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어쨌거나 스물넷
작가 : 펙트
작품등록일 : 2016.8.22

경쟁을 통해 올라온 음식들. 좋은 음식이라고 판정받아도 손님들이 찾지 않으면 가차 없이 없애는 이곳은 디저트 뷔페, 로제와인.

 
59 공든 탑, 무너지다
작성일 : 16-11-21 13:16     조회 : 54     추천 : 0     분량 : 7677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윤아는 규동의 질문을 듣고 생각에 잠겼다. 최근 들어 남들 눈에 도드라지게 지욱이 윤아를 챙겨주었다. 파티쉐들의 부족한 부분을 코치할 때나 자신의 아이디어 노트를 수정할 때, 그리고 곤란한 일이 있을 땐 지욱이 매번 도와주었다. 윤아는 어릴 적에 기억하는 남자 아이의 모습과 지욱을 번갈아 가며 생각했는데, 갑자기 순식간에 대현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스쳐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윤아의 몸이 움찔거렸다. 윤아는 두 입술을 떼다가 다시 다물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은, 어릴 적부터 바라왔던 사람은 지욱인데, 그것을 말하면 끝날 문제인데 쉽게 입술을 뗄 수 없었다.

 

 

  “있긴 있어.”

  “둘 중에 하나지?”

  “아마…….”

 

 

  윤아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모르겠어.”

  “미안해. 내가 너무 뜬금없이 이상한 질문을 해버렸네.”

  “아냐. 나도 그런데, 보는 너희들은 더 헷갈렸을 거야. 나, 꼬리치는 걸로 보여?”

  “아니, 전혀.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던 거야. 너무 신경 쓰지 마. 어서 밥 먹으러 가자.”

 

 

  규동은 황급히 윤아를 조리실로 들여보냈다. 그리고 생각했다. 윤아에겐 전혀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

 

 

  윤아는 규동과의 대화 끝으로 줄곧 생각해 보았다. 지욱을 향한 마음과 대현에 대한 마음에 대하여. 그러나 얼마 가지 못해 윤아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윤아가 계속 생각하며 앞을 걷자, 지욱이 윤아의 팔뚝을 잡고 멈춰 세웠다. 그제야 윤아가 정신을 차린 듯 눈의 초점이 맞춰졌다. 윤아의 눈앞에 바로 전봇대가 있었다. 윤아는 놀란 표정으로 눈을 깜빡였다.

 

 

  “윤아야, 오늘 쉬는 시간 때부터 멍한 상태던데, 무슨 일 있어?”

  “아니. 아무 일도 없어.”

  “어디 아픈 건가…….”

 

 

  지욱이 자신의 손으로 윤아의 이마를 짚었다. 윤아는 눈을 껌뻑이며 지욱을 올려다보았다.

 

 

  ‘분명 오빠를 어릴 적부터 좋아했는데 어째서 지금은…….’

 

 

  “열은 없는 것 같은데. 오늘 그냥 일찍 갈래?”

  “아냐. 이번에 두 번째로 스터디 그룹 하는 건데 초기부터 빠질 순 없지. 얼른 장보고 가자. 애들이 기다려.”

 

 

  ‘이유가 뭘까. 아직까지 감이 잡히지 않아.’

 

 

  윤아와 지욱은 스터디 그룹 멤버에게 간식거리를 사주기 위해 슈퍼마켓에 왔었다. 지욱이 장바구니를 들고 있을 때, 윤아는 무슨 간식을 살지 지욱과 얘기하며, 하나 둘씩 카트기에 담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지욱이 계산대 위에 장바구니를 올려놓고 계산할 때였다. 윤아는 슈퍼 주인이 보고 있던 TV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그것에 시선을 두었다. TV 화면에는 지욱이 프랑스인과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윤아는 놀란 듯 계산대에 손을 얹고 TV를 향해 상체를 가까이 했다. 지욱은 계산하다 말고 TV를 보았다.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볼을 긁적였다.

