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어쨌거나 스물넷
작가 : 펙트
작품등록일 : 2016.8.22

경쟁을 통해 올라온 음식들. 좋은 음식이라고 판정받아도 손님들이 찾지 않으면 가차 없이 없애는 이곳은 디저트 뷔페, 로제와인.

 
52 펜션에서 벌어진 일 (2)
작성일 : 16-11-20 19:40     조회 : 49     추천 : 0     분량 : 876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규동은 그다지 술을 마시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바닷가에 홀로 앉아 가만히 파도치는 소리를 들었다. 유독 까만 하늘을 바라보았는데, 주변에서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더위를 피하기 위해 텐트에 불을 켜고 놀거나, 야외용 흰 플라스틱 침대에 누워 노래를 듣고 있었다. 규동은 고개를 내려 주변을 살펴보았다. 저 멀리서 트레이닝복을 입은 한 여자가 비틀대며 바다로 향하고 있었다. 규동은 그것을 가만히 쳐다보다보았다. 여자가 바다에 다가설수록 걱정이 들었다. 저러다 여자가 물에 빠지는 건 아닌지, 혹시 자살하려고 그런 것은 아닌지 불행한 생각을 했다. 그런데 여자는 규동이 생각한 것과 달랐다.

 

  여자는 파도의 바로 앞에서 멈춰 몸을 틀어 다시 걸었다. 그러다 얼마 가지 못해 갑자기 쭈그려 앉아 뭔가를 중얼거렸다. 규동은 그것을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여자의 얼굴을 보고 싶어도 긴 머리카락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뒷모습이 윤아 같아.’

 

 

  여자가 뭔가에 얘기하다 말고 다시 일어나 고개를 들었다. 규동은 순간 자신이 잘못 본거라 생각하여 눈을 비비고 다시 여자를 보았다. 자신의 생각이 잘못된 게 아니었다. 규동은 다급하게 일어나 여자에게로 향했다.

 

 

  “윤아야 여기서 뭐해? 취했어?”

 

 

  윤아의 옷에서 술 냄새와 각종 안주 냄새가 섞여 진동했다. 윤아는 규동이 있다는 것을 감지하지 못한 채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다, 푹 파인 모래에 발을 헛디뎠다. 윤아의 몸이 앞으로 치우치자 규동은 윤아의 양 팔뚝을 잡아 일으켜 세워주었다. 윤아는 몸의 균형을 맞추고 손사래를 쳤다. 규동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놓아주었다. 갑자기 윤아가 자리에 주저앉았다. 규동은 화들짝 놀라 윤아를 따라 앉았다. 윤아는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마른 해초에게 자기소개를 했다.

 

 

  “안녕, 나는 윤아라고 해. 스물네 살이고 성별은 여자고…….”

 

 

  규동은 윤아의 주사를 처음 보았다. 작은 입술로 웅얼거리는 모습이 귀여웠다. 규동은 자신의 무릎에 팔꿈치를 대고, 그 손으로 턱을 괴었다. 그리고는 윤아의 주사를 지켜보고는 조그마하게 미소를 지었다.

 

 

  “귀엽다.”

 

 

  윤아는 자기소개를 끝냈는지 이번에는 해초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해초가 말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윤아는 눈을 껌뻑이며 해초가 자기소개를 하길 기다렸다. 규동은 더는 놔두면 안 되겠다고 판단하여, 윤아를 일으켜주기 위해 윤아의 팔목을 잡았다. 윤아는 해초의 자기소개를 들어야한다며 규동의 손을 뿌리쳤다.

 

 

  “윤아야 많이 취한 것 같아, 이제 돌아가서 자자. 응?”

 

 

  그런데도 윤아는 끝까지 고집을 피워 규동과 몇 십 분 동안 실랑이를 펼쳤다. 규동은 지쳤는지 알겠다며 아이 달래듯 조심스레 윤아를 놓아주었다. 윤아는 다시 모래사장에 주저앉아 해초를 쥐었다. 규동은 그 옆에 앉아 새카만 바닷가를 보았다. 윤아는 한참 해초를 만지작거리다, 다른 한 손으로 바닥을 짚고 있는 규동의 손 위에 포갰다. 규동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윤아를 보았다. 윤아는 풀린 눈으로 규동을 보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규동을 향해 입술을 내밀었다. 규동은 예상치 못한 윤아의 행동에 당황했다. 윤아의 입술이 규동의 입술에 점점 다가왔다. 규동이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속으로 외칠 때, 윤아의 몸이 점점 뒤로 치우치기 시작했다. 규동은 급하게 손을 뻗었다

 

 .

