까 맛있다.”

  “말이나 못하면.”

 

 

  대현은 윤아의 말에 오글거린다며 질색하거나 피하지 않았다. 말없이 그릴에 다 구워진 고기를 집게로 집어 먹기만 했다. 그 옆에서 그들을 지켜보던 리하는 아까 졌던 피구에 대해 복수하기 위해, 상추에 고기 한 점과 마늘을 잔뜩 넣어 윤아에게 건넸다. 윤아는 자신을 위해 리하가 직접 싸주었다 생각에 기뻐 냉큼 받아먹었다. 윤아는 한 두 번 씹다 말고 질린 표정을 지었다. 윤아는 뱉고 싶었지만 대현이 바로 옆에 있어 뱉지 못하고 꾸역꾸역 씹어 먹었다. 다 먹었을 쯤 자신을 향해 미친 듯이 웃는 리하를 노려보고는, 자신도 쌈을 준비했다. 고기도 넣지 않고 새우젓과 마늘 그리고 고추를 잔뜩 넣었다. 리하는 그것을 보고 주춤 뒤로 물러섰다. 바로 뒤에서 고기를 먹고 있던 규동과 부딪혔다. 리하는 좋은 생각이라도 난 듯 규동을 불렀다.

 

 

  “저기 임윤아가 널 위해서 쌈 싸줬데. 얼른 받아먹어. 대현이가 가로채 먹을라.”

 

 

  규동은 그 말에 윤아의 손목을 잡고 자신이 그 쌈을 먹었다. 윤아는 당황하면서 쩔쩔맸다. 규동은 리하와 윤아의 표정에 의아해하며 씹기 시작했다. 규동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날 지경이었다. 리하는 마구 웃어대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임윤아가 널 위해 만든 거니까 꼭, 꼭, 씹어 먹어.”

 

 

  규동은 차마 뱉지도 못하고 윤아에게 괜찮다는 듯 억지로 웃으며 꿋꿋하게 먹었다. 규동의 옆에 있던 다른 파티시에가 동영상에서 뭔가를 찾아내더니 규동의 귀에 갖다 대어 틀어주었다. 이미 규동과 함께 조를 나누며 일을 하던 사람들은 아무래도 규동이 윤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눈치 채고 있는 듯 했다. 시끄러운 노랫소리가 규동의 귓전을 때렸다.

 

 

  -내가 널 많이 사랑한 죄-

  “자꾸 이딴 거 틀지 말라고!”

 

 

  윤아는 규동에게 미안하다며 상황을 말해주었다. 규동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자신도 쌈을 준비했다. 윤아가 만들었던 쌈에서 간장과 비린 액젓을 더해 대현에게 주었다. 대현은 스스럼없이 그것을 받아먹었다. 그러다 얼마 가지 않아 급히 봉지를 쥐고 냅다 튀듯이, 사람들 없는 곳으로 가서 뱉었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규동을 노려봤다. 규동은 어쩌면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대현은 규동을 잡기 위해 봉지를 들고 뛰었다. 규동은 표정은 웃으면서, 그러나 발은 다급하게 뛰었다.

 

 

  “이규동 죽고 싶냐!”

 

 

  고기 파티가 끝나고 나서 모든 사람들은 펜션에 들어가 술과 함께 안주를 먹기 시작했다. 그의 주동자는 다른 곳에서 선팅하고 돌아온 외삼촌이었다. 대현은 지난 번 회식 때 윤아의 술주정을 떠올렸다. 생각만 해도 치가 떨렸다. 윤아의 손에 들린 잔을 빼앗았다.

 

 

  “너 먹지 마. 진짜.”

 

 

  윤아는 자신의 술주정을 몰랐다. 저번에 술을 마시고 나서 했던 행동도 뭔지 몰랐지만, 대현이 이렇게 질색하는 걸 봐서는 자신의 잘못이 분명 있다고 생각했다. 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시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불과 한 시간 채 지나지 않았다. 대현이 다른 파티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던 중이었다. 윤아는 외삼촌의 노는 분위기에 휘말렸다. 잔뜩 취기에 꼬여 정신이 어질했다. 윤아의 상대편에선 외삼촌과 한 파티시에가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 외삼촌은 엄청난 술고래였기 때문에 옆에 있던 파티시에가 그의 주량을 따라가지 못했다. 결국 파티시에는 속이 울렁거린다며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외삼촌이 혀가 잔뜩 꼬인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얘 좀 끌고 가봐. 토할 것 같데.”

 

 

  주위에는 술기운 때문에 멀쩡한 사람이 없었다. 그나마 덜 취한 대현이 일어나 파티시에를 부추겼다. 그 때, 얼굴이 붉어져 게슴츠레하게 눈 뜬 윤아를 발견했다.

 

 

  “야, 너 마셨어? 마시지 말라고 했잖아!”

  “대, 대현아, 나올 것 같…….”

 

 

  대현은 파티시에의 말에 식겁하는 표정을 짓고는 화장실로 이끌며 윤아에게 외쳤다.

 

 

  “너 절대 어디로 가지마! 가면 너 죽어.”

 

 

  그러나 윤아는 대현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몇 번 앞뒤로 고개가 숙여지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 향했다. 대현은 파티시에를 부축해 거실에 패대기쳤다. 그리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얘는 또 어디로 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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