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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소년의 순정
작가 : 송루나
작품등록일 : 2018.7.2

2014년, 어느 여름.
억겁의 시간이 내 품으로 쏟아진 그 날,
북에서 넘어온 한 소년을 만났다.
까만 머리칼 사이로 보이는 두 개의 눈동자, 올곧은 시선.
아, 순정한 눈빛이었다.
소년의 이름은 손영주였다.

 
소년의 순정 16
작성일 : 18-08-22 10:33     조회 : 505     추천 : 9     분량 : 3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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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모텔]

 

 

 순간 내가 잘못 본 건 줄 알고 응? 하고 다시 그를 되돌아봤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물었다.

 네가 말한 곳이 '모텔' 이 맞냐고.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피곤해서 그래? 집에 갈까?"

 "...아뇨. 침대에 눕고 싶어서.."

 "집에도 침대 있잖아,"

 

 

 우리 영주 피곤했구나,

 집에 가자- 하고 다시금 그를 데리고 뒤쪽으로 걸음을 하려고 했다가 내 팔을 양손으로 잡아오는 통에 멈춰 섰다.

 

 

 "영주야,"

 "집은 아저씨가 있잖아요."

 

 

 여태 있으면서 불편한 건 당연했지만 단 한 번도 입 밖으로 그걸 언급했던 적은 없는지라,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형님, 그러지 말고 우리 저기서 조금 쉬어요."

 "........."

 "....예?"

 

 

 영주의 간절한 부탁이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라서 의문도 모른 채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래도 영주가 하고 싶어 하는 거니까,

 굳이 유흥가 모텔 가서 쉬어야 하나 싶은 의문이 들었지만 그를 데리고 네온사인 가득한 복잡한 거리를 걸었다.

 

 

 "야잇씨! 똑바로 보고 다녀!"

 

 

 그 와중에 영주와 어깨를 부딪친 취객이 괜한 성질을 부리기에 잽싸게 그의 어깨를 감싸고 걸음을 빨리했다.

 괜히 얽혀봤자 좋지 않아,

 영주는 눈치를 보면서도 무르고 싶은 생각은 없는지 계속 걸었다.

 

 

 "방 하나 주세요."

 "대실이요?"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쉬다 간다고만 했으니까,

 프론트에 있는 젊은 나이의 남자가 영주를 흘끔 본다.

 

 

 "거기 학생이요?"

 "스, 스무 살인데요."

 

 

 학생이라도 보호자 동행하면 숙박은 상관없는데 지레 겁먹은 영주가 선수쳐 대답을 한다.

 그런 그가 귀여워 풉- 하고 웃음이 날 뻔했다가 내게 키를 건네는 프론트 직원에 재빨리 받아들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

 "손영주., 왜 거짓말했어."

 "제, 제가 뭘요?"

 

 

 스무 살이라고 했잖아,

 영주가 우물쭈물하며 그야- 하고 말끝을 흐리는 사이 4층에 도착했고 우리는 내려 방문 앞에 섰다.

 

 

 '딸각-'

 

 

 카드키를 넣자마자 불이 환하게 들어오는 모텔방은 생각보다 깔끔하고 모던했다.

 기지개를 켜며 탁 트인 창밖을 보는데 별안간 허리에 감겨오는 팔에 휘청거리며 스텝이 꼬이고 말았다.

 

 

 "영주야."

 "......."

 "너 왜 그래."

 

 

 좀처럼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그의 팔을 억지로 떼어서 뒤를 돌아 마주 보았다.

 다소 긴장한 듯 보이는 영주의 눈빛은 어딘가 불안해 보였다.

 

 

 "은호형님."

 "........."

 "저를 안고 싶으시죠."

 

 

 뭐?

 당황스러움에 톤이 제멋대로 높아졌다.

 

 저를 만지고 싶고, 안고 싶고 은밀한 것을 하고 싶으시잖아요.

 

 눈도 쳐다보지 않고 속사포로 내뱉는 영주에 그의 어깨를 잡고 있던 손을 떼고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너,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손영주.."

 "만지고 싶...."

 

 

 내 손을 잡아다가 제 가슴팍에 올리는 영주에 탁- 하고 쳐냈다.

 덕분에 허공을 맴돌던 영주의 손은 무안하게 내려갔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절로 인상이 써진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고, 영주는 나를 어떻게 본 거야.

 

 

 "너 진짜 내가 안달이라도 난 것 같아?"

 ".....그, 그게."

 "그래서 여기 오자고 했던 거야?"

 

 

 나한테 선심이라도 써주듯?

 언성이 높아진 걸 알았는지 영주가 뒤늦게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젓는다.

 그게 아니오라-

 

 갑자기 이 상황이 너무 어이가 없어져서 눈을 질끈 감고 애써 숨을 골라쉬었다.

 

 

 "너는 나를 그동안 어떻게 본 거야."

 "....사, 사실은."

 

 

 헛다리 짚은 것에 대해서 무조건 사과만 할 줄 알았던 영주가 따로 할 말이라도 있는지 입술을 달싹인다.

 나는 그가 온전히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렸다.

 영주가 두 손을 들어 마른 세수를 한다.