  “어, 어, 어…….”

 

 

  발라당 뒤로 쓰러지려는 윤아를 겨우 잡았다. 규동은 한숨을 쉬며 급 피로를 느꼈다. 윤아를 일으켜 별장으로 돌아가는 내내 생각했다.

 

 

  ‘정말 이렇게 예측하기 힘든 사람은 처음이다…….’

 

 

  규동은 순간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자신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규동이 별장에 도착했을 땐, 별장 안은 말 그대로 개판 5분 전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실 바닥에 골아 떨어졌다.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건 리하에게 꼭 팔짱껴 있는 대현이었다. 리하와 다른 파티시엘들이 잔뜩 취해 눈이 풀린 상태였는데도 끝까지 술을 마셨다. 대현은 규동에게 부축당하는 윤아를 보며 말했다.

 

 

  “쟤 대체 어디 갔다 온 거야?”

  “바닷가에 있었어. 근데 넌……?”

 

 

  규동은 리하와 대현을 번갈아 보았다. 대현은 치근덕거리는 리하를 떼어내고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거 아냐. 쟤 2층에서 자게 해. 1층은 너무 지저분하다.”

 

 

  규동은 대현의 말대로 2층까지 부축해 눕혔다. 2층에서 잠든 사람들은 비교적 상태가 괜찮았다. 그런 사람들 속에서 윤아는 곤히 잠들었다. 대현이 옷장에서 구한 얇은 이불을 윤아에게 덮어주었다. 규동은 그것을 지켜보다 대현에게 속삭였다.

 

 

  “술 마신 사람치고는 꽤나 정상인데?”

 

 

  대현은 윤아를 빤히 쳐다보다가 말했다.

 

 

  “피곤하거든.”

  “너 혹시 말이야. 윤아 주사가 뭔지 알아?”

  “어.”

 

 

  그 둘은 서로를 응시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대현이 뜬금없이 물었다.

 

 

  “얘 토했냐?”

  “아니.”

 

 

  ‘이게 씨 사람 가려서 토 하나.’

 

 

  “윤아……, 저번에 어……, 했구나?”

 

 

  대현은 아무런 대꾸하지 않았다. 규동은 잘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힘내라고 말했다. 또 다시 정적이 흘렀다. 그 둘은 서로를 쳐다보며 속으로 같은 생각을 했다.

 

 

  ‘우리 절대로 얘 술 마시게 하지 말자.’

  “난 이제 자련다. 밑에 사람들은 알아서 적당히 마시고 잠들겠지. 규동, 너도 피곤하니까 자라.”

  “응. 잘 자.”

 

 

  날이 밝았다. 외삼촌은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일어나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는 거실 바닥에 퍼질러 자는 사람들을 깨워 콩나물국으로 해장하고 컨디션 음료를 하나씩 건넸다. 어젯밤에 술기운에 깽판 쳤던 외삼촌의 이미지가 온데 간데 사라졌다. 대현은 정색을 하며 유독 고분고분하게 파티쉐들을 대하는 외삼촌을 의심했다.

 

 

  ‘설마 또 그걸 시키려고?’

 

 

  그로부터 몇 시간 뒤, 대현이 설마라고 했던 생각이 현실로 되었다.

 

 

 -

 

 

  “주문하신 크루아상 샌드위치와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뭐지 이 데자뷔는.’

 

 

  지난 어린이날 시즌으로 일일 카페를 하느라 수많은 손님들의 주문에 진땀을 뺐었다. 그런데 대현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니, 벌써부터 피곤해져 얼굴이 굳어져만 갔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두 시간 전, 오전 10시에 있었던 일이었다. 외삼촌은 바닷가에 놀러가기 위해 준비하려는 파티쉐들의 눈치를 보았다. 그러다 낭창하게 웃으며 파티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얘들아……, 부탁이 있는데 말이지.”