 

 

  “아, 저거 내가 입국한지 얼마 안 돼서 파티쉐 특집으로 촬영했던 거야.”

 

 

  윤아는 화면의 하단에 뜬 자막을 읽었다. 프랑스인이 외삼촌에 대해 언급을 했고, 지욱은 자신의 스승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인이 지욱과 몇몇 대화를 했는데, 실력이 대단하다는 극찬이 대부분이었다. 윤아는 도저히 TV에 시선을 떼려야 뗄 수가 없었다. 그 순간, 가슴 언저리가 뜨거워지면서 붕 뜨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이어서 심장이 빠른 속도로 뛰기 시작했다. 어릴 적 지욱이 자신에게 시범을 보여주고자 디저트를 만들었을 때가 있었는데, 그것을 바라볼 때와 같은 기분을 받았다.

 

  지욱은 눈을 말똥히 뜬 상태로 TV에 집중하는 윤아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리고는 옅게 웃으며 윤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너도 머지않아 저렇게 되는 날이 올 거야.”

 

 

 -

 

 

  “이번 스터디 그룹의 주제는 월말평가야. 각자 연습하고 모르는 게 있거나 다른 아이디어를 의논하고 싶으면 서로 조언을 해주면서 가르쳐 주는 거야. 혼자 생각하다보면 잘못된 부분이 있어도 모르고 그냥 넘어가는 부분이 있으니까. 이번 기회에 TOP 5는 유지하는데 중점을 두고, 이번 기회에 TOP을 노리는 사람은 열심히 분발해보는 거야.”

 

 

  파티쉐들은 지욱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고려한 디저트를 만드는 파티쉐들도 있고, 서로 대화를 통해 맞춰 나가기도 했다. 대현은 자신의 아이디어 노트에 스케치한 디저트들을 쭉 훑어보았다. 여러 개의 스케치 중에 하나를 선택해, 이번 월말평가 때 만들기 위해서였다. 윤아는 노트 정리를 끝냈는지 노트를 덮고 기지개를 폈다. 윤아는 자신의 옆에서 집중하고 있는 대현을 바라봤다. 대현의 아이디어 노트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여태껏 몇몇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주면서 본 적은 있지만, 대현의 것은 본 기억이 없었다. 윤아는 얼굴을 살며시 들이밀어 아이디어 노트를 쳐다보았다. 디자인은 물론 색의 조화까지 완벽하게 짜 맞춰 적혀 있었다. 대현은 이제 막 디저트를 선정하곤 기척에 옆으로 돌아보았다. 윤아와 자신의 얼굴이 근접해 있었다. 대현은 저도 모르게 놀라 황급히 노트를 덮었다. 윤아 역시 놀라 고개를 뒤로 뺐다.

 

 

  “아, 아이디어 훔쳐 본 거 아냐!”

 

 

  윤아가 외쳤다. 숙였던 얼굴을 들고 조심스럽게 대현을 올려다보았다. 대현은 여전히 놀란 상태였다. 너무 놀라 할 말을 잃었다.

 

 

  “미, 미안. 열심히 하는 모습이 신기해서 나도 모르게…….”

 

 

  대현은 계속해서 윤아를 바라보다 저 혼자 한숨을 쉬었다. 윤아가 자신이 무슨 잘못이라도 했냐고 물어보려 했지만, 대현은 일어나서 재료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윤아는 괜히 민망했던 것인지 자신도 디저트 만들 준비를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현은 팬트리에서 밀가루와 식용 색소를 꺼내다 말고 멈췄다. 문득 윤아의 모습들이 떠올랐다. 지욱을 향한 반짝이는 눈, 지욱을 보며 웃는 윤아의 얼굴, 어쩌다 닿던 윤아와 지욱의 손이 대현의 머릿속을 뒤흔들어 놓았다. 가끔씩 지욱을 볼 때마다 자신을 보는 것처럼 뭔가를 꺼려하는 듯한 표정을 지을 때도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더욱 헷갈렸다. 윤아가 지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막상 윤아가 자신을 알아볼 때까지 기다린다고 했지만 너무나 막연했다. 막연해서 더더욱 윤아에게 다가가기가 힘들었다. 대현은 색소를 마저 꺼내며 팬트리 밖으로 나갔다.

