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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어쨌거나 스물넷
작가 : 펙트
작품등록일 : 2016.8.22

경쟁을 통해 올라온 음식들. 좋은 음식이라고 판정받아도 손님들이 찾지 않으면 가차 없이 없애는 이곳은 디저트 뷔페, 로제와인.

 
40 울지 마
작성일 : 16-10-29 11:49     조회 : 172     추천 : 4     분량 : 8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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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리하는 복도의 벽에 기대어 손톱을 잘근 깨물었다.

 

 

  ‘너 정말 진심으로…….’

  ‘미안. 그렇게 됐네. 일단 집으로 가자고. 배고프니까.’

 

 

  윤아의 손을 잡고 리하를 한 번 쳐다보지 않고 가버린 대현이 떠올랐다. 리하는 역시 임윤아를 인정할 수가 없다며 화를 냈다. 그 순간 리하의 옆에서 누군가 말을 걸었다.

 

 

  “임윤아를 이기는 거, 내가 도와줄 수 있는데.”

 

 

 -

 

 

  “음, 섞긴 섞었는데 반죽 같지가 않은데? 너무 묽어.”

  “원래 얇고 부드러운 크레이프 케이크를 만들려면 이정도로 묽어야해. 너 요새 공부 안 하냐? 이런 것도 몰라?”

  “공부 하거든! 새벽에 만날 한다 뭐.”

  “뻥치시네. 하는 걸 못 봤거든? 저번에 가르쳐줬을 때처럼 사고 치면 가만 안 둔다.”

 

 

  윤아는 입술을 툭 내밀며 대현의 말을 따라했다.

 

 

  “뻥치시네. 저번에 가르쳐줬을 때처럼 사고 치면 가만 안 둔다아.”

  “이게 씨.”

 

 

  대현은 윤아의 이마에 꿀밤을 때렸다. 윤아는 ‘아!’라고 외마디를 치며 양손으로 이마를 감쌌다. 윤아가 대현을 올려다보며 울상을 짓자, 대현 역시 윤아를 내려다보았다. 대현은 마음 같아서 윤아에게 시비를 걸고 싶었지만, 자신을 올려다보는 윤아의 눈에 기분이 붕 떠올랐다. 대현은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며 옆에 있던 프라이팬을 건들었다. 덜그덕 거리는 소리에 놀라, 대현은 급히 크레이프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윤아는 어딘가 이상한 대현의 모습에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만드는 방법을 보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줄곧 널 좋아했단 말이야.’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윤아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졸였다. 요리에만 집중하는 대현을 보자니 자신 혼자서 너무 들뜬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휘저으며 억지로 생각을 떨쳐냈다. 얼마 후 윤아는 대현의 시범이 끝나자, 반죽을 한 국자 떠서 프라이팬에 부었다. 손목에 힘을 주어 조심스럽게 반죽을 사방으로 퍼트렸다. 어느 정도 반죽이 익었을 때에 윤아는 뒤집개로 끝부분을 긁어 뗐다. 뒤집개를 완전히 안으로 쑤셔 넣으려 할 때, 크레이프가 찢어졌다.

 

 

  “이렇게 기본적인 것도 못해서 어쩔 거야? 이건 얇아서 겉에만 뒤집개로 들어올려서 손으로 떼는 게 더 낫다고. 다시 해.”

 

 

  이번에는 손으로 다시 뒤집으려다가 뜨겁게 달궈진 팬에 손가락을 지졌다. 윤아는 화들짝 놀라며 몸이 움찔거렸다.

 

 

  “이거 뜨거워.”

  “엄살은, 빨리 뒤집어. 아이 씨 탔잖아!”

 

 

  윤아는 엄살을 부리다 말고 다시 한 번 크레이프 만드는 것에 도전했다. 어느 정도 만들어졌다 싶으면 두꺼워서 대현에게 욕을 먹곤 했다.

 

 

  “저기요. 크레이프 생명은 얇기라고. 이렇게 무식하게 두꺼운 게 아니라!”

  “손가락 뜨거워.”

 

 

  윤아가 찡얼거렸다. 대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요령이 없는 것이라며 30 포인트 받기 싫으면 하지 말라고 말했다. 윤아는 내일이면 함꼐 시험 칠 리하를 떠올리더니,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다시 한다고 말했다. 대현은 확고한 눈빛을 한 윤아를 보다가 ‘흠’이라며 뭔가를 생각했다. 그리고는 윤아에게 사소한 꼬투리 하나마저 잡으며 크레이프 만드는 것을 도와주었다.