 

 

  올해 12월에는 대규모로 주최되는 그랑프리 대회가 있다. 총 10군데의 호텔 디저트 뷔페에서 순위를 매겨 상위권일수록, 개인 그랑프리 참여권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보다 많이 제공한다. 즉 상위권 해당 소속 호텔이 그랑프리 최종 우승 트로피를 받을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나는 것이다. 그랑프리에 최종 우승하게 되면 그 소속의 호텔에게 엄청난 이득이 생기며, 더불어 해외의 유명한 월간 잡지에 실리게 된다. 아무리 하위권의 소속 호텔이라고 해도 반 년 동안은 1위를 유지할 수 있으며, 그곳에 지원하는 파티쉐 지망생이 많아진다. 거기다가 지원금과 상금이 어마어마한데, 해외에 장기적으로 놀러갈 수 있는 티켓까지 보너스로 받게 된다.

 

  그런 그랑프리 대회는 50퍼센트의 전문가의 심사평과 50퍼센트의 인지도를 합산해 점수를 내린다. 그렇기에 그랑프리가 주최되기 전에 인지도를 끌어 모아야 한다. 외삼촌은 오늘 하루만 해변가에서 일일 카페를 열어 로제와인의 이름을 알릴 겸 인기를 높일 계획을 잡고 있었다. 놀아야할 휴가지에서 일을 시킨다는 게 미안했는지, 외삼촌은 말을 얼버무렸다. 리하는 자신에게 도움을 주었던 사람이기에 스스럼없이 알겠다고 말했다. 다른 파티쉐들 역시 너도나도 하겠다고 말했다.

 

 

  “얘들아 고마워. 대신에 월급날에 보너스 줄게.”

 

 

 -

 

 

  12시가 되고 1시가 넘어, 2시에 들어서자 피서객들이 몰려들었다. 리하는 아직도 약간의 숙취가 남아있었던 것인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미간을 찌푸리며 이마를 짚다가 잠시 동안 머릿속이 혼미해지자 몸이 갸우뚱거렸다. 대현은 서빙하다 돌아와 리하를 발견하곤, 팔뚝을 잡아 끌어올렸다. 기울었던 리하의 몸이 겨우 지탱되었다.

 

 

  “이거 먹어라.”

 

 

  대현은 숙취 해소 음료를 건네주었다. 리하는 그것을 받고는 멀어져가는 대현의 뒷모습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대현은 뻐근한 어깨를 돌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마스터는 아무리 술 애호가라고 해도 그렇지. 아직 취기가 있는 애들이 한 둘이면 또 몰라, 대체 이게 몇 병째로 주는 건지.”

 

 

  대현은 주위를 둘러 숙취가 남아 있는 파티쉐들을 찾음과 동시에 손님들이 주문하는지에 대해 꼼꼼히 살폈다. 대현의 눈에서 스치듯 윤아가 지나갔다. 윤아는 숙취가 없어 멀쩡한 상태였다. 대현은 어깨를 으쓱이며 가려다가 한 남자 손님이 윤아에게 핸드폰을 건네는 걸 발견했다. 그 손님은 여러 명의 여자와 남자가 어우러져 떡하니 테이블 두 개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 쪽이 마음에 들어서 그런데, 전화번호 좀 찍어주세요.”

  “저어, 주문도 하지 않고 여기에 계속 있으시면 곤란해요.”

  “우린 뭐, 잠깐 앉는 것도 안 돼요?”

 

  “한 시간까지는 날씨가 워낙 더우니 봐줄 수 있다고 치지만, 다른 대기 손님들께서 그만큼의 시간을 밖에 서있으셨어요.”

  “거 참 쩨쩨하게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러는데 우리한테 왜 그래요?”

 

 

  남자 손님은 잔뜩 짜증이 난 표정을 지으며 카페 안에서 행패를 부렸다. 대현은 손에 들린 주문판을 테이블에 세게 내려쳤다. 거울을 보며 화장하고 있던 여자들이 신경질을 내며 위로 올려다보았다.

 

 

  “아, 여기 서비스가 완전 엉망이구만?”

 

 

  대현은 여자들을 지그시 내려 보았다.

 

 

  “저희가 잘못한 점이 있으면 고치겠습니다.”

 

 

  여자들이 대현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저들끼리 잘 생겼다고 숙덕거렸다. 대현은 그런 여자들을 한심하게 쳐다보며 주문하라고 말했다. 여자들은 여기 서비스가 좋다면서 가식적인 웃음소리를 내며 주문을 했다. 대현은 윤아를 이끌고 다른 테이블로 쫒아내듯 말했다.

 

 

  “저런 것들 신경 끄고 딴 데 가.”

