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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소년의 순정
작가 : 송루나
작품등록일 : 2018.7.2

2014년, 어느 여름.
억겁의 시간이 내 품으로 쏟아진 그 날,
북에서 넘어온 한 소년을 만났다.
까만 머리칼 사이로 보이는 두 개의 눈동자, 올곧은 시선.
아, 순정한 눈빛이었다.
소년의 이름은 손영주였다.

 
소년의 순정 11
작성일 : 18-08-10 10:41     조회 : 436     추천 : 9     분량 : 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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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아버지, 영주 왔어요."

 ".....안녕하셨습니까."

 

 

 아버지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그를 지나쳐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래 차라리 저 반응이 낫다.

 혹여라도 보자마자 마음 상하는 말만 늘어놓으실까 봐 내심 걱정하긴 했었다.

 그를 데리고 얼른 내 방으로 들어왔더니 선뜻 뭘 하지 못하고 방문 쪽에서 쭈뼛거리며 서 있더라.

 보다 못한 내가 그의 팔을 잡고선 침대에 앉혔다.

 

 

 "편하게 있어. 이제 네 방이기도 해."

 ".....신세 좀 지겠습니다. 형님."

 

 

 그러지 말래도 자꾸 눈치만 보는 그에 책상에 있던 곰젤리 봉투를 툭- 하고 던져주었다.

 위로는 할 만큼 한 것 같으니 이젠 먹을 걸로 달래는 차례다.

 

 

 "단 거 먹긴 하지?"

 "네. 젤리가 곰 모양이에요."

 

 

 난 이 맛이 제일 맛있더라.

 영주가 들고 있는 곰젤리 봉지를 뜯고 빨간색 젤리 하나를 집어 그의 입가에 가져다 댔다.

 영주는 조금 긴장한 듯 입술을 움적거리다가 이내 작게 아- 하고 벌렸다.

 

 

 "어때? 맛있지."

 "달달합니다."

 

 

 아무 생각 없을 때 이거 먹으면 열봉지도 거뜬해.

 책상에 걸터앉으며 그러니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러다 설탕병(당뇨병)에 걸립니다! 하고 진심으로 걱정해준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열봉지를 먹어본 적은 없긴하다. 9봉지 반?

 그게 그건가.

 

 

 "나 내일은 학교 가는데."

 "아, 알고 있습니다."

 "너는 어떻게 할 거야?"

 

 

 글쎄요,

 짐 정리를 하면 반나절 지나가있고 그러다 보면 형님이 곧 하교를 하지 않을까요?

 나름 생각해서 대답한 거라곤 하지만 매번 그런 식으로만 있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잠시 생각을 하느라 '음-' 소리를 냈고 아직 푸르지도 못한 그의 짐을 보다가 고개를 털어냈다.

 

 

 "내일 생각하자 내일."

 "아, 형님 피곤하시지요. 여기 누워요,"

 

 

 엉거주춤 일어난 그를 도로 앉히고 난 그를 지나쳐 침대 안쪽으로 들어가서 몸을 뉘었다.

 

 

 "내일 우리 학교 올래?"

 "형님 학교요?"

 "응. 그 근처에서 맛있는 것도 사주고 할 테니까 거기서 이야기하자."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인 영주가 아직도 침대에 어색하게 앉아 있으며 누워있는 나를 흘끔대기 시작했다.

 이번엔 알겠다.

 왜 이러고 있는지,

 속으로 풉 하는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애써 참고 상체를 일으켜 그와 가까이 눈높이를 맞추었다.

 

 

 "내가 바닥에서 잘게."

 "절대 그렇게 하지 마십시오. 침대 주인은 은호 형님인..."

 

 

 더 이야기해도 녀석이 순순히 그리하겠다고 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럼 격주로 자자.' 하고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보고 바닥으로 내려갔다.

 

 불을 끄고 한동안 고른 숨소리만 몇 번 오갔던 것 같다.

 그리 쉽게 잠들지 않을 걸 알아서 굳이 '영주야, 자?' 하고 묻지 않고 곧장 하고 싶은 말부터 입 밖으로 꺼냈다.

 

 

 "편히 있어."

 "....형님이 이렇게 배려해주시는데 어찌 제가 편히 안 있을 수 있겠어요."

 "나한테 미안해하는 것도 그만하구."

 

 

 슬쩍 침대 위로 한쪽 손을 올렸다.

 그리고 그 어디쯤에 있을 영주의 손을 찾느라 더듬거렸던 것 같다.

 좀처럼 그 감촉을 손에 넣고 있지 못할 떄 손가락 세 마디에 전해지는 온기가 심장을 뎁혔다.