 

  불과 몇 십 분 전부터 줄곧 궁금했다. 윤아는 대현이 자신에게 한숨을 쉰 이유를 몰랐다. 무엇 때문인지 물어볼까 망설였지만, 대현은 뭔가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표정을 짓고서 윤아를 피했다. 윤아는 자신을 피했던 대현을 떠올리고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도 모르게 캐러멜이 끓고 있는 냄비에 주걱을 휘저었다.

 

  “윤아야.”

 

 

  윤아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윤아야, 캐러멜 젓는 거 아냐.”

 

 

  지욱이 급히 가스 불을 껐다. 윤아는 아무 생각 없이 검게 탄 캐러멜을 보았다. 캐러멜을 저은 바람에 급속도로 캐러멜이 굳어갔다.

 

 

  “요즘 뭔 일 있어? 일에 집중을 못하는 것 같아.”

  “그러게…….”

  “우리 기분 전환하러 갈까?”

 

 

 -

 

 

  스터디 그룹을 마치고 나서 지욱이 윤아를 데리고 어디론가 향했다. 윤아가 어디를 가냐고 몇 번이나 물었지만, 지욱은 빙긋 웃을 뿐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손을 잡고 이끄는 지욱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얼마 동안 걸었는지 몰랐다. 지욱은 목적지에 도착했는지 걸음을 멈췄다. 윤아는 갑작스럽게 지욱이 멈추는 바람에, 지욱의 등과 자신의 이마가 부딪혔다. 윤아는 어색하게 웃으며 건물을 바라봤다.

 

 

  “어, 여긴…….”

 

 

  간판에 ROSE WINE이라고 적혀져 있었다. 또 다시 가슴이 두근거렸다.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려서 윤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16년보다 훨씬 전부터 있었던 지욱의 할아버지, 그러니까 외삼촌의 스승이 운영하던 제과제빵 학원이었다. 너무 오래된 곳이라 없을 줄 알았는데, 간판엔 녹슨 부분 없이 그대로였다. 지욱은 학원으로 올라가자며 윤아를 이끌었다. 윤아에겐 저항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점점 더 빨라지는 심장의 박동과 함께 학원의 문을 열었다. 곰팡이가 피거나 먼지 쌓인 것 하나 없이 깨끗했다.

 

 

  “여기 오랜만에 오지?”

  “응. 하나도 안 변했어. 여기 누가 대신해서 운영하는 거야?”

  “아니. 아무도 운영 안 해.”

  “근데 왜 이렇게 깨끗해?”

  “마스터께서 주기적으로 오셔서 청소하시거든.”

  “외삼촌이?”

 

  “응. 윤아 너도 알다시피 여긴 우리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곳이야. 무슨 사정 때문에 여길 그토록 아끼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할아버지의 제자가 마스터이기 때문일 거야.”

 

 

  윤아는 천천히 학원 안을 둘러보았다. 조리대 사이를 거닐며 손끝으로 조리대를 만지기도 하고, 싱크대의 물을 틀어보기도 했다. 윤아는 어릴 적에 여길 몰래 다니다가 부모의 반대로 그만두었었다. 줄곧 오고 싶었는데 이렇게 막상 오게 되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뻤다.

 

 

  “나 그거 기억나. 오빠가 매번 유자 마카롱을 만들 때마다 나한테 줬잖아.”

  “그치. 다 먹으면 항상 달라고 졸랐잖아.”