  “손님들을 저렇게 막대해도 될까?”

  “지들은 더 하는데 우리라고 못할까봐. 아, 얼른 가. 멍청아.”

 

 

  대현은 명수가 만든 각자 다른 맛의 파르페들을 들고, 아까의 테이블로 갔다. 여자 손님들에게는 조심스럽게 파르페 잔을 내려놓았지만, 남자들에게 건네줄 때는 바닥에 내려치듯 내려놓았다. 쾅,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옆에 있던 파르페 잔이 잔잔하게 울렸다. 남자가 발끈한 나머지 대현에게 삿대질을 하며 대들었다.

 

 

  “너 지금 손님 음식을 막 놨지?”

  “무슨 소리입니까, 손님. 똑바로, 잘, 놔드렸습니다.”

  “아냐, 너 분명…….”

 

 

  대현은 남자 손님에게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가 밑으로 내려다보았다. 신체적으로 남자에게 힘을 가한 것도 아니었는데, 손님은 대현의 위엄을 느꼈다.

 

 

  “손님, 적당히 하세요. 영업 방해로 신고하기 전에. 저 애가 누구라고 감히 건듭니까.”

 

 

  손님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입을 꾹 다물었다. 대현은 그 모습을 언짢게 보며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 이후로 윤아에게 집적거리는 남자들이 있으면 대현이 서빙하면서 은근한 압박을 주었다. 윤아는 그 사실도 모른 채 유유히 서빙 하러 돌아다녔다.

 

 

  “효린아 우리 다음 휴일에 계곡으로 갈까? 한 8월쯤에.”

  “그럴까? 다른 애들도 불러서 갈까?”

  “난 둘이 가고 싶은데.”

  “음, 윤아나 다른 친구들 부르면 더 재밌을 것 같은데…….”

 

  “그럼 효린이가 원하는 대로 하자. 효린이랑 함께 하는 거면 다 재밌어.”

  “정말?”

  “응. 너 어제처럼 비키니 입고 오지 마.”

  “왜?”

  “다른 남자들이 보잖아. 그런 거 싫어.”

 

 

  효린과 명수가 카페 밖 지붕 서까래 아래에 그늘진 곳에 앉아 쉬고 있었다. 대현은 그들의 머리맡에 위치한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그들을 아래로 내려다보았다. 명수는 효린과 얘기히다가 말고 뒤통수가 따갑다는 것을 느꼈다. 천천히 효린과 함께 위로 올려다보았다. 대현과 눈이 딱 마주쳤다. 효린은 겁먹은 표정을 지었고, 명수는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내 손가락 사라지겠다?”

  “지, 지금 교체 시간이지? 얼른 들어가자, 효린아.”

  “으, 응. 가자 얼른.”

 

 

  워낙 손님들이 많았던 터라 한 시간 당 4명씩 쉬기로 했다. 오전 10시부터 했기에, 5시인 지금은 윤아와 대현만 단 둘이 쉬게 되었다. 이 쉬는 시간이 끝나면 로제와인 일일 카페는 영업이 끝나게 된다. 윤아와 대현은 서까래 아래에서 쉬었다. 햇빛이 가장 심하게 내리쬐는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는 시원할 줄 알았지만, 전혀 그러지 않았다. 윤아는 쑤셔오는 양쪽 어깨를 돌리다가 기지개를 켰다. 이제야 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대현 역시 피곤했던 건 마찬가지였는지 벽에 등을 기대어 긴장을 늦추었다.

 

 

  “더워.”

 

 

  윤아도 대현처럼 벽에 등을 기댄 뒤 말했다. 대현은 아무 대꾸 없이 눈을 감았다.

 

 

  “너무 더워.”

 

 

  이번에도 역시 대현에게서 대답이 없었다. 윤아는 찝찝하고 습한 공기 때문에 더욱 더워져 맥없이 말을 이었다.

 

 

  “더워. 더워. 더워. 더워. 더워.”

  “시끄러.”

  “너무 덥단 말이야. 대현이 옆에 있는 부채 줘.”

  “입 다물고 가만히 있으면 덜 덥다. 제발 나 좀 자게 내버려둬.”

 

 

  윤아는 꿋꿋하게 잠을 청하려는 대현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한 쪽 손은 대현의 왼쪽 다리 옆 바닥에 짚고, 다른 한 손은 대현의 오른쪽 다리 옆 바닥에 손을 짚었다. 대현은 자신의 앞에 뭔가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슬며시 눈을 떴다. 대현은 당황한 듯 벽에 바짝 붙으며 말했다.