 

  조리실에서 덜그덕거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대현은 설거지를 모두 끝내고 주위를 둘러보다, 자신의 뒤에서 졸고 있는 윤아에게 시선을 두었다. 윤아는 한 팔을 곧게 뻗어 거기에다 얼굴을 베었다. 대현은 윤아의 상대편 자리에 앉아 뻗어있던 손을 보았다. 손끝마다 프라이팬에 달궈져 붉어진 자국이 보였다.

 

  ‘멍청아! 이게 무슨 빈대떡이야? 크레이프야? 일정하게 못 만들어?’

  ‘미안, 미안. 그래도 이번에는 제대로 뒤집었어.’

  ‘뒤집고 3초 되면 바로 거둬. 쫀득한 식감을 주려면 야, 야. 이게 뭐냐 시간 지났잖아.’

  ‘앗, 뜨거!’

 

 

  대현은 윤아가 뜨겁다며 소리쳤던 순간을 끝으로 인상을 썼다. 천천히 손을 뻗어 윤아의 손끝과 자신의 손끝을 맞물렸다.

 

 

  "내가 너무 뭐라 했나……."

  “으음.”

 

 

  윤아의 손이 갑작스럽게 움찔거리자, 대현이 깜짝 놀라 황급히 손을 뗐다. 윤아는 눈을 몇 번 깜빡이고 허리를 폈다. 대현은 괜히 자신이 손을 잡으려하다가 깬 것이라 생각하여, 두근거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켰다. 어색하게 무슨 일이 있냐고 말을 꺼냈다. 윤아는 퉁퉁 부은 눈으로 껌뻑이며 뭔가를 말할 듯 말하지 않았다. 대현이 좀 더 상체를 앞으로 당기며 침을 꿀꺽 삼켰다.

 

 

  “뭐, 뭐 무슨 문제라도 있냐?”

  “나 손 주물러줘.”

  “뭐?”

  “손 저려.”

  “에라, 가지가지 해라.”

 

 

  대현은 구시렁거리면서도 고분고분하게 윤아의 손을 주물러주었다. 윤아는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졸고 있었다. 대현은 그런 윤아를 힐끔거리다 다시 손을 주물러주는 자신의 손을 보았다. 리하의 말대로 스스로가 미쳤다고 생각이 들었다. 결정적인 2년 전 사건만이라도, 아니 그 전에부터도 여자에게 이렇게 호의를 산 적은 없었다. 대현은 어제 저녁에 윤아에게 했던 고백을 떠올렸다. 몸이 화끈거리면서도 은근히 짜증이 났다. 자신은 어제 큰 맘 먹고 고백했던 것인데 윤아는 오늘이 되어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신을 대했다. 자신은 예전부터 줄곧 윤아를 의식해왔는데 윤아는 담담한 것 같았다.

 

 

  “나만 이상한 놈이 된 것 같은…….”

 

 

  ‘그래도 역시 난 얘를…….’

 

 

  그 때, 조리실에서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대현은 멍한 눈으로 윤아를 쳐다보았다. 윤아는 놀란 듯 잠에서 완전히 깨어난 눈을 하고서 ‘나 배고파’라고 말했다.

 

 

  ‘또 새삼 느끼는 거지만 얘 정말 뜬금없다.’

 

 

  “뭐 먹고 싶냐? 특별히 한 끼 정도는 사 줄 수 있는데.”

 

 

  대현은 무심코 튀어나온 말에 문득 과거의 일을 떠올렸다. 자신에게 치근덕거리며 사람을 귀찮게 만들었던 ‘그 여자’를.

 

 

  ‘그럼 비싼 거 먹어도 되지? 고기가 먹고 싶기도 하고. 파스타도 나쁘지 않은데.’

  ‘나 카페가고 싶어. 요새 XX 브랜드 커피가 유행이라잖아.’

 

 

  “카레!”

  “카레?”

 

 

  윤아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갈 채비를 하고 윤아와 밖으로 나갔다. 근처의 카레 전문 식당으로 들어가 주문을 했다. 윤아는 잔뜩 들뜬 듯 주변을 살펴보았다. 대현은 그런 윤아를 보며 잠시 동안 생각에 잠겼다. 예전부터 느꼈지만 윤아는 어딘가 특이하면서도 소소했다. 거창한 이벤트나 체험보다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볼거리라든가, 소소한 한 끼라든가, 공원에서 있었던 일이라던가, 자신의 예상을 모두 깼다.