 

 

 "사실 저도 혀, 형님을 그렇게 하고 싶어요."

 "....어?"

 

 

 형님과 안고 싶고 만지고 싶고 하루 종일 입도 맞추고 싶은데

 집에선 아저씨 때문에 그게 잘 안되니까요-

 

 차마 내 눈을 바라보고 이야기하진 못할 것 같은지 바닥 어디쯤에 시선을 두고 말한다.

 

 

 "어쩌면 은호형님보다 제가 더.."

 "........"

 "원하고 있는지 모른단 말입니다."

 

 

 급기야 눈가가 붉어지는 그를 보다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영주야-

 너털 음을 짓다가 이내 그의 팔 한쪽을 잡아끌어 품에 안았다.

 작게 들썩이는 그의 어깨를 어루고 보드라운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미안, 내가 미안해."

 "........"

 "내가 너무 미안한데-"

 

 

 나 지금 좀 감동받았어.

 

 

 아주 솔직하게 말하니 내 품에서 그가 나오더니 잔뜩 울상인 표정으로 '참말입니까' 한다.

 그래서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숙여 그의 입에 촉- 하고 입을 맞추었다.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뜬 그를 집요하게 바라보았다.

 조금만 움직이면 다시 닿을듯한 거리로 낮은 숨을 뱉으며 물었다.

 

 

 "계속 해?"

 "........."

 "알았어. 괜히 물었지?"

 

 

 대답할 필요 없어,

 그리고 그의 어깨를 아프지 않게 부여잡고 입을 맞췄다.

 천천히 고개를 틀었고 그가 넘어지지 않도록 한 걸음씩 뒷걸음질 치며 침대로 향했다.

 

 

 '풀썩-'

 

 

 그리고 침대에 두 몸이 쓰러졌을 때 그의 뒷목속에 손을 넣고 더 끌어당겼다.

 영주는 가만히 손을 내 등 쪽에 올려놓고 열심히 나를 따라왔다.

 그게 너무 사랑스럽다 못해 웃음이 새어 나와서 입술을 떼고 웃어보였다.

 

 

 "이런 게 하고 싶었어?"

 ".....네."

 

 

 해 실컷,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침대에 앉아서 두 팔을 뻗었다.

 이리 와,

 영주는 내 위에 올라앉아 차마 뭘 하진 못하고 그저 목 부근에 얼굴을 묻고 천천히 숨을 쉬어댔다.

 내겐 그게 더 자극제가 되는지 모르고-

 뜨거운 숨이 자꾸 목으로, 귓가로 전해져 오자 영주의 어깻죽지를 잡는 손끝에서 점점 힘이 들어갔다.

 

 

 "........"

 

 

 그러다가 어딘가 이상한 호흡에 멈칫하고 영주를 떼어놓았다.

 

 

 ".....울어?"

 "...아, 아니.."

 "왜 그래 영주야."

 

 

 무슨 일 있어?

 이쯤 되면 걱정되는 마음에 더 뭘 하고 싶지 않았다.

 진짜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지 녀석은 뚝- 뚝 눈물을 떨구었다.

 

 

 "영주야,"

 "......."

 "손영주. 여기 봐."

 

 

 그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 쥐고 살짝 들어 올려 나를 보게 했다.

 영주는 코를 들이마시며 '놓아주십시오' 했고 나는 가만히 눈물 자국으로 얼룩진 볼에 입술을 묻었다.

 

 

 "왜 그래. 나 속상해."

 

 

 나지막이 속삭이자 영주는 후- 하고 숨을 내뱉곤 입술을 떼었다.

 

 

 "너무 보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정말?"

 "그렇고말고요."

 

 

 팔을 들어 소매로 아무렇게나 눈물을 닦아 낸 영주가 나를 보며 입꼬리를 올려 웃는다.

 그에 화답이라도 하듯 그를 꽉 끌어안고는 좌우로 흔들었다.

 앓는 소리는 덤으로.

 

 

 "나도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

 

 

 MT고 뭐고 그냥 잠깐 자는 네 얼굴이라도 보고 갈까 했었다니까,

 

 영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푸흐흐 웃었고 나는 그의 어깨를 잡고 침대에 마주 보고 누웠다.

 그의 머리칼을 천천히 쓸며 볼을 매만졌다.

 

 

 "다섯 시간 빌렸으니까 한숨 자고 가자."

 "....아무것도 안 하십니까?"

 "뭘 하는데-"

 

 

 피식 웃고 녀석의 코를 슬쩍 잡았다 놓아주었다.

 그가 코를 찡긋 거리다가 입을 꾹 다문다.

 서운해도 어쩔 수 없다.

 적어도 성인이 될 때까지는 못 참겠어도 내가 영주 지켜주고 싶어서.

 

 

 "얼른 눈 붙여-"

 

 

 마지막으로 그의 입술에 가볍게 뽀뽀해주고 웃으며 눈을 감았다.

 영주야, 참아도 내가 너보다 곱절은 참아내고 있을 거야.

 그래도 나 생각해서 라기보단 네가 더 원해서- 라고 말해줘서 나는 조금

 

 

 설레고 기쁘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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찡킴 18-08-22 14:08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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