 

 

  “뭐, 뭐해?”

  “네가 하도 부채 안 주니까 그렇지.”

 

 

  윤아는 있는 힘껏 손을 뻗어 부채를 잡고 원상태로 앉았다. 대현에게 주먹을 내밀었다.

 

 

  “우리 가위바위보 해서 이긴 사람에게 부채질 10번 해주기로 하자.”

  “네가 무슨 초딩이냐?”

  “응? 하자. 아까 학생들이 하는 거 봤는데 재밌어 보였단 말이야.”

 

 

  대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고는 마지못해 턱을 괸 채 다른 한 손으로 주먹을 내밀었다. 윤아와 대현이 가위바위보를 외치며 각자 원하는 모양을 내밀었다. 윤아가 가위를 내서 졌다. 윤아는 군말하지 않고 10번의 부채질을 했다. 그리고 다시 가위바위보를 했는데 또 다시 윤아가 졌다. 그 다음번에도 몇 차례가 지나도 윤아가 계속해서 졌다. 윤아는 결국 짜증을 내며 왜 자꾸 자신이 지냐고 말했다.

 

 

  “너 정말 그 이유 몰라?”

  “응. 왜 자꾸 지는데?”

 

 

  대현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트릴 뻔 했다. 윤아에겐 패턴이 있다. 가위를 내면 다음에는 바위를 냈고 그 다음에는 보로 순서가 똑같았다. 그래서 대현은 그것을 파악하고 그에 맞춰 번갈아 내서 이겼다. 윤아는 지쳤다는 듯이 뒤통수마저 벽에 기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몰랐다. 윤아는 어느새 자고 있었고, 부채는 대현의 손에 있었다.

 

 

  “얘는 왜 이렇게 잠이 많아? 나보다 많은 사람은 또 처음이네.”

 

 

  윤아는 잠든 상황이어도 더운 것을 느꼈는지 자꾸만 눈썹을 찡그렸다. 대현은 도리질을 하고는 천천히 윤아에게 부채질을 해주었다. 윤아의 잔 머리카락이 그 바람에 살짝 씩 움직였다. 윤아는 무심결에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고개를 틀었다.

 

  대현은 윤아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가슴 언저리가 또 다시 몽글해진 것을 느꼈다. 대현은 부채질을 하다말고 다른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바닥을 짚은 약지손가락 끝에 윤아의 손가락과 닿았다. 대현은 천천히 윤아의 얼굴에 가까이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었다. 윤아의 입술과 대현의 입술의 거리는 불과 5센치도 되지 않았다. 그 때, 윤아는 잠에서 깨어났다. 윤아는 자신의 바로 눈앞에 대현의 얼굴이 있자 놀라 소리 질렀다. 대현도 그 소리에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카페 입구에서 명수가 영업이 끝났으니 별장으로 돌아가자고 외쳤다. 대현은 냉큼 사람들의 뒤를 따르기 위해 몸을 돌렸다.

 

 

  “대현아 잠시만…….”

 

 

  윤아가 어정쩡하게 일어나 대현의 옷자락을 잡았다. 대현이 우뚝 멈춰 섰다.

 

 

  “미안해. 나도 모르게 놀라서 소리 질렀어. 대현이도 많이 놀랐지? 미안해, 정말로.”

 

 

  잠시 동안 정적이 흘렀다. 윤아는 아무래도 자신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했다. 마치 끔찍한 벌레라도 본 것처럼 경직되어 소리 질렀으니 말이다. 대현은 윤아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손으로 자신의 옷자락을 쥔 윤아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별장으로 가다가 졸지 말고……, 가자.”

 

 

  대현은 파티쉐들과 한참 떨어진 거리에서 윤아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윤아는 대현의 행동에 놀란 표정을 지으며 대현에게 이끌리는 대로 종종 걸음으로 갔다. 윤아는 아직 대현이 화나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대현의 표정을 보려고 했지만 볼 수 없었다. 대현은 혹시나 자신의 얼굴을 윤아가 볼까봐 고개를 옆으로 틀었다. 대현의 얼굴은 매우 빨갰다.