 

  곧 이어 경양식 카레가 나왔다. 윤아는 잘 먹겠다고 말한 뒤 숟가락으로 섞기 시작했다. 대현은 모두 비비고 나서 먹으려고 하다가 멈췄다. 윤아가 제대로 섞기는커녕 생각에 잠겨있기 때문이었다. 대현이 고개를 숙여 윤아를 바라봤다.

 

 

  “어, 응?”

 

  윤아가 대현의 시선을 느꼈는지 정신차렸다. 그리고는 카레를 한 술 떠 흰 밥 위에 올리고는 크게 한 입 먹었다. 리하처럼 내숭을 떤다거나 깨작깨작 먹지 않았다. 누가 봐도 맛있게 먹는 윤아를, 대현은 한동안 바라보았다. 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지날 즈음에 대현과 윤아는 식당에서 나왔다.

 

 

  “잘 먹었어. 다음엔 내가 쏠게.”

  “됐어. 고작 얼마 했다고.”

  “가격이 중요한 건 아니잖아. 같이 먹는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거지.”

  “…….”

  “나 있잖아. 사실은 카레 먹으면서 가족이 생각났어.”

  “가족?”

 

  “내가 어릴 적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족끼리 외식한 적이 있었어. 아빠의 생신이었는데, 아빠가 카레를 되게 좋아해서 카레 전문점으로 갔었거든. 개인적으로 기분이 상한 일이 있어서 인상을 찌푸렸던 아빠. 오빠의 행동 하나하나 신경 써주는 엄마. 자신을 챙겨주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하듯 밥 먹는 오빠 사이에서. 나는 밥을 먹지 못했어. 다 같이 맛있게 먹고 싶었을 뿐인데 내가 원하던 풍경과 너무 달랐지. 거기다가 아빤 내가 밥도 먹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고 해서 엄청 꾸짖었어. 별로 좋지도 않은 기억인데 왜 자꾸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헤헤…….”

 

  “그럼 네가 이번 크로아상 샌드위치 내용물을 카레로 한 이유가 너희 아버님께서 카레를 좋아하기 때문?”

  “아무래도 단 걸 잘 못 드시는 손님들을 고려한 것도 있지만 아빠 생각을 많이 한 것도 있지. 그런데 아빤 몰라봐주시는 것 같아.”

 

  “흐음. 네가 아버지를 볼 때마다 습관적으로 나오는 두려움이나, 아무것도 못하고 가만히 있는 널 보면 생각이 드는 게.”

  “응?”

  “만약 그 상황에서 아빠가 너를 좀 더 생각해주면 어땠을까.”

  “…….”

 

  “다그치지 않았더라면 너는 그 다음에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생각이 든다. 솔직히 누가 들어도 네가 잘못했던 부분은 하나도 없잖아?”

 

 

 -

 

 

  “임윤아를 이기는 거, 내가 도와줄 수 있는데.”

 

 

  리하가 그 말에 의해, 생전 처음 와보는 제과제빵 학원에서 크레이프를 만들던 참이었다. 단 한 번도 대화를 해보지 않았던 사람이, TV에서만 우러러 보았던 사람이 자신에게 직접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었다. 그가 원하는 정확한 의도도,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도 몰랐다. 리하는 도포한 크레이프 케이크 위에 잘라놓은 딸기를 하나씩 에워싼 뒤,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을 보았다. 대근은 리하의 케이크를 보며 곰곰이 생각하던 중이었다.

 

 

  “이렇게 해서는 택도 없다.”

  “무엇이 문젠가요?”

 

  “반죽 상태인 크레이프를 굽는다는 생각으로 하는 게 맞지만, 반죽을 굽는 것이 상황에 따라 다를 수가 있지. 그 디저트의 특징이나 식감에 맞게 굽는 시간이나 방법도 다르다는 거지. 넌 너무 바짝 익혀. 식감이 쫀득하기 보다는 바삭하다는 게 맞는 거지. 우린 파이를 만드는 게 아니잖아. 굽는 시간을 좀 더 단축해.”

 

 

  ‘이상해. 왜 마스터 급과 같은 이 사람이 날 도우는 거지? 임윤아의 아빠인데 임윤아를 안 돕고 왜 날 도와? 뭐, 싫은 건 아니지만 이상해.’

 

 

  “네.”