  “엄청 맛있었는걸. 그거 오빠가 특허 낸 거라고 할아버지랑 외삼촌이 극찬했었지.”

  “우연히 유자차를 먹다가 떠올린 아이디어였는걸. 그리 칭찬 받을 만한 건 아냐.”

  “그래도 지금 그 마카롱 인기가 엄청나잖아. 대현이도 오빠처럼 그 마카롱 만들던데. 대현이도 정말 잘 만들더라.”

  “대현이야 워낙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니까 쉽게 잘 하지.”

 

 

  윤아와 지욱은 한동안 추억을 더듬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윤아의 표정이 한결 좋아졌다. 지욱은 윤아의 밝아진 모습에 넌지시 웃어넘겼다. 지욱은 자신의 차에 윤아를 태우고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이제 기분은 좀 괜찮아졌어?”

  “응. 오빠 덕분에 괜찮아졌어. 얼른 가. 빨리 집 가서 밥 먹어야지.”

  “너 집에 들어가는 거 보고 나서 출발해도 늦지 않아. 어서 집 가.”

 

  “난 오빠가 가고 나서 마트에 들릴 거야.”

  “왜?”

  “그냥 갈증 나서 음료수 사 마시러 가려고.”

  “이렇게 캄캄한데 어딜 혼자 가겠다는 거야. 혼자 골목길 돌아다니면 위험해.”

 

 

  지욱은 윤아네 집 근처에 주차하고 차에서 내렸다. 윤아가 혼자 가도 괜찮다고 했지만 지욱은 끝까지 같이 가자며 고집을 부렸다. 윤아는 하릴 없이 지욱과 마트까지 걸어가서 음료수를 산 뒤 다시 집으로 향했다. 지욱은 윤아의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님 무슨 고민이라도?”

 

 

  윤아는 말을 쉽게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우물쭈물 거렸다. 지욱이 의아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였다. 윤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 어릴 적부터 줄곧 오빠를 좋아했어. 오빠가 파티시에로서 유학을 가거나 TV에 나오는 게 무척 신기하고 부러웠는데, 특히 오빠가 내 앞에서 디저트 만드는 걸 시범 보여줄 때가 제일 멋졌어. 어느 날 갑자기 오빠와 만나지 못했더라도, 내가 사고를 당해 6년 동안 입원을 할 동안에도 어릴 적의 오빠만을 기억해왔어. 내가 처음에 로제와인에 들어설 때, 기억 속 남자아이와 꼭 빼닮은 남자를 봤는데 그게 대현이었어. 대현이가 기억 속의 남자 아이라고 생각해서 대현이를 좋아했어. 그런데 막상 몇 개월이 지나서 오빠가 내 진짜 기억 속의 남자 아이니까 당혹스러워. 분명 대현이가 그 아이라고 생각해서 좋아했는데 아니게 되니까, 그럼 난 대현이를 전혀 좋아하지 않았던 걸로 되는 건가? 이 생각을 하면 정말 혼란스러워.”

 

  “생각보다 난감한 고민을 하고 있었구나.”

  “내가 저번에 단비 씨를 만난 적이 있었거든?”

  “단비? 최단비?”

 

  “응. 단비 씨의 카페에 놀러간 적이 있어서 대화를 했었는데, 어쩌다가 내 고민을 말하게 됐어. 단비 씨는 그걸 듣고는 자신도 헷갈린데. 내가 오빠를 동경의 대상으로서 바라본 것인지, 아니면 첫사랑의 의미로 바라본 것인지. 그 말을 듣고 나서부터 헷갈려졌어. 나는 지금 오빠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내가 대현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정확하게 알고 싶으면 알고 싶을수록 어떻게 판단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전혀.”

 

 

  지욱은 윤아의 머릿결을 쓰다듬었다.