 영주가 내 손을 잡았다.

 

 

 "형님도 너무 저한테만 신경 쓰지 마십시오."

 "알아,"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그래서 영주야 내 대답은,

 

 

 "좋아해."

 ".........."

 "좋아해. 영주야."

 

 

 어쩌면 네가 하는 말에 대한 모든 대답은 이 뿐이라는 걸 새삼스레 네게 손을 잡히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

 

 

 조별 수업은 따분했다.

 하지만 첫 모임부터 이미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던 터라.

 컨텐츠 제작에 대한 아이디어는 진부했다.

 경운이가 여러 안으로 가져온것 들을 쭉 훑어보다가 스읍 하고 입맛을 다셨다.

 

 

 "맘에 드는 주제 없어?"

 "그렇다기보단,"

 

 

 주제는 다 좋은데 접근 방식이 조금 진부해서.

 이경운이 데리고 왔다던 친구에게 미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름이 뭐라고 했지,

 그 친구는 넉살 하나는 좋았던지 씨익 웃으며 제 전공 책을 들어 보였다.

 

 

 "아, 그래 은석아."

 

 

 주제는 네가 짰다고 들었는데 두번째 거가 좋을 것 같아서.

 김은석은 벌써 두 번째 안이 결정이라도 된 것처럼 좋아하며 '정말?' 이라고 들뜬 모습을 보였다.

 

 

 "자료는 내가 찾을 테니까 이경운 너가 인터뷰할래?"

 "어. 근데-"

 

 

 경운이 조금 의아해하듯 말을 이어가려고 했고 나는 들고 있던 기획서에서 눈을 떼고 그를 바라보았다.

 묘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내게 그러더라.

 

 

 "너가 조장해."

 

 

 나보다 너가 잘 할 것 같아.

 어깨를 툭 치며 기분 좋다는 듯한 그 말투에 혹시나 오해가 생겼을까 하던 건 걷혔다.

 

 

 -

 

 

 

 자료는 어떤 방식으로 찾을까 검색 사이트를 몇 번 뒤져보다가 마우스를 손에서 놓았던 것 같다.

 내내 와그작 소릴 내며 크래커를 먹던 영주가 내 한숨소리에 지레 입에 넣었던 과자를 씹지 못하고 눈치를 본다.

 나는 슬쩍 고개를 돌려 손을 휘적였다.

 아냐, 마저 먹어.

 

 

 그 말에도 천천히 우그적 거리는 그 모습에 귀여워 웃음이 나왔다.

 슬쩍 그의 볼을 검지로 톡 쳐주자 코끝을 찡끗한다.

 

 

 "뭐가 잘 안되어 그런가요?"

 

 

 허리를 숙여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보던 영주가에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맘에 드는 사진이 없다.

 대충 투박하게 출처가 박힌 사진을 갖다 쓰긴 싫었다.

 스크롤을 몇 번 더 내리다가 그냥 엑스를 눌러 창을 껐다.

 

 

 "눈에 담는 것만큼 사진이 안 나오는 것 같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래서,

 

 영주의 입가에 묻은 크래커 조각을 슬쩍 떼어주었다.

 그리고 이내 말을 이었다.

 

 

 "직접 찍으러 갈까 해."

 "형님이 직접요?"

 

 

 응.

 영주가 있는 침대 위로 올라가 앉았다.

 그리고 손에 쥐고 있는 크래커 봉지를 뺏어 들어 침대 옆 협탁에 놔두었다.

 

 

 "북서울 꿈의 숲이라고 있어."

 "이름이 참말 그것입니까?"

 

 

 듣기만 해도 별이 반짝일 것 같은 곳입니다.

 영주 다운 표현이라고 생각해서 푸스스 웃었다.

 서울 한복판에 가장 원초적인 자연을 데려다 놓은 곳이랄까.

 영주가 눈을 감았다 뜰 때마다 긴 속눈썹이 내려앉았다 올라왔다.

 꼭 바람에 불어 가는 민들레 홀씨 같은 느낌이랄까.

 

 

 "집에서 하루 종일 뭐 해."

 

 

 나 학교 가면, 너 뭐 하냐구.

 

 나만 뚫어지게 바라보던 영주가 잠시 시선에 휴식을 준다.

 침대 시트 어디쯤을 바라보다가 음- 하는 소리도 냈다가.

 여차저차 뜸을 들이더니 이내 확실치 않은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집 정리도 하고 책꽂이에 꽂혀있는 서적도 보고..."

 "또."

 "..쪽잠을 자기도 합니다."