 

 

  리하는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한 번 크레이프를 만들기에 도전했다. 대근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임윤아의 실력이 해봤자 거기서 거기겠지만, 얼씬도 못하게 갭을 두려면 이건 어림도 없다. 내가 비밀리로 직접 개발한 크레이프 케이크 레시피가 있는데, 한 번 해볼 테냐?”

  “전……, 괜찮습니다.”

  “별 라이벌 같지도 않은 애가 기어오르면 짜증나지 않나?”

 

 

  리하는 그 말에 할 말을 잃었다. 그 말투는 매우 살벌하면서도 관계를 배제하려는 적의가 드러나 있었다. 그 때, 리하에게서 전화가 왔다. 리하는 대근에게 양해를 구한 뒤에 조리실에서 나가 전화를 받았다. 리하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리하의 옆집 아줌마였는데, 어떻게 집을 청소하는 걸 도와주면 되냐고 묻는 내용이었다. 리하의 집에는 리하의 엄마에게 필요한 의약품이나 약이 방의 곳곳마다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모르고 치울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리하는 무엇을 치우면 안 되고 어떤 걸 청소해야하는 지 가르쳐주었다.

 

 

  “매번 감사합니다. 이렇게까지 신경써주시고요. 다음에 답례를…….”

  -됐어, 리하야. 이웃인데 서로 돕는 거지. 바쁜 와중에 엄마를 챙겨주는 네 마음이 얼마나 고운지 몰라.

  “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인데요, 뭘.”

  -오늘은 휴일인데도 바쁜가봐? 나한테 휴일에 맡길 정도면.

  “네.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요.”

  -그래. 내가 방해할라. 잘 해결하고 와. 저녁에 우리 식구랑 밥 먹자고.

  “네. 고맙습니다, 아주머니. 마치면 연락할게요.”

 

 

  리하는 전화를 끊고 나서 다시 조리실로 향했다. 대근이 지갑을 들고 나가려던 것을 발견했다. 대근은 리하의 크레이프 케이크에만 신경 쓰느라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던 것을 뒤늦게 알았다. 점심 사줄 테니 밖으로 나가자고 리하에게 권유했다. 리하는 자신을 짓누르면서도 강요하는 듯한 압박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리하는 뒷덜미를 몇 번 어루만지다 그의 뒤를 따랐다.

 

  패밀리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리하는 샐러드를 먹다말고 문득 환하게 웃는 윤아를 떠올렸다. 왜 자신이 그 표정을 짓는 윤아를 떠올렸는지 생각할 겨를 없이, 다른 기억들이 생각났다. 자신의 아빠와 마주하거나 근처에 있을 때마다 안절부절 했던 윤아의 모습. 자신의 집 마루에 누워 몸을 웅크렸던 윤아의 뒷모습. 윤아를 볼 때마다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았던 대근. 장소나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심한 말을 내뱉는 대근. 그것에 또 다시 두려워하는 윤아를.

 

 

  ‘한심하구나. 고작 그런 걸로 월말평가를 치른다니. 애당초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대근이 계산을 하고 난 뒤 뒷모습을 보여주며 입구로 걸어갈 찰나였다.

 

 

  ‘어째서지? 왜? 이유가 뭐야? 납득이 안 가.’

 

 

  레스토랑의 문을 열고 나갈 때, 리하가 대근에게 물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요. 임윤아와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와 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건 왜 묻지?”

  “그냥……. 느낌에 그런 적이 없으신 것 같아서요.”

  “온 적 없다.”

 

  “제게 이렇게까지 잘해주시는 이유가 뭔가요? 밥도 사주시고 이번 시합을 위해 지도도 해주시고요. 정작 딸인 임윤아에겐 아무것도 해주시지 않으셨잖아요.”

 

 

 -

 

 

  “나도 가끔은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 왜 혼낼까, 생각할 때가 있지만 아빠의 눈에는 내가 밉게 생각할 만큼 어떤 행동이 맘에 들지 않으셨겠지. 그래도 뭐 어쩌겠어. 지금까지는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지.”

  “뭐가 다행이야?”

 

  “아빠가 조금 고고한 면이 있으셔. 내가 아들이 아니라 딸이라서 그러신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냥 내 또래 쯤 되는 여자들에게 냉담하더라고. 아, 나만 밉게 보이는 게 아닌가 싶어서 그걸로 위안 삼고 있어. 어, 이 골목으로 가면 로제와인에 빨리 갈 수 있어. 여기로 가자.”