 

 

  ‘나는 네가 나를 좋아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의식하다보면 오히려 더 생각하기 힘들어져. 왜, 복잡하게 생각할수록 안 좋다고 하잖아. 네가 이끌리는 대로 생각해.”

  “내가 이끌리는 대로…….”

 

 

  한편 대현은 규동이 내일 아침에 만들 반찬의 재료를 대신 사기 위해 집밖으로 나왔다. 대현의 앞에 세 갈래의 골목길이 보였다. 대현은 지름길로 가기 위해 오른쪽으로 꺾으려는 찰나, 가로등 밑에 서 있는 지욱과 윤아를 발견했다. 대현은 황급히 발걸음을 놀려 벽에 바짝 몸을 기댔다. 그들의 대화소리가 들렸다.

 

 

  “윤아야.”

  “응?”

  “나랑 사귈래? 네 마음을 확실하게 알고 싶어. 난 어릴 적부터 줄곧 널 좋아했어. 난 그래.”

 

 

  대현은 지욱의 고백에 놀라 그들의 상황을 지켜보려고 했지만, 마음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윤아는 어째서인지 지욱의 고백을 듣자마자 놀라는 건커녕 대현이 자신에게 고백 했던 말을 떠올렸다.

 

 

  ‘너 예전처럼 말도 없이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지 말고 잘 들어. 나는 어릴 대부터 줄곧 널 좋아했단 말이야.’

 

 

  윤아는 침을 힘겹게 삼키며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아마도.’

 

 

  “나도.”

 

 

  대현은 순간 숨이 턱, 하고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현재 심정을 무어라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대현은 그들이 이쪽으로 오기 전에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해서 그들이 무슨 말을 주고받을지 두려워, 직진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아무래도 오늘 마트는 빙 둘러서 가야할 것 같았다.

 

 

  지욱은 윤아의 대답에 눈을 크게 떴다.

 

 

  “그럼…….”

 

 

  윤아는 지욱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지욱의 배에 손을 짚어 뒷걸음질을 쳤다.

 

 

  “그런데 고백은 받아주지 못하겠어. 이유는 나도 몰라. 미안해. 정말 모르겠어. 좀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윤아의 표정은 매우 난감했다. 지욱은 윤아의 손을 잡으며 미안하다고 말했다. 자신의 갑작스런 고백에 윤아가 당황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언제 대답해도 좋아. 마음이 정리된다면 그 때 말해줘.”

  “미안해…….”

  “괜찮아. 어서 가자. 집에까지 데려다 줄게.”

 

 

  윤아와 지욱은 집 앞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윤아는 말없이 차에 탄 지욱에게 손을 흔들었고, 지욱도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긍정적인 대답……, 기다릴게.”

 

 

  그렇게 지욱의 차는 골목 저 끝 편에 작은 점이 되었다가 이내 사라졌다.

 

  월말평가가 시작되었다. 대현은 어제 저녁, 골목에 있었던 일에 신경이 곤두섰다. 월말평가 때만큼이라도 기억을 떨쳐버리려 했지만, 기억을 지우는 것이란 어려운 일이었다. 대현은 자신이 무엇과 무엇을 혼합해 반죽하는지 몰랐다.

 

  외삼촌은 규동의 딸기 모찌와 윤아의 몽블랑 롤케이크를 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흡족한 표정이었다. 이번엔 대현의 마카롱 플레이팅(마카롱 꼬끄(과자 부분)위에 각종 과일과 크림을 얹혀 놓은 디저트)를 보았다. 꼬끄의 표면이 울퉁불퉁한 것도 모자라, 이탈리안 방식으로 만든 방법이라 치곤 많이 물렀다. 외삼촌은 가만히 고개만 끄덕였다.

 

 

  “지난 매출에 하락한 디저트는 이렇게 3가지다. 그리고 이번 달 TOP 5의 명단을 부르겠다. 도지욱, 이규동, 임윤아.”

 

 

  외삼촌은 종이를 한 장 넘겨 마저 호명했다.