 

 

 집에 와서 눈치 보느라 맘껏 다니지 못할 것 같았던 영주가 낮잠을 잔다는 말은 게중에 반가운 소리였다.

 미소를 짓고는 '그럼-' 하고 첫마디를 떼었다.

 

 

 "형이랑 같이 사진 찍으러 갈래?"

 "예? 어디로 말입니까? 그 꿈의 숲 거기 말입니까?"

 "응."

 

 

 생각지 못한 제안에 영주가 잠시 고민을 한다.

 언제 말입니까?

 조심스럽게 묻기에 나도 곰곰이 생각하는 척했다. 사실은 내일 당장 갈 생각이었는데 말이다.

 

 

 "내일 어떤 것 같아?"

 "당장 내일 말입니까?"

 "안돼?"

 

 

 영주는 곧장 안될 건 없을 것 같다고 손사래를 치다가 이내 진짜 묻고 싶은 걸 조심스레 묻는다.

 형님 내일 학교에 가지 않으십니까-

 

 이 와중에도 날 생각하고 있는 그 모습이,

 머뭇거리는 입술이 너무 예뻐서 나도 모르게 그 붉은 입술에 내 입을 갖다 댔던 것 같다.

 

 

 ".......!"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놀랐는지 입을 손으로 가리고는 얼어있는 영주에 고개를 숙이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미안해,"

 "........"

 "많이 놀랐어?"

 

 

 미안해하는 내게 영주는 억지로라도 얼어있던 자신을 풀어보려고 헛기침을 하며 대답했다.

 아니, 꼭 그런 건 아니온데-

 

 

 "다른 말 하다가 갑자기 경우가 없게...."

 "나도 잘 모르겠어."

 

 

 너만 보면 경우가 없어져.

 지극히 솔직한 표현에 영주는 좀 전보다 더 할 말을 찾지 못한 채 고요한 적막을 허락한다.

 허리를 숙여 노트북 전원을 껐다.

 

 

 "내일 수업 끝나면 다섯시쯤 될 거야."

 "..아, 네."

 "집 앞으로 데리러 올게."

 

 

 화제 전환을 해보려 꺼낸 말에 영주는 빠른 상황 판단으로 고개를 내저어 보였다.

 아니요, 제가 형님 학교 앞으로 갈 것이어요.

 그 말에 깜짝 놀란 건 되려 내 쪽이었다.

 콘센트에서 코드를 뽑으며 '정말? 길 알아?' 하고 물었더니 그 정돈 일거리도 아니라며 제가 북에서 소문난 온성시 길잡이었다고 자랑을 해댄다.

 

 이럴 때 보면 또 열여덟

 제 나이 또래 여느 남자아이들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이긴 했다.

 

 

 '철컥-'

 

 

 방 바깥에서 희미하게 도어락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조금 불안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영주를 눈치채고 불을 껐다.

 

 

 "이만 잘까?"

 "예, 형님."

 

 

 아버지가 오는 시간이 되면 영주는 유독 불안해하거나 눈에 띄게 불편한 기색을 비쳤다.

 결코 고의적인 표현은 아니었지만 난 영주를 이해한다.

 나를 못 만나게 하려 했던 전적도 있고.

 우리는 캄캄한 어둠 속에 서로의 숨소리만 주고받으며 한동안 말을 아꼈다.

 그리고 이내 숨 쉬는 텀이 눈에 띄게 느려졌을 때 고개를 슬쩍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

 

 

 어느새 잠이 들었나 보다.

 세상 편한 그 두 눈덩이에 살짝 입을 맞췄다.

 그리고 내 손길만 닿아도 센서 등 켜지듯 붉어지는 그 보드라운 볼을 손 마디로 쓸어보았다.

 머리칼도 함께 만지작거리고 싶었지만 혹여나 이 편안함에서 깨어날까 봐 참기로 했다.

 

 

 '눈에 담는 것만큼 사진이 안 나오는 것 같습니다.'

 

 

 영주가 했던 말을 곱씹다가 그대로 영주에게 돌려주고 싶었다.

 널 눈에 담는 것 외에는 어떤 것도 다 표현이 될 수 없을 것 같았다.

 오로지 이 시간, 이 순간, 내 동공에만 기억될 네 모습이 아까운 밤이었다.

 
작가의 말
 

 

 영주를 마음에 담고 좋아서 어쩔 지 모르는 은호가 잘 드러난 편이 아닐까 싶네요!

 오늘도 <소년의 순정>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려요 *_*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채송 18-08-10 10:42
 
와우 거의 첫댓!!
선리플 후감상합니다 ㅎㅎ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찡킴 18-08-22 13:48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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