 

 

  윤아는 씩씩하게 좁은 골목으로 들어섰다. 대현은 앞장서는 윤아를 보다가 한숨을 쉬고는 그 뒤를 따랐다. 빠른 걸음으로 윤아의 속도와 맞춰 나란히 걸었다. 대현이 코너를 꺾기 위해 좀 더 앞장을 설 때였다. 패밀리 레스토랑 간판 앞에 서 있는 리하와 대근을 발견했다. 대현은 저도 모르게 몸을 뒤로 뺐다. 윤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대현을 바라보며 계속 앞으로 전진 했다. 대현은 윤아가 더 이상 앞으로 가지 못하게, 윤아의 양쪽 어깨를 잡고 뒤로 끌어당겼다. 윤아의 등이 대현의 배에 부딪혔다.

 

 

  “왜 그…….”

  “쉿.”

 

 

  대현은 자신의 검지로 윤아의 입술에 갖다 댔다. 윤아는 대현의 이상한 행동에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다. 대현의 손가락을 치우기 위해 오른손으로 대현의 손을 내렸다. 윤아는 갑작스런 스킨십이 어색해 피하려고 앞으로 나아갔다. 골목에서 벗어난 직후에 어디선가 많이 본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대현은 윤아를 놓치지 않기 위해, 윤아의 두 눈을 자신의 커다란 손바닥으로 가리고 뒤로 끌어들였다. 윤아의 몸이 다시 대현과 밀착되었다.

 

 

  “가만히 있어, 제발.”

 

 

  윤아의 귀에서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대근과 리하의 목소리였다.

 

 

  ‘어라, 둘이 어쩐 일로?’

 

 

  “궁금한 게 있는데요. 임윤아와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와 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건 왜 묻지?”

  “그냥……. 느낌에 그런 적이 없으신 것 같아서요.”

  “온 적 없다.”

  “제게 이렇게까지 잘해주시는 이유가 뭔가요? 밥도 사주시고 이번 시합을 위해 지도도 해주시고요. 정작 딸인 임윤아에겐 아무것도 해주시지 않으셨잖아요.”

 

 

  ‘어……, 어라…….’

 

 

  윤아는 리하의 말에 적잖게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임윤아를 떨어뜨리기 위해서다.”

 

 

  대현 역시 충격을 받은 건 마찬가지였다. ‘허’ 하며 어이없다는 듯 숨을 강하게 내뱉었다. 한편 리하 역시 그 말에 두 눈을 크게 뜨며 그 이유를 물었다.

 

 

  “왜죠? 왜 떨어뜨리려는 거죠?”

  “네가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딸이잖아요. 가족이잖아요. 배우는 입장에서 납득이 안 가요.”

 

  “애당초 헛된 꿈은 버려야 해. 로제와인은 임윤아 따위가 로제와인에 함부로 들어서는 곳이 아니다. 로제와인의 명예를 더럽히는 일이지. 난 그걸 납득하지 못해. 나는 무슨 일을 벌이더라도 임윤아가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못하도록 집에 가둘 예정이다. 해봤자 소용없는 짓은 하면 안 돼. 걔가 이 시험에 떨어지기 위해서는 라이벌인 너를 도와줄 수밖에 없다. 나는 네가 이번 시험에 이기게 해주기 위해 내 비법을 전수해서라도 도울 생각이다. 그 어떤 수를 써서라도.”

 

  “그 수라는 게……, 저한테 제안하셨던 비밀리의 레시피인가요?”

  “그렇다. 듣자하니 네가 로제와인에서 매번 TOP 5에 든다고 들었다. 어느 정도 실력에 흥미가 있기도 하고.”

 

 

  대현은 여전히 윤아의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있었는데, 손바닥이 조금씩 촉촉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대현은 고개를 숙여 윤아를 내려다보았다. 윤아의 얼굴이 대부분 대현의 손에 가려져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뭔가를 내뱉지 않으려 애쓰는 윤아의 입술이 보였다. 대현은 말없이 그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윤아의 눈물이 대현의 손가락을 넘고 윤아의 볼을 타고 흘러, 턱에 고였다. 대현은 윤아의 뒤에서 다른 한 쪽 손을 뻗어 윤아를 꼭 안았다.

 

 

  “울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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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 무슨 짓 하는 게 아닌가 2016 / 10 / 28 80 4 7229   
34 34 프로는 프로가 알아보니까 2016 / 10 / 27 64 4 6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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