 

 

  “이재찬, 문현미. 이렇게 5명으로 선정 됐다. 오늘 선정된 마카롱은 다음 주부터…….”

 

 

  리하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대현의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리하와 어울려 놀던 무리들의 대화가 리하의 귀를 간지럽혔다.

 

 

  “헐, 대박. 대현이가 TOP에 안 들어갔어.”

  “TOP에 안 들어 간 거 이번이 처음 아냐? 왠일이래? 3년을 공들여놨던 탑이 대현이도 결국 지욱 선배 앞에선 무너지는 구나…….”

 

 

  리하는 다급하게 자신의 뒤에 있는 대현에게 고개를 돌렸다. 대현도 이번 결과에 충격이 상당했던 것인지 아무 말도 없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18일까지 n일에 1편 연재합니다. (건강… 2016 / 12 / 6 1370 0 -
공지 앞으로의 계획 (2) 2016 / 11 / 20 1432 2 -
공지 공모전 마지막 날 그리고 웹툰화 (2) 2016 / 10 / 31 1454 4 -
63 63 안아도 돼? 2016 / 11 / 22 66 0 7620   
62 62 내가 한 번 더 다가간다면 2016 / 11 / 22 61 0 8104   
61 61 몰라봐줘서 미안 2016 / 11 / 22 57 0 8997   
60 60 포기하기 싫다 2016 / 11 / 21 158 0 9342   
59 59 공든 탑, 무너지다 2016 / 11 / 21 55 0 7677   
58 58 그래 좋겠네 누구는 2016 / 11 / 21 58 0 7752   
57 57 입지 마 2016 / 11 / 21 52 0 7515   
56 56 우리 데이트 하자 2016 / 11 / 20 208 0 8913   
55 55 기억 속의 너, 네가 아닌 너 (2) 2016 / 11 / 20 135 0 5643   
54 54 기억 속의 너, 네가 아닌 너 (1) 2016 / 11 / 20 209 0 6348   
53 53 펜션에서 벌어진 일 (3) 2016 / 11 / 20 56 0 8433   
52 52 펜션에서 벌어진 일 (2) 2016 / 11 / 20 49 0 8764   
51 51 펜션에서 벌어진 일 (1) 2016 / 11 / 20 52 0 10134   
50 50 대체 어디가 아픈 거야 2016 / 11 / 20 146 0 8197   
49 49 우리는 최고의 정성을 파는 사람들이니까 2016 / 10 / 31 61 2 8178   
48 48 진심과 정성만 있다면 누구나 2016 / 10 / 31 57 3 7933   
47 47 나의 처음을 너와 2016 / 10 / 31 70 3 6040   
46 46 예약하신 객실은 하나뿐입니다 2016 / 10 / 31 67 3 7119   
45 45 왕중왕전 - Bye, Bye 미스로드 2016 / 10 / 30 65 3 8242   
44 44 내가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2016 / 10 / 30 66 3 6008   
43 43 자세가 야해 2016 / 10 / 30 186 4 7123   
42 42 저 변태가 뭘 또 꾸미는 거야 2016 / 10 / 30 74 4 7562   
41 41 난 이미 충분히 지쳤는데 2016 / 10 / 30 68 4 6900   
40 40 울지 마 2016 / 10 / 29 173 4 8241   
39 39 어릴 때부터 줄곧 2016 / 10 / 29 80 4 7444   
38 38 인정받고 싶으면 피하지 마 2016 / 10 / 28 65 4 7149   
37 37 공과 사의 구별 2016 / 10 / 28 71 4 7478   
36 36 실망스럽다 2016 / 10 / 28 60 3 8692   
35 35 무슨 짓 하는 게 아닌가 2016 / 10 / 28 80 4 7229   
34 34 프로는 프로가 알아보니까 2016 / 10 / 27 65 4 6817   
 1  2  3  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