 

  별장에 돌아오자마자 저녁을 먹었다. 일하느라 피곤하다며 먼저 자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마지막 날에 그냥 잘 순 없다며 게임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도구로 하는 다양한 게임들을 하면서 즐길 동안, 윤아는 옆에서 지켜보며 웃었다. 자신이 나서 게임을 하고 싶었지만 게임들마다 어떻게 하는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규동이 게임이 져서 사람들에게 등을 세게 맞았다. 규동은 잠시 쉬고 싶다며 뒤로 물러섰다. 대현은 소파에 누워 그것을 바라보았다.

 

  게임에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무렵이었다. 뜬금없이 한 파티시에가 효린과 명수에게 진실 게임을 걸었다. 사람들이 재밌겠다며 너도나도 거실에 있는 사람은 모두 하자고 말했다. 한동안 효린과 명수을 몰아가다가 이번에는 대현에게 돌아갔다.

 

 

  “그럼 이번엔 대현이에게 질문 할게. 대현이는 현재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안 말하면 너 저 참기름 원샷 해야 한다.”

 

 

  대현은 인상을 잔뜩 구기며 소주잔 안에 참기름이 가득 담긴 것을 확인했다. 윤아는 그 질문에 가슴을 졸이며 대현을 쳐다보았다. 자신이 왜 가슴을 졸인지 모른 채. 대현은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언뜻 리하와 시선이 마주치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대답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18일까지 n일에 1편 연재합니다. (건강… 2016 / 12 / 6 1370 0 -
공지 앞으로의 계획 (2) 2016 / 11 / 20 1432 2 -
공지 공모전 마지막 날 그리고 웹툰화 (2) 2016 / 10 / 31 1454 4 -
63 63 안아도 돼? 2016 / 11 / 22 66 0 7620   
62 62 내가 한 번 더 다가간다면 2016 / 11 / 22 61 0 8104   
61 61 몰라봐줘서 미안 2016 / 11 / 22 57 0 8997   
60 60 포기하기 싫다 2016 / 11 / 21 158 0 9342   
59 59 공든 탑, 무너지다 2016 / 11 / 21 55 0 7677   
58 58 그래 좋겠네 누구는 2016 / 11 / 21 58 0 7752   
57 57 입지 마 2016 / 11 / 21 52 0 7515   
56 56 우리 데이트 하자 2016 / 11 / 20 208 0 8913   
55 55 기억 속의 너, 네가 아닌 너 (2) 2016 / 11 / 20 135 0 5643   
54 54 기억 속의 너, 네가 아닌 너 (1) 2016 / 11 / 20 209 0 6348   
53 53 펜션에서 벌어진 일 (3) 2016 / 11 / 20 56 0 8433   
52 52 펜션에서 벌어진 일 (2) 2016 / 11 / 20 50 0 8764   
51 51 펜션에서 벌어진 일 (1) 2016 / 11 / 20 52 0 10134   
50 50 대체 어디가 아픈 거야 2016 / 11 / 20 146 0 8197   
49 49 우리는 최고의 정성을 파는 사람들이니까 2016 / 10 / 31 61 2 8178   
48 48 진심과 정성만 있다면 누구나 2016 / 10 / 31 57 3 7933   
47 47 나의 처음을 너와 2016 / 10 / 31 70 3 6040   
46 46 예약하신 객실은 하나뿐입니다 2016 / 10 / 31 67 3 7119   
45 45 왕중왕전 - Bye, Bye 미스로드 2016 / 10 / 30 65 3 8242   
44 44 내가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2016 / 10 / 30 66 3 6008   
43 43 자세가 야해 2016 / 10 / 30 186 4 7123   
42 42 저 변태가 뭘 또 꾸미는 거야 2016 / 10 / 30 74 4 7562   
41 41 난 이미 충분히 지쳤는데 2016 / 10 / 30 68 4 6900   
40 40 울지 마 2016 / 10 / 29 173 4 8241   
39 39 어릴 때부터 줄곧 2016 / 10 / 29 80 4 7444   
38 38 인정받고 싶으면 피하지 마 2016 / 10 / 28 65 4 7149   
37 37 공과 사의 구별 2016 / 10 / 28 71 4 7478   
36 36 실망스럽다 2016 / 10 / 28 60 3 8692   
35 35 무슨 짓 하는 게 아닌가 2016 / 10 / 28 80 4 7229   
34 34 프로는 프로가 알아보니까 2016 / 10 / 27 65 4 6817   
 1  2  3  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